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1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10)화(110/162)
<110화>
“목걸이 가격을 알아 오라고?”
“그래.”
“고작…….”
셀로니아의 대답에 맥라이언이 어이없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레예프처럼 세작 노릇이라도 시킬 줄 알고 한껏 기대했는데 시킨 일이 그레이스가 가지고 있는 에르젤 보석상의 목걸이 가격을 알아 오라는 하찮은 짓이라니.
셀로니아가 자신에게 해 줘야 할 일이 있다고 해서 역시, 이제야 진가를 알아보는구나 싶어 어깨가 올라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왜. 그 정도도 못 알아 와?”
“내가 그깟 거 못 알아 올 리가 없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탄의 앞에서 자존심을 건드는 말에 맥라이언이 발끈했다.
“그러니까. 그 정돈 쉽잖아.”
역시 예상했던 대답이 들려오자 셀로니아가 피식 웃었다. 맥라이언에 대해 잘 알기에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탄과 함께 맥라이언의 마차를 타고 그레이스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으면 괜히 신경만 쓰이니 엘라는 공작저로 돌려보냈고 레예프에겐 하루라도 빨리 성수를 구해 달라 부탁하였다.
그리하여 베넷 남작저로 향하는 사람은 저와 탄 그리고 맥라이언이었다.
“그나저나 선물은 안 사 가도 돼? 아까 그레이스 선물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
“……그땐 내가 미친 거고. 그 여자한테 줄 건 단 하나도 없어. 알잖아.”
얄밉게 묻는 셀로니아를 향해 맥라이언이 정곡이 아프게 찔렸다는 듯 인상을 쓰며 답했다.
“내어주는 차나 마시지 마. 또다시 치유술 쓰기 귀찮거든.”
“알았어…….”
시무룩해진 맥라이언을 보며 그러거나 말거나 셀로니아는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번잡한 번화가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에 들어선 뒤로 꽤 시간이 지나자 저 멀리 3층짜리 단출한 저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저택이야?”
“맞아.”
베넷 남작가의 저택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별관 하나 없이 본관 저택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셀리, 바로 들킬 것 같은데. 아무리 가려도 저 덩치가 가려지겠냐고.”
맥라이언이 꼰 다리의 발끝으로 탄을 가리키며 툴툴거렸다.
아무리 그레이스의 저택에 잘 숨어든다 하더라도 190cm가 넘는 저 거구가 숨겨질 리가 없었다.
탄은 차가운 눈으로 마주 앉아 있는 맥라이언을 바라보다 마찬가지로 꼬고 있는 다리를 움직였다.
그의 긴 다리가 건방지게 까딱거리고 있는 맥라이언의 발, 아니 종아리를 걷어찼다.
“아!”
얼얼한 고통과 함께 충격에 삐끗하여 다리가 풀리자 맥라이언이 잔뜩 성질을 부리며 소리를 내었다.
“네놈이나 잘해. 멍청하게 당해서 또 개소리하지 말고. 그땐 진짜로 그 혀를 도려내 버릴 것이니.”
탄은 맥라이언에게 경고를 날리며 붉은 눈을 치켜떴다.
다시 한번 술수에 걸려 셀로니아에게 헛소리를 했다간 그땐 진짜 봐주지 않을 거라는 듯.
“이게……!”
“알아서 할 테니까 너도 네 할 일을 해. 들키지나 말고.”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언성을 높이려는 맥라이언을 자제시키며 셀로니아는 자세를 낮췄다.
창밖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계획을 전해 들은 탄도 자세를 낮췄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셀로니아는 덮고 있던 천을 탄과 제 머리 위까지 덮어 완벽하게 몸을 숨겼다.
맥라이언에게 듣자 하니 베넷 남작저에 방문할 때마다 단 한 번도 마차 검사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마차에 탄 것이었다.
탄의 둔갑술을 이용하여 저택에 잠입할 생각이었으니까.
당연하게도 둔갑술을 이용해서 저택에 잠입한다는 계획을 맥라이언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그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맥라이언은 셀로니아와 탄이 자객처럼 몰래 잠입할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 알았어. 몸조심해.”
마차가 멈추자 맥라이언은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고는 잽싸게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곤 밖에 있는 누구도 안을 확인할 수 없게 아주 빨리 마차의 문을 닫아 버렸다.
“뭐예요. 대체 뭘 하다가 이제야 절 찾아와요?”
때마침 소식을 듣고 나온 건지 그레이스의 볼멘 목소리가 마차 너머로 들려왔다.
“……좀 바빴다.”
“치. 일단 들어가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마차가 저택에 정거를 하기 위해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갈까요.”
셀로니아는 덮었던 천을 내리며 탄에게 눈짓하며 입을 열었다.
뜻을 알아들은 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셀로니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차 안에는 검은 천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 * *
“헨릭! 서둘러!”
형의 재촉에 헨릭은 발걸음을 빨리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저 멀리 인파가 몰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꾀죄죄한 몰골의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먼저라며 한 건물 앞에서 아웅다웅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솟아 있던 나무를 베고 무릎까지 자란 수풀을 벤 벌판에 올라선 건물 하나.
완성된 모습은 아니었으나 꽤 튼튼해 보이는 저 건물이 바로 베스인 공작이 세운 가건물이었다.
“가건물이라 우선 임시로 30명만 먼저 받겠다고 했대.”
헨릭의 아는 형인 벤자민이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가며 설명했다.
건물 앞에 인파가 몰린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베스인 공작가에서 추진하는 자선사업인 빈민을 위한 주거 제공 계획을 위해 세워진 저 가건물을 내일 개방한다고 했으니까.
선착순으로 30명만 먼저 수용하겠다는 소식에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든 것이었다.
헨릭은 벤자민을 뒤쫓아서 열심히 달리고 있었으나 워낙 체력이 약해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뒤늦게 소식을 알았음에도 발이 빠른 사람들은 헨릭을 제치고 이미 저 건물 앞에 다다라 있었다.
“헨릭! 빨리!”
“허억, 허억……! 형! 먼저 가! 형이라도 가!”
숨이 턱 끝까지 차 결국 멈춰 선 헨릭은 행여나 벤자민이 저 때문에 인원 안에 들지 못할까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벤자민은 고민하다 이내 더욱 속도를 높여 건물로 뛰어갔다.
“허억, 흐으윽…….”
헨릭은 제자리에서 허리를 굽힌 채 숨을 헐떡였다. 선착순 안에 드는 일은 글러 먹은 듯했다.
이것 또한 위클란더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순리인 거겠지.
그는 베스인 공작가를 알았다. 셀로니아 님의 가문이 아니던가.
그때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러 주어서, 방화를 저지른 진짜 범인을 잡아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전하지 못했는데…….
잘 지내고 계실까? 헨릭은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전하지 못한 말이 있었으니까.
상점이 불타고 할아버지가 죽는 사고에 경황이 없어 잊고 살다 얼마 전 할아버지가 지나가듯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말씀드려야겠지?’
예사말은 아니었기에 셀로니아와 만나 봐야 했다.
내일 정식으로 건물을 개방한다고 하니 혹시 그 자리에 오시지 않을까?
만약 오시지 않더라도 찾아가서 얼굴이라도 보여야겠다 생각하며 헨릭은 이제 좀 진정된 호흡과 함께 다시 다리를 움직였다.
“여기까지입니다.”
헨릭이 도착하자마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한 남자가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세어 보더니 벤자민까지 가리키며 종료를 선언했다.
“헨릭…….”
“괜찮아, 형. 형이라도 된 게 어디야.”
미안해하는 벤자민을 향해 헨릭은 웃어 보였다.
“선택된 사람들만 이쪽에 와서 거주증을 받아 가십시오.”
남자의 안내에 줄 선 사람들이 우르르 움직였다.
헨릭은 마음이 편치 못해 우물쭈물하는 벤자민의 등을 떠밀었다. 하는 수 없이 벤자민도 사람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 많던 인파가 사라지고 덩그러니 남겨진 헨릭은 눈앞에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뭐지…….”
그는 몰아치는 한기에 부르르 몸을 떨며 두 손으로 팔을 감싸 안았다. 건물을 보면 볼수록 등골이 서늘하다 못해 오싹했으니까.
어쩐지 느낌이 좋지 못했다.
* * *
“잘 어울리네요.”
“그만 놀려.”
“이런 모습도 나쁘지 않은데요?”
셀로니아는 남작저의 복도를 거닐며 하녀 복장인 탄을, 아니 베넷 남작가의 하녀로 둔갑한 탄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모습은 완벽하게 둔갑이 되었는데 목소리만큼은 바뀌지 않아 더 웃겼다.
저 가녀린 몸에서 튀어나온 목소리가 중저음의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라니.
두 사람은 저택에 잠입하기 전, 잠시 정원의 외진 곳에 숨어 있었다. 누구라도 지나가면 그 사람의 모습으로 둔갑하기 위해서.
그런데 하필이면 하녀 두 명이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고, 그게 탄이 여자로 둔갑한 이유였다.
이 몸의 주인들은 잠시 기절시켜 보이지 않게 수풀에 잘 숨겨 둔 상태였다.
셀로니아는 갈색 머리에 주근깨가 있는 155cm 정도 되는 작고 앳된 하녀로, 탄은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이고 누런빛을 띠는 머리카락을 가진 팔다리가 긴 하녀로 둔갑해 있었다.
“그나저나 의외네요. 생각보다 너무 평범한데.”
연신 주위를 살피며 걷던 셀로니아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처음 들어와 본 베넷 남작저. 저택 안을 본 소감은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겉에서 봤던 단출함과 소박함이 저택 군데군데에 녹아 있었다.
후원을 받으면서 저택은 꾸미질 않는 건가?
“제이미! 바빠 죽겠는데 어딜 갔다 오는 거야!”
그때였다. 어디선가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셀로니아와 탄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았다. 하녀 하나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중 하나가 제이미인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군.”
셀로니아가 작게 속닥거리자 탄이 동감했다.
둘 말곤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이쪽을 향해 말한다는 것은 제이미가 여기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뭐 해! 제이미! 빨리 와! 너 때문에 자꾸 일이 쌓이잖아!”
잔뜩 열이 오른 하녀가 씩씩거렸다.
하는 수 없이 셀로니아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켜 보였다.
“그래! 너! 뭐 하는 거야, 지금? 장난칠 시간이 어딨다고! 아가씨한테 이르기 전에 빨리 튀어 와!”
아, 제가 제이미 당첨이었다.
“나도 함께 간다.”
“아뇨 혼자 다녀올게요. 대신 지하실 좀 찾아 줄래요? 분명 있을 거예요. 아마 눈에 띄지 않게 숨겨져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저 여자를 기절시켜.”
“아는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셀로니아는 당연하게 저와 함께하려는 탄을 만류했다.
그녀가 이곳에 잠입한 이유는 명확했으니까.
지하실 그리고 그레이스와 후원자에 대한 정보. 그러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알겠죠? 부탁할게요.”
둔갑해 여성으로 보이는 탄의 어깨를 두드리며 셀로니아가 다리를 움직였다.
그러다 고개를 휙 돌려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목소리 좀 어떻게 해요. 바로 들키겠네.”
가냘픈 여자의 모습에서 황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굵직한 바리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다니.
셀로니아는 킥킥 웃으며 여전히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하녀를 따랐다.
남겨진 탄은 그녀가 걱정이 되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셀로니아가 하녀와 함께 사라졌다. 하는 수 없이 탄은 지하실을 찾기 위해 나섰다.
“하여간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농땡이야?”
계속된 하녀의 잔소리에 제이미가 된 셀로니아는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녀는 하녀를 따라 주방을 지나 좁은 복도를 걷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고 자꾸만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지?
안으로 들어갈수록 등불이 희미해 마치 지하 굴에 있는 느낌이었다. 기분 탓인지 괜히 팔에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게으름 피웠으니까 네가 다 해야겠지? 안 그러면 아가씨께 이를 거야. 너도 그건 싫을 거 아니야.”
하녀가 비릿하게 웃으며 협박을 했다.
그러곤 걸음을 멈추더니 복도 끝에 있는 작은 문을 열었다.
끼이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린 문 사이로 펼쳐진 광경에 셀로니아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