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knae Has to Be an Idol RAW novel - Chapter (256)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256화
몇 번의 죽음을 보았을까.
우연훈은 바닥에 주저앉아 봉태윤의 얼굴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그들은 세계선이 비틀어지는 동안 수백 번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다.
그 죽음에는 그들의 죽음도 있었지만 후에 가선 전혀 모르는 자들의 죽음도 있었다.
낯선 타인의 죽음이라 한들 세계선이 튀어나가는 지점에 있는 죽음들이었기에 어느 것 하나 비참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을 수백 번 반복하여 바라보는 일은 영혼을 깎아 먹는 짓이었다.
십수 번의 회귀를 하면서.
또 시스템으로서 우주에 잠입해 있으면서.
그들 스스로 일반인의 정신력을 초월했다 믿었지만 초월된 정신력으로도 버틸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얘들아.”
우연훈은 낮은 목소리로 멤버들을 불렀다.
“……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다들 오랜 기간 이어진 기현상에 눈동자가 퀭하게 비어 있었다.
봉태윤은 여전히 잠든 채 깨어나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이 상황 속 리더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차라리 보지 않게 하는 편이 나을 터였다.
“우리 차라리 잔다 생각하자. 눈 감고 기다리면…… 그러면 분명 언젠간 끝날 거야.”
“……그럴까요?”
“……차라리 그게 낫겠네요.”
“……하아.”
세이렌 멤버들은 한곳에 모여 서로에게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하늘은 갈라지며 다른 우주로의 전이를 준비했다.
익숙한 현상에 동요하는 이조차 없다.
우연훈은 둥그렇게 모인 멤버들의 얼굴들을 한 번씩 쓰다듬었다.
“금방 끝날 거야. 금방.”
그 손짓에는 애틋함이 묻어 있었다.
이 모든 고생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은 미안함.
그럼에도 다들 서로를 놓지 않고 버텨주는 것에 대한 대견함.
또 언젠간 이 모든 것이 끝나리라는 미약한 희망까지.
우연훈의 손길에 멤버들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다시 전이를 경험하려나 싶은 순간 이전과는 다른 현상이 벌어졌다.
갈라지던 하늘이 일순 멈추고 되감기라도 한 듯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세이렌 멤버들은 전이에 대비해서 눈을 감고 있다가 슬그머니 눈을 뜨곤 하늘을 바라봤다.
“……형. 뭔가 이상해요.”
“저게 뭐야……?”
“처음인 거 같은데……? 저렇게 되는 건?”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쿵-!
그들이 있던 땅이 한차례 흔들렸다.
“형!”
“으아아악!”
“태윤이 챙겨요!”
우연훈은 봉태윤을 꽉 끌어안았고 강도승은 이운과 박동준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땅은 점점 더 진폭을 키워갔다.
“얘들아! 동요하지 말고…… 절대 떨어지지도 마.”
“……네.”
“알겠어요……!”
세이렌 멤버들은 흔들리는 땅 위에서 조금씩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우연훈이 강도승에게 손을 내밀고 강도승도 손을 내밀었다.
강도승과 우연훈이 손을 맞잡자 멤버 다섯이 다 함께 모일 수 있게 되었다.
쿵-!
쿠웅-!
땅의 진폭이 때맞춰 훨씬 커지기 시작한다.
하늘이 다시금 갈라진다.
그들은 봉태윤의 몸을 다 같이 끌어안았다.
의식이 없는 몸은 이런 상황 속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시 큰 부상을 입게 될지 모른다.
“태윤이가 돌아올 거야…….”
“……돌아올 거예요.”
“……반드시 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요.”
그들은 봉태윤을 꽉 끌어안았다.
땅이 뒤집어지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악!”
“미친……!”
“꽉 잡아요! 서로!”
하늘과 땅의 위치가 뒤집히고 세이렌은 그대로 자유낙하를 시작한다.
강풍이 온몸을 찢어발길 듯이 불어온다.
서로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빼지 않았다.
눈을 감고 그저 이 고난을 뚫고 나갈 뿐이었다.
세상의 배경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중세였다가, 근대였다가, 현대로.
숲과 바다와 도시가 연달아 지나간다.
사계절이 고르게 흘러간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어딘가로 낙하하고 있었다.
온몸에 느껴지던 부유감이 일순간 사라진다.
우연훈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솨아아아아-!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익숙한 바다 냄새가 난다.
세이렌 멤버들 모두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잊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속초.
밤바다.
저 멀리 있는 것은 아직 그 어떤 회귀도 겪지 않은 과거의 세이렌이었다.
“여기서 폭죽 쏘면 잡아간다는데요, 형?”
“……그래……?”
“……연훈이 형 지금 엄청 실망한 거 같은데요?”
“……아니야……. 그냥 안 쏘면 되는 거지…….”
“그럼 쏘고 튈까요?”
“뭐?”
“아니…… 걸리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거잖아요.”
“박동준 인성 참…….”
“아니, 뭐요.”
“잠시만요.”
“어? 태윤아? 너 지금 뭐 하…….”
퍼엉-!
“……이런 미친 막내를 봤나.”
“와…… 근데 진짜 예쁘다.”
“어…… 잠시만…… 저기서 누구 오시는데?”
“튀어, 얘들아!”
“으아아악!”
“저기 폭죽 버려두고 그냥 가요?”
“아…… 그냥 가! 빨리!”
싸구려 폭죽이 하늘을 수놓는다.
과거의 그들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해변 관리인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모래사장 위 버려진 비닐봉지에는 아직 쓰지 못한 폭죽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해변 관리인들은 과거의 세이렌을 잡으려다 포기하고 돌아가고 검은색 봉지만 해변 위에 덩그러니 남았다.
“……속초구나. 여기.”
“그러니까요…….”
“속초네요.”
세이렌은 검게 물든 속초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몇 번의 회귀를 거쳤든 동일하게 갖고 있는 공통된 기억이라면 속초에서의 일들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왜 이곳에 도착한 것인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유를 따지는 게 멍청한 짓이었다.
검은색 봉지를 향해 다가갔다.
이전엔 세계에 직접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잡히는데요, 이제?”
“와…….”
“안에 라이터도 있는데.”
그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우연훈은 모래사장에 봉태윤을 앉힌 뒤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강도승은 라이터가 작동하는지 톱날바퀴를 돌려봤다.
박동준은 모래에 폭죽을 세팅했고 이운은 해변 관리인이 멀리까지 사라졌는지를 체크했다.
왜 폭죽을 날리고 싶었는진 알 수 없다.
그저 예전엔 보지 못했던 그 폭죽을 이젠 보고 싶단 마음이 들 뿐이었다.
심지에 불이 붙는다.
하늘로 날아가 허술한 불꽃을 수놓은 뒤 사그라드는 폭죽이다.
5개의 폭죽이 밤하늘에 날아가 터진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초라하고 짧은 폭죽이었건만 다섯 개가 연이어 터지는 덕에 꽤 웅장한 느낌을 자아냈다.
“좋다.”
“그러니까요.”
“태윤이도 같이 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같이 보고 있을 거야.”
마지막 폭죽이 빛을 잃고 사그라들 무렵.
화아아아악-!
다시금 시간이 뒤바뀌었다.
트럭 기사와의 교통사고를 가까스로 피하는 순간.
더쇼케이스2에서 우승하는 순간.
황홀했던 데뷔무대.
꿈만 같던 음방 1위.
연습에 잠을 잊던 밤들.
작은 유머에 배꼽 빠져라 웃던 저녁들.
이 세계의 회귀자였던 봉태윤이 묵묵하게 써내려 갔던 삶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우연훈, 강도승, 이운, 박동준은 봉태윤의 세계를 말없이 바라봤다.
봉태윤이 바라왔던 꿈이 무엇인지.
그토록 갖고자 했던 순간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위해 봉태윤이 어디까지 스스로를 포기했는지.
강도승은 입술을 씹었다.
이운은 남몰래 흐느꼈다.
박동준은 입을 틀어막았다.
우연훈은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봉태윤의 생각들과 선택들을 묵묵히 바라봤다.
환한 빛이 이내 그들을 덮쳐온다.
그들은 서로를 더 꽉 끌어안은 채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들은 한강 강변에 앉아 있었다.
“……돌아왔어…….”
“……하…… 하하.”
“와…….”
“하아…….”
봉태윤이 강석두와 함께 추락했던 바로 그곳.
꼬여 있던 세계선이 다시 원래의 순서로 돌아왔다.
수백 번 넘게 보고 왔던 죽음의 순간들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하……하하하.”
박동준이 대자로 뻗어서 헛웃음을 친다.
“돌아왔어…….”
강도승은 안도감에 빠진 채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이운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이리로 와봐.”
우연훈은 봉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연훈의 부름에 멤버들이 모여든다.
우연훈의 시선은 봉태윤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봉태윤의 눈꺼풀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거 보여?”
“……뭐……예요?”
“잠시만.”
“……봉태윤?”
눈꺼풀이 꿈틀거린다는 것은 눈동자가 움직인단 소리다.
눈동자가 움직이려면 의식이 있어야 했다.
“……태윤아.”
우연훈이 나지막히 봉태윤을 불렀다.
“봉태윤…….”
강도승도 봉태윤의 이름을 불렀다.
“태윤아.”
“봉태윤!”
이운과 박동준도 차례로 봉태윤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손을 잡아 쥐었다.
이내,
화악-!
봉태윤이 눈을 떴다.
세이렌 멤버들은 봉태윤과 시선을 맞췄다.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 봉태윤은 그들이 알던 그 봉태윤이 맞았고, 약속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끝내고 돌아왔음을 말이다.
“……형들?”
“태윤아!”
“으아아아악!”
“봉태윤!”
“으아아!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악!”
우연훈이 봉태윤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 위를 강도승이 끌어안았고, 이운과 박동준도 힘을 보탰다.
세이렌은 한 덩어리가 되어 강변 위를 한동안 굴러다녔다.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채.
모든 회귀를 벗어던졌음을 체감하며.
그들 앞에 놓일 꽃길을 애써 상상했다.
“……다녀왔어요. 형들.”
길고 긴 회귀의 마지막이었다.
* * *
제법 겨울 날씨가 느껴지는 12월 초.
W넷에서 주관하는 뮤직 어워즈가 진행되었다.
그해에 가장 훌륭한 성과를 선보인 음악인들이 모여 서로의 작업물을 축하하고 찬사를 보내는 자리다.
형들과 나는 한껏 멋을 부린 의상을 차려입고 어워즈에 참석했다.
몇 번의 축하무대를 직접 꾸몄고, 다른 가수들이 하는 축하무대를 바라봤다.
올해 처음으로 행해지는 메이저한 뮤직 어워즈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수상이 향후 다른 어워즈에서의 수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때문일까.
형들은 유독 떠는 모습들을 보였다.
“뭘 그렇게 떨어요, 대체.”
“대상 받아야 하잖아…….”
“대상…… 대상…… 대상…….”
“으아아아아. 대상 받을 수 있을까?”
“후우…… 진정해.”
회귀를 하며 이것보다 더 큰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았던 사람들인데 과하게 긴장하고 있었다.
“그래미도 씹어먹었다던 인간들이 담이 왜 그리 작아졌어요.”
“이건…… 우리의 진짜 첫 번째 인생이잖아.”
“이제 회귀 같은 거 없다고.”
“그래도 회귀자가 다섯인데 첫해에 대상 못 타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쪽팔리잖아.”
“남들이 우리가 회귀한 걸 알겠어요.”
“우리가 알잖아, 우리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니까.”
“목소리 낮추자 얘들아. 옆 테이블에서 들릴 수도 있겠다.”
우리가 너무 큰 목소리로 떠들어설까.
연훈이 형이 볼륨 조절을 부탁했다.
우린 아까보다 말하는 목소리를 낮췄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내가 한강에서 강석두와 투신한 건은 대서특필 되어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퍼져 나갔다.
조현병 증상을 겪는 납치범이 나를 납치해 동반자살을 시도했다는 내용을 담아서 말이다.
우리 팬들뿐만 아닌 전 세계의 많은 대중들에게 충격을 주는 일이었다.
연예계라는 곳이 생긴 이래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석두가 얼마 못 가 경찰에게 잡히며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내가 건강에 큰 탈 없이 퇴원함으로 인해 사건의 임팩트에 비해 후폭풍은 거세지 않았다.
꽤나 깔끔한 마무리였으니 말이다.
회사 사람들과 방송국 사람들, 온리원, 그리고 강현성에게 무수히 많은 걱정과 안부 연락을 받으며 4달간을 보양에만 집중했다.
이후 남들 모두가 뜯어말렸지만 우린 컴백을 준비했다.
언제까지고 대중들에게 납치된 아이돌 이미지로만 남을 순 없었으니 말이다.
회귀자의 기억들과 완전하게 합쳐진 형들의 능력치는 상상 이상이었고 컴백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납치사건의 잔상을 지우고 아이돌로서의 이미지만 남기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해당 앨범으로 일간, 주간, 월간 차트를 전부 쓸어담고 음악방송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활동을 종료했다.
앨범 초동의 경우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는 데에도 성공했으며 초동 집계 이후에도 판매 폭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며 천문학적인 누적 총매출을 기록했다.
신인치고 오랜 기간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화력을 보여주는 데에 성공한 셈이다.
이후 바쁘게 이런저런 스케줄을 소화했고 겨울 기념 싱글을 준비하는 중에 어워즈에 초대되어 참석했다.
현재 어워즈는 신인상과 여러 특별상들 시상을 모두 마무리한 상태다.
신인상은 별 이변 없이 온리원이 수상했다.
다들 온리원이 신인상을 받을 것을 예상했기에 의아해하지 않았다.
우리야 뭐 다른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또 받으면 되는 거고.
여기선 대상을 받는 게 목표다.
이제 남은 순서가 W넷 뮤직 어워즈의 실질적 대상이라 할 수 있는 ‘Song of The Year’ 시상이다.
우리 말로 올해의 노래, 라는 상이다.
시상자로는 중년의 한 배우가 올라왔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국위선양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올해의 노래 후보곡으로 여러 곡이 스크린에 올라온다.
그중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래.
Siren – [Blue Ocean>
우리를 빌보드에 진입시켜 준 곡이자 회귀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해준 곡이다.
[Blue Ocean>은 당시 내 납치 사건과 함께 바이럴을 타며 빌보드에서 9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해당 순위를 꽤 오랜 기간 유지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국내외에서 많이 들린 k-pop 곡이라 해도 무방하다.
“후우우…….”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래설까.
형들은 더 긴장 중이다.
진짜로 올해의 노래 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중년 배우가 마이크 앞에 서서 좌중을 훑는다.
-올해에 가장 사랑받은 곡을 뽑는 상이죠.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노래가 되리라 예상했을 것 같은데요…….
배우는 말끝을 흐리며 분위기를 유도했다.
큰 공연장에 긴장감이 흐른다.
숨 막히는 잠깐의 정적 끝.
-축하합니다. 올해의 노래는 세이렌의 [Blue Ocean>입니다.
“…….”
“……오.”
“……와.”
“와아”
“끄아아아아아악!”
“으아, 으아, 으아아아!”
“오오오오오!”
“대박……!”
우리가 올해의 노래 상을 받았다.
폭죽이 터지고 스포트라이트가 우릴 훑는다.
-세이렌의 [Blue Ocean>은 트리플 크라운 올킬을 달성하며 빌보드 핫 100 차트 9위까지 오르는 등 한 해의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k-pop 곡으로서의 위엄을 보였습니다. 해당 곡은 현재까지도 차트의 상단에 자리하며…….
아나운서가 읊어주는 우리 곡의 기록들과 정보들을 배경으로 둔 채 우린 시상대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온리원이 있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와 많은 걸 함께한 라이벌이다.
우린 그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강현성이 내 앞에 섰다.
“축하해요.”
“……고맙습니다.”
“저한테 고마울 게 뭐가 있나요. 그쪽이 잘한 거지.”
“고마운 거 꽤 많아요.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갚을게요.”
“알았어요. 어서 가봐요.”
난 강현성과 짧은 대화를 나눈 후 시상대로 이동했다.
시상자가 우리에게 올해의 노래 트로피를 안겨준다.
연훈이 형이 대표로 상을 받은 후 우리에게 한 번씩 넘겨준다.
묵직하고 차갑다.
단순히 금속 덩어리일 뿐이건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게 있었다.
수상소감을 말할 차례다.
이런 건 전통적으로 리더가 해왔다.
한데 연훈이 형은 자신이 말하려고 하다가 날 슬쩍 보더니 급히 마이크를 넘겼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작게 눈웃음 짓고는 어서 오라며 고개를 까딱까딱한다.
난 마이크 앞에 섰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긴장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만 전할 수 있는 진심이 있다 믿고 조심스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온 많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난 형들을 한 번씩 바라봤다.
“처절하기도 했고, 나름대로 행복하기도 했고, 또 눈물 나기도 했던 날들이었는데…… 어떻게 그 시간들을 모두 지나서 여기까지 도달했네요.”
연훈이 형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도승이 형이 내 뒤에 와서 서고 운이 형과 동준이 형이 양옆에 찰싹 달라붙는다.
“앞으로도 우리들의 음악을 행복하게 해나가며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세일러들, 승연 씨 현아 씨, 유원동 사장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난 우릴 지지해 준 그 모든 사람들에게 건넬 마지막 말을 골랐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잘 골라야 한다.
머릿속 사전을 뒤져 고르고 고른 나의 작별 인사란 이토록 평범했다.
“지금까지 세이렌의 봉태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막내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