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36)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36)화(136/162)
<136화>
“샅샅이 뒤져야 한다!”
“예!”
부단장인 러드 백작의 명에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베넷 남작가 안으로 진입하였다.
“무, 무슨……! 남작님도 아가씨도 안 계신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집사는 허락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기사들을 보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러드 백작에게 항의하였다.
“황제 폐하의 명이오.”
러드 백작이 자신만만하게 내민 문서엔 베넷 남작가의 수색을 허한다는 말과 황제의 인장이 떡하니 찍혀 있었다.
그것을 본 집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황제의 명이었기에 무단으로 침입한 기사들에게 더는 항의할 수 없었으므로.
“어, 어떡해…….”
“우리 다 죽는 거야? 그런 거야?”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닐까……?”
뒤에 모여 있던 하녀들이 웅성거렸다.
집사도 뭔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침을 꼴깍 삼키곤 다시 입을 열었다.
“무, 무슨 일로 그러시는 겁니까? 말씀을 해 주시면……!”
“그레이스 베넷 영애는 지금 어디 있지.”
“아가씨는 지금 출타 중이십니다.”
“어디로 갔지.”
러드 백작이 목표물을 발견한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집사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그것이…….”
“고하지 않으면 황제 폐하의 명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 자리에서 당장 체포…….”
“베스인 공작님 댁으로 갔습니다!”
망설이던 집사는 러드 백작의 으름장에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목표를 달성한 러드 백작은 들고 있던 문서를 다시 품 안에 넣으며 소리쳤다.
“지금부터 팀을 나눈다. 지금 들어간 기사들은 계속 저택을 수색하고 나머지는 날 따라 베스인 공작저로 향한다.”
월화 기사단의 문장이 수놓아진 망토를 휘날리며 러드 백작이 앞서 걸어 나갔다.
몇 시간 전, 이안 체르빌이 잠시 깨어났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레이스 베넷’이었다.
그 뜻이 명확하게 무엇인지 몰라 물으려 했지만, 이안은 그 말만 하고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레이스 베넷이라니. 깨어나자마자 약혼녀가 보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옆에서 오래 이안의 부관으로 지내 온 러드 백작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안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으니까. 이건 명백히 수사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거다.
여타 할 성과없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던지라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체 없이 이 사실을 황제께 고하였다.
흑마법으로 인해 잔뜩 혈안이 된 황제는 앞뒤 잴 것도 없이 수상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수사를 하라 윤허하였다.
‘그레이스 베넷. 그래. 돌이켜 보면 단장님께서 그 여자를 만난 이후부터 조금씩 이상해지셨다.’
정말로 그 여자가 연관이 있는지도 몰라.
“부단장님!”
마차 밖에서 들려오는 기사의 목소리에 러드 백작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베스인 공작저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는 의복을 단정히 정리하곤 마차에서 내렸다.
“이, 이것 좀 보십시오!”
“……이게 베스인 공작저란 말이냐.”
아연실색하는 기사들을 보며 고개를 든 러드백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것은 화려하고 웅장한 공작저가 아니었으니까. 공작저의 외관은 마치 다 타 버린 고목처럼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창문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그러져 있었고 문도 마찬가지였다.
흡사 용암이 저택에 흐르고 지나간 것처럼 여기저기 녹아 흘러내린 모양이었다. 죽어 버린 땅 위에 놓인 폐저택처럼.
거기다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이 소름 끼치는 느낌.
“이상합니다. 기사들도 보이질 않습니다. 저택도 너무 고요하고요.”
“끄, 끄아아악!”
기사의 보고에 이어 들려온 비명에 모두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레인!”
“물러서! 모두 물러서라!”
모두가 놀라 허둥지둥하자 러드 백작이 소리쳤다.
저택에 손이 닿았던 기사 레인이 검은 재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
“…….”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기사들 모두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태를 파악한 러드 백작이 주저 없이 명을 내렸다.
“본거지를 찾았다! 어서 황제 폐하께 알리고 다른 기사단에 지원을 요청해라! 빠짐없이 포위해야 한다.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 * *
“마, 말도 안 돼……!”
그레이스의 얼굴은 점점 더 희게 질려 갔다.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종이 인형처럼 끌려다니며 당하기만 하는 갤로웨이를 보았으니까.
반격을 위해 아버지가 몇 번이나 언데드들을 소환했지만 그마저도 소용없었다.
저 빌어먹을 남자가 족족 부숴 버렸으니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검에 능해도 흑마법으로 소환한 언데드들을 검도 없이 고작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일로 불태우다니.
도대체 저 괴상망측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주문을 외지도, 검을 휘두르지도 않는데 어떻게 사람을 공중에 띄우고 언데드들을 즉시 소멸시킨단 말이야!
“괴물이야. 저건 괴물이라고!”
툭.
당황하여 뒷걸음질 치던 그레이스의 등에 무언가가 닿았다.
홱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다가온 셀로니아가 빙그레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왜? 네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 했던 남자잖아.”
“……너.”
그레이스가 입술을 사리물었다.
저 시건방진 여유로운 표정.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던 거다.
저 남자가 괴물이라는 걸.
이제야 모든 걸 깨달은 그레이스의 입술이 비틀리듯 열렸다.
“하! 그래 그런 거였어. 네년과 마찬가지로 대공도 흑마법에 손을 댄 거였어. 그래 놓고 혼자 고결한 척 나와 아버지를 모함해?!”
그레이스는 확신했다. 그들의 마음을 빼앗은 건 셀로니아가 저와 같은 술수를 부렸기 때문이고, 대공도 같은 흑마술사라는 것을.
왜 황녀에게 자신의 귀걸이가 통하지 않았는지, 대공의 저 무시무시한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도. 그렇지 않고선 이 모든 게 설명이 되질 않았으니까.
“대공도? 그렇담 너는 흑마법을 썼다는 걸 인정하는 거네?”
셀로니아는 그레이스가 한 말에 예리한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품에 가지고 있던 귀걸이를 꺼내 그레이스의 모습을 몰래 담으면서.
“그래! 그렇다면 네가 어쩔 건데! 빼앗긴 내 몸을 되찾으려 했을 뿐이야. 내 몸 내놔! 남의 인생을 훔쳐 가 놓고 뻔뻔하게……!”
그레이스는 말 같지도 않은 질문에 뾰족하게 날이 선 눈으로 아득바득 소리쳤다.
“기사들이 밖에 포진해 있습니다. 이대로 붙잡아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바깥 상황을 보고 온 레예프가 곧장 셀로니아에게 다가왔다.
황실 기사단이 결국 알아낸 모양이었다. 도망갈 구석은 없었다.
“레예프! 도와줘요! 저 여자가 내 몸을 훔쳐 간 거라니까요? 난 억울해요! 빼앗긴 내 몸을 되찾으려고 한 것뿐이라고요!”
“…….”
필사적으로 제 팔에 매달리는 그레이스로 인해 레예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팔 위로 돋은 소름이 지금 그가 얼마나 불쾌해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흐흑, 레예프 나예요! 당신이 기사의 맹세를 했던 나라구요! 언제나 날 지켜 준다고 했잖아요!”
술수로 억지로 만들어 낸 감정에 호소하려는 건지 그레이스가 애처롭게 레예프를 잡고 늘어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말 사실을 모르고 본다면 억울해 보일 정도였다.
셀로니아는 생각했다. 가만 보면 저건 연기를 참 잘한다고.
“……신께서 당신을 용서치 않으실 겁니다. 지금껏 저지른 악행을 반성하고 달게 단죄를 받으십시오.”
그러나 레예프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그레이스의 팔을 매정하게 떼어 냈다.
따져 묻고 싶은 말이 참 많았으나 그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속으로 삼켜 내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렀는데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자신에게 매달리려는 그레이스에겐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걸 알았으니까.
“레, 레예프…….”
힘 차이를 이길 수 없었기에 그레이스의 두 손이 초라하게 아래로 툭 떨어졌다.
남은 게 없어 보이는 그 모습에 셀로니아가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미안. 어쩌지? 네가 쓴 술수는 이제 없어. 내가 다 풀어 버렸거든.”
그녀가 얄미울 정도로 과장되게 싱긋 웃자 방금까지 처연했던 그레이스의 표정이 삽시간에 표독하게 변했다.
“너…… 네가 감히! 꺄아아악!”
퍼억!
달아오른 얼굴로 이를 갈던 그레이스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레이스가 쓰러진 자리 뒤엔 언제 온 건지 맥라이언이 한 발을 뻗은 채 서 있었다.
가차 없이 발로 밀어 그녀를 넘어뜨린 것이었다.
“이걸 쥐어 팰 수도 없고. 아오!”
고작 이 정도밖에 하지 못한다는 게 분한지 그는 있는 대로 씩씩거리며 성질을 부리더니 넘어져 있는 그레이스의 두 팔을 등 뒤로 포박했다.
“이거 뭐야! 이거 안 놔? 맥라이언!”
그레이스가 발악했지만 소용없었다.
“다들 미쳤어! 다 저년한테 속고 있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술수에 당한 거라고!”
“닥쳐라. 안 그러면 진짜 죽여 버리는 수가 있다.”
진짜로 죽이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다는 듯 맥라이언이 그르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도망가지 못하게 발까지 완벽히 포박하자 그레이스는 애벌레처럼 바닥에 볼품없이 누워 있게 되었다.
“내가 진짜라니까! 저건 내 몸이야! 내가 셀로니아 베스인이야! 내가 진짜라고!”
꼼짝없이 묶여 고개만 치켜든 채로 고래고래 소리치던 그레이스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 갔다.
“……뭐야. 왜, 왜 날 그런 눈으로 봐?! 그 눈빛은 뭐야!”
내려다보고 있는 세 사람의 눈빛엔 경멸과 증오만이 담겨 있었으니까.
마치 자신이 희대의 살인마라도 되는 양 소름이 끼친다는 기색이 확연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냐니…… 꺄아아악! 아버지!”
그레이스가 놀라 빼액 소리쳤다.
탄이 초주검이 된 갤로웨이를 질질 끌고 와 그레이스의 옆에 던져 놓았으니까.
이제 그녀의 편을 들어 주고 보호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