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3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31)화(131/162)
<131화>
쿵, 쿵, 쿵.
맥라이언과 레예프가 2층에 도착하자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울렸다.
이건 무슨 소리인 거지?
무언가를 두들기는 소리인 것 같기도, 뭔가를 부수는 것 같기도 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게다가 계단을 올라와 2층 복도를 내달리고 있는데도 여전히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필시 뭔 일이 터지고야 만 거다.
“이쪽인 것 같습니다!”
레예프가 다급한 얼굴로 멀지 않은 방문을 가리켰다.
한달음에 방문 앞으로 달린 맥라이언은 노크도 없이 문부터 벌컥 열었다.
“이봐! 지금 뭐 하는……!”
보이는 광경에 맥라이언이 기겁하며 검은 짐승처럼 무자비하게 굴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붙잡아 돌렸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을 마주한 순간 맥라이언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마주한 붉은 눈동자에선 분노, 갈급함, 절박함 그리고 불안함. 그 모든 감정이 한데 뒤엉켜 있었으니까.
“방해 말고 꺼져.”
맥라이언의 손을 거칠게 떼어 낸 남자가 살벌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진짜 한 번만 더 방해한다면 정말로 죽일 듯.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왜 남의 저택을 부수고 있는 겁니까.”
당황하여 말을 못 하는 맥라이언 대신 레예프가 미심쩍은 얼굴로 나서 물었다.
그들이 문을 열자마자 본 광경은 검은 머리칼을 가진 거대한 남자가 방 안 여기저기를 때려 부수고 있는 모습이었다.
불곰 같은 덩치에 검은 머리칼이면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탄 허시브룩. 아니, 이젠 마왕이라고 불러야 할 그자였다. 심지어 이 방은 셀로니아 님의 방이었다.
“지금 뭘 하는 거냐고 묻고 있습니다! 셀로니아 님은 어디 계신 겁니까!”
레예프는 자신들을 무시하며 다시 검을 휘두르려는 탄의 팔을 붙잡아 저지했다.
그러나 전력을 다해 잡은 게 무색하게도 레예프는 탄의 반대 손에 의해 덜렁 들리더니 그대로 붕 날아갔다.
“윽……!”
벽에 부딪혀 떨어진 레예프는 등이 찌르르 울리는 통증과 함께 옅은 신음을 내뱉었다.
“네놈들 상대할 시간 없으니 당장 나가.”
“잠깐…….”
그때 맥라이언이 소름 끼치는 서늘함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소동이 일어났는데 아무도 이 방으로 찾아오는 이가 하나 없었다. 정말 이 넓은 저택에 사람이라곤 셋뿐이라는 듯.
그리고 지금 탄의 행동.
생각 없이 때려 부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엔 그로 인해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만 같은 모습.
결국 무언가를 알아차린 맥라이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여기 진짜 현실이 아니야.”
“그게 윽, 지금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중얼거림을 들은 레예프가 멍이 든 것만 같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제대로 설명해.”
“꺼져.”
“그래야 손을 더하든가 할 거 아니야! 너 혼자서 언제 다 깨부술 건데!”
탄이 계속 헛말만 하자 참다못한 맥라이언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
상황을 깨달은 직후에는 이런 공간을 꾸며 낼 수 있는 건 탄뿐이라 의심했지만 그건 찰나였다.
방금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자신들보다 더 조급하고 절박하던 눈동자를.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레예프와 똑같이 탄에 의해 공중에 몸이 뜬 맥라이언은 그대로 던져졌다.
쿠웅!
뭘 어떻게 손쓸 새도 없이 완벽히 힘에서 밀린 맥라이언은 벽장에 충돌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심각한 상황에 안하무인처럼 구는 탄 때문에 짜증이 날 대로 난 맥라이언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으윽, 너 이 새끼 진짜……!”
“찾아.”
하지만 탄은 그의 말을 잘라 먹으며 아주 화가 난 얼굴로 명령했다.
“그녀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간 너네 인간 놈들 죄다 죽여 버릴 테니까.”
* * *
10분 전.
셀로니아는 괜찮다고 하였으나 결국 마음이 놓이지 않은 탄은 그대로 순간 이동을 하였다.
조사는 자정에 하기로 했지만, 그 전까지 겉모습을 둔갑해서라도 곁에 붙어 있을 작정이었다.
“셀로니아.”
익숙하게 그녀의 방으로 이동한 탄은 고요한 주위를 둘러보며 그녀를 찾았다.
어딜 간 거지? 방 안이 조용했다.
탄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욕실과 옷방의 문을 순차적으로 노크하며 열어 봤다. 하지만 여전히 셀로니아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1층에 있는 건가?
그는 주저 없이 공작저에서 자주 보았던 기사로 둔갑하여 방문을 열고 나갔다.
“…….”
저택은 조용했다. 지나다니는 이가 하나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뭔가 기이한 느낌에 붉은 눈동자가 짙게 타올랐다.
당장 긴 다리가 성큼성큼 움직여 1층으로 내려갔다.
응접실, 다이닝룸, 집무실, 복도, 정원까지. 탄은 정신없이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꽉 말아 쥔 두 주먹 안에서 손톱이 살갗을 아프게 찔러 대고 있었으나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고 그는 오직 셀로니아를 찾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한참이나 모든 공간을 샅샅이 뒤져 보았으나 셀로니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다른 인간들도.
넓디넓은 이 공간 안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곤 탄 혼자였다.
“어째서.”
그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설마 벌써 그놈들이 움직였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어디에서도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렇담 이건 대체 뭐지. 셀로니아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시간이 지체되어 불안함이 극에 달한 탄은 결국 손을 올렸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지만 행여나 누가 있을 가능성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게 셀로니아만 아니라면.
다 부숴 버릴 생각으로 기운을 방출해 내자 거대하고 위압적인 힘이 순식간에 저택을 감쌌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커다란 진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소리와 진동이 무색하게도 저택은 무너지지 않았다. 단 하나의 흠조차 나지 않았다. 마치 진짜인 듯하지만 진짜 건물이 아닌 것처럼.
그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탄은 바로 대공저로 이동하였다.
“X발.”
무시무시할 정도로 사나운 욕설이 그의 입술사이로 흘러나왔다.
역시나 기억경이 놓여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방금 그가 본 것은 환영의 방이었다. 기억경이 만들어 낸 가짜.
일정 공간 안에 들어왔을 때 적용되는 환영의 방은 진짜와 감쪽같이 똑같아 구분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흑마법처럼 기운을 남기지도 않으니 더더욱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탄은 누군가를 찢어발길 듯 활활 타오르는 붉은 눈을 한 번 깜박이고는, 순식간에 대공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헉, 커어어억……!”
“네놈을 어디부터 잘라 내 줄까. 눈? 혀? 아니면 이 목?”
탄이 톰의 목을 강하게 움켜 쥔 채로 가까이 끌어왔다.
“허억! 주, 주군……!”
걷고 있던 잭이 놀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탄은 단번에 톰과 잭이 있는 곳으로 순간 이동 한 것이었다.
그는 곧장 숨넘어갈 듯 눈이 뒤집히기 일보 직전인 톰을 노려보며 잘 벼려진 칼날처럼 섬뜩한 목소리를 내었다.
“말해. 기억경을 어디에다 두었는지.”
“끄으억……. 주군께서도, 아시겠지요. 그 으윽, 귀물은 주군의 힘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으윽!”
기도가 막혀 질식할 것만 같은 이 상황에서도 톰은 기고만장하게 대답했다. 이미 주군께 배신당한 몸. 더는 물러설 곳도 없다는 듯이.
“말해!”
“하하 끄으윽, 직접 찾아내야 할 것 입……!”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내뱉으며 말을 잇던 톰은 더는 입을 열지 못하였다.
푸욱.
목을 붙잡고 있지 않던 탄의 반대편 손이 그대로 톰의 몸을 꿰뚫어 버렸으니까.
그의 오른쪽 팔은 인간의 손이 아닌 마왕의 손으로 바뀌어 있었다. 톰의 가슴을 꿰뚫은 검고 커다란 짐승 같은 손은 단숨에 심장을 끄집어 내었다.
시체처럼 팔, 다리, 목까지 축 늘어진 몸을 바닥에 집어 던진 탄은 손에 쥔, 이미 죽어 있는 심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화르륵.
순식간에 심장에 불이 붙었다. 정확히는 심장에 붙어 기생하고 있는 검은 기운, 톰의 본체에.
심장과 톰의 본체는 화염에 재도 남기지 않고 흔적도 없이 단숨에 사라져 버렸다. 완전한 소멸이었다.
“주, 주군, 저는 말렸습니다! 저는 하지 말자고 이건 아닌 것 같다 했는데, 으아아악!”
톰의 종말을 본 잭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빌빌 기었으나 소용없었다.
자비 없이 잭까지 모조리 소멸시킨 탄은 흙으로 돌아가는 시체를 차갑게 응시하며 몸을 돌렸다.
땅에 드리운 그림자는 인간의 것이 아닌 거대한 마왕의 그림자였다.
* * *
“힌트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어느 세월이 이렇게 다 부숴서 찾아내!”
“입 닥치고 찾아.”
맥라이언에게 눈에 보이는 스탠드를 집어 던지며 탄은 다시 검을 휘둘렀다.
“저 미친놈, 저거…….”
가뿐히 스탠드를 손으로 잡아 낸 맥라이언이 혀를 내둘렀다.
얼마나 무식하게 검을 휘둘러 대고 있으면 검을 쥔 탄의 손에서 흐른 피가 바닥을 계속 적시고 있었기에.
“…….”
레예프는 이 환영의 방이라는 것을 깨고 셀로니아 님을 찾기 위해 동참하겠다고 했으나 이 상황이 황당했다.
한시가 급하고 어서 빨리 찾아내야 하는 건 알겠지만 지금 그들은 마왕과 손을 잡고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이기 위해 목에 칼날을 겨누었던 사이었다.
그런데 이게…….
자신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지 옆을 돌아보니 맥라이언은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드래곤의 힘은 통하지 않는 건가요?”
“이런 몇백 년 묵은 개 같은 귀물에는 내 힘도 안 통해.”
세 사람은 이미 2층을 다 훑고 1층으로 내려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디에 놓여 있는지 모를 기억경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다 헤집고 부수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맥라이언의 말대로 힌트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없는 이상 이 넓은 저택을 다 쑤시고 다녀야 한다는 뜻이었다.
“잠깐.”
그때였다. 탄이 손을 들어 맥라이언과 레예프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탄은 무언가를 느꼈다는 듯 예리한 붉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분명 들렸으니까. 제 이름을 부르는 셀로니아의 목소리를.
“왜 이래?”
“목소리.”
“목소리? 뭔 헛소리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맥라이언이 불만스러운 어투로 툴툴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탄이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이봐! 어디 가! 에이 씨! 같이 가!”
맥라이언이 짜증을 내며 탄의 뒤를 쫓자 하는 수 없이 레예프도 다리를 움직였다.
이윽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계단?”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앞이었다. 정확히는 계단의 옆벽.
“여기라고?”
의심하는 맥라이언을 뒤에 둔 채 탄은 말없이 검을 휘둘렀다.
쨍그랑!
그 순간 분명 벽을 쳤으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세 사람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다시 한번 탄이 검으로 벽을 내리치자 그들의 주변이 잘게 부서진 유리 조각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어어? 찾았……!”
드디어 환영의 방에서 벗어난 맥라이언이 기쁜 마음에 소리를 내질렀으나 말을 멈추고야 말았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주위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으니까.
환영의 방에서 보았던 햇살이 잘 비치던 따뜻한 공작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들이 마주한 것은 지옥으로 변해 버린 저택이었다.
“이, 이게…….”
“셀로니아!”
레예프가 놀라 말을 더듬거리고 있을 때, 탄이 이번에도 어딘가를 향해 달렸다.
맥라이언과 레예프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를 따라 달렸다.
그러자 점점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온 사방에 암흑이 들어차 재와 불길이 가득한 저택 안, 계단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복도에 흩날리고 있는 보라색 머리카락이. 셀로니아의 뒷모습이.
“셀리?”
맥라이언이 조용히 목소리를 내었다.
뒷모습만 봐도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상태가 확연히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산발이 된 머리와 넝마로 변해 버린 옷. 그리고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리고 있는 가녀린 몸.
“설마…….”
바뀐 건가? 그런 건가?
조마조마한 마음에 맥라이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을 때, 셀로니아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레예프와 맥라이언은 동시에 마른침을 삼켰다.
드디어 셀로니아를 마주했는데, 표정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군데군데 상처가 나 피로 얼룩진 얼굴과 무감하기 짝이 없는 푸른 눈동자.
제길……. 한발 늦은 건가.
몰아치는 낭패감에 그들이 좌절하려는 찰나, 꾹 다물려 있던 셀로니아의 입술이 열렸다.
“늦었네요.”
푸른 빛을 발산하는 검을 든 그녀가 탄을 향해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