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knae Has to Be an Idol RAW novel - Chapter (255)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255화
싸움이랄 것이 이젠 이어진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먹에 힘이 빠져 팔이 후들거렸다.
서 있는 것도 겨우 할 정도로 진이 빠졌다.
반대편의 봉태윤은 바닥에 뻗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심장이 거칠게 펌프질을 해댄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나도 저쪽도 둘 다 육체를 입은 사람일 뿐이다.
신체적 한계를 벗어나서 움직일 수도, 싸울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을 멈추지도 않고 싸우고 있었다.
사람인 이상 버텨낼 수 없는 것이 마땅하다.
“하아……. 하아…….”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조금이라도 숨을 돌리려 했다.
무거운 다리를 끌고 몇 걸음 멀어져 본다.
애석하게도 다리는 금세 잠겨 바닥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그대로 주저앉았다.
심장 박동이 줄어들지 않는다.
혀끝에 피 맛이 감돈다.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져 무언가 찢어진 듯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차라리 이대로 영영 일어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저쪽의 봉태윤이 다가온다.
이미 너덜거리는 하얀색 옷을 입고 내 멱살을 잡아챈다.
힘이 다 빠지기는 저쪽도 마찬가지다.
맥없는 주먹이 얼굴을 두들긴다.
통증이 사라진 지는 한참 됐다.
거울처럼 잔잔히 일렁이는 바닥의 얕은 수면에 내 얼굴이 비친다.
피멍투성이에 퉁퉁 부었다.
형들 보면 놀라겠네.
이 순간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어처구니없었다.
퍼억-!
조금 더 힘이 실린 주먹이 얼굴을 때린다.
그대로 몸이 옆으로 기우뚱 흔들리며 쓰러진다.
저쪽의 봉태윤도 나와 함께 쓰러진다.
회심의 일격이라기엔 초라한 힘이었다.
개싸움이란 말 말고 다른 말을 할 수 있을까.
심장이 턱밑에서 뛰는 것만 같다.
이곳의 하늘은 유독 하얗다.
태양도 달도 없건만 광원이 어디에 있는 걸까.
저 부서진 행성의 잔해에서 빛이 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애초에 현실인지부터 분명하지 않은 공간에 서 있건만.
저쪽의 공격이 끝났으니 이번엔 내 차례였다.
“후우…….”
무릎을 잡고 바닥에서 일어났다.
이곳의 바닥은 얕은 물이 깔려 있는 바닥이다.
그 덕에 하늘과 땅이 서로를 반사하며 위아래가 없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퍽 멋진 공간이었을 텐데.
난 녀석의 멱살을 잡아챘다.
얼굴을 몇 번 가격한다.
힘이 실리지 않은 주먹은 유의미한 충격을 주지 못한다.
녀석과 내 몸이 한데 엉켜 쓰러진다.
봉태윤의 목을 졸랐다.
힘으로 조를 수 없어 무게를 눌러 조르는 중이다.
이건 조른다가 아닌 목을 짓누른다가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른다.
기도를 압박해 죽이겠다는 교살의 목적에는 영 맞지 않는 공격이다.
그럼에도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하는 데엔 충분한 모양이다.
내 밑의 봉태윤이 버둥거린다.
몸에 남은 힘이라곤 한 줌도 없을 텐데 안간힘을 쓰며 날 올려다본다.
손톱을 세워 팔뚝을 긁어댄다.
놔줄 생각은 없다.
이대로 봉태윤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다.
조금의 희열감이 차오른다.
하지만 기대는 늘 배반당하게 마련이다.
“끄아아악!”
저쪽의 봉태윤이 기합을 지르며 날 뒤집는다.
상황이 반대가 된다.
봉태윤이 내 목을 조른다.
아까의 나와는 달리 짓누르는 듯한 교살이 아닌 진짜 옥죄는 교살이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힘이 빠진 팔다리는 의미 없이 바닥을 헤집을 뿐이다.
이대로 조금만 버티면 편해질지도 모른다.
난 눈을 들고 봉태윤을 바라봤다.
얼굴 위에 묘한 희열감이 감돌고 있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이 나는 곳이다.
저쪽도 곧 이 지루한 싸움이 끝날 것임을 인지하고 있나 보다.
저항하기를 포기했다.
저항하기엔 너무 지쳤다.
포기하려는 순간 형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건 반칙 같은 거다.
이렇게 되면 내가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끄아아아악!”
다시 녀석을 뒤집는다.
위에 올라타 주먹질을 한다.
목을 조를 만큼의 힘이 내겐 남아 있지 않다.
퍽-!
퍽-!
뼈와 살이 맞닿으며 터지는 의미 없는 타격음이 고요히 울려 퍼진다.
살면서 이토록 누군가를 관성적으로 때려본 일이 있던가.
이젠 싸움이 아니라 노동이라 느껴질 정도다.
봉태윤도 주먹질 당하는 것이 어느덧 피로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맞닿는 시선에 어떤 의지도, 열의도 없다.
내 주먹이 허공에서 멈춘다.
봉태윤과 눈을 맞춘다.
오래 반복된 싸움 끝에 우리가 왜 싸우고 있던 건지를 다시금 떠올린다.
목적 없이 부유하고 있단 어색함이 돌연 나를 감싼다.
난 나와 같은 얼굴을 한 봉태윤을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내 얼굴이 원래 이렇게 생겼던가.
생경하다.
소름이 돋는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봉태윤을 내려다봤다.
봉태윤이 날 올려다본다.
아니, 봉태윤이 날 내려다본다.
난 봉태윤을 올려다본다.
위아래가 섞인다.
분간할 수 없어진다.
내 인식이 나를 넘어 확장한다.
허공에 멈춘 주먹이 떨려온다.
숨을 참는다.
심장 박동이 멈춘다.
귓가에 이명이 울린다.
눈을 감았다.
나를 감싼 세계가 잠시 사라진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하…….”
이 광활한 공간에 있는 것은 나 하나뿐이었다.
반대편의 봉태윤 따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 하하…….”
기억들이 재조립되며 과거를 더듬는다.
난 이곳에 홀로 떨어졌다.
내가 싸운 것은 반대편의 봉태윤 따위가 아니었다.
“……나였잖아.”
난 줄곧 혼자였다.
수면에 비친 내 얼굴은 누구에게도 맞은 적 없는 사람처럼 깨끗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공을 올려다봤다.
이 공간 또한 실제가 아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높아 보이던 하늘이 우습게도 내 손끝에 닿는다.
이 공간의 모든 것이 허상이었다.
손을 들어 하늘을 가볍게 벗겨냈다.
촤아아아악-!
마치 도화지 찢어지듯 하늘이 갈라지고, 그 너머에 우주가 나타난다.
나와 함께 갔다 생각했던 역전의 시스템이 세계선 앞에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심상세계를 벗어나 우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육체를 입었다 생각했건만 난 육체를 입은 적 따위 없었다.
다시 시스템이 되어 내 우주에 진입했고, 세계선 앞에 자리 잡은 역전의 시스템을 옆으로 치워 버렸다.
내가 비틀어두었던 세계선이 80% 이상 원래의 직선으로 펴져 있었다.
난 손조차 쓰지 않고 의지만으로 세계선을 옆으로 다시 비틀었다.
손을 썼던 것은 익숙함 때문에 그랬을 뿐.
난 이 공간에서 그 무엇도 어렵게 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무엇이든 가능하다.
세계선을 다시 옆으로 꺾어두며 역전의 시스템을 허공에 결박했다.
우주의 의지가 이 시스템을 통해 날 거지 같은 심상 속에 가두었다.
그만큼 억지로 세계선을 비트는 행위가 위협적이란 뜻일 터다.
이런 경우가 없었겠지.
애초에 시스템에게 호되게 당했던 사람이 직접 시스템이 되었으니까.
난 곱게 갈 생각이 없었다.
억울하다거나 그런 감정 때문은 아니었다.
나 혼자만 억울하다 하기엔 인류 역사에서 이와 같은 일은 수천 번도 넘게 이어졌으니까.
내가 이러는 건 폭력적인 시위를 해야 우주가 알아처먹기 때문이다.
곱게 해선 안 된다는 게 사람들 간에만 이뤄지는 일인 줄 알았는데 어디에서나 통하는 법칙이었나 보다.
난 역전의 시스템을 바라봤다.
지금 우주 입장에선 나보다 저게 더 시스템 같을 거다.
세계선을 지켜야 할 시스템이 오히려 세계선을 방해하고 있고, 역전의 시스템이 우주의 의지에 따라서 세계선을 다시 곧게 펴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난 세계선을 더 구부렸다.
끝단 조금만 비틀어져 있던 것이 이젠 꽤 많은 부분까지 일제히 들려서 뒤틀리고 있었다.
나와 형들이 엮어낸 굵은 세계선 뿐만 아닌 그 이전의 세계선들까지 함께 들려 올라오고 있다.
인류가 쌓아온 세계선 전체를 가지고 우주와 흥정 중이다.
역전의 시스템을 다시금 바라봤다.
아직 별 반응이 없다.
좀 더 세계선을 비틀었다.
역시나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
세계선의 절반이 넘게 뒤틀리고 있다.
이젠 나도 뒤가 없다.
세계선을 완전히 역으로 뒤집어버렸다.
사아아아아아-!
그 순간,
“드디어네.”
역전의 시스템에서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내 몸이 한결 흐릿해지고 역전의 시스템이 보다 분명한 형태를 취한다.
이내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이 우주 전체를 감쌌다.
법칙이 바뀐다.
좌우가, 위아래가 역전된다.
우주가 결단을 내린 거다.
내가 이젠 역전의 시스템이 되었고, 저쪽이 이젠 시스템이 되었다.
원래는 이렇게 억지로 세계선을 뒤집는다 하여 역전의 시스템과 시스템의 위치가 뒤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가 개입했으니 가능해진 거다.
어찌 됐든 세계가 뒤집어졌으나 최소 조건은 갖춘 건 아니겠는가.
이제 이 공간은 내 공간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날 결박하고 허공에 띄운다.
텅 빈 기계 같은 눈동자가 날 응시한다.
시스템은 뒤집어진 세계선을 재배열하기 시작한다.
내가 억지로 세계선을 뒤집는 동안 세계가 이리저리 꼬였다.
여러 개의 세계가 한데 겹쳐지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시에 펄쳐졌을 거다.
시스템으로서 당장 나를 처단하기보단 무너지기 직전의 세계를 온전하게 펼치는 것이 우선일 거다.
시스템이 세계선의 배열을 온전히 끝냈을 때.
녀석이 다시 날 쳐다봤다.
시스템은 직접 입을 열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알림으로서만 말할 뿐.
[허용되지 않은 접근입니다.]내가 이 공간에 이런 식으로 존재하는 게 허용되지 않단 거다.
맞는 말이다.
역전의 시스템은 이 우주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화신’을 지정해서 직접 회귀자들을 처단해야 하니까.
세계선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시스템도 정상 작동 중이다.
그렇다면 역전의 시스템이 된 나도 응당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화신 지정.]난 세계선의 끝. 현재 진행 중인 세계를 바라봤다.
그곳에서 나의 화신체를 찾아내야 한다.
한데 이보다 쉬운 일이 있을까.
[화신체로 봉태윤을 지정하겠습니까?]난 굳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할 필요가 없건만 굳이 말을 해보았다.
“당연하지.”
[역전의 시스템이 가동됩니다. 화신체에 미션을 내리세요.]화신체가 받아야 할 미션.
원래라면 현재 세계의 회귀자들인 세이렌 멤버들을 모두 죽이고 세계를 뒤집는 게 목표다.
한데 난 그딴 거 바란 적 없다.
[세이렌 멤버들과 함께 활동하며 그들의 마지막을 바라보시오.] [성공 시, 사망.] [실패 시, 사망.] [미션 기간 : 100년]어느 역전의 시스템이 이런 미션을 낼까.
뭐 누가 뭐라든 현재 역전의 시스템은 나다.
미션을 정하고 집행하는 주체가 난데 누가 막겠는가.
난 눈을 감았다.
이제 역전의 시스템으로서 친히 화신체에 빙의할 시간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