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4)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4)화(14/162)
<14화>
다음 날.
“아가씨! 괜찮으세요?”
침대를 정리하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섰던 엘라가 경악하며 달려왔다.
“아가씨? 아가씨!”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아 있던 셀로니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한숨도 자지 못한 퀭한 얼굴에서 힘없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어디 아프셔요? 의원님을 불러올까요?”
“아니. 피곤해서 그래. 피곤해서.”
셀로니아는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초췌한 얼굴로 스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가씨…….”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흐느적흐느적 욕실로 향하는 셀로니아를 보며 엘라는 애만 태웠다.
욕실에 들어선 셀로니아는 곧장 찬물을 받아 여러 번 얼굴에 끼얹었다.
“푸하.”
이제 좀 정신이 드는 느낌이었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자 확실히 전날보다 푸석푸석해진 얼굴이 보였다.
살결을 타고 흘러 턱에 고인 물방울을 손으로 스윽 닦아 내었다.
한참을 거울 속 얼굴을 바라보다 꾹 다문 입술을 열었다.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지?”
이런 건 원작에서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마왕이 살아 있는 것도, 남주들이 떠나간 것도 원작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어.
남주들을 찾아가 얘기해 볼까 고민도 해 보았지만 내키지 않았다.
그레이스에게 한마디 했더니 정색하며 화를 내던 레예프.
자신이 그레이스에게 해코지하지 않는지 멀리서 지켜보던 맥라이언.
그런 것들이랑 무슨 대화를 한단 말인가.
이안은 볼 것도 없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더군다나 말하고 싶다 해도 말이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또 입이 억지로 닫혀 말하는 것을 방해할지도 몰랐다.
얘기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마왕을 알아보지 못할 테다. 마왕의 본모습을 본 건 자신뿐이었으니.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겠지. 어쨌든 그들도 구원자였으니.
이 커다란 짐을 혼자서 짊어지는 건 너무 억울했으니까.
어떤 이유인진 모르겠으나 마왕은 기억을 잃은 채 살아 있었다.
그러니 그가 기억을 찾아 해코지하기 전에 빨리 저택에서 내쫓아야 했다.
더불어 왜 이런 상황이 생긴 건지 알아봐야겠지.
* * *
“이거, 이거, 이거. 누가 이딴 기사를 쓴 건지 당장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이안의 명령을 받은 보좌관이 급히 방을 나섰다.
“하.”
그는 사납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미간을 찌푸렸다.
업무실 안 책상 위엔 신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기사들이 하나같이 가관이었다.
[이안 체르빌 공작의 새 여자, 그레이스 베넷. 이것은 로맨스인가 불륜인가.] [죄 많은 남자 이안 체르빌. 구원자의 민낯.] [부도덕한 구원자를 과연 구원자라 할 수 있나?] [비련의 주인공 셀로니아 베스인. 앞으로 그녀의 행보는?]그레이스와의 약혼 발표 이후 어제오늘 쏟아지는 기사는 온통 부정적인 것투성이였다.
만약 한 곳이라도 미리 손을 써 두지 않았다면 그레이스의 얼굴을 마주할 면목조차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마왕을 죽이고 돌아온 자신의 자질을 운운하다니.
“감히.”
그는 한참을 ‘구원자라 할 수 있나?’ 문구를 노려보다 그 옆에 놓인 기사를 읽곤 팽, 코웃음을 쳤다.
“비련. 웃기고 있군.”
비련이라는 단어가 그녀와 어울리던가.
이안은 로블랑에서 마주했던 드센 셀로니아를 떠올렸다.
제게 부득부득 말대답을 하던 그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해 말도 제대로 못 했다.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그레이스 앞에서 셀로니아에게 밀린 꼴이었다.
이안은 상기되는 쪽팔림에 주먹을 쥐었다.
“공작님, 셀로니아 공녀님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가져와.”
보나 마나 위자료 청구일 것이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온 하인에게 편지를 건네받았다.
잘나신 베스인 공녀께서 얼마나 대단한 것을 요구하려고 서약서까지 쓰게 만들었는지.
그는 빈정거리며 봉투를 뜯어 편지를 펼쳤다.
그러나 그 비웃음은 몇 초도 가지 못하고 사그라들고 말았다.
편지에 적힌 위자료가 말도 안 되었으니까.
“당장 마차를 준비해. 당장!”
그가 새빨개진 얼굴로 버럭 소리쳤다.
* * *
셀로니아는 개인 서재에 앉아 있었다.
우선 카페에서 만났던 에이블과 로아나 그리고 펠레인에게 편지를 썼다. 공작저에서 갖기로 한 티타임은 당분간 미루자고.
불청객 때문에 집에 초대를 할 수가 없었다.
대신 곧 황궁에서 저를 위해 열어 줄 축하연에 꼭 참석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 사람의 편지를 마무리하고 새 종이를 꺼내 든 셀로니아는 맨 위에 거침없이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펜촉을 따라 레예프 헤첼이라는 이름이 완성되었다.
도무지 이 현실을 혼자서만 감당할 수 없었기에 남주들 중 그나마 제일 의젓하고 의지를 많이 했던 레예프에게만큼은 알리려 했다.
그러나 셀로니아는 레예프의 이름 외에 다른 글씨는 쓸 수가 없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마왕이라는 글씨가 써지질 않았으니까.
“염병할…….”
끙끙 힘을 주어 억지로라도 펜을 움직이려던 셀로니아는 들고 있던 펜을 놔 버렸다.
불가능이었다.
왜 이러는 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지만 딱히 알아볼 방도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해탈한 표정으로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젠장.”
고운 입술에서 저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저는 이렇게 골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마왕은 팔자 좋게 아침 일찍 저택을 나갔다고 했다.
엘라한테 전해 듣기론 어디에 간다는 말도 없이 휙 나가 버렸다고.
이대로 영영 안 돌아오면 좋겠지만, 볼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오겠지.
어디에 가는 건지, 무엇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런 위험한 남자와 얼마간 계속 함께 지내야 한다니.
이대로는 안 돼.
“공녀님, 길리안 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들어와.”
셀로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길리안을 맞이했다.
아침에 아버지께 부탁하여 저번에 그레이스의 정보를 가져다준 피네스트 부길드장인 길리안을 호출한 참이었다.
“공녀님을 뵙습니다.”
“와 줘서 고마워요. 앉아요.”
그에게 앉을 것을 권하며 그녀는 서재 가운데 놓인 테이블을 중심으로 가장 상석인 1인용 소파에 자리했다.
사용인들은 준비한 차가 담긴 포트와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곤 빠르게 방을 나섰다.
“길리안, 밤의 야수라고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공녀님의 은인으로 현재 공작저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알아봐 줄래요?”
그의 존재를 조사하다 보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실마리라도 얻을지 몰랐다.
“네. 알겠습니다.”
“또, 뭐든 좋으니 제국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현상이나 사건들 같은 게 있다면 빠짐없이 공유해 줘요.”
“예. 더 시키실 일이 있으십니까?”
길리안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셀로니아는 입을 열었다.
“그레이스 베넷. 그 여자도 감시해 주세요. 이상한 점이 있다면 바로 알려 주시고요.”
갈피도 잡지 못하고 있는 지금으로선 마왕과 그레이스에 대해 알아보는 게 제일 최선이었다.
난데없이 툭 튀어나온 그 여자가 끼어들고부터 모든 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남주들의 변심에 대해서 의심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작은 실마리라도 얻고 싶었을 뿐이었다.
“즉시 사람을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셀로니아의 입에서 나온 그레이스의 이름에 묘하게 눈매를 좁히던 길리안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두 사람이 회의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영애! 베스인 영애는 어디에 있지!”
“이러시면 안 됩니다!”
바깥이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저를 찾는 남자를 하인들이 애써 말리고 있는 듯했다.
화가 난 건지 성난 목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려 대고 있었다.
“허락이 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십시오!”
“감히 나를 가로막아?!”
심지어 아버지가 부재중이라는 걸 아는 건지 남자는 미친 말처럼 날뛰고 있었다.
“하…….”
그 목소리를 알아들은 셀로니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리할까요?”
길리안이 특유의 표정 없는 얼굴로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쥐어 잡았다.
“예? 아니에요.”
당황한 셀로니아가 도리어 그를 말렸다. 아버지의 사람이라 그런지 그는 검을 쥐는 데 망설임이 없다.
“괜찮으니 이만 가 봐요.”
“알겠습니다.”
깊게 허리를 숙인 길리안이 뚜벅뚜벅 걸어 문을 열자, 때마침 복도에서 기사들을 상대로 진상을 부리던 이안이 고개를 돌렸다.
“아, 여기 있었군.”
문 너머로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발견한 이안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