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37)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37)화(137/162)
<137화>
“아주 걸레짝을 만들어 놨네.”
맥라이언이 널브러진 갤로웨이를 보고 혀를 끌끌 찼다.
만신창이가 된 그의 몰골은 말하지 않으면 누구인지 못 알아볼 정도였다.
온몸에 재를 뒤집어쓴 덕에 갤로웨이의 옷 너머로 드러난 피부는 죄다 새까맸고, 두 눈은 붕어처럼 팅팅 부어 있었으며 피를 토한 건지 입술과 턱엔 분비물과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축 늘어진 흐물거리는 갤로웨이의 몸은 살아 있다곤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탄. 숨은 붙어 있는 거예요?”
“당연하지. 누구의 말씀인데. 볼래?”
셀로니아의 말에 탄은 자신 있게 답하며 손을 뻗었다. 그의 두 손이 바닥에 닿아 있는 갤로웨이의 왼쪽 발목을 붙잡더니 그대로…….
“으으…… 으아아악!”
“아버지!”
갤로웨이가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내지르자 그레이스가 소리쳤다. 탄의 손이 거쳐 간 갤로웨이의 왼쪽 발목이 기괴하게 안쪽으로 뒤틀린 뒤였다.
그 과정에서 뼈가 완전히 부러져 나갔는지 갤로웨이의 발목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면 한쪽도 마저 하는 게 좋겠지.”
“미친! 그만해라! 네놈 때문에 죄를 심판하기도 전에 죽겠다!”
일말의 감정도 없이 잔인하게 저런 말을 잘도 해 대는 탄에게 맥라이언이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나 탄은 맥라이언의 말을 싹 무시하며 셀로니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의중을 묻는 것이었다.
“확실한 게 좋죠.”
“너…….”
맥라이언이 놀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셀로니아의 입에서 튀어나왔으니까.
셀로니아는 단호했다. 푸른 이채를 띤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일말의 동정도 연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휴. 그래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가장 분노할 사람은 셀로니아였기에 맥라이언은 두 손 두 발 다 든 채 한발 물러났다.
탄은 셀로니아의 선택이 마음에 드는지 픽 웃으며 이번엔 갤로웨이의 오른쪽 발목을 붙잡았다.
“자, 잠깐…… 으아아악!”
잔뜩 쉰 갤로웨이의 목소리가 처연하게 울려 퍼졌다.
숨만 붙어 있다면 그의 다리가 망가지는 건 상관없었다. 망가진 다리론 도망가지도 못할 테니 오히려 좋았다.
“아버지! 아아악! 이 무뢰배 같은 놈들! 이러고도 너희들이 무사할 수 있을 거 같아?!”
크나큰 고통에 기절한 것 같은 갤로웨이를 본 그레이스가 네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그 꼴로?”
셀로니아가 비웃었다.
그레이스는 분노하고 있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바닥에서 파닥거리는 것뿐이었으니까. 꼭 뭍으로 올라온 생선처럼.
“네년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 내가 혼자 죽을 것 같아?! 가만 안 둬! 가만 안 둘 거라고!”
“어떻게 가만 안 둘 건데?”
“하! 네가 지금 누구의 몸인지 잊은 모양이구나. 넌 지금 내 몸을 갈취해 갔다고. 그래. 넌 지금 셀로니아 베스인이야. 아버지가 붙잡히면 네가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하하하하!”
그레이스의 말에 잠시 침묵하던 셀로니아가 돌연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너무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는 듯.
“무, 뭐야!”
신경에 거슬리다 못해 자존심이 상할 만큼 커다란 웃음에 그레이스가 되레 당황하며 언성을 높였다.
모든 게 밝혀진다면 갤로웨이 베스인뿐만 아니라 베스인 공작가가 몰락하게 된다.
아무리 관련이 없다 한들 갤로웨이의 딸인 셀로니아 베스인은 이번 사건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었다. 사형까진 아니더라도 중형에 처하거나 오래도록 감옥에 유폐될 것이다. 당연히 신분도 박탈당할 거고.
설령 시간이 지나 출소를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역적 가문의 딸이 된 여자가 받는 취급이야 뻔했다.
그런데 웃어?
“아, 어떻게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까.”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던 셀로니아가 손가락으로 스윽 눈물을 닦아 내었다.
그러고는 처지에 맞게 바닥에 딱 붙어 있는 부녀를 향해 몸을 낮췄다.
“아버지. 아버지의 존귀한 진짜 딸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있네요.”
“……으으.”
“이런. 대답하기 힘든가 봐요.”
셀로니아가 안타깝다는 듯 눈꼬리를 내려뜨렸다. 거의 실신 직전인 갤로웨이의 입에선 의미 없는 앓는 소리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 발목을 잠식한 고통에 침만 질질 흘릴 뿐이었다.
“…….”
셀로니아의 모습에 오한이 돈 맥라이언과 레예프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저건 그들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본 적 없는, 진짜 화났을 때 모습이란 걸 잘 알았으니까.
“이거.”
셀로니아는 미련 없이 갤로웨이에게서 싸늘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레이스에게 제가 쥐고 있는 것을 내밀어 보였다.
“내, 내 귀걸이가 뭐! 네년은 내 몸도 훔쳐 가더니 내 귀걸이까지……!”
“이게 뭔지 알아?”
되지도 않는 그레이스의 말을 잘라먹으며 셀로니아가 손에 든 귀걸이를 차분히 응시했다.
그레이스의 귀에서 떼어 낸 사파이어 귀걸이.
그녀는 이 귀걸이를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의심했다.
귀걸이에서 묘하게 탄의 기운을 느껴졌으니까. 게다가 언제가 본 적 있는 그것과 똑같은 붉은 깜빡임까지.
그래서 혹시나 싶어 아까 탄에게 물었는데, 역시나 그녀가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
“알 리가 없겠지. 알았으면 네가 직접 찰 리가 없을 테니까.”
“그, 그게 무슨…….”
심장이 쪼그라들 만큼 의미심장한 말에 그레이스가 말을 더듬었다.
저건 자신이 어제 황녀에게 선물로 준 귀걸이였다. 다만 흑마법을 불어 넣긴 했으나 통하지 않았고, 증거가 될까 봐 오늘 황궁에 가서 되찾아온 귀걸이.
설령 이 귀걸이에 흑마법을 쓴 사실을 셀로니아가 알고 있다 해도 상관없었다. 이미 모든 걸 다 들킨 마당에 그거 하나 추가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었으니까.
그래. 이건 아무것도 아닌 귀걸이일 뿐이다.
“어머. 이걸 어쩌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겁먹을 줄 알았나 본데. 푸핫! 그럴 리가 없잖아? 네 우스운 잔꾀는 내 눈에 훤히 보이거든.”
판단을 끝낸 그레이스가 기고만장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감이 이깟 걸로 날 협박하려 들다니. 남자들을 등에 업고 아주 기세등등하구나.
“저들이 널 감싸 준다 해도 넌 내 몸을 빼앗은 도둑년이야. 셀로니아 베스인이라고.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 거야.”
그레이스의 입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영혼의 이동으로 그레이스와 셀로니아 그리고 갤로웨이는 지독하게 얽혀 있었다.
아무리 탄과 맥라이언 그리고 레예프가 곁에서 편을 들어 준다 한들 완전한 무고를 입증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그레이스는 자신만만했다.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저년의 발을 붙잡아서라도 끌고 갈 테니까.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 흐음……. 좋아. 레예프, 밖에 기사들이 쫙 깔렸다고 했죠?”
살짝 고민하던 셀로니아는 판단을 내렸는지 돌연 뒤에 있던 레예프에게 물었다.
“예. 저택을 포위했습니다.”
“순순히 나오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체포하겠습니다!”
그때였다.
때마침 바깥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그들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기사들인 모양이었다.
셀로니아는 손에 쥔 귀걸이를 내려다보았다. 모든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네가 자초한 거야.”
그레이스를 보며 픽 웃은 셀로니아는 발을 내디뎠다.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꺄아악! 이거 안 놔?! 감히 날 짐짝 취급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레예프가 바닥에 엎어져 있던 그레이스를 덜렁 들었다.
고상하게 품에 안긴 것이 아니라 가축처럼 어깨에 얹힌 그레이스는 모욕감에 소리를 빽빽 내질렀다.
“하여간 목청만 커서는.”
맥라이언은 그레이스를 혐오 어린 시선으로 노려보며 갤로웨이를 들곤 따라나섰다.
“셀로니아.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된다.”
탄이 셀로니아와 나란히 걸음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니요. 날 위해서예요.”
셀로니아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당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귀걸이는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마워요.”
“그래. 네 뜻이 그러하다면 기꺼이.”
탄은 단호한 셀로니아의 결심에 말릴 수 없다는 듯 픽 웃으며 손가락을 뻗었다.
긴 손가락이 셀로니아의 손 위에 있는 귀걸이를 툭 건드렸다. 그러자 귀걸이에 달려 있던 사파이어가 순식간에 스르륵 사라지더니 번쩍이는 빨간 구로 변했다.
그들은 빠르게 저택을 빠져나왔다.
밖은 이미 저물어 버린 해로 인해 어둑했고, 셀 수 없이 많은 기사들이 사방을 빙 둘러 포위하고 있었다.
“멈추십시오! 그 이상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저택에서 줄줄이 나오는 사람들을 확인한 부단장 러드 백작이 소리치며 검을 빼 들었다.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모든 기사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며 검을 들어 올렸다.
러드 백작과 기사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당연히 저택에서 나오는 사람은 갤로웨이 베스인과 셀로니아 베스인 그리고 그레이스 베넷일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이 더 있었다.
허시브룩 대공과 드래곤인 맥라이언, 게다가 성기사인 레예프까지.
“이건 도대체…….”
러드 백작은 혼란스러웠다.
이들 모두가 흑마법에 가담했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을 잡아먹는 저 악의 소굴에서 나온 것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혼란에 혼란이 쌓이던 그 순간이었다.
“까아악! 살려 주세요! 베스인 공녀께서 저를 겁박하고 폭행하였어요!”
마지막으로 나온 레예프에게 들려 있던 그레이스가 이때다 싶어 작정하고 소리쳤다.
“흐흑, 제발 저를 구해 주세요! 살려 주세요!”
눈물까지 자아내는 명연기였다. 몇몇 기사들은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하지만.
―게일.
―옮겨.
분명 그레이스는 흐느끼며 울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그녀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모여 있던 모두의 시선이 음성이 나오고 있는 곳으로 옮겨 갔다.
“무, 무슨……!”
그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차린 그레이스의 고개도 돌아갔다. 방금까지 처연하게 울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그녀는 얼어붙고 말았다.
셀로니아가 서 있는 곳 위의 공중에, 자신이 게일을 통해 황녀에게 흑마법을 쓴 광경이 똑똑히 비치고 있었으니까.
―멍청하긴.
―죽이긴 누굴 죽여, 제깟 게.
주변이 어두운 터라 허공에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 또렷하게 잘 보였다. 그레이스가 황녀의 뺨을 툭툭 치면서 거만하게 말하고 있는 모습이.
‘진짜 가지가지 했네.’
셀로니아는 붉은 구가 허공에 비추고 있는 영상을 바라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이건 황녀의 생일 연회 때 탄이 황녀의 귀걸이에 심어 둔 영상구였다.
귀걸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탄이 그레이스가 다시 찾으러 올 것을 예상해 미리 손을 써 둔 것이었다. 일전에 길리안을 잡기 위해 자신이 영상석을 썼다는 걸 기억해 내고 똑같이 따라 한.
그런데 그레이스가 귀걸이를 다시 찾아온 것도 모자라 직접 끼고 있기까지 했다.
덕분에 모든 정황이 담겨 버렸다.
“어, 어어, 이게, 이게 어떻게……?”
사고가 정지된 사람처럼 그레이스가 말을 더듬었다. 너무 놀란 그녀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인지하지 못했다.
뭐야, 이거. 이게 뭐야……. 설마 아까 말했던 그 귀걸이가…….
―내 몸으로 사니까 좋아?
―풉! 이제 좀 사태 파악이 됐나 봐?
재밌다는 듯 웃는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사위에 울렸다. 뒤이어 줄줄이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진실에 모여 있던 기사들이 술렁거렸다.
확실히 보고 들었으나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믿기지 않다는 듯.
“아, 아니야! 이거, 이거 아니야! 아버지, 아버지……!”
이럴 리가 없다는 듯 강하게 부정하며 덜덜 떨던 그레이스가 갤로웨이를 향해 악을 내질렀다.
그러나 탄에게 정말 딱 목숨만 붙을 정도로 당한 갤로웨이는 그저 맥라이언에게 들린 채로 으으, 소리만 낼 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저년의 태도를 좀 보세요! 주제도 모르고 제가 진짜 공녀인 듯 굴잖아요!
―하하. 그래 봤자다. 존귀한 내 딸은 너 하나뿐이니.
영상은 끊임없이 계속 재생되었다. 부녀는 가감 없이 자신들의 범행을 이실직고하고 있었다.
영상구인 것을 눈치챈 셀로니아가 모르는 척 묻는 질문에 자만에 빠진 기고만장한 부녀는 족족 대답을 해 댔으니까.
―난 집 나가서 반년 동안 고생하긴 너무 싫었거든. 게다가 마왕 토벌이라니. 아프잖아. 으으 침대가 아닌 진흙에서 야숙하는 것도 싫고 게다가 마물 고기라니. 우웩! 생각만 해도 역겨워.
―인간이라고 다 같은 인간이 아니야. 난 주인공이고 넌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 주인공인 내가 고생하는 것보단 하잘것없는 네가 대신 좀 희생하는 게 더 낫잖아? 안 그래?
“아아아악! 이건 거짓이야! 꾸며 낸 가짜라고! 믿지 마! 믿지 말라니까! 난 몸을 빼앗긴 피해자야! 저년이 내 몸을 훔쳐 간 거란 말이야!”
“…….”
드디어 실성한 건지 그레이스가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숨 막히는 정적과 함께 모두의 얼굴엔 싸늘한 경멸이 내려앉아 있었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 그레이스의 말을 들어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니들 뭐야! 감히 그딴 눈으로 날 봐?! 눈 안 깔아?!”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그레이스가 눈을 희번덕거리다 뒤집었다.
은영은 그런 그레이스를 애처롭게 바라보다 입매를 올렸다.
“셀로니아.”
“네년이 누구 이름을……!”
“고마워 자백.”
그녀는 얻어맞은 것 같은 얼빠진 그레이스의 표정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저 무도한 반역자 두 명을 당장 체포해라!”
더 볼 것도 없다 판단했는지 러드 백작이 노기 어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기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포박당한 그레이스와 갤로웨이를 향해 다가갔다.
“이건 모함이야! 내가 진짜야. 내가 진짜라니까! 저 가짜 년을 붙잡아야지! 아버지, 아버지!”
끝까지 발악하며 아버지를 부르짖는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죽어 버린 공작저에 처량하게 울려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