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38)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38)화(138/162)
<138화>
그레이스와 갤로웨이가 붙잡히자 제국은 발칵 뒤집혔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아 그들이 구금당한 이틀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베스인 공작가의 완전한 몰락.] [영혼 이동술. 진짜 베스인 공녀는 그레이스 베넷.] [피해자만 1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 부성의 탈을 뒤집어쓴 명백한 살인.] [본래대로 되돌린 후 처벌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셀로니아 베스인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누구?]그리고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본래대로? 하! 이거 순 미친놈들 아니야!”
어제 맥라이언은 씩씩거리며 보던 신문을 내던졌다.
그레이스 베넷은 본래 셀로니아 베스인이었으니, 그 모습으로 되돌린 후 처벌해야 합당하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악행을 저지른 영혼의 진짜 모습으로 처벌받아야 이치에 맞다는 주장이었다.
그들의 주장에는 억울하게 몸을 빼앗긴 진짜 그레이스 베넷은 몸을 되돌려 받을 권리가 있다는 얘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영혼을 다시 뒤바꾸는 것은 흑마법을 사용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오늘 황제 예하 귀족 회의가 열렸다.
황실의 대연회장. 오늘의 안건은 바뀌어 버린 영혼을 되돌리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였다.
신분이 확실한 귀족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었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너, 괜찮냐?”
맥라이언이 걸어가다 슬쩍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셀로니아의 눈치를 보았다.
어쨌거나 오늘 회의 안건과 논란의 중심에는 그녀가 서 있었다.
사람들과 신문 기사는 입을 가볍게 놀려 대고 있었으나, 그는 피해를 본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피해자들 앞에서 함부로 왈가왈부할 순 없었으니까.
“예상하고 있었어.”
셀로니아는 조금 피로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녀는 오늘 아침에도 황궁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나온 터였다.
영상구 덕분에 완벽히 무고가 입증되었지만 그녀는 셀로니아의 모습이었다. 때문에 이 사건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 몸을 차지하고 있는 그녀의 영혼은 누구인지,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어느 시점부터 셀로니아 베스인이 된 것인지, 이 몸에 영혼이 들어올 때 정말로 자발적인 의지는 없었는지.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구금만 되지 않았을 뿐 끝없는 취조가 시작된 것이었다.
이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왔기에 모든 것을 다 솔직하게 털어놓을 순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아는 선에서 들키지 않을 만큼의 꾸며 낸 이야기로 조사에 임하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밝혀질 일이었다. 그 부녀가 가만히 입 닫고 있을 위인들도 아니고.”
맥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번 일을 먼저 밝힌 것은 아주 잘한 판단이었다. 저희들끼리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지 않을 진실이었기에 이렇게 대놓고 무고와 결백을 당당히 드러내는 것이 옳았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녀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결국 초점은 뒤바뀐 영혼을 어떻게 할 것이냐로 옮겨 갔다.
“오히려 후련해.”
셀로니아가 덤덤한 얼굴로 툭 고백했다.
오랫동안 혼자만 꽁꽁 감춰 왔던 비밀을 모두가 알게 되자, 처음에는 두려웠다.
그러나 두려움은 머지않아 사그라들었다. 전적으로 저를 믿어 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앓던 이가 빠진 듯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는 후련한 마음만이 존재했다. 더는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될, 책잡힐 만한 비밀이 없어진 셈이었으니까.
“진짜 그레이스 베넷은 되돌려 달라고 하고 있다지?”
“억울하니까. 게다가 그들의 형이 결정되면 그녀는 자신의 몸이 형을 당하는 것을 봐야 하잖아.”
맥라이언의 물음에 대답하며 셀로니아는 일전에 지하에 갇혀 있었던 진짜 그레이스를 떠올렸다.
보는 사람이 다 먹먹할 만큼 울며 소리치던 그녀의 모습이.
모든 것이 밝혀지고 그레이스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몸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해야만 했다.
베넷 남작은 죽었다. 셀로니아가 제단 앞에서 보았던 그 수많은 심장 중에 베넷 남작의 것도 있었던 거다.
자신의 딸이 그레이스 베넷 노릇을 하려면 베넷 남작이 눈엣가시였기에 치워 버린 것이었다.
셀로니아는 진짜 그레이스의 마음을 이해했다.
아무도 보상해 줄 수 없는 이 흘러 버린 시간도 화가 날 텐데, 자신의 몸이 처형당하는 것을 본다는 건 얼마나 끔찍할지…….
그녀는 당연히 영혼을 다시 바꾸는 일을 반대하고 있지만 진짜 그레이스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기 그지없었다.
“일찍 끝날 거다.”
확신의 찬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오자 셀로니아가 뻐근할 정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다른 누구보다 높은 위치에서 자신을 응시한 채 나른하게 웃고 있었다.
“그럴까요?”
“물론. 찬성하는 놈들은 뼈도 못 추릴 테니.”
움찔. 마치 경고와도 같은 탄의 말에 주위에 있던 귀족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일찍 끝날거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탄이 이 말을 한 것은 일부러였다. 찬성을 생각한 사람들에게 날리는 경고.
셀로니아는 픽 웃으며 탄의 손을 맞잡았다.
“탄, 아직 못 찾은 거죠?”
“땅굴 속에 처박힌 건지 찾기가 쉽지 않군.”
탄이 미간을 찌푸렸다.
갤로웨이와 그레이스는 붙잡혔어도 게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공작저에서 난리가 났을 그 틈을 타 도망을 간 모양이었다.
게다가 부서진 제단 조각 중 일부와 심장 몇십 개가 같이 사라졌다.
“분명 갤로웨이가 명했을 거예요.”
셀로니아는 확신했다.
붙잡힌 갤로웨이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그렇게 영혼을 바꾸고 싶어 했는데 순순히 포기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오히려 그 덕에 우리가 더 유리해졌네요.”
그녀의 눈동자가 자신만만하게 반짝였다.
이건 오히려 저에겐 기회였다.
갤로웨이의 부하인 게일이 제단의 조각과 심장을 가지고 사라진 것을 황실도 알게 되었으니 완전히 그레이스를 끝내 버릴 수 있었다.
더불어 모두가 입을 다물어 버리게 만들 수도 있고 말이다.
“조금 있다가 봐.”
“조심해야 해요.”
“물론이다.”
탄은 위풍당당하게 미소 지으며 홀연히 사라졌다.
셀로니아는 같이 회장에 들어가지 않고 멀어지는 탄의 뒷모습을 걱정 어린 마음을 지켜보다 대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맥라이언과 레예프가 꼿꼿하게 허리를 곧추세운 채 따라 들어갔다.
“…….”
“…….”
그러자 방금까지만 해도 수없이 많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회장 안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날 선 시선들이 네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붙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셀로니아에게만.
생각보다 더 열렬한 관심이었다. 볼이 따가울 정도로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탐탁지 않아 하는 눈초리가 셀로니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흘겨보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의연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맥라이언과 레예프는 셀로니아의 오른쪽과 왼쪽에 자리했다.
“그럼 저분이 진짜 공녀님이 아니고…….”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거죠?”
“귀족이긴 한 건가요? 오늘 안건의 중심인데 회의에 참석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군요.”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소? 영혼이 바뀌었다 한들 대역죄인의 딸이 참석자로 이곳에 들어와 있다니.”
“크흠! 불쾌하군.”
그들이 자리에 앉자 적막이 깨졌다. 슬그머니 한두 명씩 말을 얹기 시작했다.
워낙에 고요했던 터라 불만 어린 목소리들은 네 사람의 귀에 화살처럼 정확하게 내리꽂혔다.
“이것들을……!”
“뭐 해? 난동을 피울 셈이야?”
으르렁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는 맥라이언을 향해 셀로니아가 차분이 입을 열었다.
저도 가만히 있는데 왜 본인이 그러는지. 게다가 이렇게 날뛸수록 오히려 그녀가 불리해지는 것을 모르나.
다혈질 성정 때문에 막무가내로 들이박기 위해 일어서려던 맥라이언은 다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하지만 분하다는 듯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로 뭐 씹은 표정을 하고 있다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셀로니아! 너 말이야! 전에 토벌에서 받은 포상이 있었지?! 그때 남작 위랑 영지를 하사받았던가?! 황.제.폐.하.께?!”
모두가 들으라는 듯 맥라이언의 쩌렁한 목소리가 회장 안을 가득 메아리쳤다.
셀로니아의 입이 떡 벌어졌다.
“맞습니다! 토벌에 참여한 것은 지금 셀로니아 님 아니십니까!”
이번엔 점잖던 레예프까지 맥라이언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흠흠!”
“그, 그랬었죠…….”
그 말엔 반박할 수 없었기에 방금까지 불만을 얘기하던 귀족들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뿌듯하다는 듯 맥라이언의 어깨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하아…….”
셀로니아는 깊은 한숨과 함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왜 저래, 진짜…….
창피함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으나 올라간 입꼬리는 숨길 수 없었다.
“모두 정숙하고 자리에서 기립해 주십시오.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황제의 등장을 알리는 안내 목소리에 더는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족히 300여 명은 넘어 보이는 숫자가 단번에 자리에서 일어나 제일 높은 곳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위엄 있게 등장한 황제는 아래에 모여 있는 귀족들을 바라보며 황좌에 자리했다.
“착석하라.”
낮게 울리는 그 말에 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늘 안건에 대해 모르는 이는 없을 테니 서두는 생략하고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도록 하지.”
길게 끌 필요가 없다는 듯 황제가 입을 열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안건이 처리되어야 형벌이 정해지고 진행될 수 있었으니까. 오늘 이 의회가 그 형벌의 진행 속도를 정하게 될 것이다.
황족의 몸에 손을 댄 그레이스를 황제 또한 가만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럼 투표에 앞서 순리에 맞게 영혼을 제자리에 되돌려야 한다는 안건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재상의 말에 셀로니아와 맥라이언 그리고 레예프는 눈살을 찌푸렸다.
순리에 맞게라니.
의회의 진행을 맡은 재상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자신의 뜻을 드러낸거나 다름이 없었다.
순탄하진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셀로니아는 터져 나오려는 실소를 참으며 기다렸다는 듯 손을 올렸다.
그러자 수백 개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셀로니아를 향했다.
눈치를 보느라 쭈뼛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셀로니아만 혼자 번쩍 손을 들었으니까.
“말하라.”
안건이 안건이니만큼 그녀의 의견을 무시할 순 없었기에 황제가 탐탁지 않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마지못해 말했다.
셀로니아는 소리 없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완전히 끝내야 할 때였다.
하지만 그간 당한게 있으니 제대로 되돌려줘야지. 그게 계산이 맞는거지.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가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폐하, 구금되어 있는 죄인, 그레이스 베넷의 소환을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청에 모두가 경악 어린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그 상황에서 셀로니아만이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