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0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01)화(101/162)
<101화>
“식사하셔야죠.”
웃는 셀로니아의 손에 잘 익은 두 개의 오우거 고기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그중 제일 큰 것을 맥라이언에게 내밀었다.
“됐다. 너나 많이 먹어라.”
맥라이언은 눈앞의 고기를 보자 토할 것 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잘 먹어야 체력이 회복돼요. 여기 둘게요.”
그녀는 주워 온 커다란 나뭇잎에 고기를 올려 맥라이언 옆에 내려 두었다.
귀찮아서 대답도 하지 않은 맥라이언은 나무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런데 돌아갈 줄 알았던 셀로니아가 그의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들고 있던 오우거 고기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뭐냐. 안 가?”
“나무 그늘 아래라 시원하네요.”
“허…….”
어처구니가 없어 맥라이언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산적처럼 고기를 뜯어 먹으며 그녀는 연신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이안과 레예프조차 마물 고기를 먹을 때면 힘겨워하던데 이 여자는 어째 그들보다 비위가 좋았다.
“징그럽지도 않냐?”
“그렇게 따지면 먹을 거 하나도 없어요. 생존하려면 먹어야죠.”
그리 대답하며 그녀는 다시 한번 고기를 크게 뜯어 우걱우걱 씹어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꼭 살고 싶거든요. 꼭 살아서 돌아가고 싶어요. 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알고 싶은 것도 많고.”
“…….”
“그러려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무임승차하지 않게 노력할게요. 1인분은 해야죠, 저도.”
무임승차?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으나 다짐 같은 그 말에 대충 맥락은 파악하였다. 그들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 같았다.
그런데 그런 비장한 말을 꾀죄죄한 몰골로 하니 퍽 우스웠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만큼은 단 하나도 우습지가 않았다.
무언가 독기를 품은 것처럼 결연하고 단단한 눈동자가 푸르게 빛나는 게 꽤나 마음에 들 정도였다.
‘의외네.’
맥라이언은 셀로니아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다. 곱게 자라 힘들다고 징징거릴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토벌 내내 힘들다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체력적으로 힘겨워는 했지만 언제나 군말 없이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맥라이언 님도 언제든 저 이용해요.”
“뭐?”
순간 그녀의 하얀 손이 상처 난 맥라이언의 옆구리에 닿았다.
이윽고 하얀 치유의 빛이 그의 몸속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지하려던 맥라이언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상처에서 느껴지던 쑤시는 듯한 통증은 빠르게 잦아들었고, 흐르던 피는 멎었으며, 찢긴 살갗이 아물었으니까. 아주 감쪽같이.
더는 아프지가 않았다. 옆구리는 상처가 났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매끈했다.
“너…….”
“감사해서요. 오늘 무척 고생했잖아요. 제 치유술이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될 거예요.”
“…….”
맥라이언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셀로니아를 응시했다.
다친 상처를 치료해 놓고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니.
상처가 난 것을 알면서도 숨기고자 했던 자신의 모습에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었다.
본인의 몸 하나 간수 못 할 정도로 힘겹게 마물을 토벌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상처를 눈치챈 것이었다.
“하하하!”
그는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원정에 참여한 이후 처음으로 크게 웃어 보는 것이었다.
희한하면서도 재밌었으니까.
지금은 죽은 그의 선대는 가끔 가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고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지금은 무슨 소리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가녀린 한 떨기의 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마물의 고기를 뜯어 먹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다리로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묵묵하게 행군한다.
살아남아야 하는 어떠한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듯 악이 담긴 푸른 눈동자까지.
그는 셀로니아가 웃겼다. 재밌고 흥미로웠다.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을 정도로. 그녀가 말한, 살아서 해야 할 것이 뭔지도 궁금했고.
여전히 그녀가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뭐, 인간 여자 하나쯤 지켜 내는 일이야 쉬웠으니까.
“그럼 쉬세요, 맥라이언 님. 음식 꼭 드시고요.”
“말 놓아라.”
“예?”
“맥라이언, 앞으로 내 이름으로 불러.”
그는 당황한 셀로니아를 보며 씨익 웃었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두 사람을 에워쌌다.
* * *
마음의 시작이었던 그날과 함께 모든 감정이 되돌아온 맥라이언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게…….
“기분이 어때.”
분명 계속 곁에서 들어 왔건만 너무나도 오랜만에 듣는 것 같은 셀로니아의 음성에 맥라이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풍랑을 맞은 배처럼 흔들리는 눈동자가 하늘과도 푸른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셀리.”
먹먹한 물기가 어린 목소리가 떨리는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위대한 드래곤께서 인간의 술수에 당했다는 걸 안 소감은?”
진작 맥라이언의 가슴에서 손을 뗀 셀로니아는 탄의 곁에 서 있었다.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무감한 표정으로.
“하……. 그 여자가 나한테…….”
지금까지 그를 지배하고 있던 그레이스의 대한 감정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불타 없어져 버렸다.
진실을 깨닫자 우습고 수치스럽게도 자신이 인간 여자한테 당했다는 것에 고고하던 맥라이언의 자존심이 와락 구겨졌다.
“감히 나를 능멸하다니! 대체 무슨 짓을……!”
분개한 맥라이언이 여전히 바닥에 널브러진 채 주먹을 쾅 내리쳤다.
치유가 말끔하게 끝난 그의 얼굴은 이보다 더 큰 수모를 겪을 순 없다는 듯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제가 초월적인 존재라며 인간과는 다른 고결한 드래곤이라고 명백히 선을 긋던 그는, 고작 인간 여자가 부린 술수를 눈치채지 못하고 당했다는 것에 모욕감을 넘어 부아가 치밀었다.
“내게 할 말이 그것뿐이야?”
“진심이 아니었다. 알잖아! 그래서 네가 나를 되돌려 놓은 게 아닌가!”
심장을 아릿하게 꿰뚫는, 많은 의미가 담긴 그녀의 물음에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맥라이언이 입을 열었다.
“너를 성가신 존재로 생각한 건 맞아. 하지만 그건 너를 알기 전 일이야! 내가 너를 어찌 대했는지 잊었어? 벼랑 위에서 떨어진 너를 구하고 내 심장을 바쳤을 정도로 너를 아끼고 좋아했다.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
“제길! 인정하는 게 뭐 같지만 그 여자가 내게 부린 술수 때문에 내가 잠시 미친 거야. 그래서 내가 너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거야. 진심은 아니었다. 그건 진짜 내 진심이 아니었어!”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셀로니아가 계속 대답이 없자 맥라이언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애간장이 탔다. 무슨 말이라도 해 줬으면 싶은데 그녀는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레이스의 술수가 그의 두 눈을 가리자 셀로니아와 함께했던 과거의 기억이 왜곡되었다.
그녀를 향한 감정은 모두 애정을 기반하였기에 애정을 뺀 나머지의 감정은 그저 토벌 여정의 초반에 느꼈던 성가심과 부정적인 감정뿐이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한 것이었다.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었다.
“셀리, 무슨 말이라도……!”
“내가 말했지. 후회는 네 몫이라고. 그런데 넌…….”
셀로니아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붉어진 눈가를 찌푸리고 있는 맥라이언은 상당히 억울해 보였다.
이해한다. 모르고 당했으니 당연히 억울하겠지. 그런데 그에게서 나와야 할 말이 정작 나오지 않고 있었다.
술수에서 벗어난 지금 그는 계속 변명, 변명, 또 변명뿐이었다.
나를 이해해 달라고, 너도 다 알고 있으니 이해하지 않느냐고. 애초에 봐줄 생각도 없었으니 자기 합리화뿐인 말들의 향연에 셀로니아는 단단히 마음을 굳혔다.
“다 알고 나서도 사과 한마디 없구나.”
“…….”
쿵.
그녀의 입이 벌어지는 순간, 맥라이언은 심장이 땅 밑까지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실수를 깨달은 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갔다. 상황을 수습하기 급급하여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지금껏 그가 셀로니아를 향해 내뱉었던 모진 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되살아났다.
그때마다 도리어 제 마음이 아플 만큼 일그러졌던 그녀의 표정이 떠올라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아연해져 갔다.
게다가 동시에 떠나가 버린 동료들의 배신에 홀로 남았던 셀로니아가 받았을 상처가, 축하연에서 그레이스 옆에 뻔뻔하게 서 있던 자신들을 보던 그녀의 눈빛이 아른거려 맥라이언은 덜덜 떨리는 손을 말아 쥐었다.
“나는…… 그러니까 나는, 셀리…….”
파르르 떨리며 열렸던 그의 입술은 이내 닫히고 말았다.
미안하다는 말이 왜 이렇게 입에서 떨어지질 않는 걸까. 목 끝까지 차올랐으나 도무지 음성이 되어 밖으로 내뱉어지지가 않았다.
자존심 때문인 걸까. 그것도 아님…….
“저쪽이다!”
그 순간이었다.
우르르 몰려드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흘러들어 왔다.
아까 전 기력을 소진했던 맥라이언의 결계가 사라지면서 참가자들이 그리핀을 발견한 것이었다.
“내가 잡을 것이다!”
“먼저 발견한 것은 나다! 저리 비켜라!”
심지어 경쟁하는 목소리들을 뚫고 화살이 이쪽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으로 인해 멀리서도 그리핀의 머리가 보였으니까.
하지만 허리께까지 오는 수풀에 가려 셀로니아와 탄 그리고 맥라이언은 보이지 않았기에 참가자들이 활을 마구잡이로 쏘아 댔다.
그리고 결국 화살 하나가 수풀을 지나쳐 빠르게 셀로니아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셀리!”
놀란 맥라이언이 뒤늦게 셀로니아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탄이 먼저였다.
눈 깜짝할 새 검을 뽑아 든 탄은 셀로니아를 한 팔로 안더니 자신의 등 뒤로 숨기며 날아온 화살을 단번에 베어 내 버렸다.
“…….”
그 순간 맥라이언은 똑똑히 보았다. 화살을 베어 내고 난 뒤 자신을 향한 붉은 눈동자의 살기를.
“멍청하게 당해 놓고 네놈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
“…….”
“더 상대해 줄 가치도 없군.”
맥라이언에게 셀로니아를 보일 수 없다는 듯 등 뒤에 그녀를 단단히 숨긴 탄은 맹수가 송곳니를 드러내듯 으르렁거렸다.
용암처럼 들끓는 감정이 깃들어 있는 붉은 눈동자. 셀로니아를 향한 집착과도 같은 광기가 엿보였다.
마치 모든 위협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너무나도 확실히 느껴지는 셀로니아를 향한 그의 감정에 맥라이언의 입이 저절로 다물렸다.
“다시 내 눈에 띄면 그땐 진짜 네놈을 죽여 버릴 것이다.”
탄이 경고를 마치자마자 셀로니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셀로니아는 미련 없이 뒤돌아서 참가자들이 몰려오기 전에 그리핀을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셀……!”
맥라이언이 급히 셀로니아를 붙잡기 위해 입을 열었으나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였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이 냉담했으니까.
“어? 여기 있던 짐승 못 보셨습니까?”
뒤늦게 도착한 참가자들이 물어 왔으나 맥라이언은 발에 풀이 붙은 듯 제자리에 서서 셀로니아가 사라진 방향만 쳐다보고 있었다.
* * *
“이제 어쩌죠?”
셀로니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리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들은 맥라이언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탄의 순간 이동으로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 왔다.
하지만 사냥제가 끝나지 않는 한 참가자들은 그리핀을 찾아 나설 것이다.
“푸르릉.”
그리핀은 기분이 좋은지 눈을 끔뻑이며 셀로니아의 손길을 가만가만 받고 있었다.
그녀는 용서를 비는 레예프에겐 그레이스의 세작 노릇을 시켰지만 맥라이언에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못하는 옛 동료는 이제 더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마 오늘 일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된 맥라이언이 그레이스를 어떻게 대할지는 뻔했다.
고고한 드래곤의 자존심에 금이 갔으니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그렇담 그레이스는 자신의 술수가 들켰다는 걸 알게 되겠지.
이제 상관없었다.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이미 레예프에게 받은 다즐링을 증거로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증인들도 있었다.
오히려 그레이스의 수작질이 만천하에 알려지는 것이 진실에 다가가기 더 수월할 테다.
“셀로니아.”
“네. 뭐 방법 없을까요? 그리핀을 살릴 방법이요.”
탄의 부름에 셀로니아가 뒤를 돌아보며 질문했다.
온통 신경이 그리핀에게 가 있는 그녀를 보며 탄이 픽 웃었다.
맥라이언은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모양이었다. 어떤 변명도 들어 주지 않겠다더니 정말이었다.
탄은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셀로니아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가 짐처럼 불필요한 존재?
맥라이언의 말은 우습기 짝이 없었다. 몇 번이고 저 손에 의해 살아났을 거면서 감히.
설령 셀로니아에게 치유 능력이 없었다 한들 그들은 그녀에게 위로받고 구원받았을 게 뻔했다.
그녀는 제 정체를 알면서도 지나치지 못한 채 상처를 치료하고, 오해를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넬 줄 알고, 다름이 아닌 특별함이라 위로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로 인해 기억을 잃고 망망대해에 혼자 떠 있던 자신조차도 몇 번이고 위안을 받았다. 그녀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탄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커다란 그의 손이 셀로니아의 하얀 뺨을 감싸 쥐었다.
보드라운 촉감이 손바닥 전체를 간질이자 심장이 뛰어 대며 시도 때도 없는 욕망이 또다시 피어올랐으나, 그는 애써 삼키며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다.”
“정말요? 뭔데요?”
“그건…….”
탄이 자신이 생각한 방법에 대해 셀로니아에게 설명했다.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셀로니아를 위해서라도 잃어버린 자신의 것을 죄다 되찾아야겠다고.
그리하여 되지도 않는 덜떨어진 놈들보다 더 잘나게, 아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을 그녀의 손에 쥐여 줘야겠다고. 원한다면 이 제국까지도.
그녀를 향한 열망이 커질수록 무저갱처럼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그의 암흑이 점점 더 떠오르고 있었다.
잃었던 마왕의 본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