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17)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17)화(117/162)
<117화>
다음 날.
한동안 잠잠했던 제국이 온통 떠들썩했다. 그 이유는….
“파혼이라니. 무슨 생각인지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보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은 레예프의 표정이 심각했다.
신문에는 그레이스 베넷이 이안 체르빌 공작에게 파혼서를 보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으니까.
이렇게까지 사교계가 시끄러운 이유는 이안이 아니라 그레이스가 먼저 파혼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아악! 내 손으로 직접 죽여 버릴 거다!”
맥라이언이 신경질이 난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나 셀로니아가 말없이 쳐다보자 맥라이언의 입이 꾹 다물렸다. 심지어 죄인처럼 안절부절못하며 길을 잃은 동공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현재 네 사람은 대공가의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당연하게도 셀로니아는 탄과 나란히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맥라이언과 레예프가 있었다.
그리고 맥라이언은 또다시 흑마법에서 벗어난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두 시간 전, 그녀는 어제 확인하지 못한 에르젤 보석상에 들러 그레이스가 걸고 있던 한정판 목걸이의 가격을 알아냈다.
900만 골드.
갤로웨이의 인장이 찍혀 있던 청구서의 금액과 동일했다.
큰 감흥은 없었다. 이미 확신하고 있었기에.
사실을 확인하고 동행해 준 탄과 함께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레예프가 긴급한 얼굴로 그녀를 찾아왔다.
‘셀로니아 님, 큰일 났습니다.’
뒤이은 레예프의 말은 황당하다 못해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맥라이언이 또 흑마법에 당했다는 소식이었으니까.
어제 베넷 남작가의 저택에서 지하실을 발견하고 진짜 ‘그레이스’를 발견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맥라이언이 술수에서 풀려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레이스와 만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래도 본인이 입이 닳도록 말하는 고귀하신 드래곤인데 알아서 잘했겠거니 생각했는데…….
완벽한 오판이었다.
탄의 배려로 대공저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레예프과 맥라이언을 데리고 왔을 때, 셀로니아는 불과 얼마 전과 똑같은 상태의 맥라이언을 또 마주할 수 있었다.
억지로 주입된 그레이스에 대한 감정으로 인해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모습으로.
셀로니아는 그 모습을 다시 보는 순간 어제오늘 알게 된 진실로 인해 복잡했던 감정들이 싹 날아가고 단 하나의 감정만 남았다.
“하아…… 셀리,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제발 그 눈빛 좀 그만둬.”
계속 눈치를 보던 맥라이언이 결국 못 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무슨 눈빛.”
“한심하다고 말하고 있잖아. 아까부터.”
“알긴 아네.”
“나도 당하고 싶어 당한 게 아니라고. 심장이 없으면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니까.”
“앞으로 드래곤이라 말하고 다니지 마. 네가 그렇게 읊어 대던 고귀하신 드래곤 선대한테 죄짓는 일이니까.”
“…….”
변명을 늘어놓던 맥라이언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반박하고 싶어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레이스의 술수에 당했다는 것이 몹시도 수치스러웠으니까.
“……그 여자가 어떻게 술수에 풀렸다는 것을 눈치챘을까요?”
그때 두 사람 사이에서 한없이 눈치만 보던 레예프가 숨 막히는 분위기를 풀어 보고자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건 바보 같은 질문일 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애당초 그레이스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술수에 걸렸던 레예프와 맥라이언은 뻔질나게 그레이스를 찾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찾아오지 않고 피해 다닌다면 의심하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이렇게 바로 알아챈 걸 보니 어제 맥라이언의 연기가 썩 훌륭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에. 한꺼번에 몰아닥친 진실로 머리가 복잡해 죽겠는데 도움이 안 된다, 도움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레이스가 술수가 어떻게 풀렸느냐고 질문했다는데, 그에 맥라이언이 제 치유술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젠장…… 내가 심장을 다시 가져가려고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맥라이언이 치욕스럽다는 듯 입술을 꽉 깨문 채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야. 완전 미쳐서 이상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술수를 부린 이유가 내가 원래 있을 자리에 서 있게 해 준 거라면서, 자신이 가져야 마땅한 것들을 되찾은 것뿐이라는 개소리로 합리화를 하더라니까!”
분노를 표출하듯 맥라이언이 앞에 놓인 테이블이라도 부술 기세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앉아.”
셀로니아는 그런 맥라이언에게 시선도 두지 않은 채 찻잔을 집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미안.”
본전도 못 찾고 꼬리를 내린 맥라이언이 순순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결국 곁에 있던 레예프까지 맥라이언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이 가져야 할 것들을 되찾는 것뿐이다라.’
셀로니아는 따뜻한 차를 입에 머금으며 생각했다.
아무 사정도 모르는 맥라이언은 그레이스가 망상병 환자처럼 보일 순 있겠으나, 그녀는 이제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영혼을 바꿨으니까, 그레이스 본인이 진짜 셀로니아니까 그런 소리를 했다는 걸.
그래서 본래 셀로니아의 남자인 이안을 흑마법을 이용하여 빼앗아 갈 땐 언제고 이제 와 파혼이라니.
분명 그레이스는 더 이상 이안이 쓸모없다 판단한 거다. 더는 옆에 끼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거고.
왜냐하면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거야.’
셀로니아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왜 갤로웨이는 모든 걸 알면서도 저에게 자상한 아버지인 척을 했을까.
모든 것을 종합해 보았을 때 도달한 결론은 하나였다. 자신의 진짜 딸을 되찾기 위해서.
영혼을 바꾸는 일에 가담했을 갤로웨이는 그레이스가 이 몸을 다시 차지할 때까지 저를 붙잡아 둬야만 했을 거다.
그 전에 진실을 알게 된다면 제가 이 몸으로 도망갈 수 있을 테니 최대한 자상한 아버지인 척 신뢰와 믿음을 주고 자기 곁에 꽁꽁 묶어 두려 한 것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은 저를 손안에 쥐고 기만하면서.
멋대로 영혼을 바꿔 놓고 이제 와 또다시 멋대로 영혼을 바꾸겠다고?
어림없는 소리.
자신이 진짜 셀로니아가 아니라도 이건 아니었다.
저는 이 몸을 억지로 빼앗은 적이 없다. 오히려 억지로 이 몸에 들어가 반년 동안 토벌로 온갖 고생을 했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게 끝나고 편해졌으니 되돌리시겠다? 수없이 죽을 뻔한 고생과 위기는 건너뛰고 낙만 누리겠다?
‘누구 마음대로.’
그녀는 억울함과 분노로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를 꽉 깨물었다.
그레이스는 이안에게 걸었던 흑마법을 풀지 않은 채 파혼을 요구했을 것이다.
지금 흑마법을 풀게 되면 진실을 알게 된 이안이 가만있지 않을 게 뻔했다. 닥쳐 올 후폭풍을 베넷 남작의 여식인 그레이스가 견딜 순 없을 테고.
‘어쩌면 이 모든 걸 나 아니면 진짜 그레이스한테 뒤집어씌울 수도 있겠어.’
만약 그 여자가 다시 영혼을 바꿔 셀로니아의 몸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 이후 세 남자에게 흑마법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건 ‘그레이스 베넷’이 저지른 일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 그레이스와 갤로웨이가 흑마법을 이용하여 영혼을 바꿔치기했다는, 또다시 영혼을 바꾸려 한다는 물증을 잡아야 했다.
‘절대 가만히 당하지 않아. 절대.’
“셀리, 어떻게 할 작정이야?”
맥라이언이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셀로니아를 바라보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에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셀로니아의 시선이 레예프와 맥라이언에게 닿았다.
맥라이언이 또다시 술수에서 풀려난 이상 그레이스가 치유술로 흑마법을 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더불어 제가 남주들이 흑마법에 당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도 알게 되겠지.
“하아…….”
셀로니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제 더는 가문과 연관된 사람들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엘라조차도.
물론 탄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곁에 있었으나 탄과 둘이서 이 모든 걸 알아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이 덜떨어진 옛 동료들이 필요했다.
“맥라이언, 네가 봤다던 게일이라는 그 남자에 대해 더 말해 봐.”
곧이어 맥라이언의 입이 열리고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탄은 그런 세 사람을 말없이 관망하며 눈을 묘하게 빛내고 있었다.
* * *
“흐흐흥~”
티타니아는 시녀들에게 빗질을 받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얼마 동안 나락으로 떨어져 있던 기분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황녀님, 폐하께서 올해 황녀님의 스무 번째 생신을 맞이하여 무척이나 성대한 연회를 준비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늘 황녀의 기분을 살피느라 눈치를 보던 시녀가 이때다 싶어 말을 꺼냈다.
아주 오래간만에 즐거워 보이는 황녀의 기분이 행여나 나빠질까 더욱더 돋우기 위하여.
“당연하지. 누구 생일인데. 아버지는 나를 무척이나 사랑하셔.”
티타니아는 기고만장하게 높아진 콧대를 자랑하듯 고개를 치켜든 채 피식 웃었다.
“맞습니다. 황제 폐하뿐만 아니라 제국의 단 하나뿐인 보물인 황녀님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예요.”
“맞아. 아무도 날 거역할 수 없어. 이제 빗질은 됐으니까 나가 봐.”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티타니아가 손을 까딱였다. 배려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마치 짐승을 물리는 것 같은 축객령이었다.
하나 시녀들은 전혀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고 신속히 방을 빠져나갔다. 작은 폭군인 황녀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되니까.
탁.
시녀들이 문을 닫고 사라지자 티타니아는 곧장 화장대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주먹만 한 작은 통이 들어 있었다. 그레이스 베넷이 준 찻잎이 들어 있는 통.
“일단 처음엔 대공을 내 앞에 무릎을 꿇려 놓고 빌빌 기게 만드는 게 좋겠지.”
그런 다음 셀로니아 베스인이 놀라 배신감에 치를 떠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는 거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는 듯 티타니아가 조소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있는 거울 속엔 언제나 아름다운 자신의 얼굴이 들어 있었다.
곧 있을 자신의 생일 연회는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할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아리따운 자신의 옆에는 자신의 품격에 걸맞는 남자, 탄 허시브룩이 서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