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26)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26)화(126/162)
<126화>
“어떻게 됐어?”
들어온 레예프를 보며 맥라이언이 벌떡 일어나 물었다. 하지만 레예프는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제길!”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는데 왜…….”
레예프도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그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현재 황궁을 쑥대밭으로 만든 괴물이 흑마법의 부작용으로 변해 버린 이안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금기시된 흑마법의 부활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 바람에 체르빌 가문은 대대적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배후가 누구인지 아직 알아내지 못한 가운데, 이안은 유력한 용의자였으니까.
이안이 자기변호를 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흘러가진 않았을 건데 무슨 일인지 그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망할 여자는 바로 풀려났더군.”
맥라이언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조사는 이안의 주변 인물들이라면 피해 갈 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맥라이언과 레예프도 황궁의 조사를 받게 되었고, 약혼녀였던 그레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딱히 혐의가 될 만한 게 없었기에 조사는 일찍 끝이 났다. 그레이스조차도.
“틀림없다. 그 여자가 빼돌린 거야.”
맥라이언이 치가 떨린다는 듯 으득 이를 갈았다.
이안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찻잎에 대해 고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자신과 레예프 그리고 이안이 그레이스에게 받았던 다즐링 찻잎이 모두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심지어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하인들에게 찻잎의 행방에 대해 물었으나 그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찻잎이요? 원래부터 없었는걸요?’
하는 수 없이 맥라이언은 물증은 없어도 증언이라도 하려 했다.
그러나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어제 셀로니아의 입에서 나온 그 얘기 때문에.
자신들이 아는 셀로니아가 진짜 셀로니아가 아니라는 사실. 그레이스 베넷은 본래 몸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뿐이라는 이야기 때문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레예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혼자 머리 터져라 고민해 봤자 나오는 답이 없었기에 맥라이언은 레예프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레예프는 또 시작이냐는 듯 한심한 얼굴로 맥라이언을 바라보다 점점 표정이 변해 갔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리고 모든 얘기를 들은 레예프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내가 직접 확인하고 들은 거다.”
“어떻게 그런…….”
쐐기를 박는 맥라이언의 대답에 길을 잃은 레예프의 눈동자가 정처 없이 흔들렸다.
셀로니아가 ‘셀로니아’가 아니라니. 영혼이 바뀐 거라니.
심지어 구원자들이 죽인 마왕이 살아 있는 것도 모자라 그 마왕이 대공이라니.
꿈이라고 생각될 만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맥라이언이 직접 확인하고 들은 거라고 하였다.
한심하긴 하여도 이런 걸로 장난칠 위인은 아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건 도대체…….”
레예프는 혼란스러웠다.
맹목적으로 셀로니아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분이 진짜 셀로니아가 아니라면, 진짜 셀로니아가 그레이스 베넷이라면…….
그럼 도대체 자신은 누굴 사랑한 거지?
자신이 사랑한 셀로니아는 누구란 말인가.
“이 말이 다 사실이라면 그 몸의 주인은…… 그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제자리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요…….”
“그래.”
순간의 침묵이 응접실 안에 내려앉았다.
맥라이언도 레예프도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물론 애당초 이런 계략을 꾸며 낸 것부터 명백한 잘못이었다. 하지만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함이 아닌가.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흑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사람의 목숨이 필요하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긴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건 레예프였다.
순리대로라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번뜩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
신전의 교리대로 신의 이름 아래 모든 목숨이 평등하건만 무고한 목숨을 희생시킬 순 없으니까.
“안다. 나도 안다고.”
맥라이언이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당신이 원래 있을 자리에 서 있게 해 줬으니까.”
“난 내가 가져 마땅할 것들을 되찾은 것뿐이야.”
그래서였나. 그래서 그 망할 여자가 그딴 말을 했던 거였나.
맥라이언은 다시 흑마법에 걸릴 때 그레이스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기억했다.
물론 레예프의 말대로 옹호하거나 용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마왕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젠장……. 나도 모르겠다. 얘는 대체 어딜 간 거야.”
레예프의 물음에 맥라이언은 복잡한 심경으로 소파에 기대었다. 들어야 할 말이 산더미 같은데 셀로니아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있었다.
* * *
“아아악! 그 미친년이 나를 가지고 놀아?!”
잔뜩 악에 받친 얼굴로 티타니아가 어깨를 들썩였다.
이미 황녀의 방은 난장판이었다.
밀어 버린 화장대는 박살이 나 부서졌으며, 테이블 위에 있던 다관과 화병은 산산조각 나 있었고, 카페트는 물과 차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언제 오는 거야! 당장 내 눈앞에 끌고 오라니까!”
성질을 못 이긴 티타니아가 눈에 보이는 주먹만 한 장식품을 시녀를 향해 던졌다.
퍽!
“윽!”
세게 맞은 것인지 꽤 큰 마찰음과 함께 앓는 소리를 내며 시녀가 바들바들 떨리는 고개를 숙였다.
피할 수 있었으나 피하지 않았다. 피하는 순간 황녀의 분노를 더 사게 될 테니 그냥 잠자코 맞은 것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황녀 전하. 그 여자는 이안 체르빌 공작님의 약혼녀라 지금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마치는 대로 바로 황녀 전하를 뵈러 온다고…….”
“닥쳐! 닥쳐! 조사고 나발이고 당장 내 앞에 끌고 와!”
지금 무슨 얘기도 귀에 들리지 않는 티타니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년의 말만 믿고 대공에게 찻잎을 써 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게다가 괴물의 등장으로 성대하고 화려해야 할 자신의 생일 연회가 장렬하게 망해 버렸다.
“가만 안 둬. 그 낯짝 들고 다니지 못하게 뭉개 버릴 것이다.”
황녀가 으득 이를 갈며 살기 어린 목소리를 내뱉자 시녀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어야만 했다. 제발 조금이라도 빨리 그레이스 베넷이 오기를 바라면서.
“전하, 그레이스 베넷 영애가…….”
“들어와! 당장!”
그때였다.
방문 밖에 있던 기사가 그레이스의 도착을 알리자마자 티타니아가 희번덕거리며 소리 질렀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그레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국의 아름다운 작은 달, 황녀 전하를 뵙습…….”
짜악!
예의를 갖추며 두 손으로 드레스를 잡고 인사를 올리던 그레이스는 말을 다 이을 수가 없었다.
매서운 손길이 그녀의 뺨을 올려붙였으니까.
“네년이 감히 황녀인 나를 능멸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짜악!
이번엔 그레이스의 반대편 뺨이 돌아갔다.
어찌나 감정을 실은 건지 얼얼한 통증과 함께 입안에서 피가 터져 비릿한 맛이 퍼져 들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이 모든 걸 예상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제 막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당연히 흠잡을 곳 하나 없어 바로 풀려났다. 아버지가 미리 정리를 해 둔 덕분이었다.
하지만 딱 하나. 황녀가 걸렸다.
귀걸이를 끼고도 왜 술수가 통하질 않은 건지 알아보기 위해 맞을 걸 알고도 일부러 찾아온 것이었다.
“전하, 제가 잘못했습니다. 잠시 제 얘기를 들어 주세요. 정말 중요한 얘기입니다.”
“닥쳐! 주제도 모르는 년. 네년은 내가 아버지께 얘기하여 그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니, 아니지. 차라리 사지를 반으로 갈라 까마귀에게 던져 주는 게 좋겠다.”
“왜 통하지 않았는지 제가 다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물려 주시면 제가 상세히 고하겠나이다.”
그레이스는 가련한 표정으로 납작 엎드린 채 간곡히 부탁했다.
벌레 보듯 그레이스를 깔보던 황녀는 비틀린 입술을 열었다.
“다 나가.”
황녀의 축객령에 방 안에 모여 있던 시녀들과 기사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절대 봐줄 생각이 없었으나 뺨을 맞고도 울기는커녕 주제 파악을 잘하는 그레이스의 태도에 마음이 바뀐 것이었다.
어차피 언제든 제 눈에 보이지 않게 치워 버릴 수 있었으니까.
“지껄여.”
건방진 황녀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리자 그레이스가 살짝 고개를 들어 방 안을 확인했다.
모두 나간 게 맞는지 넓고 웅장한 황녀의 방에는 자신과 그녀 외엔 아무도 없었다.
“게일.”
“뭐?”
그레이스의 헛소리에 황녀가 눈썹을 치켜떴을 때였다. 부름에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게일이 바로 황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검은색 마법진이 그려진 작은 보석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황녀에게로 스며들었다.
“…….”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던 황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풀어지며 이윽고 쓰러졌다.
“옮겨.”
떨어진 명령에 게일은 손쉽게 황녀를 들어 소파에 앉혔다.
그레이스는 바닥에 엎드리느라 먼지가 묻은 드레스를 털어 내며 황녀에게 다가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감긴 눈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여봐. 이렇게 잘 통하면서. 왜?”
게일이 부린 술수가 통했다. 잠깐 잠이 든 황녀는 깨어나면 자신에 대한 악감정은 모두 잊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귀걸이에 걸어 놓은 술수는 통하지 않은 거지? 심지어 지금도 귀걸이를 끼고 있으면서.
“게일, 찻잎을 찾아봐.”
그레이스는 게일에게 명령을 내리며 황녀가 끼고 있는 귀걸이를 우악스럽게 빼냈다.
어찌 됐든 지금은 술수가 통했으니까 이건 도로 가져가야 했다.
“찾았습니다.”
“좋아. 먼저 가. 나도 곧 따라갈 테니.”
어렵지 않게 찻잎을 찾아낸 게일을 물리며 그레이스는 축 늘어진 황녀의 볼을 툭, 툭 건드렸다.
“멍청하긴.”
황녀를 향한 비웃음이 그녀의 입술에 걸렸다.
“죽이긴 누굴 죽여, 제깟 게.”
가소로웠다. 황녀 따위가 뭐 별거라고.
“난 절대 죽지 않아.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거든. 너와는 다르게.”
아직도 맞은 뺨이 얼얼했지만 그깟 일로 정신을 잃은 사람한테 복수할 만큼 자신은 치졸하지 않으니까.
지금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황녀가 잠든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할 테니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제 이 일은 마무리되었으니 돌아가기만 한다면 모든 건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흐흐흥~”
그레이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황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가 도로 챙긴 황녀의 귀걸이 속에서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선혈 같은 새빨간 불빛이.
* * *
“여긴가?”
“맞아요.”
탄과 셀로니아는 갤로웨이가 세운 가건물 근처에 서 있었다.
중앙 도서관에 몰래 침입하여 흑마법에 대한 기록이 적힌 금서를 읽고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니 확인해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