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18)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18)화(118/162)
<118화>
셀로니아는 맥라이언이 봤다는 ‘게일’이라는 남자가 전에 그레이스가 덴로하 후작저에서 마주한 그 남자이자 갤로웨이의 방에 있던 남자와 동일 인물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맥라이언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했다. 그레이스의 명령에 게일이 스스럼없이 흑마법을 쓰는 모습을.
그녀는 우선 맥라이언에게 그레이스 옆에 머물며 정보와 게일에 대해서 알아보라 지시했다.
전적이 있다 보니 큰 기대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또 들킬지 모르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영혼이 바뀌었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더 큰 속셈이 있는 것 같으니 그레이스를 제대로 처단하기 위해서 그 속셈을 밝혀내고 명확한 물증을 잡아내자고 말했을 뿐.
‘행여나 내가 아는 정보가 노출되면 안 돼.’
지금까지 알아낸 진실은 현재 불리한 자신이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상대는 제가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모를 테니까.
그러니 이걸 최대치로 이용해서 대비를 하고 밝혀내야 해.
“저자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해?”
그때 맥라이언이 잠시 찾아온 침묵을 깼다.
그는 불만스러운 어투로 셀로니아의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있는 탄을 보며 말했다.
원래도 그랬지만 오늘따라 유독 더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붉은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불어 무슨 동물을 관찰하는 듯한 저 눈빛도.
레예프도 말은 안 했지만 궁금하다는 듯 탄에게 넌지시 시선을 던졌다.
“신경 쓸 거 없잖아. 이번엔 제대로 하기나 해.”
셀로니아가 대신 대꾸했다. 힐끗 고개를 돌려 탄을 보니 입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물론 그녀도 속으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곤 있었다. 자신의 부탁을 도와준 이후 탄은 지금까지 말이 거의 없었으니까.
왜 갤로웨이의 반응을 확인하려 했는지 질문할 줄 알았는데 그는 자정에도, 오늘 만나고 나서도 묻질 않았다.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려는 그의 배려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평소와 다른 태도에 의아한 건 사실이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조심한다고…….”
핀잔 어린 셀로니아의 말에 맥라이언이 툴툴거리며 입술을 댓 발 내밀었다.
아무리 흑마법에 두 번 당했다고 하나 저 자식 앞에서 계속 창피를 줄 이유는 없지 않은가.
맥라이언은 셀로니아를 만날 때마다 상관도 없는 대공이 껴드는 게 무척이나 언짢았다. 지금도 장소가 대공저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 집안은 뭐길래 온 사방팔방에서 마물의 기운이 풀풀 풍긴단 말인가.
시선을 피하기 위해선 대공저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나,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마물의 기운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네 명의 구원자의 관계는 언제나 영원할 줄 알았으니까.
그는 셀로니아의 곁엔 이안과 자신 그리고 레예프가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레이스의 술수로 인해 잠시 문제가 있었으나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꼴을 보라.
언제나처럼 네 명이 모여 있긴 하나, 셀로니아와 나란히 앉은 사람은 이안 체르빌이 아닌 탄이었다.
만약 이안이 흑마법에서 풀려난다 하더라도 그녀의 곁에는 계속 저 남자가 있을 게 뻔했다. 셀로니아의 마음은 이미 탄에게로 완벽히 돌아서 있었으니까.
이러려고 마음을 포기한 게 아니었다.
이안이었기에, 누구보다 무결하고 믿을 수 있는 자였기에 셀로니아에게 좋은 친구, 좋은 동료라도 되자고 감정을 접은 것이었다.
삿된 마물의 기운을 풍기는 저런 놈에게 그녀를 뺏길 줄 알았다면 절대 양보하지 않았을 거란 말이다.
“네놈들이 어떻게 마왕을 죽인 거지?”
그때였다.
맥라이언을 자극하는 말이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가소롭다는 듯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기까지 했다.
“뭐? 지금 뭐라 했냐?”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레예프와 달리 다혈질인 맥라이언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만해.”
“다시 말해 보라니까!”
셀로니아의 저지에도 맥라이언이 살벌한 얼굴로 으르렁대며 탄의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얻어걸린 행운으로 영웅 대접을 받는다라. 어떻게 생각하지? 네가 보기에도 염치가 없지 않은가?”
“당신이 감히 우리의 자질을 운운해?!”
빠르게 뻗은 맥라이언의 한쪽 손이 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윽고 그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이루어 낸 반년을 무시하다 못해 보잘것없는 노력으로 치부하는 것에 눈이 돌아 버린 것이었다.
“자질이라. 사내새끼들이 여자 하나 뒤에 숨는 꼴도 자질인가?”
그런 그가 꼴같잖은지 탄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맥라이언 머리위로 그늘이 졌다. 크고 거대한 탄의 몸이 단숨에 맥라이언을 짓누를 듯 했다.
“누가 언제 뭘 숨었다는 거야!”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갑자기 딸려 올라가자 맥라이언은 더더욱 힘을 주며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붉게 익어 버린 그의 얼굴과 대비되게 몸에선 더 짙은 푸른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만들 하십시오!”
결국 레예프까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탄의 멱살을 잡고 있는 맥라이언의 손을 억지로 떼어 내며 두 사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
셀로니아는 잠시 멍한 얼굴로 탄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지?
그저 맥라이언이 마음에 들지 않아 꺼낸 이야기인 걸까? 왜 갑자기…….
평소와 다르다 생각해서인지 탄의 말이 오늘따라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 서 있는 건지 편히 발 뻗고 잤을 네놈이 알 것 같아?!”
말리는 레예프의 품속에서 맥라이언이 격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씩씩거렸다.
알지도 못하는 게 감히 자신의 희생을 얕보다니.
“그만하십시오. 대공님께서도 그만하십시오. 그리고 방금 언행은 사과해 주십시오.”
침착하게 맥라이언을 진정시키던 레예프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보라색 눈동자는 단호하게 올곧이 탄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무시 발언은 자신도 기분 나쁘다는 듯.
그러나 같잖은 요구라는 듯 코웃음을 친 탄이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둘 다 꺼져.”
“죽여 버릴 것이다! 네깟 게 나를 우롱해!”
레예프의 만류에도 맥라이언의 금색 눈동자가 이성을 잃고 번뜩였다. 이윽고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방출된 푸른 기운이 응접실을 가득 메우려는 찰나.
“맥! 그만해! 정신 차려!”
셀로니아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맥라이언이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모든 걸 얼어붙게 만들 만큼 시린 드래곤의 기운도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토벌 시절 이성을 잃고 가끔 날뛸 때면 이런 식으로 셀로니아가 그를 말리곤 했던 게 여전히 유효했던 것이었다.
“하아. 제발 좀 그만해.”
“셀로니아! 시비는 저자가 먼저 건거다!”
억울하다는듯 맥라이언이 소리쳤지만 그래도 타오르던 눈동자는 차츰 차분해져 가고 있었다.
“레예프, 수습 좀 부탁해요. 그리고 맥라이언을 데리고 나가 줘요.”
“……알겠습니다.”
탄의 언행에 레예프도 기분이 상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셀로니아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었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아지랑이처럼 피어난 하얀 신성력이 응접실을 메운 맥라이언의 푸른 기운들을 수습하듯 치워 갔다.
많이 해 봤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몇 초 뒤 모든 기운을 수습한 레예프가 잡고 있던 맥라이언을 이끌었다.
“씨X. 놔! 내가 알아서 나갈 거니까.”
같은 구원자임에도 결국 제 편은 기어이 되어주지 않는 셀로니아의 모습에 기분이 상한 맥라이언이 욕설을 내뱉으며 레예프의 팔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러고는 바닥이 울릴 정도로 쿵쿵 소리를 내며 걸어가 문고리가 뜯어질 만큼 거세게 문을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응접실을 떠났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레예프는 마지막까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맥라이언을 따라 나갔다.
그러나 이 상황속에서도 셀로니아의 시선은 오직 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방금 똑똑히 보았으니까.
어느새 주먹을 쥐고 있는 탄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그리고 목 위로 푸른 핏줄이 돋아나는 것을.
마치 강렬한 무언의 감정을 참듯 말이다.
“……탄, 오늘 왜 그래요? 괜찮은 거예요?”
“무엇이 말이지?”
탄이 셀로니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당신 눈이…….”
그 순간 그와 시선이 마주친 셀로니아가 놀라 숨을 삼켰다.
탄의 눈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흰자위까지 온통 피처럼 빨갛게 말이다.
“눈? 셀로니아. 왜 그러지?”
탄이 의아하다는 듯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뺨을 감싸 쥐며 안색을 살피었다.
“…….”
갑작스러운 접촉에 흠칫 몸을 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탄이 눈을 깜빡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흰자위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으니까.
“응?”
그가 애정 어린 시선과 다정한 음성으로 셀로니아를 향해 물었다.
“……아니, 아니에요.”
그녀는 한참 동안 그를 올려다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놀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머릿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헛것을 본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너무도 또렷하게 뇌리에 남았다. 다른 사람인 것 같은 그의 붉은 눈이.
이건 대체…….
“싱겁긴.”
탄이 픽 웃었다.
맥라이언과 레예프를 상대할 때와 달리 미끄러지듯 올라간 그의 입매가 매혹적인 미소를 그렸다.
익숙한 미소였다. 늘 그가 저에게만 보여 주던 미소였으니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런데 왜 마음 한구석이 불안할까…….
그러나 이내 셀로니아는 차오르는 불안을 삼킨 채 눈을 감았다. 자신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탄이 고개를 숙이더니 참을성 없이 입술을 겹쳐 왔으니까.
물컹한 감각과 함께 갈급하게 조르듯 그가 제입술을 혀로 훑었다.
본능적으로 입을 벌리자 그의 숨이 기다렸다는듯 거침없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그녀에게 생겨난 의심을 모조리 다 먹어 치우려는것 처럼.
* * *
“그만 진정하십시오.”
“진정하게 생겼냐? 너는 그 말을 듣고도 억울하지도 않아?!”
맥라이언이 홱 뒤돌아 따라오는 레예프를 향해 성질을 냈다.
두 사람은 저택을 나와 정원에 서 있었다.
짜증 나서 먼저 박차고 나오긴 했지만 그는 지금이라도 다시 들어가 모든 걸 뒤집어엎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젠장. 짜증 난다. 그놈을 감싸는 셀리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맥라이언이 앞에 놓인 애꿎은 돌멩이를 뻥 걷어찼다.
날아간 돌은 바닥에 떨어져 몇 번이나 구르고 또 굴렀다.
“저도 대공님의 발언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님은 무슨. 삿된 마물 같은 놈을.”
맥라이언은 으득 이를 갈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자질. 자질이라. 사내새끼들이 여자 하나 뒤에 숨는 꼴도 자질인가?”
곱씹어 생각해도 열받는 말이었다. 지가 뭘 안다고……!
“……잠깐.”
생각해 보니 그 말은 참으로 이상했다.
토벌대에 합류한 적도 없는 주제에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지껄이지 않았는가.
게다가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와 대사였다. 어디서 들어 본 듯한…….
그 순간이었다.
맥라이언의 머릿속에 어떤 목소리가 메아리가 퍼지듯 울려 댔다.
“하하하. 사내새끼들이 여자 하나 뒤에 숨는 꼴이라니.”
그래. 그 말과 똑같았다.
죽은 마왕이 자신과 레예프 그리고 이안에게 했던 그 말과.
“……설마.”
맥라이언은 놀란 눈으로 마물의 기운을 풀풀 풍겨 대고 있는 대공저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