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4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40)화(140/162)
<140화>
날뛰는 그레이스 때문에 게일이 탄으로 변하는 것을 제대로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로브에 살짝 가려져 있었기에 모습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일부 사람들도 잘못 본 거라 치부하고 말았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게일이었잖아. 분명 게일이었는데 어떻게 대공으로 바뀌어?’
뭔가 이상하다고 깨달은 그레이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그럼 이 모든 게…….
* * *
20분 전.
“그, 그만…… 으악……!”
고통에 찬 비명이 회색 도시 같은 지하 감옥에 메아리쳤다.
얼마나 소리를 내지른 것인지 애절하게 비는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그 소리가 너무도 끔찍하고 절박하여 다른 감옥에 구금되어 있던 죄수들조차 벌벌 떨 지경이었다.
“계속 진행할까요?”
“잠깐 기다려.”
티타니아는 기사를 뒤로 물리며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흐으, 으윽…….”
황녀에 손에 들린 부채가 앓고 있는 죄인의 턱을 거칠게 치켜세웠다.
“네년이 감히 황족의 몸에 손을 대?”
티타니아는 눈도 뜨지 못하고 축 늘어져 힘겹게 숨만 내쉬고 있는 그레이스를 내려다보았다.
“나를 능멸해?!”
짜악!
그레이스의 턱을 받치고 있던 부채가 뺨을 내리쳤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셀로니아가 티타니아를 정화했다. 자신이 흑마법에 당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던 티타니아는 모든 걸 알고 나서 분노했다.
심지어 영상구까지 본 그녀는 차오르는 모욕감과 분노에 그대로 지하 감옥에 구금되어 있는 그레이스를 찾아온 것이었다.
“네년이 그레이스가 아니라 베스인 공녀라 해도 황녀인 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한번 찰진 소리가 퍼지자 그레이스의 고개가 단번에 옆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발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레이스를 노려보던 티타니아는 돌연 시선을 내리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풉! 푸하하하!”
이번엔 커다란 웃음소리가 감옥에 울려 퍼졌다.
명백한 비웃음에 딱딱한 나무 의자에 손과 발이 묶인 채로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있던 그레이스가 입술을 사리물었다.
그러자 버석하게 말라 쩍 갈라진 입술에서 또다시 피가 터졌다. 그럼에도 모욕감을 참을 수 없는 그레이스의 몸이 잘게 떨었다.
“아, 정말 대단하게 일을 벌인 것치곤 너희 부녀의 꼴이 너무 보잘것없어. 지금 네 아비도 너와 같은 꼴이란다. 팔다리가 벽에 묶여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지.”
티타니아는 그레이스의 꼴을 보며 마음껏 비웃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감옥에 갇혀 손과 발이 의자에 묶인 그녀는 거지보다 더한 꼴이었다.
게다가 왼쪽 발엔 새빨간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티타니아의 명으로 발톱이 온전치 못했기 때문이다.
“넌 분명 참형 아니면 화형일 텐데 그렇게 죽어 버려선 안 되지. 죽기 직전까지 너에게 지옥을 보여 주마. 네가 누굴 건드린 것인지 똑똑히 상기할 수 있도록.”
황녀의 부채 끝이 그레이스의 머리를 툭, 툭 찔러 댔다.
“재개해.”
“그, 그만……!”
티타니아의 말에 그레이스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애원했으나 소용없었다. 기사가 단번에 그녀의 반대편 발을 붙잡았으니까.
그레이스의 마음속에 제 몸을 차지한 여자를 향한 분노가 다시금 차올랐다.
그년 죽여 버릴 거야. 다 죽여 버릴 거야……!
“그만하셔야겠습니다.”
“뭐야, 넌!”
그때였다. 창살 너머로 들려온 저지에 티타니아가 눈을 치뜨며 고개를 돌렸다.
“죄인을 의회에 데려오라는 황제 폐하의 명이 내려왔습니다.”
단정하게 기사의 제복을 입은 남자가 티타니아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왜 하필 지금이야!”
티타니아가 불간 가득한 목소리로 들고 있던 부채를 바닥에 내던졌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누그러지려고 하는데.
하지만 황제의 명을 무시할 순 없었다.
“운 좋게 시간을 벌었네? 그렇지만 너무 안심하지 마. 돌아와서 또 지옥을 보게 해 줄 거니까.”
황녀는 입술을 짓씹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레이스의 이마를 툭, 툭 밀곤 몸을 홱 돌렸다.
“대충 해서 데려가! 아무도 죄인의 형색에 신경 안 쓰니까. 쯧.”
감옥의 문이 열리고 티타니아가 빠져나갔다. 고문을 하던 기사가 그 뒤를 따랐다.
황제의 명을 받고 온 기사는 의자에 꽁꽁 묶여 있는 밧줄을 풀어내고 그레이스의 발에 신발을 신겼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산발이 되어 있는 그레이스의 머리카락을 대충 정돈해 주기까지 했다. 마치 단정해 보여야 한다는, 회장에 모여 있는 귀족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듯 말이다.
“…….”
그 손길에 그레이스가 움찔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게일?”
그러자 놀란 그녀의 입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눈앞에 있는 기사는 다름 아닌 게일이었으니까.
“쉿.”
기사는 치켜든 검지를 입으로 가져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몸을 낮춰 그레이스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주인님께서 다 방도를 마련해 두셨습니다.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의회가 끝나면 바로 영혼을 바꿀 것입니다. 이 몸엔 가짜 셀로니아를 집어넣으라 명하셨습니다.”
그 말에 기력이 쇠하여 푹 꺼져 있던 그레이스의 눈이 번뜩였다.
제단이 무너졌는데 어떤 방도를 쓰겠다는 건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이 지옥을 벗어나고, 그 여자를 대신 이곳에 보낼 수 있다는 것에 환희를 느낄 뿐.
‘이 몸에 그년의 영혼을 집어넣는단 말이지?’
다시 돌아와 황녀에게 고문을 당하는 것도, 결국 죽는 것도 그 여자가 된다, 이 말이지.
그레이스의 입매가 비열하게 올라갔다.
게일은, 아니 게일의 모습을 한 탄은 그런 그레이스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픽 웃었다.
역시나 셀로니아가 말한 대로였다. 이렇게 기름만 부어 주면 알아서 불을 붙여 자멸할 것이라던.
* * *
“다시는 죄인의 입을 열게 하지 말라! 최후의 변론도 듣지 않겠다! 당장 끌어내라!”
벼락같이 날아든 황제의 명에 기사들이 그레이스의 두 팔을 양쪽에서 붙잡았다.
“으으…… 으으으으!”
이 모든 게 셀로니아와 탄의 계략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레이스가 질질 끌려가며 발버둥을 쳤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저 남자가, 대공이 흑마법을 썼다고. 흑마법으로 모습을 바꾸어 자신을 농락했다고 고발하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다.
“으으으으…… 흐으!”
본인이 날뛰는 바람에 재갈을 물게 되어 그레이스는 어떤 말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더는 입을 열지 못하게 하라 황제가 선언하였으니 그녀는 죽을 때까지 말을 전할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자업자득이었다.
“아오. 아직도 저런 거한테 당했다는 걸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끌려가는 그레이스를 보며 맥라이언이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마음 같아선 저걸 그냥 확! 날려 버리고 싶었다. 드래곤의 심장도 되찾았겠다 마음만 먹으면 그가 못 할 건 없었다.
반면 셀로니아는 평온한 표정으로 질질 끌려가고 있는 그레이스를 보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저와 탄을 향해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독기 가득한 눈으로 뭐라 뭐라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억울한 게 많은 걸까. 결국 이 모든 것이 본인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초래된 결과인 것을.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 모양이니 해 줘야겠죠.”
그녀는 빙긋 미소를 머금은 채 그레이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 지긋지긋한 악연. 이제 정말로 끝이 난 것이었다.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그런 진심을 담은 터라 마치 친한 친구와 작별하듯 살갑고도 후련한 손 인사가 아닐 수 없었다.
“…….”
“…….”
그 모습에 레예프와 맥라이언은 움찔거리며 침을 꿀떡 삼켰다. 원래 그들의 동료인 셀로니아는 한 번 돌아서면 칼 같은 여자였다.
그걸 알기에 그들이 그렇게 구차하게 매달렸던 거다. 역시 그녀를 적으로 만들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제 발 저린 두 사람과 달리 탄은 셀로니아를 아주 자랑스럽고도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가지.”
커다란 손이 셀로니아 앞에 내밀어졌다.
그녀는 그레이스가 초라하게 끌려 나간 문에서 시선을 옮겨 손을 내민 사람을 바라보았다.
새빨간 눈동자가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채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민하지 않고 그녀는 탄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렸다.
“셀로니아 님, 지내는 건 괜찮으신 겁니까? 불편하신 거라면 제가 호텔을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호텔도 불편할 거다. 우리 집으로 와. 남는 방도 많아. 그리고 누구의 집과 다르게 하인들도 많으니 네가 지내는 데 불편한 게 없을 거다.”
탄의 손을 잡고 걷는 셀로니아를 뒤따르며 레예프와 맥라이언이 말했다. 네 사람은 황제가 돌아가고 어수선해진 회장 안을 함께 빠져나왔다.
셀로니아는 현재 대공저에 머무르고 있었다.
공작저는 흑마법의 주둔지로 변해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되어 버렸으니까.
게다가 베스인 공작가는 이제 몰락만 앞두고 있으니 더더욱 공작저에서는 지낼 수 없었다.
애초에 갤로웨이의 정체를 깨달은 뒤부터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이 사라진 셈이었다.
그때였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탄의 손이 돌연 셀로니아의 허리를 와락 휘감았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그녀의 가벼운 몸이 훅 딸려 가, 탄에게 안긴 꼴이 되어 버렸다.
의아함을 느끼기도 전에 탄이 그녀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 듯.
“아니. 그녀는 오늘도 내 집으로 갈 거다.”
그러더니 어딘가를 바라보며 들으라는 듯 강조하며 말을 내뱉는 게 아닌가.
“깨어났나 보군.”
뒤이어 들려온 맥라이언의 목소리에 셀로니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향했다.
언제 왔는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앞에 한 남자가 다가와 서 있었다.
“셀로니아.”
이안 체르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