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03)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03)화(103/162)
<103화>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란 셀로니아가 움찔 몸을 떨었으나 이내 뜨겁게 저를 열망하고 있는 그의 붉은 두 눈과 마주하자 손을 들었다.
당연하게도 그녀 또한 그를 원했으니까.
그녀의 하얀 손이 칠흑처럼 어두운 그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 만졌다.
“읏……!”
그 순간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들자 그녀의 입에서 새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지나는 곳마다 잔 입맞춤을 하며 움직인 그의 입술이 어느새 그녀의 우묵한 쇄골에 닿았다.
아득한 느낌에 셀로니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황제와 같은 높이에 서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던, 모두가 그녀를 향해 축하를 쏟아 내던 그 순간. 다시 한번 그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을.
반년 전엔 절대 상상해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안도 레예프도 맥라이언도 아닌 탄이 단상 아래에서 그 누구보다 환히 웃으며 저를 축하했다.
그 모습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진심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탄은 본인이 아닌 그녀가 무엇을 이뤄 내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했으니까. 이 세계의 남주들이었던 그 세 사람과 다르게 말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셀로니아는 알았다. 그들은 알량한 자존심과 남자로, 특히나 잘난 남자로 태어난 그들의 기저엔 당연하게도 여자인 제가 그들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던 거였다.
절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저를 동등한 인격으로 보지는 않은 것이었다.
자신들의 명예를 더 중요시한다는 건 제가 쓰러져 있는 동안 승전식에 모두 참여한 그들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힐난하는 게 아니었다.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승전식을 조금 미룰 수 없는지 정식으로 요청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그들은 애초에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드높은 영예를 안을 수 있는 그 자리를 저 때문에 미뤄야 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을 테니까. 같이 토벌을 한 동료인데도 말이다.
‘오늘 일은 아버지조차 싫어했지.’
셀로니아는 돌아올 때 마차 안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표정을 떠올렸다.
딸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밀어주고 찬성하던 아버지였으나 사냥제 우승한 것에 대해 고생했다는 말뿐, 축하는 건네지 않았다.
그건 아마 고상해야 할 귀족 영애가 남자들을 다 제치고 사냥제에서 억세게 우승을 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탄은 왜…….
“우승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안을 이기고 싶어 했잖아요.”
말랑한 입술에 촉감이 살을 파고들자 셀로니아가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으며 질문했다.
그러자 탄이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어느새 왼쪽 쇄골까지 가 있던 입술을 떼어 내며 탄은 고개를 들어 몽롱하게 풀려 있는 눈으로 셀로니아를 마주 보았다.
그의 손은 그녀의 허벅지에 멈춰 있었다.
“네가 우승하지 않았나.”
“아니요. 당신이 직접 우승할 수 있었잖아요.”
“상관없다. 넌 가장 높은 곳이 어울리니.”
“…….”
셀로니아는 어쩐지 처음으로 동등한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이었다. 남주들에게서는 절대 느껴 본 적 없던 감정이었다.
점점 더 그가 좋아진다. 하루하루 이 마음이 커지고 있었기에 조금은 무서울 정도로.
그 순간 오래 기다렸다는 듯 멈춰 있던 커다란 한 손이 참을성 없이 움직였다. 동시에 그의 입매가 음흉하게 올라갔다.
“언제나 내 위에 있음 더 좋고.”
“무슨……!”
중의적인 뜻을 알아차린 셀로니아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탄은 그 모습에 킬킬 웃었다. 이제 그의 참을성은 바닥이 난 상태였다. 이 정도면 오래 기다려 준 것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원래 그녀와 맞닿기만 바라는 음험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아마 이 사실을 그녀가 안다면 기겁하겠지.
그땐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지금과 똑같은 표정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다른 한 손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었다.
이윽고 같은 욕망을 담은 두 쌍의 눈동자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맞부딪쳤다.
셀로니아는 어둠 속에서도 형형히 빛나는 붉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고맙고 좋아한다는 말 대신 입술을 내렸다.
그 순간 먼저 다가온 것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탄이 그녀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아……!”
거칠게 파고든 그의 숨이 그녀의 입안 여린 살을 쓸고 훑어 댔다. 입을 맞대고 있음에도 끝없이 그녀의 다디단 숨을 갈구하듯 그는 더욱 깊숙이 안을 파고들었다.
타액이 입안에서 서로 엉겨 붙었다.
지극히 선정적인 물기 가득한 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셀로니아는 발끝까지 저릿한 전율과 함께 아찔한 감각이 솟아났다.
그때였다.
이제야 방해받지 않은 채로 그녀를 안고 있는 데 만족스러움을 느끼던 탄의 눈이 번쩍 뜨였다.
흐릿하게 풀려 있던 그의 눈이 살벌하게 이채를 띠었다.
순간 그의 행동이 멈춘 것을 안 셀로니아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누가 왔다.”
탄이 셀로니아의 입술을 쓸며 창밖을 보았다.
그녀를 향한 손길은 다정했으나 창밖을 노려보는 눈동자는 매섭기 짝이 없었다.
무시하고 싶었으나 느껴지는 기운이 명백히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으니까. 바로 셀로니아를 향해서.
방해받았다고 생각한 탄의 눈동자가 강렬한 살기로 타올랐다.
“하아……. 누가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조금은 몽롱해진 눈으로 셀로니아가 탄과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창밖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드리워진 밤만 존재할 뿐.
“내가 보고 오겠다.”
“아니에요. 같이 가요. 저희 집이잖아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셀로니아는 나서려는 탄의 팔을 붙잡고 얼른 바지를 입은 뒤 기다랗고 두꺼운 외투를 걸쳤다. 검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탄은 하는 수 없이 셀로니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대로 순간 이동을 하였다.
눈 깜짝할 새 방이 아닌 바깥으로 옮겨 온 두 사람은 공작저 대문에서 꽤 떨어져 있는 도로 옆 잔디밭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휘청휘청하던 한 실루엣이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는 게 포착되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실루엣 옆에는 또 다른 그림자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셀로니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집중했지만 어두워서 그들이 누구인지 잘 보이지가 않았다.
“가 봐요.”
그녀가 탄의 손을 잡고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자 셀로니아의 눈이 어처구니가 없어 동그랗게 커졌다.
“셀리이이…… 히끅!”
그건 고주망태가 된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맥라이언과 그런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레예프였다.
“하아. 진짜 죽여 버릴까.”
탄이 둘 다 죽일 기세로 목소리에 살의를 담아 뇌까렸다.
그 진심이 방금 전 일을 방해받은 것 때문이라는 것을 안 셀로니아는 픽 웃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자꾸 이러시면 버리고 갈 것입니다.”
레예프가 바닥에 축 늘어진 맥라이언을 질색하는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레예프.”
“세, 셀로니아 님……. 어떻게…….”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레예프가 놀라 말끝을 흐렸다. 마치 유령을 본 사람처럼.
그래도 공작저 대문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제가 찾아와 놀란 모양이었다.
“아, 대공님도 함께 계셨군요…….”
그녀의 곁에 함께 서 있는 탄을 본 레예프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 야심한 시간에 심지어 공작저 앞에서 탄과 함께 서 있는 셀로니아라니.
콕콕 마음이 아파 왔지만 레예프는 입술을 꾹 깨물며 표를 내진 않았다.
“뭔데요? 어떻게 된 거예요?”
“죄송합니다, 셀로니아 님……. 저택으로 모시려 했으나 맥라이언 님이 계속 셀로니아 님한테 가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레예프가 창피함에 조금 붉어진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기사도 정신에 어긋나는 지금 이 상황을 못 견디게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었다.
“윽…….”
하도 술 냄새를 풀풀 풍겨 대는 맥라이언 때문에 셀로니아가 코를 막았다.
도대체 얼마나 마셨는지 맥라이언은 길바닥에 축 늘어져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셀리이이……. 내가 미안해에…… 딸꾹!”
이 말만 반복하면서.
셀로니아는 의아했다.
둘이 왜 함께 있는 거지?
고지식한 레예프의 성격상 맥라이언이 이렇게 취할 정도로 술을 마셔 대면 진즉 피했을 게 분명했으니까.
“맥라이언 님의 술수가 풀렸더군요.”
“맞아요. 내가 풀었어요.”
“간악한 술수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자존심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그랬겠죠. 위대하신 드래곤인데.”
셀로니아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맥라이언을 무표정으로 응시했다.
왜 이렇게 술을 마셨나 했더니 그레이스의 술수에 당한 것에 자존심이 왕창 상해서였다니.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셀로니아 님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상태로요?”
셀로니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딴 인사불성 상태로 대화는 무슨.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맥라이언은 푸우, 푸우 숨소리를 내며 미동도 없이 늘어져 있었다.
“데리고 돌아가요.”
“세, 셀로니아 님!”
셀로니아가 미련 없이 돌아서려 하자 레예프가 급히 붙잡았다.
“맥라이언 님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
“한 번만 얘기를 들어 주실 순 없겠습니까?”
레예프는 조금 절박하게 맥라이언을 대변하여 말했다.
그는 맥라이언과 원래부터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렇게 편을 들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같은 술수에 걸리고 풀린 마당이라 맥라이언이 외면받는 것이 꼭 자신의 미래가 될 것 같아서 이대로 셀로니아를 그냥 보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알겠어요.”
셀로니아는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들어 줄 용의는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그렇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내일 오전에 판자촌으로 오라고 해요. 이왕이면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모습을 숨겨서요.”
장소를 고민하던 셀로니아는 판자촌을 선택했다. 당연히 서로의 저택에서 만날 순 없었다.
내일 스톰 길드장과 만나기로 했으니 만나기 전 얼굴을 보면 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레예프는 미련 없이 떠나는 셀로니아의 뒷모습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당연하게도 탄과 함께 돌아가고 있는 그 모습을.
씁쓸한 마음에 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늘어진 맥라이언을 부축했다.
* * *
다음 날 아침.
외출 채비를 마친 셀로니아는 엘라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몸을 숨길 로브는 엘라의 가방 안에 잘 챙겨 두었다.
어젯밤 그 일이 있고 나서 방으로 돌아온 셀로니아는 곧 찾아온 자정에 탄의 통증을 치유하고 그대로 돌려보냈다.
진짜 이대로 돌아가게 할 거냐고 몇 번이나 물으며 달라붙는 그를 돌려보내느라 꽤 애를 먹어야만 했다.
돌려보내지 않았으면 그 분위기에는 아마…….
“아가씨, 괜찮으셔요? 얼굴이 빨개요!”
“흠흠! 괜찮아.”
엘라의 목소리에 민망해진 셀로니아가 헛기침을 하며 휙 고개를 돌렸다.
분위기에 휩쓸려 잠시 이성을 잃었지만 아무래도 장소가 자신의 방이고 탄이 몰래 찾아오는 것이니 조금 위험했다.
이왕이면 방해받지 않을 곳이 좋지 않을까.
아침부터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겸연쩍어 셀로니아가 피식 웃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셀로니아.”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