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35)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35)화(135/162)
<135화>
“이런 미친…….”
거대한 폭발을 목격한 맥라이언의 입에서 감탄 같은 욕설이 튀어나왔다.
갑자기 튀어나온 언데드들 때문에 검을 부여잡으려는 찰나, 저 마왕이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모든 게 끝나 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힘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정말로 마왕이라는 사실도.
“끝이 아닌가 봅니다. 저기 또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황한 건 레예프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검을 고쳐 잡고 다시금 바닥을 기어 올라오는 언데드들을 가리켰다.
어느새 다섯 사람은 둥그렇게 모여 서로의 등을 바짝 붙이고 있었다. 동료처럼.
“…….”
셀로니아는 지금 현 상황에 기분이 묘해졌다.
분명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토벌 당시 자신과 이안 그리고 맥라이언과 레예프는 서로 등을 맞댄 채 마물들을 상대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안이 있던 자리에 탄이 있었다. 그들이 토벌했던 마왕이.
“나머진 네놈들이 처리해.”
“뭐? 우리가 네 부하인 줄 알아!?”
명령하는 듯한 탄의 말에 발끈한 맥라이언이 왕왕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에게 시선을 뗀 탄은 셀로니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순간 이동을 하였다.
“야, 야! 이런 씨……!”
맥라이언이 소리쳤으나 이미 두 사람은 사라진 뒤였다.
“에이 씨…….”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며 맥라이언이 결국 검을 빼 들었다.
잔챙이들은 저희들 보고 상대하라 하고 본인들은 보스를 잡으러 가겠다? 그렇겐 안 되지.
“빨리 잡고 합류한다. 넌 피해 있어라. 거치적거리지 말고.”
맥라이언은 엘라에게 경고한 뒤 높이 뛰어올랐다.
레예프는 맥라이언의 신호에 맞춰 또다시 주위를 에워싸는 언데드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예전 토벌 때를 떠올리며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의 몸짓은 너무나 가벼웠다.
* * *
“꺄아악!”
퍼억!
순식간에 벽에 내동댕이쳐진 그레이스가 독살스러운 얼굴을 홱 들어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저항할 틈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탄에 의해 멱살을 잡힌 것도 모자라 바로 벽에 내던져진 것이었다.
몸이 부서질 것 같은 통증보다 더 짜증 나고 수치스러운 것은 탄의 옆에서 셀로니아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뻔뻔하게 그의 옆자리를 차지한 채로.
“네 아비는 지금 어디 있지.”
“내가, 내가 진짜 셀로니아야……! 당신 저년한테 속고 있는 거라니까! 내가 진짜라고! 당신은 저년이 아닌 내 옆에 있어야지! 그래야 하는 거잖아! 아아아악!”
탄의 말에 분한 얼굴로 씨근덕거리던 그레이스가 울화를 참지 못하고 머리를 싸쥐며 소리를 내질렀다.
“나야. 모든 게 내 거라고. 감히, 감히 내 것을 빼앗아?! 네깟 게 내 것을 넘봐!”
짜악!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그레이스의 고개가 강한 마찰음과 함께 옆으로 휙 돌아갔다.
셀로니아는 제 손바닥이 빨갛게 물드는 것을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다 그레이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말은 바로 해야지. 그 몸을 빼앗은 건 너잖아. 내 것을 넘본 것도 너야.”
“이 미친년이! 감히 네년이 나를 때려?! 가진 게 없어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도둑년! 남의 몸을 훔쳐 가 놓고! 내 인생을 빼앗아 놓고!”
정말 미친 사람처럼 악에 받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레이스가 셀로니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거 안 놔! 꺄아아악! 으, 으윽……!”
탄이 단번에 그레이스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숨이 막히는 고통에 캑캑거리며 그레이스가 허공에 뜬 다리를 버둥거렸다.
하지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었다.
눈앞에 마주한 사내의 눈동자가 무서워서.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눈으로 자신을 담고 있는 붉은 눈이 정말로 제 목을 쥐어뜯다 못해 사지를 찢어발길 것만 같아서.
어째서……?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야?
혐오한다는 듯,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보느냔 말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셀로니아는 난데, 내가 진짜 셀로니아인데 어째서 그런 눈으로!
“네가 진짜 셀로니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탄도 맥라이언도 그리고 레예프도 모두 알고 있지. 그런데도 내 곁에 있는 거야. 네가 아닌 나를 선택한 거야. 왜인지 정말 모르겠어?”
셀로니아는 탄을 제지하지 않은 채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 그레이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끄으으윽! 닥쳐. 거, 거짓말하지 마아아!”
듣기 싫다는 듯 그레이스는 모든 걸 부정하며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 질렀다.
당장이라도 숨넘어갈 것처럼 눈을 뒤집는 그레이스를 보며 셀로니아는 탄의 팔에 손을 얹었다.
쿵.
탄이 손에 힘을 풀자 공중에 떠 있던 그레이스의 몸이 하잘것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콜록, 콜록!”
목을 부여잡고 연신 기침을 하는 그레이스 앞에 셀로니아가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었다.
“네 스스로 버린 거야. 이 몸도 인생도.”
“감히 남자 하나 등에 업었다고 날 깔봐? 오호라.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구는 걸 보니 네년이 자아낸 술수구나! 결국 네년도 흑마법에 손을 댄 거야!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강제로 얻어 낸 거야! 하! 이럴 줄 알았다. 그러면 그렇지!”
“하아…….”
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 그레이스를 보는 셀로니아의 미간에 골이 맺혔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시간에 갤로웨이를 붙잡고 상황을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아 뒤로 돌려는 순간, 셀로니아의 몸이 옆으로 훅 끌려갔다.
탄이 잽싸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옆으로 물러난 것이었다.
“으으으……!”
셀로니아가 서 있던 자리엔 기척도 없이 나타난 언데드가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남의 딸을 이렇게 대하면 쓰나. 대공은 셀로니아와 결혼할 마음이 없나 보군그래? 이래서 내 허락을 어찌 받겠다고.”
그때 등 뒤에서 유유자적한 갤로웨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악독한 눈을 치켜뜨고 있던 그레이스가 반색하며 얼른 몸을 일으켜 갤로웨이의 등 뒤로 숨었다.
이윽고 갤로웨이가 망설임 없이 손을 휘두르자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언데드들이 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탄은 그런 언데드들을 마치 벌레 보듯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겨 냈다.
화르르륵.
엄청난 불길과 함께 사악하게 달려들었던 수십의 언데드가 불타 재로 사라졌다.
“어, 어떻게…….”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레이스가 경악했다.
“호오……. 역시 예사 놈이 아니군.”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본 갤로웨이는 여유로운 척 목소리를 내었으나 눈꼬리가 일그러져 있었다. 이런 술수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으니까.
“셀로니아.”
그때 탄이 다정한 목소리로 셀로니아를 불렀다.
“네.”
“말만 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셀로니아는 싱긋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딱 죽기 직전까지만. 이렇게 쉽게 죽어 버리면 안 되는 놈이라서요.”
“네가 원한다면 그 무엇이든지.”
드디어 내려진 명령에 탄이 씨익 웃으며 몸을 움직였다.
“하하. 네놈이 나를 상대하겠…… 으윽!”
갤로웨이는 말을 다 이을 수 없었다. 분명 몇 미터나 거리 차이가 있었는데 남자가 눈 깜짝할 새 앞으로 다가왔으니까.
탄은 바로 갤로웨이의 목을 붙잡고 그대로 내달렸다.
“으으윽!”
갤로웨이는 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지만 불가능했다.
게다가 내달리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목을 붙잡힌 채 넝마처럼 질질 끌려가는 내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으, 으…… 이거 놔라……!”
잔뜩 열이 받을 대로 받은 갤로웨이가 손을 움직여 언데드를 소환하였다.
소환된 언데드들이 날카로운 손을 뻗어 탄의 몸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그러자 탄이 진심으로 재밌다는 듯 씨익 웃으며 자리를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다.
“으아악!”
갤로웨이의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왔다. 탄이 갤로웨이의 몸을 방패 삼아 저택의 천장을 뚫어 버렸으니까.
천장을 뚫고 단숨에 3층까지 뛰어오르자 탄의 몸에 붙어 있던 언데드들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우수수 바닥으로 추락하였다. 마치 죽은 낙엽이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어, 어떻…… 으윽!”
갤로웨이는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리는 눈으로 제 목을 움켜쥔 탄을 바라보았다.
언데드들이 떨어진 것과 다르게 탄은 그대로 공중에 떠 있었다.
이건 불가능하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이런 능력은 듣도 보도 못한……!
“네놈은 질기니 살아남겠지.”
“무슨……!”
잔혹한 그 말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갤로웨이의 몸이 뚫려 버린 바닥을 향해 내던져졌다. 탄이 쥐고 있던 갤로웨이를 있는 힘껏 아래로 던진 것이었다.
콰앙!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폭발한 것처럼 거대한 굉음과 잿가루가 휘날렸다.
“……으.”
바닥에 그대로 처박힌 갤로웨이는 정신이 어지럽고 온몸이 부서진 것만 같은 격한 통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픔을 채 다 느끼기도 전에 넝마가 되어 버린 그의 몸이 또다시 보잘것없이 덜렁 들렸다. 어느새 공중에서 사뿐히 지상으로 착지한 탄이 갤로웨이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린 것이었다.
갤로웨이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탄의 손목을 붙잡았다.
“너, 이 새끼……. 으윽, 정체가 뭐야.”
속수무책이었다. 소환하는 언데드들도 저놈에 손짓 한 번에 단숨에 무너져 내렸으니까.
이 무자비한 힘. 본 적도 없는 능력.
대체 이놈은……!
“글쎄.”
탄이 갤로웨이의 질문에 나른한 눈으로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잿가루가 덕지덕지 붙은 채 사지가 축 늘어진 갤로웨이의 꼴이 썩 마음에 들었다.
역시나 이 질긴 바퀴벌레 같은 놈은 죽지도 않고 숨이 붙어 있다.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라.
그렇담 셀로니아가 죽기 직전이라고 하였으니까 아직은 괜찮겠지.
그는 입술을 훑으며 섬뜩하고 잔인한 눈동자를 갤로웨이에게 바짝 들이밀었다.
“네놈은 상상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해 두지.”
콰아앙!
다시 한번 갤로웨이의 몸이 땅에 처박혔다.
“허…….”
언데드들을 해치우고 뒤늦게 달려온 맥라이언이 혀를 내둘렀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정신 나간 미친개처럼 날뛰는 탄이 갤로웨이를 몇 번이고 바닥에 처박고 있었으니까.
그걸로는 부족한지 바닥에 흩어진 잿가루를 한데 뭉쳐 거대한 구로 만들더니 그대로 갤로웨이를 향해 던지기까지 했다.
기절한 건지 갤로웨이의 눈은 이미 흰자위를 드러낸 채 뒤집혀 있었고 입에는 거품이 물려 있었다.
걸레짝이 되어 버린 그는, 아직 끝낼 기미가 없는 탄의 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갤로웨이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저, 저, 저 미친…… 어휴.”
깊은 한숨을 내쉬던 맥라이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이 순간 저자가 셀로니아의 편이라 어찌나 다행인지…….
갤로웨이를 묵사발로 만들어 놓고도 잔혹하게 웃고 있는 저 얼굴은 그야말로 마왕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