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1)화(11/162)
<11화>
* * *
이안과 맥라이언이 승리를 알리기 위해 전서구를 띄우는 틈을 타 셀로니아가 몸을 돌렸다.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아니에요, 레예프. 금방 다녀올게요.”
따라나서려는 레예프를 만류하며 그녀는 다시 첨탑 안으로 들어섰다.
고요한 마왕성 안.
몇 분 전만 해도 치열한 전투가 오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전투는 끝이 났다.
마왕을 상대로 꽤 고전했지만 그들은 종국엔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반년의 고생이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었다.
셀로니아는 지친 몸을 이끌고 다리를 절뚝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몸은 만신창이였다.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안, 레예프, 맥라이언의 상태도 마찬가지였으나, 셀로니아의 치유술로 인해 그들의 상처는 다 나았고 체력도 회복했다.
정작 그들을 치료하느라 모든 기력을 다 소진한 그녀는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였지만.
“여기 있었네.”
홀로 성안에 다시 들어온 그녀는 차가운 돌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단검을 찾아냈다.
검날에는 손잡이에 달린 붉은 루비처럼 빨갛고 진득한 피가 묻어 있었다.
마왕의 가슴을 베어 낸 검이었다.
놓고 갈 뻔한 검을 집어 들고 뒤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바닥에 진동이 느껴지더니 쓰러져 있는 거대한 마왕의 시체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셀로니아가 검을 고쳐 잡았다.
부활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 겁을 먹고 있는데, 마왕의 온몸을 뒤덮고 있던 검은 비늘이 재가 되어 공중에 파스스 흩어지는 게 아닌가.
머리에 달려 있던 뿔도,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빛도 모조리 재가 되어 흩어졌다.
거구의 몸체가 모두 재가 되어 사라진 자리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한 남자가 누워 있었다.
그녀가 놀란 심장을 안은 채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순간 감겨 있던 남자의 눈이 확 뜨였다.
“허억…….”
외마디 비명과 함께 셀로니아가 뒤로 넘어졌다.
마주한 새빨간 눈동자가 마치 살아 있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감상할 시간도 없이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들고 있던 단검으로 그의 가슴을 찔렀다.
푸욱 들어가는 소름 끼치는 감각이 손끝에 퍼져 들었다.
확인 사살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죽은 게 맞는지 검에 찔린 그의 육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꺼풀이 종말을 맞이한 사람처럼 스르르 감길 뿐.
숨을 쉬지 않는 육체. 감긴 눈.
“하아…….”
확실히 확인한 죽음에 셀로니아는 한숨을 쉬며 떨리는 손끝을 말아 쥐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을 빠져나왔다.
* * *
“으어억!”
셀로니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아, 하아…….”
거친 호흡으로 인해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심장이 달리는 기관차처럼 빠르게 뛰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깜빡거렸다.
흐릿흐릿했던 시야가 점점 선명해지며 낯익은 천장이 보였다.
자신의 방이었다.
“하아아…….”
깊은 안도와 함께 뜨거운 숨이 터져 나왔다.
꿈이었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 말도 안 되는 꿈을 꿨다.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지독한 악몽에 시달려서 그런지 누워 있는 시트가 땀에 젖어 축축한 게 느껴졌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까지.
셀로니아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며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인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그런데…….
“어디서부터가 꿈이지?”
“아가씨! 깨어나셨군요! 다행이에요!”
때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온 엘라가 깨어난 그녀를 발견하곤 침대를 향해 달려왔다.
“엘라.”
“몸은 어떠셔요? 괜찮으셔요? 허리는요? 아프진 않으셔요?”
“허리?”
엘라의 질문 폭격을 받으며 셀로니아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앗, 조심히 일어나셔야 돼요. 치료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엘라가 황급히 자신의 어깨를 뒤로 받쳐주며 도움을 주었다.
“치료?”
“기억 안 나세요? 사고가 있었어요.”
사고라니, 설마…….
“내가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우우! 기억하시는구나. 다행이에요!”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셀로니아는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확 들춰냈다.
하얀 두 다리는 멀쩡했다.
다만, 그녀의 허리엔 깁스 용도의 부목이 덧대어져 있었다.
꿈에서 찌릿한 고통을 느낀 그 부위였다.
“갈비뼈에 살짝 금이 갔었다고 했어요. 공작님께서 치유사를 부르셔서 치료하고 가셨어요.”
뼈에 금이 갔다고?
“엘라, 내가 집에 온 지 얼마나 지났어?”
“두 시간 정도가 지났죠. 아가씨, 움직일 수 있으시겠어요? 손님이 아까부터 공작님과 함께 계속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손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벽안이 엘라를 올려다보았다.
뭐지, 이 불안한 느낌은?
“네. 저희와 아가씨를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이요!”
엘라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반대로 셀로니아의 얼굴은 경직된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소매 사이로 드러난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설마……?’
벌떡 몸을 일으킨 셀로니아가 그대로 방을 튀어 나갔다.
“아, 아가씨!”
등 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엘라의 목소리에도 멈추지 않았다.
목적지는 단 하나였다.
방해되는 부목은 진작에 벗어 던져 버렸다.
입고 있는 하얀 치마 잠옷이 펄럭이고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뒤로 휘날렸다.
맨발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다다다다 계단을 내려와 그대로 응접실 문을 벌컥 열었다.
“아버지!”
“오! 셀로니아. 몸은 괜찮…….”
소파에 앉아 있던 갤로웨이가 몸을 일으키다 눈앞에 놓인 딸의 행색에 놀라 크게 눈을 떴다.
아무리 급해도 손님이 있는 자리에 잠옷 차림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허허. 녀석. 일어나자마자 바로 나온 것이냐. 내 딸이 그리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보오. 귀공이 이해해 주시게.”
갤로웨이가 실례가 된 제 딸의 행동을 옹호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 저…….”
“셀로니아, 와서 인사하거라.”
놀라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버벅거리는 셀로니아를 향해 갤로웨이가 손짓했다.
넓은 응접실 안.
상석에 앉은 공작 옆에 놓인 기다랗고 파란 벨벳 소파엔 거대한 체구를 가진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본인 집 안방처럼 소파에 늘어지게 기대어 긴 다리를 꼰 채로.
남자의 검은 머리는 흑수정처럼 반짝거렸고 핏방울 같은 눈은 염화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꿈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또 보는군.”
경직된 셀로니아를 빤히 바라보며 그가 씨익 웃어 보였다.
* * *
갤로웨이가 잠시 일을 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우자 응접실엔 셀로니아와 남자, 단둘이 남았다.
남자는 처음 봤던 모습 그대로 검은 망토를 두른 채 소파에 앉아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허어…….”
하지만 집 나간 셀로니아의 정신은 아직 되돌아오지 않았다.
모든 게 꿈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었다.
사람들이 밤의 야수라고 부르는 이 남자의 얼굴을 가까이 보는 순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베었던 마왕이라는 걸.
죽고 난 뒤 드러난 본모습은 이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었고.
‘아니, 대체 왜?’
그는 죽었다.
그가 죽은 것을 방증하듯 균열은 사라졌고 날뛰던 마물들 또한 잠잠해졌다.
마왕이 100년 만에 부활했을 때, 잠잠했던 마물들이 각성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마왕의 등장과 함께 생겨난 마물 숲의 균열은 최북단에 있는 민가와 이어져 있었고, 마물들은 그 민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왔다.
이를 소탕하기 위해 군사들이 파견되었다.
구원자들이 안에서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할 때, 군사들은 밖에서 마물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6개월.
기나긴 전투 끝에 마왕이 죽고 균열은 사라졌다.
군주를 잃은 마물들은 다시 힘을 잃고 휴지기에 들어갔으며, 마물 숲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그 상태는 유지되고 있었다.
‘거짓말이야. 이건 거짓말이야.’
셀로니아는 아연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을 외면하고만 싶었다.
밤의 야수라고 불리는 자가 마왕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지.”
혼자서 별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아주 지루하다는 음성이 두 귀를 찔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