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39)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39)화(139/162)
<139화>
죄인 그레이스가 의회에 도착하기 전까지 엄청난 공방이 오고 갔다.
“애초에 영혼을 다시 바꾸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는데 어찌 그런 끔찍한 일을 되풀이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미 죄인 갤로웨이에게서 회수한 심장이 있지 않습니까. 학자들의 말로는 몇 개만 더 모은다면 다시 영혼을 바꿀 수 있다 했습니다. 방법이 있는데 진짜 죄인도 아닌 그레이스 베넷의 몸이 죽어야 하겠습니까.”
두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대부분은 영혼을 바꾸는 것에 반대했지만 찬성하는 사람의 수가 적진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공녀께서, 아니 진짜 공녀도 아니시지요. 저 몸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정말로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습니까. 그러니 모든 것을 다 제자리에 돌려놓고 처벌을 내려야 합니다.”
보수파인 후작이 셀로니아를 노려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레예프가 발언을 요청하였다. 표정은 없었지만 뭔가 잔뜩 불만인 모양새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셀로니아 님의 무고는 황제 폐하께서 인정하셨습니다. 폐하께서 인정하신 지난 문제를 다시 이야기하여 논점을 흐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크흠!”
그 말에 방금 발언했던 후작이 딴청을 피우듯 슬그머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 문제는 더는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 지금 현 셀로니아 베스인의 무고는 내가 직접 확인했으니.”
황제도 결국 후작에게 한마디 하였다. 어쨌거나 그는 영상구로 인해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실상을 알고 있기에 셀로니아의 무고를 인정했다.
게다가 티타니아의 흑마법을 풀어낸 것도 셀로니아였다. 다른 치유술사가 부리는 힘으로는 흑마법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송구합니다, 폐하.”
하는 수 없이 한발 물러난 후작이 고개를 수그렸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셀로니아에게 불리한 발언이 있으면, 레예프와 맥라이언이 벌떡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 이 일의 주범을 잡아낸 게 누구인지 간과하고 있다는 둥, 토벌대에 합류하여 마왕을 물리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그레이스 베넷의 몸에 들어가 있는 진짜 셀로니아가 아니라 현 셀로니아라는 둥.
레예프와 맥라이언은 그레이스의 술수에 당해 지금까지 그녀에게 저질렀던 과오를 청산하기라도 하려는 것인지 아주 필사적이었다.
그 모습을 셀로니아는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래도 동료로서 함께했던 반년의 세월이 헛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이 조금 뭉클했다. 영혼이 바뀌었으나 그녀를 그녀 자체로 인정해 주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죄인 그레이스 베넷을 들이겠습니다.”
때마침 들려온 안내에 과열되었던 의회의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셀로니아는 심호흡과 함께 마른침을 삼켰다. 부디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만 가기를.
묵직한 쇠사슬이 바닥에 질질 끌리는 소리와 함께 손과 발에 족쇄를 단 채로 그레이스가 기사들에게 이끌려 들어왔다.
텅 비어 있던 회장 한가운데 기사들의 손에 의해 죄인이 무릎을 꿇었다.
“허…….”
죄인을 본 귀족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생각보다 멀쩡해 보이는 상태가 탐탁지 않다는 듯.
나름 예상했던 반응인지라 셀로니아는 황제의 허락을 받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극악무도한 죄인은 본인이 토벌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 영혼을 바꿔 놓고 지금 와 되돌려 달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거야 당연히 내 몸이니까!”
그때였다.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 누구 앞인지도 잊은건지 그레이스가 희번득 뜬 눈으로 셀로니아의 말에 반박하기 위해 고함을 내질렀다.
“……정신을 놓았나 봐요.”
“곧 죽을 때가 되니 미친 게 분명해요.”
그 모습에 깜짝 놀란 귀족들이 혀를 내둘렀다.
“나는 피해자야! 피해자라고! 내 몸을 빼앗겼다고! 전 단지 제가 빼앗긴 것을 되찾으려고 했던 것뿐입니다! 이건 갈취당한 돈을 되돌려 달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레이스의 뻔뻔한 그 발언에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금 여기서 죄인이 멋대로 영혼을 바꾸고 애꿎은 이의 몸을 갈취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으니까.
셀로니아는 한결같은 그레이스의 태도에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빼앗긴 게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가 선택하고 자초한 일입니다. 게다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려 놓고 뻔뻔하게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여자가 귀족 행세를 하고 있는 꼴이라니! 네가 내 몸이 되었다 한들 그 미천한 신분이 가려질 것 같으냐!”
“꺄아악!”
갑자기 그레이스가 죽기 살기로 발악하며 셀로니아에게 달려들 것처럼 벌떡 일어나자, 놀란 귀족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콰앙!
“감히 누구 앞에서! 저 죄인의 입을 다물게 하라!”
팔걸이를 주먹으로 세게 내리친 황제가 분노하여 언성을 높였다.
기사가 당장 그레이스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아아악! 다 저주할 거다! 다 죽여 버릴 거야! 으읍!”
기사가 당장 그레이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으, 으으……!”
그런데도 분이 가시질 않는지 그레이스는 짐승처럼 미쳐 날뛰고 있었다. 죽기로 작정한 건지 명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었다.
“…….”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장내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곧 죽을 죄인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와 놓고, 그것도 황제 앞에서 이런 난동을 부리다니. 자신들이 본 상황이 현실이란 말인가?
“폐하, 죄인이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이 본래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혀 반성할 기미도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굴고 있는 저 죄인의 바람을 들어주는 일은 안 됩니다.”
셀로니아는 이때다 싶어 모두를 천천히 응시하며 단호하게 말을 했다.
방금 미쳐 날뛴 그레이스의 행동을 보았기에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영혼을 다시 바꿔야 한다 주장했던 보수파도 입을 다물게 만들 정도였다. 지금 여기서 그 주장을 펼쳤다간 극악무도한 죄인을 옹호하는 꼴이 되어 버릴 테니.
그때였다.
셀로니아 옆에 앉아 있던 맥라이언이 한 칸 옆으로 옮기고,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그 자리에 앉았다.
기사들에게 가로막힌 채 발악을 하고 있던 그레이스는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로브로 인해 반쯤 가려져 있었으나 똑똑히 보였다.
“……흐흐!”
곧이어 그레이스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피어나더니 입에 문 재갈 사이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웃어……?”
적막이 휩싸인 공간 안에 울리는 웃음이 너무나도 선연해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더 볼 것도 없다! 지금 즉시 의회를 폐회하고 죄인을 당장 다시 구금하라! 내일 아침 형벌을 정해 기필코 처단을 내릴 것이니!”
황제가 분노로 점철된 목소리를 내었다. 더는 봐줄 수가 없는 행태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 소리를 친 것이었다.
그레이스의 간악한 행태에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던 의회가 단숨에 물거품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황제의 발언에도 그레이스는 아주 즐겁다는 듯 셀로니아와 그녀의 옆에 앉아있는 남자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셀로니아 옆에 앉은 그 남자는 바로 게일이었으니까.
‘네가 이긴 줄 알았지? 어림없는 소리. 아버지가 날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둘 리가 없다. 결국 살아남는 건 나야. 주인공은 나라고.’
그레이스가 승리를 확신하며 입에 조소를 그리던 그 순간이었다.
“…….”
그레이스가 입매를 굳혔다. 셀로니아가 갑자기 자신을 똑바로 쳐다본 채 활짝 웃었으니까.
‘웃어? 감히 지가?’
지금 웃어야 할 사람이 누군데! 앞으로 벌어질 일도 모르고 멍청한 게!
불쌍한 여자를 향해 혀를 끌끌 차고 있는데, 셀로니아가 입술을 벙긋거렸다. 정확하게 그레이스를 향해서.
그리고 그 입술이 말하는 것은…….
‘너라면 자멸할 줄 알았어. 역시 오만하고 멍청한 주인공스러워.’
“……으?”
정확히 그 입모양을 읽은 그레이스의 입에서 재갈 때문에 뭉개진 발음이 흘러나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당황도 잠시, 셀로니아가 다시 한번 입을 벙긋거렸다.
‘잘 가.’
그 말과 함께 셀로니아가 피식 웃었다. 자신의 얼굴로.
잘 가라니. 죽는 건 너야. 네가 이 몸으로 죽을거라고……!
그때였다.
셀로니아의 옆에 앉아 있던 게일이 큰 한 손으로 천천히 얼굴을 쓸어내리며 뒤집어쓰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흐!”
그리고 그 순간 헛숨을 삼켜 낸 그레이스의 눈동자가 이보다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한채로 크게 떨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럴 순 없어! 이건 말도 안 돼!’
하얗게 질린 그레이스의 눈꺼풀이 사정없이 떨려 댔다.
‘분명, 분명 게일이 내게…….’
이곳에 오기 전 감옥에 찾아온 게일이 그녀에게 아버지의 뜻을 전했다.
그런데 지금 저자는 누구란 말인가!
방금까지 보였던 게일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탄의 얼굴이 놓여 있었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입술에 비웃음을 머금은 채, 벌레 보듯 경멸 어린 붉은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