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0)화(10/162)
<10화>
“으으…… 피곤해.”
셀로니아는 카페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수다를 떠는 바람에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아가씨께 좋은 친구들이 생기신 것 같아 기뻐요.”
엘라는 영애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흡족한 얼굴이었다.
셀로니아도 그들이 마음에 들었다.
친해지고 보니 한시도 멈추지 않는 입 때문에 조금 귀가 아프긴 했지만, 성정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자신을 대신해서 이안과 그레이스를 대신 욕해 줘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초대는 언제 하실 거예요?”
“조만간 해야겠지.”
그녀는 그들과 다음 약속도 잡았다.
공작저를 꽤 궁금해하는 눈치길래 다음 만남은 자신의 집에서 티타임을 가지기로 했다.
휴직 기간을 친구들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맛집에 가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그런 평범한 날들을 무척이나 꿈꿨으니까.
빙의하고 나서 같은 여자들끼리 수다를 떨어 본 건 처음이기도 했고.
저는 언제나 이안, 레예프 그리고 맥라이언과 함께였으니.
이런 소소한 일상으로 삶을 꾸려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씨! 전부터 궁금했는데 마왕은 어떻게 생겼나요?”
“마왕?”
“소문만 무성하지 실제로 본 사람은 구원자뿐이잖아요. 정말 마물들처럼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흉측한가 해서요.”
뜻밖의 질문에 셀로니아의 머릿속에 네 명이 합심하여 마왕을 물리쳤던 날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첨탑에 도달한 그날, 드디어 마주한 마왕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온몸이 검은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그건 족히 3미터는 넘어 보이는 키를 가진 거대한 마물이었다.
사람이라고도 동물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 모습은 흡사 신화 속 동물인 파몰라를 닮았으며 머리에는 길고 뾰족한 붉은 뿔 두 개가 달려 있었다.
얼굴은 검은빛에 휩싸여 제대로 보이진 않았으나,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타오르는 붉은 눈동자만큼은 형형했다.
“끔찍했지.”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가끔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잘생긴 외형으로 사람을 홀린다고 하길래 궁금했거든요.”
“…….”
셀로니아의 입술이 순간 움찔거렸으나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어차피 그의 진짜 모습을 본 건 자신뿐이었으니까. 다 끝난 일이기도 하고.
어둑해진 바깥을 보다 피로해진 눈가를 문지르고 있던 찰나.
“히이이잉!”
갑자기 크게 우는 말 소리와 함께 달리던 마차가 급정거를 했다.
셀로니아와 엘라는 본능적으로 손잡이를 꽉 붙잡은 덕에 튕겨 나가진 않았다.
깜짝 놀란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어 댔다.
손잡이를 잡지 않았으면 못해도 전치 3주였다.
“괜찮으세요, 아가씨?”
엘라는 고동치는 심장께를 꽉 부여잡고 셀로니아의 안위부터 살폈다.
셀로니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마차 창으로 바깥을 확인했다.
“크르르릉.”
울음소리와 함께 짐승들이 보였다.
“아, 이런…….”
순간 그녀의 얼굴에 낭패감이 어렸다.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짐승들이 마차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못해도 열댓 마리는 되어 보였다.
“고, 공녀님. 수, 숲을 가로질러 간다는 게 그만……!”
마부가 밖에서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고 보니 이 길은 집으로 돌아가는 대로가 아니었다.
해가 저물고 있어 빠르게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샛길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큰 도로가 아닌, 이 숲길과 연결된 샛길엔 가끔 가다 굶주린 짐승들이 출몰하곤 했다.
그래서 잘 이용하지 않는 길인데, 하필이면…….
“뚫고 지나갈 수 없나요?”
“그, 그것이 말들이 겁을 먹어서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요…….”
“안 돼요. 어떻게든 뚫고 가야 해요.”
마차에서 나가면 안 된다. 그럼 바로 짐승들에게 물어뜯길 테니까.
“젠장…….”
셀로니아는 까득 입술을 깨물었다.
아버지가 기사들을 대동하라 했으나, 누군가 쫓아다니는 게 너무 귀찮아 한사코 거절한 과거의 자신이 싫어질 정도였다.
검이라도 들고 나왔어야 했는데…….
“어, 어쩌죠?”
잔뜩 겁을 먹은 엘라가 어깨를 움츠렸다.
몇 마리면 그녀 혼자서 해볼 만했으나, 수가 너무 많았다.
“공녀님……. 죄송합니다, 도저히…….”
마부가 울먹였다.
마차 안이라 전면을 보지는 못했으나 짐승들에게 완벽히 포위되어 마차를 움직일 수 없는 듯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다 물어뜯길 거야…….’
생각하자, 생각해.
셀로니아는 초조함에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머리를 굴렸다.
그래, 어쩌면…….
“전면의 짐승만 해결하면 달릴 수 있을까요?”
“시, 시도는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마차 바로 앞에 있는 짐승들만 어떻게 해 볼 테니 신호를 주면 그때 바로 달려요.”
그녀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히 있다가 물어뜯기느니 뭐라도 해 봐야 했다.
“아, 아가씨…….”
위험을 직감했는지 엘라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걱정 마.”
셀로니아는 애써 미소 지으며 엘라의 손을 떼어 냈다.
계속 말리는 엘라를 무시한 채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마차 밖에서 보니 예상보다 짐승의 수가 더 많았다.
늑대 무리와 더불어 주변을 배회하던 굶주린 들개들까지 모여든 것 같았다.
“크르르릉.”
들개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금방이라도 공격할 태세로 몸을 낮추었다.
으르렁거리며 드러난 입안에 아주 날카로운 이빨들이 보였다. 물렸다간 살이 관통당하고 갈기갈기 찢겨 나가겠지.
입술이 바짝 말랐다.
‘괜찮아, 빨리만 움직이면.’
그녀는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빠르게 뛰었으나, 시야가 확보될 위치로 조금씩 나아간 그녀는 곧장 말을 포위하고 있는 짐승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윽고 손안에서 일직선으로 뻗어 나온 치유의 빛이 들개들을 공격했다.
생각보다 화력이 셌는지 네 마리가 동시에 깨갱깨갱하며 나가떨어졌다.
“지금!”
셀로니아가 소리치며 마차를 타기 위해 잽싸게 몸을 돌렸다.
그러나 짐승들이 더 빨랐다.
늑대 한 마리와 들개 여러 마리가 입을 쫙 벌린 채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와앙!”
“아가씨!”
짐승의 포효와 절박한 엘라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어찌할 도리도 없이 눈앞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들어서는 순간.
콰앙!
귀가 멀 정도로 커다란 굉음이 일더니 검은 빛이 그녀를 덮쳤다.
동시에 불어닥친 강한 돌풍에 그녀의 몸이 그대로 날아가 어딘가를 박고 나뒹굴었다.
“으윽…….”
흙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등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고통에 앓는 소리를 내었다.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몇 미터를 날아간 몸이 기둥이나 나무를 박고 바닥에 떨어진 듯했다.
“윽……!”
일어나 보려 애를 썼지만 허리를 다친 건지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사방은 엄청난 흙먼지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그저 귀가 떨어질 만큼 깨갱거리는 짐승의 울음소리만 계속 들려올 뿐.
상황을 알 길이 없어 답답함을 느끼는데, 갑자기 소음이 뚝 끊기며 적막이 찾아왔다.
더 이상 짐승의 울음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뿌연 흙먼지 사이로 거대한 실루엣이 보이고 있었다.
이 사람이 도와준 건가?
셀로니아는 눈을 찌푸리며 실루엣을 보기 위해 노력했다.
검은 실루엣은 점점 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동굴 안을 걷는 양 커다란 발소리가 땅을 울렸다.
곧이어 검은 신발이 쓰러져 있는 그녀의 얼굴 앞에 멈춰 섰다.
“읏…….”
셀로니아는 고통을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걷힌 흙먼지 사이로 거대한 실루엣의 정체가 드러났다.
“야수……?”
셀로니아의 벌어진 입에서 작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선혈처럼 새빨간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는 밤을 집어삼킨 남자였으니까.
밤의 야수라고 불리는 그 남자.
남자는 그녀가 놀란 것과 다르게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천천히 몸을 숙이고 있었다.
점점 그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 순간 몰아친 차디찬 바람에 그의 앞머리가 이마 뒤로 넘어가자 완연한 얼굴이 드러났다.
“…….”
셀로니아는 경악하며 숨을 삼켰다.
그 얼굴은 그녀에게 너무도 익숙했다.
카페에서 마주쳤을 때 어디서 본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 당신 부, 분명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나를 아나.”
너무 놀라 제멋대로 흘러나온 그녀의 음성에 반응 없던 그의 새빨간 눈동자가 번뜩였다.
“말해라. 너, 나를 아나.”
그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으르렁대며 말했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이 손으로 직접 저 남자를 베었는데.
저 마왕을.
셀로니아는 시야에 가득 들어차는 빨간 눈을 다 마주하지 못한 채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