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06)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06)화(106/162)
<106화>
셀로니아는 맥라이언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을 뿐이었다.
실제로 맥라이언의 도움은 필요 없기도 했고.
“셀리, 너…….”
구겨진 자존심에 맥라이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지금 아쉬운 건 그였다. 정상으로 돌아온 덕에 여전히 그는 셀로니아를 좋아하고 있기도 하였고 레예프에게 들은 얘기가 있었으니까.
듣자 하니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증거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이건 기회였다.
땅 밑까지 추락한 드래곤의 위상을 다시 높이고 감히 자신을 능멸한 그레이스에게 처절한 복수를 할 기회.
마음 같아선 그냥 목을 쳐 버리면 그만이었으나 그걸론 부족했다.
거국적으로 그레이스의 만행을 알리고 진실을 파헤치는 데 일조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널리 퍼뜨려야 했다.
그래야 자신이 그레이스의 술수에 당하기만 한 게 아니라 진실을 알기 위해 넘어간 척했다는 변명이 통할 테니.
“할 말 더 없는 거지? 간다.”
볼일이 끝난 셀로니아는 미련 없이 멈췄던 다리를 움직였다.
“셀리!”
다급해진 건 맥라이언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칼같이 자신과의 인연을 끊어 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한 번은 봐줄 줄 알았는데……. 마물의 기운을 풍기더니 본래 인성까지 변한 건가?
그런 의심도 잠시, 그는 가차 없이 자신을 지나쳐 걸어가는 셀로니아를 황급히 뒤쫓았다.
“셀리, 그럼 흑마법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공유하마. 모르는 것도 내가 다 알아 올게.”
그는 그녀를 쫓으며 본인의 효용 가치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레예프도 말없이 조용히 셀로니아를 따랐다.
‘그건 좀 끌리는데?’
흑마법에 관한 맥라이언에 제안에 셀로니아는 혹했으나 절대 표정에 티 내지는 않았다.
“그래! 셀리, 이안이 이상하다! 몸속에서 악한 무언가가 느껴져!”
그녀가 반응이 없자 맥라이언이 더더욱 급해져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줄줄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결국 그 말에 셀로니아의 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이안한테 질릴 대로 질린 터였으나, 몸속에서 악한 무언가가 느껴진다는 말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맥라이언과 레예프는 흑마법에서 벗어났지만 이안은 아직이었으니까.
“뭐가 어떻게 이상하다는 건데. 악한 무언가가 느껴진다는 건 또 뭔 소리고.”
“전과 다르다. 지금 이안의 몸엔 마물의 기운보다 더 악한 무언가가 있어.”
맥라이언이 멈춰 선 셀로니아를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말했다.
“악한 무언가라니요?”
이 얘기는 레예프도 처음 듣는 거라 놀란 눈으로 맥라이언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흑마법에 부작용이 있다는 거 알고 있나?”
“부작용?”
“그래. 흑마법에 당했다는 걸 몰랐을 땐 뭔가 싶었는데 이제야 알겠군. 이안의 몸속에서 흑마법의 부작용이 진행 중인 것 같다.”
“자세히 말해 봐.”
“흑마법에 오래도록 걸려 있으면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들었다. 속부터 썩어 간다더군.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거다. 이성을 통제할 수도 없고 짐승처럼 오직 본능으로만 움직이게 되는 거지.”
“……뭐?”
셀로니아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얘기에 사고 회로가 모두 정지한 느낌이었다.
“종국엔 육체가 붕괴되고 삿된 악만 남은 괴물로 변모한다더군. 마물보다 더한. 그땐 치유도 먹히지 않을 거다.”
“그런……!”
욱한 레예프가 언성을 높이려다 품위에 어긋난다는 것을 깨닫곤 입을 다물었다.
너무 놀라 멍한 표정이었던 셀로니아는 정신을 차리곤 입을 열었다.
“왜 체르빌 공작만? 너와 레예프는?”
“그래도 레예프는 성기사라 신성력 때문에 부작용의 진행이 더뎠던 것 같고, 난 드래곤이다.”
그 말에 레예프의 표정이 혐오로 일그러졌다. 그의 팔엔 소름이 돋아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자신에게도 그런 부작용이 나타났을 거라는 말이었으니까.
“레예프, 성수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요?”
셀로니아가 황급히 레예프에게 물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껏 이안이 했던 행동 때문에 그를 치유해 줄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으나 어쩌겠는가. 부작용이 진행 중이라는데.
“죄송합니다. 아직…….”
레예프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수그렸다.
성수가 안 되면 치유술밖에 방도가 없는 건데, 일부러 다치게 해서 억지로 치유술을 받게 만들어야 하나.
진지한 얼굴로 그녀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셀로니아.”
상당히 차갑고도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를 알아들은 셀로니아가 얼른 고개를 돌리니 엘라와 먼저 길드 앞에 갔던 탄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상당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붉은 눈이 한층 더 붉게 타오르고 있기까지 했다.
그때였다.
콰앙!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푸르디푸른 화창한 하늘에 갑자기 섬광이 번쩍였다.
“아…….”
놀란 셀로니아의 입에서 깨달음의 탄식이 새어 나왔다.
지금 이 섬광은 탄이 만든 것이었다.
이안의 부작용에 대해 대화하느라 맥라이언과 레예프와 너무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누가 보면 다정한 사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마치 반년 전 동료와 친구였던 그 시절처럼.
오지 않는 저를 기다리다 찾아 나섰던 탄이 이 광경을 봤으니 상당히 불쾌하고 질투할 만했다.
“일단 알겠으니까 둘 다 이만 가 봐.”
셀로니아는 레예프와 맥라이언을 쳐다도 보지 않고 손을 휘저어 축객령을 내리곤 한달음에 탄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탄이 더 빨랐다.
살벌한 기운을 풍겨 대며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걸어온 탄은 이미 그들의 앞에 당도해 있었다.
“셀로니아, 이리 와.”
탄이 손을 내밀었다.
셀로니아는 망설임 없이 레예프와 맥라이언을 등진 채 그의 손을 잡았다.
가벼운 그녀의 몸이 한순간에 훅 끌려갔다.
그의 단단한 두 팔이 그녀의 허리와 어깨를 한 번에 감싸 안았다. 커다란 품에 가두듯,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녀를 찾아 나섰던 탄은 순간 엄청난 질투에 휩싸였다.
셀로니아가 맥라이언 그리고 레예프와 붙어서 아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에 말이다.
그저 대화를 나눈 것뿐이었지만 그의 심장이 폭주하듯 거칠게 뛰어 댔다. 두 놈의 목을 움켜쥐고 싶어 손등 위로 푸른 핏줄이 돋아나기까지 했다.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 걸까.
자꾸만 머릿속에 얼핏얼핏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때문인 걸까? 셀로니아가 저를 척진 채 세 놈과 함께 있던 그 모습.
탄은 마음 같아선 두 놈을 셀로니아의 앞에서 영영 치워 버리고 싶었다. 아예 그녀의 곁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없애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셀로니아가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서 돌아서 제 손을 잡자, 그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과거와는 달랐다. 지금 그녀의 곁에 있는 건 그들이 아닌 그 자신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 불안은 가시질 않는 걸까. 왜.
“…….”
탄에게서 살기를 느낀 레예프는 움찔 몸을 떨다 마음이 아파 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떤 형태로든 좋으니 곁에만 있게 해 달라고 빌었으나, 그래도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곁에 있는 걸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
맥라이언은 맞대응을 하듯 매섭게 뜬 눈으로 탄을 똑같이 노려보고 있었다.
탄과 셀로니아의 모습이 흡사 커다랗고 포악한 짐승이 가냘픈 동물을 그러쥔 채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같았으니까.
“도대체 이자와 너는 뭐지? 이 마물의 기운 말이다.”
“너처럼 흑마법에 당한 거 아니니까 신경 꺼.”
오지랖을 부리는 맥라이언을 향해 셀로니아가 아주 차갑게 대답했다.
“셀리……!”
그게 너무도 서운해 맥라이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렇게까지 빌었건만 너무도 매정하지 않은가.
“이만 가. 나중에 다시 얘기해. 일단 그레이스에게 술수가 풀린 것을 들키지 말고.”
셀로니아는 그 말을 남기곤 탄과 함께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맥라이언과 레예프는 덩그러니 남겨진 채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도.
“젠장……!”
맥라이언이 속상함에 낮게 욕을 내뱉으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모든 감정이 되돌아왔으나 너무 늦어 버렸다. 셀로니아에게 이미 다른 사람이 생겨 버렸으니까. 작은 틈조차 허용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존재가.
그런데 그 존재가 마물의 기운을 풍겨 대는 것도 모자라 셀로니아도 똑같은 기운을 발산하고 있으니 그냥 마음 놓고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맥라이언은 속으로 생각했다.
기분 나쁜 저놈의 정체를 밝혀내야겠다고. 이 모든 건 셀로니아를 위한 일이라고.
* * *
어둡고 음험한 지하실 안.
“얼마나 남았지.”
로브를 뒤집어쓴 자가 제단 앞에 놓인 제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일흔 개입니다. 이제 서른 개 남았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부하가 고개를 숙이며 절도 있게 말을 내뱉었다.
“곧 마무리되겠군.”
들려온 대답에 남자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제대 위 공중에 떠 있는 마법진을 응시했다.
지하실 안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이 커다란 마법진은 예전과 무척이나 달라져 있었다.
마법진이 그려진 커다란 구 주변으로 악독하고 사악한 검은 기운이 풀풀 풍겼다.
구를 채우고 있는 화려한 수식 위에는 여전히 붉고 작은 돌멩이 같은 게 놓여 있었는데, 이제는 수식을 반 이상 뒤덮을 정도로 돌멩이가 쌓여 있었다.
붉은 돌멩이 같은 물체는 모두 70개였다. 그리고 30개를 더 모아 100개 된다면 수식 안을 완전히 꽉 채우게 될 것이었다.
말 그대로 보는 사람조차 오싹하게 만드는 검은 마법진이 거의 다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날이 머지않았다.”
남자는 섬뜩한 눈을 빛내며 제단 위에 펼쳐 놓은 책을 바라보았다.
펼쳐진 책의 마지막 페이지 끝머리에는 ‘그렇게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남자는 그 부분을 응시하다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