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knae Has to Be an Idol RAW novel - Chapter (191)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191화
“지금 숙소로요?”
“네. 아직 시간 여유 있지 않아요? 생방송 시작하려면 3시간은 넘게 남았을 텐데.”
“그렇긴 하죠…… 근데 동준 씨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요…….”
“얼마나 안 좋아요?”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계속 멍한 상태고…… 그래서 혼자 두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그럴수록 더 가야 할 거 같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나 보다.
“박동준은 혼자 두면 자꾸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할 애라 빨리 가봐야 할 거 같아요.”
“동준이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하아…… 일단 저도 숙소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도승이 형이랑 연훈이 형, 운이 형까지 모두 동준이 형을 보러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원래 밝은 면이 클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늘 밝고 해맑은 사람이 한 번 어둠으로 기어들어 가면 더욱 깊은 곳까지 들어가게 된다.
이 잠깐의 몇 시간이 동준이 형 멘탈에 크나큰 데미지를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 일단 숙소로 먼저 가죠……!”
“차 돌릴게요.”
승연 씨와 현아 씨도 우리가 걱정하는 바를 이해한 모양이었다.
차선을 바꿔 숙소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 * *
시계 초침 돌아가는 소리만 거실에 울려 퍼졌다.
1초 1초가 흐르는 걸 정확하게 느끼며 박동준은 허공을 응시했다.
시간은 빠르게 가지도 더디게 가지도 않았다.
박동준은 핸드폰을 들어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게시글들을 확인했다.
나름 서치방지까지 걸며 자신이 서치하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들은 기울인 것 같았으나 이런 걸 찾지 못할 아이돌은 없을 것이다.
-건물주 부모 믿고 깝치면서 인생 개편하게 살았을 듯;;
-진짜 개빡치는 게 이런 걸로 개지랄하면서 이슈 만들어도 금수저인 건 안 변한단 거임
-이런거 볼때마다 소름돋음
-왜 사랑 받으면 안 될 것들이 자꾸 사랑 받으려고 기어나오는 걸까?
하나하나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다.
실제 학교폭력을 저질렀다거나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방송에 나온다면 박동준도 이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억울한 것이 있다면 그는 이번 일에 있어서만큼은 결백하단 거였다.
물론 그도 본인이 완전무결하고 도덕적으로 흠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생각하진 않았다.
사람으로서 저지를 만한 자그마한 잘못들.
몇 번 누군가에게 눈총을 살 만한 자그마한 실수들.
그러한 죄들은 박동준도 분명 저지르며 살아왔다.
다만 그러한 것들은 누구나 다 저지르는 것들이기에 인간적인 인심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들뿐이다.
지금 세간에서 말하고 있는 왕따, 따돌림, 폭언, 조직적 괴롭힘, 이런 것들은 결코 한 적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다만,
“……누가 들어줄 건데…… 내 말을…….”
이미 본인은 죄인이며, 악마였다.
자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너무도 많은 입들이 튀어나와 자신의 입을 막고 자신들의 주장이 맞다며 소리치고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며.
셋, 넷.
아니 수백, 수천이.
실체 없는 인터넷에서의 글들이라 할지라도 숨통을 조여오는 건 똑같았다.
“……그만해…….”
박동준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내려놓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리고.
서치하고.
들어가고.
확인하고.
다시 스크롤을 내리고.
어떤 글을 봐도 본인이 상처받을 수밖에 없건만 이런 행동을 도저히 그만둘 수 없었다.
일종의 자해와도 같은 행동임을 본인도 모르지 않는다.
옆에서 누군가 이러는 것을 본다면 그 핸드폰을 뺏어버리리라.
하지만 당사자가 되어보니 멈출 수가 없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걸러내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현재 박동준의 상태가 그러했다.
분명 인터넷에선 아직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중이다.
중립을 지키려는 쪽과 확정 판결문을 읽으려고 시동을 거는 사람들.
즉 박동준 본인에 대한 실질적 처분은 아직도 결정 난 것이 없다.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를 재기 못 할 쓰레기로 판정 짓고 그걸 보강하기 위한 정보들만 취하는 중이었다.
결국 누가 등 떠밀지도 않았건만 박동준은 스스로를 더더욱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중이었다.
오늘 낮에 제작진들에게 불려갔을 때까지만 해도 믿지 않았다.
아니, 가볍게 지나갈 해프닝으로 여겼다.
이런 걸로 촬영이 중단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너무도 터무니없는 주장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말이 불어나고.
살이 붙고.
거짓 증언들이 넘쳐나고.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하니,
“……아무도 안 믿겠지…….”
박동준 스스로도 본인에 대한 희망을 놓았다.
한참 동안 인터넷 곳곳을 돌아다니며 본인에 대한 안 좋은 글들만 읽기를 반복하던 중.
탁.
누군가 핸드폰을 빼앗아 갔다.
“그만 봐요, 형.”
“……봉태윤……?”
분명 오늘 멤버들은 촬영장으로 바로 가고 본인만 숙소에서 휴식한다고 들었는데.
막내가 눈앞에 있었다.
더 나아가,
“……왜 여기 와 있어요…….”
다른 형들도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핸드폰이 사라지니 그제야 시야가 밖으로 뻗어 나갔다.
마음이 한없이 무너져 내리던 중에 누군가 붕괴를 억지로 막아준 상태였다.
원래 눈물이란 절망 중에 흐르는 게 아니다.
“형. 왜 도움도 안 되는 개소리들을 보고 있는 거예요. 형 이런 짓 안 했잖아요.”
“…….”
“빨리 말해봐요. 본인 입으로. 형 정말 이런 짓거리 했어요?”
“……아니.”
“정말 안 했죠?”
“안 했어. 나…… 정말 안 했단 말야.”
“그럼 됐어요. 그 말 믿을게요.”
눈물이란 한 줄기 희망을 본 후에야 비로소 터져 나오는 법이었다.
“…….”
박동준은 말없이 입술을 씹었다.
그러곤 고개를 숙이고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한곳으로만 치우치던 사고가 다른 방향으로 강제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박동준은 이제야 숨을 쉬는 듯한 기분이었다.
* * *
숙소로 돌아와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동준이 형은 핸드폰을 붙잡고 놓질 않고 있었다.
급하게 핸드폰을 뺏은 후 동준이 형에게 직접 물었다.
정말 본인이 저런 짓을 저질렀는지를.
나야 운이 형에게 동준이 형 인성 논란이 거짓말임을 듣긴 했지만, 다른 형들은 아직 확신 못 할 거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같은 팀이니 걱정되는 마음만 있었겠지.
다만 걱정되는 마음만으로는 화합을 이룰 수 없다.
분명한 목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해서 동준이 형이 직접 말해주길 바랐다.
“안 했어. 나…… 정말 안 했단 말야.”
“그럼 됐어요. 그 말 믿을게요.”
동준이 형이 직접 그런 짓 따위 안 했다고 말했다.
난 그 말을 믿겠다고 답했고.
형들도 동준이 형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걱정 마, 동준아.”
“네가 한 짓 아니잖아, 박동준. 잘못한 게 없는데 고개 숙일 필요 없어.”
“동준아…… 일로 와.”
도승이 형은 동준이 형 앞에 가서 앉은 후 동준이 형의 손을 잡아줬고.
운이 형은 동준이 형 오른쪽 옆에 가서 어깨를 둘러줬으며.
연훈이 형은 동준이 형 왼쪽 옆에 가서 꽈악 안아줬다.
동준이 형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아 눈물을 삼키는 중인 듯 보였다.
이럴 땐 아무 말 않고 잠깐 격한 감정이 지나가길 기다려주는 게 나았다.
이내 몇 분이 지난 후.
“……고마워요. 조금 나아진 거 같아요.”
동준이 형이 눈물을 정리하며 말했다.
“일단, 형. 상황 설명 조금 해줄 수 있어요? 그래도 팀이니까 공유하는 게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요.”
난 상황 설명을 해주기를 바랐다.
형들도 이게 어떤 상황인지 조금 더 듣고 싶은 눈치였다.
동준이 형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그 네이스판에 올라온 글을 나도 읽어는 봤는데…… 걔네들 내 중학교 동창은 맞아. 나랑 잠깐 친하기도 했었고.”
그런 쓰레기들과 친했다는 게 놀랍다.
다행인 점은 그 쓰레기들과 절친이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단다.
“걔네들이랑만 친했다는 건 아니고. 난 그때 반 애들 모두랑 다 친했어. 사실 친한 정도로만 따지자면 걔네는 그렇게까지 친한 건 아니긴 했지.”
나야 학창시절이 짧아서 크게 공감은 못 하겠지만 그런 캐릭터들이 있다고는 한다.
특유의 인싸력으로 반에 안 친한 친구가 없는 캐릭터.
모두랑 다 절친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와 인사쯤은 하고 얼굴쯤은 트고 다니는 캐릭터가 있는데 그게 동준이 형인가 보다.
“그땐 나도 사실 철이 조금 없어서 돈 많은 티를 조금 내고 싶었나 봐. 좋은 옷 입고 가면 애들이 알아봐 주는 게 티는 안 내도 기분이 좋긴 했어.”
이거야 뭐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중 정말로 친한 애들 몇 명한테는 실제로 집에 데려와서 안 입는 옷 같은 것도 갖고 싶다 하면 주기도 했고. 어차피 둬봐야 입지도 않는 거니까.”
그 폭로글 작성자들이 하던 말이 어느 정도는 사실인 부분들도 있었다.
“근데 그 글을 쓴 애들을 딱 한 번 집에 초대한 적이 있거든.”
여기서부터가 아마 이야기의 메인이지 않을까 싶다.
“그날이 내 생일이라 그냥 반에서 시간 되는 애들 다 데리고 우리 집 가서 생일파티 했거든. 중학교 생일파티라는 게 다 그렇듯 별건 없었어. 부모님이 친구들 데려와서 맛있는 거 먹으라고 카드 쥐여줘서, 애들이랑 다 같이 피자 치킨 시켜 먹고 게임이나 실컷 하던 게 다야.”
그 생일파티 때 폭로글 당사자들을 동준이 형이 집에 데려간 게 화근이었나 보다.
“그때…… 걔네들이 내 방에서 옷이랑 신발이랑 시계 훔치다가 걸렸어.”
“……?”
“……뭐?”
“뭐 하는 새끼들이야?”
“……하아…… 진짜 개짜치는 놈들이네.”
생일파티 때 잘사는 친구 집 놀러 가서 그 친구 물건을 훔치다니.
보통 생일파티면 선물을 주는 게 정상이다.
그 집 물건을 털어오는 게 아니라.
어린 나이에 그럴 수 있다 치고 넘어가기엔 근본이 의심되는 짓거리였다.
“그걸 나만 본 게 아니라 나랑 친한 친구들이랑 반 애들이 다 같이 본 게 문제였어.”
“문제요?”
“그다음 날부터 애들이 걔네랑 안 놀았거든.”
“……그러면 폭로글에 있는 그 따돌렸다는 게 그거예요?”
“……어. 그때 나라도 걔네한테 손 내밀고 용서해 줬어야 하는데…… 나도 어린 마음에 괜히 걔네 용서해 주기 싫더라고.”
“……어처구니가 없네.”
“당연히 용서하기 싫지. 내 생일에 내 방 와서 물건 훔치다 걸린 애들인데.”
“지금 그런 애들이 너 저격한다고 논란 글을 터뜨린 거야?”
“네.”
동준이 형 잘못이 없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억울할 사안일 줄은 몰랐다.
지금 이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역으로 뒤집힌 건이다.
“그럼 그거 증언해 줄 반 친구들은 어딨어? 걔네한테 반박글 부탁해 보면 안 될까?”
그때 운이 형이 묻는다.
회귀자 운이 형과 오늘 대화를 하고 와서 그런가,
괜히 저 질문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저랑 친한 친구들 다 같이 동반 입대 한다고 난리 치다가 진짜 해버린 상태라 힘들어요. 다른 친한 친구는 지금 유학 가서 연락 끊어졌고, 그때 있던 다른 반 친구들은 연락 안 한 지 꽤 됐어요.”
“……답이 없네.”
“시간 지나면 애들이 반박글 올려주긴 할 텐데…… 아마 그때까지 한 달은 넘게 걸릴 거 같아요.”
형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고민해 봐야 답이 나올 리는 없다.
해결 방안은 지금 내가 어느 정도 정리해 둔 상태기도 하고.
그러니,
“형, 어차피 잘못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럼 지금 당장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만 버텨요.”
“버텨?”
“네. 아무 일 없단 듯이. 난 떳떳하다는 걸 보여주면서요. 그러면 분명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올 거예요. 회사가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집단은 아니잖아요.”
회사가 아니라 내가 따로 움직일 생각이긴 하지만 일단은 회사 핑계 대는 게 나았다.
동준이 형 눈빛이 조금씩 생기가 돌아오는 것 같다.
“……알았어. 버틸게.”
“일단 오늘은 조금만 쉬면서 마음 챙기고 있어요. 내일만 돼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잖아요.”
내일이면 무조건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요.”
“그래 동준아. 우리도 회사한테 부탁해서 진상규명 해달라고 말해둘게.”
“무슨 일 있어도 우린 너 포기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
“오늘 하루만 쉬고 내일부터는 우리랑 같이 활동하자. 누가 뭐라 해도 잠시만 참으면 될 거야.”
형들은 내 말에 동의한 건지 동준이 형에게 잠시만 참으라고 말했다.
동준이 형 눈가엔 다시 한번 눈물이 글썽였다.
어서 오늘 밤이 찾아오기를.
난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만을 기다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