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25)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25)화(125/162)
<125화>
셀로니아는 탄의 도움으로 단숨에 방 안으로 순간 이동을 하였다.
쨍그랑.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날카롭게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가씨?”
화병에 물을 갈려고 했던 건지 엘라가 놀란 얼굴로 벙쪄 있었다. 들고 있던 화병을 깨뜨린 채로.
“안 다쳤어?”
놀란 건 셀로니아도 마찬가지였으나 엘라의 상태를 먼저 살피었다.
“죄, 죄송해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 엘라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분명 방 안에 없던 아가씨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심지어 대공님과 함께.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순식간에 말이다.
“뭐야? 엘라, 무슨 일이야?”
깨지는 소리가 꽤 크게 울렸는지 복도에서 다른 사용인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 아가씨. 공작님께서 아가씨가 무사한지 찾고 계셔요.”
놀라움도 잠시. 엘라는 연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전해 들었기에 갤로웨이가 딸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하잘것없는 그 걱정이 거짓이라는 걸 아는 셀로니아는 헛웃음을 치다 엘라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엘라, 네가 이 일을 아버지께 전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걱정되면 내가 처리해 주겠다.”
그녀의 옆에 있던 탄이 엘라를 죽이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셀로니아의 팔이 그를 가로막았다. 자신 때문에 불필요한 살생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상대가 엘라라면 더더욱.
사경을 헤매다 눈을 뜬 뒤 지금까지 엘라는 그녀에게 있어 하나뿐인 친구였으니까. 비록 모든 진실을 알게 되어 전처럼 완전히 엘라를 편히 대할 수 없게 되었지만 탄과 대화한 이후라 그런지 이제는 다시 믿어 보고 싶었다.
이 공작저에서 단 한 명쯤은 진짜 내 사람일 수 있지 않나.
“엘라, 나 그렇게 믿어도 되지?”
“네에……! 물론이죠!”
모든 게 어리둥절했지만 셀로니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엘라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일을 갤로웨이에게 함구하라는 말을.
“고마워.”
옅은 미소를 지은 셀로니아는 탄의 손을 잡고 옷 방으로 향하였다.
멀어지는 셀로니아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엘라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 아가씨……! 저는 아가씨 편이에요. 언제나요.”
왜 그 말이 튀어나왔는지 엘라는 본인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전과 다르게 요즘 자신을 멀리하던 아가씨의 태도와 전처럼 잘 웃지 않는 아가씨의 표정, 그리고 갤로웨이를 피하는 듯한 행동에 자신의 진심을 전해야만 할 것 같았다.
“…….”
옷방으로 향하던 셀로니아의 걸음이 멈추었다. 푸른 눈동자가 옅게 일렁였다.
마음 아프게도 그 말을 완전히 다 믿진 못했지만 그래도 한 줌의 위로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셀로니아는 이내 해야 할 일이 우선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와 그녀는 옷 방 안으로 들어갔다. 타이밍 좋게 옷 방이 닫히자마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엘라, 무슨 일인데 그래? 어머! 깨뜨린 거야? 괜찮아?”
큰 파열음에 확인차 방문을 열었던 다른 하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이 미끄러졌어. 괜히 다칠지 모르니 내가 혼자 정리할게. 너는 하녀장님께 대신 얘기해 줘.”
“그래. 알겠어.”
엘라는 조용한 옷 방을 슬쩍 확인하곤 능숙하게 하녀를 내보냈다. 다른 이들이 아가씨가 이곳에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한편, 옷방으로 들어온 셀로니아는 거침없이 걸어가 금고를 풀어 열었다.
“변했어…….”
금고 속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검을 잡아 든 셀로니아가 중얼거렸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변화가 없던 평범한 검이었는데, 지금은 푸른 오러가 검 전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성검인가? 역겹군.”
탄이 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 검에서 풍겨 대는 기운이 불쾌했다. 손에 닿으면 델 것만 같았으니까.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셀로니아는 검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오러가 자신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탄과 다르게 그녀는 거북스럽지가 않았다. 오히려 개운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탄과 자신이 같은 힘을 나눠 가지고 있음에도 이토록 다른 반응인 건 저는 치유력을 가졌고 탄은 마왕이기 때문일 것이다.
애당초 성검은 마왕의 피와 기운이 깃든 검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기운이 정화되어 삿된 악은 사라지고 순수하고 완전무결한 선만이 남게 된 검을 일컫는 것이었다.
이토록 눈이 부시도록 무결한 선이기에 푸른 오러가 흘러나오는 것이기도 했다.
셀로니아는 탄의 힘을 나눠 가지고 있었지만 본디 자신의 것이 아니었고, 원래 치유술을 가진 덕에 성검을 만져도 아무렇지가 않았다.
그러나 선과 대비되는 존재 그 자체인 탄은 성검이 불편할 수밖에.
“시시할 정도로 기운이 약하다.”
탄은 자신과 상극인 기운을 내뿜는 검을 만지진 못해도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셀로니아는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손에 착 달라붙는 검을 이리저리 살피며 생각했다.
기운이 약하다고 한들 결국 이 검은 성검으로 발현되었다. 지금은 무엇이라도 시도해 봐야 했다.
“탄, 황궁으로 가요.”
* * *
“크으으으…….”
“도대체 저 괴물은 뭐란 말입니까! 베어도 죽질 않고 화살이 박히지도 않습니다!”
그르렁거리는 괴물의 울음소리에 기사들은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현재 밧줄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거대한 괴물은 황궁의 4분의 1을 반파시키고야 말았다.
공격이 통하지 않아 우선 묶어 놨으나 이마저도 저 무식한 힘에 의해 끊어져 가고 있었다.
“성기사님, 도대체 마물이 왜 황궁까지 침입한 것입니까!”
“이건 마물이 아니니까요.”
“마물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도대체 어떻게 뭘 해야 처치할 수 있는 겁니까?”
황실 월야 기사단의 부단장인 러드 백작이 레예프를 향해 조급하게 물었다.
통하지 않는 공격에 기사들의 사기는 갈수록 저하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괴물이 날뛰고 있는 곳은 다른 어디도 아닌 황궁이었다.
제국의 태양이자 지존이 기거하는 공간. 황궁이 무너지면 제국이 무너진다.
“부단장님!”
“어찌 되었느냐!”
“단장님은 찾지 못하였습니다. 이 난국에 어디로 가신 건지…….”
다급하게 달려온 기사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러드 백작에게 보고를 했다.
그들의 수장이자 단장인 이안 체르빌이 이 난리 속에 보이질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레예프는 난감했다. 설명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계속 얼버무리곤 있으나 계속 설명을 안 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 새까만 괴물이 이안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때였다. 맥라이언이 돌아왔다.
“맥라이어 님, 셀로니아 님은 어디 계십니까?”
레예프가 작은 희망을 안고 맥라이언에게 다가가 뒤를 살폈다. 하지만 그의 뒤엔 그 누구도 서 있질 않았다.
“설마 혼자 오신 겁니까?”
“올 거다.”
맥라이언은 성난 얼굴로 자신을 힐난하려고 드는 레예프에게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러다 그의 생각이 궁금해져 다시 입을 열었다.
“너. 만약에 셀로니아가 진짜 셀로니아가 아니라 다른 사람……!”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사태에 집중하십시오!”
레예프가 맥라이언의 말을 끊으며 한심하다는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상황이 심각한데 전혀 관련 없는 말이나 하고 있는 그가 몹시도 끔찍했다.
“아니, 난 그게 아니라. 내가 들은 게……!”
“이게 장난 같습니까? 벌써 다섯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도움 줄 마음이 없으면 그냥 가십시오! 당신이 없어도 상관없으니.”
이윽고 레예프의 보라색 눈동자가 맥라이언을 한 대 칠 기세로 으르렁거렸다.
귀족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세 명의 기사는 반파된 기둥과 벽에 깔려 목숨을 잃었고, 두 명의 기사는 삿된 부작용에 잠식당한 이안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쟁터 같은 이 치열한 공간에서 진지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맥라이언의 태도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것이었다.
“제길! 도와! 도운다고!”
따끔한 충고에 맥라이언이 와락 얼굴을 구긴 채 대답했다.
“셀로니아 님!”
여전히 맥라이언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던 레예프는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나타난 인영을 발견하곤 반색하였다.
셀로니아가 탄과 함께 돌아온 것이었다.
“그건…… 설마…….”
“성검. 성검을 가지고 있었어.”
그녀가 쥐고 있는 푸른 검을 발견한 레예프와 맥라이언이 동시에 말했다.
“이거라면 할 수 있을지 몰라요.”
“제가 해 보겠습니다.”
레예프가 셀로니아를 향해 당연하게 손을 내밀었다. 검을 쓰는 게 능숙한 자신이나 맥라이언이 나서는 게 맞았으니까.
“안 돼.”
그러나 맥라이언이 레예프를 저지했다. 그러고는 이유를 덧붙여 말하려고 했다. 끼어드는 탄만 아니었어도.
“검의 주인은 셀로니아다. 잔챙이들은 끼어들지 마.”
“누가 잔챙이라는 거야! 아무튼, 셀로니아가 해야만 한다.”
발끈하던 맥라이언도 결국엔 동의했다.
푸른 오러를 뿜어내고 있는 검은 확실하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주인이 누구인지를.
“괜찮으시겠습니까?”
레예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셀로니아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내가. 직접.’
셀로니아의 푸른 눈이 푸른 오러를 응시했다. 제가 직접 저것을 처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주 잘 알았다.
이제 모두가 다 알게 되겠지. 흑마법의 존재를.
‘그리고 이 부작용을 해결된다면 갤로웨이는 분명…….’
어차피 더는 물러설 생각도 없었다. 먼저 선전 포고를 날리는 수밖에.
“할게요.”
셀로니아의 대답에 맥라이언은 곧장 러드 백작에게 향하여 작전을 얘기하였다.
잠잠히 얘기를 듣던 러드 백작은 곧장 기사들을 향해 명령했다.
“두 방향으로 나눠서 밧줄을 잡아당겨라!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크으으으……!”
몸을 옥죄는 밧줄을 뜯으려고 괴물이 몸부림치며 사납게 그르렁거렸다.
셀로니아는 탄과 함께 아득히 위에 있는 괴물을 바라봤다.
“걱정 마라. 검을 대신 잡아 주진 못해도 네 뒤에 서 있을 순 있으니.”
그 든든한 한마디에 더는 걱정할 게 하나도 없었다.
이윽고 탄이 셀로니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선 높이 튀어 올랐다.
순간적으로 높아진 시야에 어질한 것도 잠시, 그녀는 마주 보게 된 괴물을 향해 망설임 없이 검을 찔러 넣었다.
푹!
푸른 오러의 검이 괴물의 머리를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갔다.
“크아아악!”
괴물이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지금요!”
셀로니아는 두 손으로 검을 고쳐 잡고선 소리쳤다.
신호를 받은 탄이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안은 채 빠르게 아래로 활강하듯 내려갔다. 그러자 괴물에게 꽂은 검이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그드드득!
고막이 아플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괴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일직선으로 갈라졌다.
그러자 절대 뚫지 못할 것만 같았던 철옹성처럼 두꺼운 칠흑의 인두겁이 쩍 하며 반으로 열렸다.
“허억……!”
여기저기서 비명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쓰러지는 검은 괴물 속 안에 아주 익숙한 사람이 들어 있었으니까. 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안 체르빌 공작이.
* * *
[금기의 흑마법 부활. 과연 누구의 소행인가?] [흑마법을 해결한 셀로니아 베스인 공녀와 성검] [이안 체르빌, 여전히 의식을 못 찾고 있어…….] [황제, 흑마법의 배후 철저히 밝혀내 처단할 것이라 공언]탁. 여러 기사를 확인한 갤로웨이가 읽고 있던 신문들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른 아침.
공작저의 집무실 안에는 어깨에 붕대를 감싼 게일이 갤로웨이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체르빌 공작가에 있는 증거는.”
“모두 다 없앴습니다.”
주인의 물음에 게일이 단단하게 군기 잡힌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흐음. 성검이라.”
톡톡톡.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일정한 소리와 함께 갤로웨이의 한쪽 입매가 위를 향하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꺼내 온 성검으로 부작용을 처리하다니.
“이런. 내 딸이 모든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이 아비를 속이기까지 하고…….”
그는 아주 재밌다는 듯 킬킬거리더니 돌연 섬뜩한 눈을 번뜩였다.
“괘씸하기 짝이 없어. 버르장머리도 없이 말이야.”
아비한테 반항하는 딸은 필요가 없었다.
갤로웨이가 차갑게 식은 무자비한 눈으로 게일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진행시켜.”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