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07)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07)화(107/162)
<107화>
황실 월화 기사단장의 집무실 안.
“단장님, 아무래도 이건 예삿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 묵과하기 힘들 만큼 실종자가 점점 더 늘고만 있습니다.”
월화 기사단 부단장인 러드 백작이 자신의 상관에게 읍하며 현 사태에 첨언을 하였다.
보고를 들은 이안은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서류와 보고받은 내용이 골치라기보단, 그는 어제부터 계속 기분이 좋지 못했다. 사냥제 우승을 셀로니아에게 뺏긴 이후로 기분이 진창을 구르고 있었다.
누구라도 건드리면 터져 버릴 시한폭탄처럼.
“실종으로 파악된 사람 수만 해도 벌써 스무 명이 넘습니다.”
러드 백작은 들고 있던 서류 하나를 이안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분명 실종자는 더 있을 것입니다. 다만 원래부터 신원이 없는 고아거나 극빈자들이라 파악이 안 되었을 뿐입니다. 아마 그들의 실종까지 합산한다면 지금 확인된 실종자의 수에서 적으면 두 배 많게는 세 배 가까이로 추정됩니다.”
이안이 매서운 눈으로 러드 백작이 내민 서류를 읽어 나갔다.
결과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실종자를 다 합친다면 지금껏 실종된 사람은 40~60명 정도가 된다는 결론이 쓰여 있었다.
전부터 마을 순찰서에서 실종자가 생기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수가 미비하였고 원래 매년, 매달, 매일 실종되는 사람들은 존재하였기에 당연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 마을이 아닌 여러 마을 순찰서에서 실종자가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실종자는 대부분 가족이 없는 고아와 빈민들이었다.
황제가 신경 쓰기엔 너무도 보잘것없는 인적 자원들이자 자질구레한 일이었기에 당연하게도 황실 기사단장인 이안이 먼저 이 사안을 보고받았다.
제국의 치안 문제는 황실 기사단에서 맡고 있었으니까.
이안은 전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기에 대충 상황을 알고 있었으나 한 귀로 흘려 버렸다. 신경 쓰기엔 너무도 하잘것없는 일이었으므로.
그렇게 보고에 보고가 쌓이고 쌓여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때 뒤늦게서야 제대로 확인해 보니 짧은 기간 내에 실종자의 수가 너무도 많았다.
매번 있는 실종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마치 무언의 사건에 의해서라는 듯.
“뻔하다. 인신매매.”
이안은 짜증이 잔뜩 묻은 표정으로 쉽게 결론에 도달했다.
여전히 노예상들이 판치고 있으니 신원 파악이 안 되는 사람들이 이렇게 대거 실종된 이유야 뻔했다.
“맞습니다. 인신매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건일 수도 있으니 조사를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베일 왕국부터 조사해라. 그쪽에서 제국민들을 납치해 가는 걸 수도 있으니. 황제 폐하께는 내가 보고를 올리겠다.”
“예. 알겠습니다.”
러드 백작이 읍하며 허리를 숙였다.
그때였다. 바깥이 소란스럽더니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단장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감히 단장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문을 열고 들이닥친 중년의 남성은 노기를 뿜어 대며 이안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커다란 개를 이끌고서.
“한심한 놈!”
매우 분노한 목소리가 이안을 힐난했다.
당황도 잠시, 이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
“그깟 여자한테 승리를 빼앗기다니! 네가 그러고도 체르빌 가문의 가주라 할 수 있느냐!”
제레미 체르빌. 이안의 아버지인 그는 선대 공작으로, 영지에서 이제 막 올라온 참이었다.
그런데 올라오자마자 사냥제의 우승자가 자신의 아들이 아닌 베스인 공녀라는 사실을 듣고 분개해 단장실로 찾아온 것이었다.
“황실 기사단의 단장이라는 놈이 사냥제에서 공녀에게 우승을 빼앗기다니. 네가 가문에 먹칠을 하는 것이냐!”
선대 공작의 체통은 이미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로 인해 잊힌 뒤였다.
“…….”
노발대발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이안의 다물린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 역시도 그 일 때문에 분노를 참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그것을 건든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네놈을 가주 자리에 앉히는 것이 아니었다. 제멋대로 공녀와 파혼을 하더니 감히 얼토당토않는 베넷 남작가의 여식 따위를 들이대! 체르빌 가문이 그런 말도 안 되는 가문과 혼사라니. 이게 가당키나 하느냐!”
셀로니아와 파혼을 한 이후부터 계속된 비난이 오늘도 어김없이 제레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결국 그것은 이안을 완전히 자극하기 충분하였다.
“아버지.”
“네가 우리 가문을 망……!”
“그 입 좀 닥치십시오.”
이안은 서릿발보다 더 차갑게 식은 얼굴로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니, 늙어 키가 작아진 아버지를 고압적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의 가슴속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는 눈앞에 서 있는 아버지의 목을 비틀고 싶은 욕망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지, 지금 무어라 했느냐!”
“그 입 닥치라고 하였습니다.”
이안은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 제레미의 목에 겨누었다.
“허억……!”
차마 나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자리에 서 있던 러드 백작은 너무 놀라 헛숨을 삼켰다. 패륜의 현장을 직접 목도하였으니까.
“네, 네가…… 네가 어찌 아비에게…….”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을 당한 제레미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젊은 시절보다 작아진 그의 몸은 명백하게 느껴지는 힘의 차이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월! 월, 월!”
그때 제레미 옆에 서 있던 충견이 사납게 짖기 시작했다.
그건 제레미 체르빌이 애지중지 키우는 사냥개 찰스였다. 찰스는 제레미가 어딜 가나 끼고 다니는 데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만큼 거대하고 험악했다.
지금 찰스는 이안을 알아봤으나 자신의 주인인 제레미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보곤 이빨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나 그 개 짖는 소리는 이안의 신경을 몹시도 거스를 뿐이었다.
이안은 듣기 싫다는 듯 표정을 와락 구기며 아버지에게 겨누고 있던 검을 아래로 휘둘렀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깨갱 소리도 내지 못한 찰스의 사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야 조용해졌다는 듯 표정을 푼 이안이 무심하다 못해 심드렁한 눈으로 검에서 뚝뚝 떨어지는 찰스의 피를 보았다.
“…….”
“…….”
제레미와 러드 백작은 자신들이 본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너무 놀라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한 번 더 이런 일로 찾아오신다면 그땐, 이것으로 끝나진 않을 겁니다.”
무도한 짓을 저질러 놓고 이안은 되레 협박을 하고 있었다.
“네, 네놈이 지금…….”
허망하게 죽어 버린 찰스를 보며 제레미가 바들바들 떨리는 고개를 들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가 정녕 제 아들이 맞는 것인가. 생전 처음 보는 행동이라 믿기지가 않았으나 마주 본 얼굴은 분명 자신의 아들이었다. 탁한 푸른 눈동자까지도.
“뭣들 하느냐. 선대 공작께서 돌아가신다 하니 모셔라.”
“예, 예……!”
차마 선대 공작의 막무가내 방문을 막을 수 없어 단장실 문 앞에서 전전긍긍하던 기사들은 허겁지겁 몸을 움직였다.
그들 모두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 있었다. 단장님의 행동을 똑똑히 지켜보았으니까.
그 행동은 권력의 우위에 누가 서 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제레미 체르빌은 이미 다 저문 해이며 실권자는 이안 체르빌이라는 것을.
“네가 아버지인 나를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감히 내게 대항하는 것이냐! 네가 감히……!”
아들의 패륜에 분노를 참지 못한 제레미가 소리를 질러 댔으나 힘으로 밀어붙이는 기사들에게 이끌려 단장실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쯧. 저것도 치워라. 흔적도 없이.”
이안이 널브러진 사체를 보며 역겹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본인이 베어 놓고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는 듯 무정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했다.
“단장님…….”
도무지 이안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는 러드 백작이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까지 봐 온 단장님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으니까.
그러나 그 목소리에 돌연 이안이 반쯤 풀린 눈을 번뜩이며 한달음에 다가왔다.
“지금 네놈의 그 눈빛은 뭐지?”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눈빛을 한 이안이 러드 백작의 얼굴을 향해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무, 무슨 눈빛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갑자기 코앞까지 다가온 무시무시한 푸른 눈동자에 러드 백작이 움찔 몸을 떨다 침착히 목소리를 내었다.
“너도 내가 사냥제에서 공녀에게 밀렸다고 비웃고 있는 건가?”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러니까. 네놈이 감히.”
이안은 금방이라도 씹어 죽일 듯 형형한 눈동자로 러드를 코앞에서 노려보았다.
그 순간 러드는 푸른 눈동자에 덧씌워진 광기를 보았다.
“그 누구도 제국의 영웅인 나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나를 무시하는 것들은 다 죽여 버릴 거다. 그 누구라도.”
“…….”
마지막 경고처럼 내뱉는 그 말에 러드는 두려움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곤 생각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자는 자신이 알던 단장님이 아니라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 * *
새벽녘.
“후원자라…….”
잠들지 못한 셀로니아는 꾸벅꾸벅 조는 기사들을 유유히 지나쳐 홀로 정원에 나와 거닐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시각. 동이 트지 않은 푸르스름한 새벽하늘과 이제는 꽃들을 찾아볼 수 없는 광활한 정원을 그녀가 독점하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어제 스톰 길드장인 다니엘과 만나 그레이스의 가문인 베넷 남작가에서 흥청망청 써 대는 돈의 출처에 대해 전해 들었다.
뒤에서 남작가를 몰래 후원하는 익명의 후원자가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진 알아내지 못했다.
‘후원자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해.’
셀로니아는 다니엘에게 남작저의 지출로 봤을 때 후원 금액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기반하여 그만큼의 재력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사하라 일러둔 상태였다.
일단 후원자가 있다는 것은 명확하게 확인하였고 문제는 지하실이었다.
베넷 남작저의 수상한 지하실에 관련해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남작저의 지하실에 관한 소문은 존재하나 집 안에서 일하는 그 누구도 지하실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니.
‘지하실은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실체가 없는데 이렇게 소문이 계속 날 리가 없었다.
지하실에 대해 알아봐야 실마리가 풀릴 것만 같은 강한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서 흑마법이 행해지는 게 아닐지 강력한 의심이 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지하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이안은 또 어떻게 해야 하지…….”
맥라이언의 말이 진짜라면 부작용이 더 진행되기 전에 이안을 치유해야 했다.
“아오……!”
첩첩산중이었다. 골치가 아파진 셀로니아는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알아보고 해야 할 일이 태산이라니.
‘진짜 가만 안 둬.’
이 모든 원흉인 그레이스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그 여자의 목적이 무엇인지 반드시 밝혀내리라.
셀로니아는 속으로 굳게 다짐하며 몸을 돌렸다.
으슬으슬 추워 두 손으로 팔을 문지르며 저택으로 향하였다. 부쩍 추워진 날씨 때문에 바깥에 오래 있으니 코가 시릴 정도였다.
“어……?”
그때였다. 저택으로 돌아가던 그녀의 시야에 저 멀리 사람 하나가 포착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했다. 그 사람은 누구도 봐서는 안 된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딱 봐도 수상한 모습에 셀로니아는 본능적으로 자세를 낮춰 수풀에 몸을 숨겼다.
‘뭐지?’
의문을 가진 채 그녀는 천천히 눈만 빼꼼 들어 남자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레이몬드?’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저택 본관 문 앞에서 그러고 있었기에 저 남자가 누구인지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보좌관 레이몬드였다.
그는 품에 무언가를 한 아름 안고선 연신 예민하게 주변을 살폈다.
셀로니아는 숨을 죽인 채 들키지 않기 위해 머리를 좀 더 내렸다. 시야의 반 이상 수풀이 들어찼지만 여전히 레이몬드의 행동은 잘 보였다.
몇 번이나 주위를 살피고 또 살피던 레이몬드는 다행히 그녀를 발견하지 못하곤 잰걸음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셀로니아도 최대한 인기척을 줄인 채로 레이몬드를 따라갔다. 모두가 잠든 이 새벽에 나와 수상쩍은 행동을 하는데 확인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몰래 뒤쫓으면서도 셀로니아의 의문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레이몬드가 본채를 지나 별채를 넘어 한참을 계속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꽤 오래 쫓았을 때, 드디어 레이몬드의 걸음이 멈췄다.
동시에 셀로니아는 행여 들킬까 큰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여긴 왜…….’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저택 건물들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한 장소로, 잔디 없이 흙으로 메워진 작은 뒷마당 같은 곳이었다.
그곳엔 난로처럼 생긴 거대한 검은 물체가 놓여 있었는데 물체와 연결된 연통에서는 언제나 검고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소각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