The Maknae Has to Be an Idol RAW novel - Chapter (151)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51화
운이 형의 슬럼프가 찾아온다니.
난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다만 다시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문장이다.
지금 연습실에 찾아가지 않으면 운이 형에게 슬럼프가 찾아온다지 않는가.
왜 슬럼프가 찾아오는 거고, 지금 운이 형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감은 안 오지만,
“형.”
“……응?”
“그…… 아이스크림 잠깐 내려두고 우리 연습실 갈래요?”
“연습실?”
“운이 형 혼자 연습하고 있다고 하는 게 조금 걸려서요.”
“……그렇긴 하지. 요새 혼자 너무 연습에 몰두하는 느낌이긴 했으니까.”
“가서 연습 좀 같이하고 저녁이라도 먹고 들어올까요?”
“그래. 그러자.”
연훈이 형은 아이스크림을 한입에 삼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티는 안 내고 있긴 하지만,
‘……불안한데.’
내가 모르고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 같아 불안감이 커져 갔다.
* * *
YM엔터의 황준결과 통화를 끊은 이운은 연습실 한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황준결과의 통화에서 큰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길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뷔할 거 같아서 연락해 봤다.
축하한다.
라는 게 황준결이 한 말의 전부였다.
다만 내용을 압축해 보자면 저렇다는 거지, 압축한 내용으론 미처 표현하기 어려운 뉘앙스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이제야 데뷔를 한다니 다행이다.
난 그대로 아이돌 못 할 줄 알았는데 늦게라도 기회가 생겨 축하한다.
먼저 데뷔한 선배로서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나중에 밥이라도 먹자.
이게 황준결이 이운에게 한 정확한 워딩이었고. 이운 입장에선 불쾌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대화였다.
그 뒤부터 쭉 멍한 상태였다.
만일 이 대화가 황준결이 아닌 다른 친한 연습생 동기와의 대화였다면 이러지 않았을 거다.
가볍게 웃고 넘긴 후 근황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행복을 빌었겠지.
하지만 대상이 황준결이라 문제였던 거다.
이운 입장에선 그를 슬럼프에 빠뜨린 장본인이자, 한때 모든 걸 잊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하게 만든 사람이다.
무엇보다 이운의 몫이 되어야 했을 데뷔조 자리를 빼앗아 간 인물이기도 했다.
밀려오는 옛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져 갔다.
무거워진 마음만큼 몸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운은 강박적으로 핸드폰에서 안무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무언가에 홀린 듯, 평소라면 잘 하지 않았을 장르의 동작들까지 일부러 따라 하기 시작했다.
마음의 통증을 몸의 통증으로 잊으려는 듯.
이운의 동작은 계속해서 커졌고, 과해졌으며,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 * *
연훈이 형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넥스트 웨이브 사옥으로 들어갔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후 급히 밖으로 나왔다.
“왜 이렇게 급해, 태윤아.”
“아, 죄송해요.”
“아냐. 죄송할 건 없는데……. 일단 가자.”
“네.”
너무 급하게 움직이려는 나를 두고 연훈이 형이 이렇게 말했다.
다만 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
‘뭐가…… 분명 있어…….’
시스템이 이런 식의 시그널을 보낼 때마다 늘 사건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운이 형이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 오늘 강현성이랑 6월 3째 주에 데뷔하자고 이야기 다 마쳤는데.
6월 데뷔든 7월 데뷔든 간에 운이 형이 슬럼프가 오게 되면 의미가 없어진다.
형들이 기뻐하지 않는 활동에 무슨 의미가 있겠냔 말이다.
무엇보다.
‘누가 운이 형을 건들기라도 했나?’
운이 형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멘탈이 좋다.
늘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슬럼프가 온단 건 내부적인 이유라기보단 외부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불안한 걸 넘어 조금의 분노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직 외부적 요인인지 내부적 요인인지 확정 난 것도 아닌 데다, 외부적 요인이라 한들 그 대상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여러 가지 요인들로 지금 난 굉장히 조급한 상태다.
“확실히 요즘 운이가 연습에 좀 더 매진하는 느낌이긴 했어. 데뷔 전이라 너무 긴장한 건가…….”
연훈이 형도 내가 조급해하는 걸 느끼니 대충 눈치로 때려 맞춘 거 같다.
운이 형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단 걸 말이다.
이내 지하에 있는 연습실로 내려가니,
“저깄다.”
불이 환히 켜진 곳이 있었다.
반투명한 유리문 너머에 운이 형의 실루엣이 잡혔다.
한창 춤 연습을 하는 중인 걸까.
흐릿한 사람의 실루엣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다만,
“무슨 안무를 추는 거지, 지금?”
“……그러니까요.”
저렇게까지 격하게 출 만한 안무가 우리 안무 중에 있었나 싶다.
단순 실루엣일 뿐이지만 움직이는 반경이 워낙 크고 동작들이 컸다.
심지어,
‘박자랑 살짝 안 맞는데?’
연습실 문을 뚫고 나오는 반주와 저 안무 간에 박자가 조금씩 밀린다.
‘운이 형이 박자를 틀릴 인간인가?’
반의반 박자 틀린 것도 잡아내던 인간인데.
불안함이 커질 무렵,
“응?”
반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보이던 운이 형의 형체가 사라졌다.
“뭐지?”
연훈이 형과 나는 급히 문을 열어젖혔고, 연습실 한가운데에 주저앉아 있는 운이 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둥-둥-둥-
베이스 사운드가 유독 강조되는 반주가 의미 없이 흘러나오고.
격한 코레오 영상이 흘러나오는 태블릿 피씨가 바닥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운이 형이 발목을 붙잡은 채로 주저앉아 있었다.
“운아!”
“형?”
나와 연훈이 형이 운이 형에게 다가갔다.
“아, 언제 왔어요……?”
운이 형은 다소 놀란 얼굴로 나랑 연훈이 형을 쳐다봤다.
방금 막 왔다는 말을 꺼내기 전,
“……운아. 너 파스 뿌렸어……?
“네. 그게 왜…….”
“대체 얼마나 뿌린 거야……?”
“네?”
연훈이 형과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연습실 전체에 파스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으니까.
난 구석에 놓여 있는 에이파스를 확인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양이 충분했던 거 같은데,
“……형, 설마 이 한 통 다 쓸 때까지 모르고 있었어요?”
지금 흔들어보니 안이 텅텅 비어 있었다.
“……내가 그걸 혼자 다 썼다고?”
운이 형은 자신이 그 한 통을 다 썼단 것에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그냥…… 통증 있을 때마다 가볍게 뿌린다고 생각했는데…….”
난 운이 형이 붙잡고 있는 발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게 파스를 이만큼 뿌렸단 걸 알아서 생긴 착시인 건지.
아니면 진짜인 건지 모르겠으나.
“형, 발목 부었잖아요.”
“응?”
운이 형 오른쪽 발목이 왼쪽 발목보다 미세하게 부어 있었다.
평소라면 이 정도 부은 건 그냥 넘어갔으리라.
춤을 추다 보면 관절 부위에 염증 생기는 거야 다반사니까.
하지만 지금은 데뷔 직전이다.
더 나아가,
‘설마 이거 때문에 슬럼프가 올 수 있단 거였나.’
시스템이 직접 말해준 슬럼프에 대한 경고가 있다.
해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병원 가죠.”
“응? 아니야. 그냥 단순 염좌야. 하루 이틀 푹 쉬면 될 텐…….”
“가자고요, 형. 아프잖아요. 아픈 거에 단순한 게 어딨어요.”
“……태윤아…….”
“그래, 운아. 가자. 지금 가면 잠깐 아프고 말 거 그냥 두면 덧날 수도 있어. 춤 오래 춰야 할 거 아냐.”
“……그렇긴 한데…….”
“이 근처에 응급실 있어요. 거기로 가죠.”
“난 나가서 차 끌고 회사 정문에 가 있을게. 태윤이가 운이 부축해서 올라와.”
“네.”
“아니……. 나는 괜찮은데…….”
“형. 가요. 천천히 일어나봐요.”
연훈이 형은 차에 시동을 걸러 가고 난 운이 형을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때마침,
[미션 성공] [이운의 슬럼프를 방지했습니다.]시스템이 이런 알림을 날렸다.
이걸 보니,
‘부상이 장기화되는 거였네.’
이 부상을 그냥 뒀으면 슬럼프에 빠질 만한 장기적 부상이 될 것이란 게 확실해졌다.
억지로라도 병원 가자고 떼를 쓴 게 다행이었다.
다만,
“태윤아. 그냥 늘 하듯이 냉찜질 정도만.”
“……가요, 형. 병원 간다고 누구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한 번만 져줘요. 내가 불안해서 그래요.”
“……그래.”
운이 형의 슬럼프는 막았으나 마음이 영 편치만은 않았다.
‘누가 이렇게 만든 걸까.’
데뷔가 부담이 된다 해서 이렇게까지 무리할 사람은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 * *
연훈이 형과 함께 운이 형을 병원에 데려다줬다.
이런저런 검사도 받고 의사와 문진도 한 끝에 나온 진단은 간단했다.
“인대가 늘어난 상태네요.”
남학생들 축구 하다 보면 한 번씩 생기는 일이다.
큰일까지는 아니란 거다.
“거봐, 별일 아니시라잖아.”
인대가 늘어난 거란 말에 운이 형이 이리 말했는데,
“아, 별거 아닌 건 절대 아니고요. 지금 보니까 이대로 조금만 더 무리했으면 그때 인대 파열로 가는 거거든요. 진짜 위험해지기 직전에 운 좋게 오신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사 선생님의 단호한 한마디에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연훈이 형은 그런 운이 형을 빤히 쳐다보며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올린다.
“쉿!”
입 다물고 의사 선생님 처방을 들으란 거다.
“일단 반깁스해 드릴 테니까 2주 뒤에 뵙죠. 염증 약이랑 진통제랑 처방해 드릴 테니까 식사 후에 드시고요. 통증이 심해지면 꼭 이 주 뒤가 아니어도 병원 방문하세요. 오늘은 주사 한 대 맞고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깔끔하고 합리적인 진단에 마음이 편안해지려는데,
“반깁스를 2주나 해야 하나요……?”
운이 형은 이 진단이 마음에 안 드나 보다.
“저희가 몸을 조금 써야 하는 일이라…….”
어떻게든 반깁스는 피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아쉽지만 반깁스는 해야 합니다. 일은 가능하면 당분간은 쉬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아…….”
의사 선생님은 단호했다.
이후 운이 형은 주사를 맞은 후 반깁스를 차고 약을 처방받았다.
“목발 안 해도 되겠어?”
“……아뇨. 해야 할 거 같아요.”
“휠체어 가져올까요?”
“그건 오바야, 태윤아.”
“맞아……. 그건 오바야, 태윤아.
“네.”
연훈이 형과 나는 운이 형을 차에 태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생수 하나를 사서 바로 약을 먹였고.
다만 그 약이 좀 센 탓일까.
“……저 좀 누울게요. 약이 좀 세네요…….”
운이 형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침실로 들어가서 누웠다.
이내,
“운이 형 자네요.”
“다행이다. 차라리 자는 게 나았을 거야.”
금세 곯아떨어졌다.
큰일이 와다닥 들이닥쳐설까.
“어휴. 진짜 정신없었다.”
“그러니까요.”
연훈이 형과 나, 둘 다 기운이 빠져서 거실 소파에 축 늘어졌다.
‘진짜 식겁했네.’
운이 형이 슬럼프에 빠진단 시스템의 경고에 정말 식겁했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큰일로 번지는 건 막았단 생각이 들었으나.
“……운이. 무슨 일 있는 거겠지?”
연훈이 형의 한마디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아직 안심하긴 일렀으니까.
멘탈 좋은 운이 형이 이렇게까지 말릴 만한 일이 뭐였을지 걱정된다.
때마침,
띠띠띠띠-
도어락 풀리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더니,
“다신…… 다신 헬스장 안 갈 거예요.”
“2주만 나 따라다니라니까. 운동 재밌어.”
“2주 안에 죽을 거 같은데…….”
동준이 형과 도승이 형이 들어왔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둘이 같이 운동을 하고 왔나 보다.
뭐, 헬스 같이한 거야 그럴 수 있는 거니 별생각은 않고 있었다.
그때,
“……응?”
“웬 목발이…….”
현관에 세워진 목발을 도승이 형과 동준이 형이 발견했다.
그러곤,
“저 목발 설마 이운 거예요?”
도승이 형이 놀란 얼굴로 우리에게 이리 물었다.
“아, 응.”
“네. 운이 형 거예요.”
“아니, 이게 뭔.”
“운이 형 다쳤어요?”
도승이 형과 동준이 형 둘 다 놀란 얼굴로 우릴 쳐다본다.
특히 도승이 형은 지금 당장 운이 형을 찾아 자초지종을 들으려는 거 같았다.
“운이 찾지 마. 지금 자고 있어.”
“아…… 그래요?”
“응. 약 먹고 한숨 자는 중이야.”
“근데…… 왜 다친 거예요? 얘 자기 몸은 끔찍이 생각하는 앤데.”
“그게…… 우리도 왜 다친 건지는 정확히 몰라. 그냥 가보니까 다쳐 있더라고.”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승이 형의 질문에 나랑 연훈이 형은 연습실에서 있던 일을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가 보니 운이 형이 너무 격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목을 삐끗한 건지 넘어졌다.
병원 가 보니 인대 파열 직전까지 갔던 거라더라.
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도승이 형은 우리 이야기가 다 끝나니 조심스레 입을 떼기 시작했다.
“운이가 격하게 춤추다가 다친 거라고 하셨죠?”
“응.”
“네.”
“흐음. 그럼…… 그건가.”
“응?”
“뭐가 있어요?”
“아니, 저도 오늘 운동하는데 갑자기 전에 있던 회사 연습생 동기한테 연락 왔거든요.”
“전에 있던 회사?”
“네. 운이랑 같이 있던 곳이요.”
“아.”
“아마 회사 연습생 동기한테 연락받고 멘탈 터진 거 같아요.”
도승이 형 입에서 회사, 이야기가 나오자 그림이 그려졌다.
도승이 형과 운이 형이 있던 곳은 YM엔터.
지금 기준으로는 그냥 적당히 규모 있는 아이돌 기획사지만,
‘나중에 대표부터 소속 아티스트까지 온갖 범죄로 공중분해되는 회사일 텐데.’
내가 살다 온 미래 기준 범죄 이력 올타임 넘버원을 찍는 회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