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27)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27)화(127/162)
<127화>
셀로니아는 탄의 순간 이동과 둔갑술을 이용하여 중앙 도서관 금서 구역에 몰래 침입하였다. 흑마법에 관한 책은 황제가 아니라면 절대 열람할 수가 없었기에 이게 최선이었다.
들키지 않고 금서들을 확인한 셀로니아는 새로운 사실이자 몰랐던 진실 하나를 알아내었다.
‘어딘가에 제단이 있을 거야.’
희생양이 많이 필요한 흑마법은 입으로 외는 주술만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 마법진이 그려진 제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정보는 이게 다였다.
좀 더 많은 정보들을 알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도서관에 있는 것은 흑마법에 대한 기원이나 흑마법으로 인한 사건 기록일 뿐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흑마법을 실현시키는 방법에 대한 책은 찾지 못하였다. 원래부터 없었던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그것만 훔쳐 간 것인진 모르겠지만.
“기운이 좋진 않네요.”
갤로웨이가 지은 가건물을 보며 셀로니아가 중얼거렸다. 딱히 악취가 나는 건 아니었지만 묘하게 기분이 불쾌하고 어딘가 꺼림칙했다.
‘제단을 숨겨 놓을 공간은 충분해 보여.’
가건물의 크기를 확인한 셀로니아는 확신했다. 아마 이곳에 제단이 숨겨져 있으리라고.
“그런데 너무 고요하지 않아요?”
“지나치게.”
셀로니아의 말에 탄이 가늘게 뜬 눈으로 답했다.
분명 가건물에 몇십 명의 사람들을 수용했다고 들었는데 수상할 만큼 주변이 고요하다. 아무리 사람들이 건물 안에 있다 해도 바깥이 이렇게 조용할 순 없을 텐데.
“우선 들어가 봐요.”
셀로니아는 이안을 베었던 성검을 허리춤에 차고 탄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러나 다리는 얼마 못 가 멈추고 말았다.
“탄?”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꿈쩍도 하지 않는 탄을 보기 위해 돌아보았다.
“그냥 이대로 다 죽여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탄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셀로니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기에 곁에서 도와주곤 있으나 그의 안에선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의심되는 자들이 있다면 그냥 다 죽여 버리면 되는 것을 왜 이렇게 번잡하게 진실을 찾아다니는 거지? 대체 왜?
“맞아요. 그게 제일 빠른 방법이죠.”
탄의 말에 잠시 벙쪄 있던 셀로니아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붉은 눈에 비친 의아함 속에서 자신과는 다른 사고가 읽혔다. 이럴 때 그가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한다.
“그래. 그들을 죽이면 되는 일이다. 굳이 제단까지 찾아 나설 이유가 없지 않나.”
“억울해서요.”
“…….”
“탄. 나는 너무 억울해요.”
셀로니아는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참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처음에 제가 이 몸에 들어왔을 때 토벌은 힘들고 위험했지만 그래도 신께서 제게 기회를 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번 생에선 누리지 못한 것들을 누리라고. 그게 아버지의 사랑이 됐든 부와 지위가 됐든 뭐든 간에요. 우습죠. 그들의 술수로 이 몸에 들어온 것뿐이었는데. 나는 그저 꼭두각시였을 뿐인데.”
“그건 네 탓이 아니잖아.”
“알아요. 그래서 이러는 거예요. 내 탓이 아니니까.”
감정을 삼킨 셀로니아는 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처음 모든 진실을 알았을 땐 그녀도 혼란스러웠다.
진짜 셀로니아가 존재하는 거라면 저는 당연히 이 몸을 되돌려 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다.
소유권을 주장할 수가 없었다. 이 몸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진짜 그레이스가 영문도 모른 채 지하에 갇힌 것을 보고, 이안이 부작용에 삼켜진 것을 보곤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 부녀가 벌이고 있는 모든 짓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목숨을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도구처럼 써 대는 악행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누구도 그들이 찾고자 하는 제자리에 희생당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원하지도 않은 사람을 멋대로 바꿔 놓고 이제 와 되돌리려는 그 뻔뻔하고도 이기적인 부녀의 파멸을 두 눈으로 봐야겠으니까.”
“…….”
“그리고 단칼에 죽어 버리면 그건 너무 호상이잖아요. 그들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들이 얼만데. 철저하게 똑같이 대갚음해 줘야죠.”
피식 웃는 셀로니아를 보며 탄도 따라 웃었다.
여전히 그의 가슴과 이성으론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가자.”
이번엔 탄이 먼저 잡고 있는 셀로니아의 손을 이끌며 앞장섰다.
셀로니아는 그런 탄의 커다란 뒷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힌 채 따라갔다. 전적으로 자신의 말을 믿어 주는 그가 너무도 고마워서.
* * *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자신의 분에 못 이긴 톰은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분명 기억경을 들여다보셨다. 못해도 주군께선 군림하던 시절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셨다고! 그런데 왜 달라진 게 하나도 없냐고!”
“이런 하잘것없는 삶이 뭐가 좋으시다고…….”
톰의 노발대발에 잭은 절망한 얼굴로 한숨만 푹 내쉬고 있었다.
어렵게 북부에서 기억경까지 가지고 왔으나 소용없었다. 그들의 주군은 더 이상 모든 악을 호령하고 세상을 멸망시키려던 마왕이 아니었다. 그저 한 여자의 곁에 서 있는 한 남자일 뿐.
“역시 그 여자 때문이다. 그 여자만 없애면, 그 여자를……!”
셀로니아를 떠올린 톰이 두 주먹을 세게 말아 쥐었다. 악다문 잇새로 치아가 상할 정도로 으득으득 갈리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군을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젠 완전히 주군을 손에 쥔 채 조종하기까지!”
“어쩌겠어……. 주군께서 그걸 선택하시겠다는데.”
“닥쳐!”
체념한 듯 중얼거리는 잭을 향해 톰이 핏발 선 눈으로 악다구니를 썼다.
“지금 주군은 우릴 배신한 거다! 고작 그깟 계집년 하나 때문에 우리를! 숲에서 주군만을 기다리는 그 수많은 신하들을 저버린 것이다!”
배신감에 톰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무리 그들의 제왕이라 할지라도 독단적으로 인간과 화합하는 삶을 선택할 순 없다.
“우리를 버릴 순 없다. 주군만을 기다리는 우리들을 버릴 순 없어. 이럴 거면 차라리 다시 봉인되는 게 더 낫다.”
“미쳤어?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봉인이라니. 불경한 말에 잭이 벌떡 일어나 화를 냈으나, 톰의 귓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이미 분노와 배신감에 이성을 잃어버렸으니까.
“그러니 우리가 주군께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인도해 드려야지. 그게 참된 신하의 도리이자 충신의 의무이니까.”
미친놈처럼 중얼거리는 톰의 입매가 올라갔다. 비틀린 충심이 얼룩진 눈동자엔 광기가 어려 있었다.
“저어, 선대공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 너머에서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날카로운 톰의 눈이 문을 노려보았다.
찾아올 손님도 없지만 지금 자신을 방해하다니. 누가 됐든 가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이윽고 들려온 손님의 정체에 톰의 눈이 묘하게 변했다.
“갤로웨이 베스인 공작님이십니다.”
* * *
“여기가 아닌가…….”
건물 밖으로 나온 셀로니아가 벽에 기대었다.
건물 안을 샅샅이 살피고 또 살폈으나 수상한 공간은 찾지 못했다. 분명 제단이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바깥은 고요했으나 막상 안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작저를 다시 살펴봐야 했다. 처음엔 당연히 저택을 의심했지만, 탄과 자신이 생활하는 동안 둘 다 저택에서 별다른 기운을 느껴 본 적이 없었기에 우선 가건물부터 살펴본 것이었는데…….
셀로니아는 오늘 자정에 탄과 함께 공작저를 살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탄의 둔갑술을 이용하며 저택을 살피는 게 안전할 테니까.
결국 허탕을 치고 돌아가려는 찰나.
“누가 온다.”
“고, 공녀님!”
갑자기 반대편을 응시하던 탄이 말을 꺼내자마자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워낙 다급한 목소리에 셀로니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앳된 소년이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낯익은 얼굴이라 몇 초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던 셀로니아의 입이 열렸다.
“……헨릭?”
달려오고 있는 소년은 헨릭이었다. 현자였던 위클란더의 제자.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반가운 마음에 반색하던 셀로니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헨릭의 얼굴이 눈물범벅이었으니까.
“공녀님, 도와주세요……! 제발, 제발 형 좀 찾아 주세요……!”
어느새 그녀의 앞에 다다른 헨릭이 울먹이며 숨과 함께 말을 토해 냈다.
“헨릭, 무슨 일이야?”
“형이, 형이 사라졌어요. 벤자민 형이 저 건물에 있었는데 말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요! 건물에 같이 있던 30명이 모두 다요!”
“뭐……? 그렇지만 지금 안엔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
헨릭의 말에 당황하여 중얼거리던 셀로니아의 말이 멈추었다.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다 사라졌는데, 지금 보고 나온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셀로니아는 알아차렸다. 탄이 그 정답을 말했다.
“다시 채워 넣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