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23)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23)화(123/162)
<123화>
“이걸 대체…… 아오!”
맥라이언이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털었다.
탄과 만나고 난 뒤 그는 연회장 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그가 마왕인 것을 알아챘으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혼자선 상대가 안 될 것을 아주 잘 알았다. 굴욕적이게도 말이다.
“알고 있는 건가?”
대공이 마왕인 것도 크나큰 문제인데, 대공 옆에 셀로니아가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셀로니아가 탄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그녀는 그자가 마왕이라는 걸 알고 있나?
다 알면서도 좋아하는 거라면 그건 그것대로 배신이었고, 몰랐다면 그녀에겐 상처가 될 것이다. 그들의 주적인 마왕을 사랑한 거니까.
“젠장……!”
맥라이언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었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건진 모르겠으나 마왕은 예나 지금이나 없애야만 하는 악의 축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아까 전 자신의 물음에 탄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이 맥라이언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아니, 대체 꿍꿍이가 뭐야. 셀리 곁에 붙어서 뭘 하려는 거냐고! 순진한 셀리를 이용하고 우리에게 복수라도 할 심산인가? 그래?!”
“복수라. 그래. 나쁘지 않군. 그녀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다 죽어 사라지는 꼴을 보는 것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무자비하고 잔혹 무도한 말이었다. 역시나 살려 둬서는 안 될 위험한 마왕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엔 조건 하나가 있었다. ‘셀로니아를 제외한’이라는.
왜? 어째서?
“뭐냐고 진짜.”
걸음을 멈춘 맥라이언이 답답한 마음에 창 너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사랑이라도 한다는 건가? 진짜로?
마왕이 누군가를, 그것도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였단 말인가.
머리가 복잡했다. 혼자서 계속 고민해 봤자 답을 내릴 수 없으니 우선 이 사실을 레예프에게 말해야 했다.
그는 연회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레예프가 다급한 얼굴로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를 찾는 듯 쉴 새 없이 주위를 살피던 레예프는 맥라이언이 있는 쪽을 확인하자마자 대뜸 달려오기 시작했다.
“맥라이언 님! 지금 뭐 하고 계신 겁니까!”
“뭐야, 무슨 일인데.”
꽤나 심각해 보이는 레예프의 표정과 태도에 맥라이언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큰일 났습니다! 이안 공작께서 부작용에 사로잡혀 마물처럼 변하더니 날뛰고 있습니다!”
“뭐? 어디야, 거기가! 셀로니아는?!”
“연회장입니다. 셀로니아 님은 대공께서 데리고 사라져 버리셨습니다.”
“……뭐?”
레예프와 함께 다급하게 내달리던 맥라이언의 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셀로니아가 없다고?”
삿된 악만 남은 괴물로 변모한 이상 치유술도 통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치유술이 없다면 모든 걸 해결해 볼 방법조차 없는 것이었다.
망할 마왕.
셀로니아를 제외한 모든 게 사라지길 바라더니 기어코 그녀를 데리고 사라지다니!
“일단 기사들에게 동원할 수 있는 치유술사를 죄다 불러모으라고 전해!”
그렇다고 마냥 두고만 볼 순 없었기에 맥라이언은 바로 연회장으로 뛰었다.
* * *
“어떻게, 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얼얼한 표정으로 그레이스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미 피신하여 남작저로 돌아와 있었다.
분명 대공은 자신을 보았다. 보았는데도 벌레를 본 듯 무감하게 지나치더니 오늘도 어김없이 그 여자에게 가 버렸다.
황녀가 차를 먹이지 않은 건가? 그럴 리가 없다.
알아보니 황녀의 부름에 대공이 응하여 방으로 찾아갔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심지어 황녀는 노발대발하며 자신을 잡아 오라 명령했다.
자신이 준 귀걸이를 끼고 있으면서.
그 귀걸이는 황녀가 자신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주술이 깃들어 있었다.
한 번 착용하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 차를 마시고 자신에게 올 탄을 보더라도 황녀가 질투를 느끼거나 화를 내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귀걸이를 착용한 황녀가 제게 감정을 드러낸 거지?
이상하다. 이상해.
“왜 통하지 않느냔 말이야! 왜!”
잔뜩 열이 받은 그레이스는 앞에 놓인 테이블을 뒤집어엎었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꽃병이 깨지며 바닥이 쏟아진 물로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상기된 얼굴로 어깨를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아가씨, 다치십니다.”
“입 닥쳐! 이안 하나 제대로 상대도 못 하는 게!”
곁에 있던 게일이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에 그레이스가 행여 다칠까 말했으나, 오히려 그녀의 분노를 샀다.
“감히 내 몸으로 기고만장하게 나를 우습게 쳐다봐?!”
그녀는 탄을 따라나서던 셀로니아가 자신을 쳐다보던 표정을 떠올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셀로니아는 당황하여 아무 생각 없이 본 것이었으나 열등감에 휩싸인 그레이스는 모든 걸 왜곡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스스스.
그때 그들이 있는 방 안에 푸른 불빛이 번쩍이며 바닥에 마법진이 생기더니 한 남자가 나타났다.
“아버지! 당장 그년과 저를 바꿔 주세요! 내 몸 되돌려 달라고요, 당장!”
그레이스는 남자가 서 있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언성을 높였다.
“게일, 지금 당장 체르빌 공작저에 잠입해 모든 증거를 없애라. 그리고 그 아이, 제대로 피신했는지 알아봐라.”
“예. 알겠습니다.”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명에 게일은 당장 품속에 품고 있던 양피지를 찢었다. 곧이어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버지!”
“이 아비가 모든 걸 해결할 테니 걱정 말거라.”
“도대체 언제요! 저보고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이에요!”
자꾸만 늘어나는 기다림의 시간에 그레이스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걸 되돌려야 한다. 모든 것을 되찾아와야 했다. 내 것을.
“이제 와 일이 어그러지면 안 되니 지금은 우선 조용히 있거라.”
남자는 측은한 표정으로 그레이스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안의 부작용이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 골치가 아프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 아비만 믿거라. 내 딸. 나의 셀로니아.”
남자는 금방이라도 서러움에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그레이스를 품 안에 아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갤로웨이 베스인.
그는 자신의 하나뿐인 딸을 품에 안은 채 시선을 들었다. 서늘한 파란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형형하게 빛났다.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가 완료되었다.
* * *
탄의 순간 이동 때문에 황궁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 온 셀로니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당신…… 기억이 모두 돌아온 거군요.”
그의 눈 속을 들여다본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마왕의 모든 기억이 되돌아왔다는 것을.
“그래.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바위에 앉아 있던 탄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며 셀로니아를 끌어당겼다. 힘없는 그녀의 몸은 맥없이 끌려와 탄의 허벅지 위에 앉혀졌다.
“당신 정말…… 괜, 찮아요?”
셀로니아는 조금 멍한 눈으로 탄을 바라보았다. 모든 기억이 되돌아왔는데도 왜 그는…….
전에 탄이 제게 고백했을 때, 기억이 돌아와도 상관없을 거라고 했던 말을 그녀는 다 믿진 못했다.
분명 모든 걸 깨닫는다면 후폭풍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가 좋으니까 그것도 견뎌 내겠다 다짐하며 그의 옆에 있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저와 달랐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감수하겠다 결정했던 자신과는 달리 그는 기억이 없는 와중에 결정을 내린 거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면 우리가 당신을 어떻게 죽였는지, 자신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다 알 텐데 어째서…….
예나 지금이나 저를 바라보는 탄의 눈동자는 여전히 같았다.
아니, 오히려 짙붉은 색의 눈에서 좀 더 강한 집착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죽이고 싶지 않아요?”
“…….”
힘겹게 내뱉는 셀로니아의 질문에 탄이 스윽 시선을 들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그녀의 눈을 물끄러미 마주 보았다.
잊고 있던 과거가 되돌아오자 그를 지배한 건 역시나 파멸의 속삭임이었다. 모든 것을 불태우고 다 죽여 버리라는 삿된 본능.
죽이고 싶지 않냐고?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일 거다. 사람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족족 치밀어 오르는 살의를 참는 것도 곤욕이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참지 않는다면? 종국에 셀로니아까지 제 손으로 죽이고 만다면?
그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당연하게도 혼자인 삶은, 예전이라면 상관없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알아 버렸거든.”
“무엇을요……?”
“너를.”
그의 두 팔이 셀로니아의 허리를 단단하게 옭아매었다.
내가 너를 알아 버렸다. 그러니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네가 없는 예전으론.
그녀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저를 죽이기 위해 단검을 찔러 넣었대도, 모든 기억이 되돌아왔대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 감정 앞에선 모든 게 무용지물이었다.
우습게도 이 감정 하나가 그를 송두리째 뒤흔든 것도 모자라 수많은 감정들을 동반해 냈다. 그중 하나가 두려움이었다.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제왕인 그가 고작 이 약하디약한 존재 하나를 잃을까 두려웠다.
그녀가 제 곁에 없을 때 느낄 두려움, 그것에 발목이 묶인 그의 분노는 맥을 못 추었다.
모든 걸 자비 없이 다 죽여 없애도 그녀 하나만은 안 된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변하는 건 없다고. 그러니 너도 다른 건 볼 필요 없다. 나만 보면 돼. 지금 눈앞에 있는 나만. 그렇게만 된다면 난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쥐여 줄 것이다. 모든 걸 네 발 아래 꿇려 줄 것이다. 그 무엇이라도.”
뜨거운 진심을 토해 낸 탄은 셀로니아의 하얀 목에 입술을 묻었다. 목에 머무르는 아찔한 감각에 셀로니아는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이 남자는 세상을 차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도 그 모든 걸 본인이 아닌 제 앞에 주겠노라 고백하고 있었다.
결국 변하지 않은 그의 진심에 그녀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숨기지 않고 저에게 모든 걸 내보여 준 그에게 진실을 말해야 했다.
“……탄,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이 몸은 제 것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