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42)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42)화(142/162)
<142화>
흔들린 게 아니었다. 단지 빙의하자마자 토벌에 참여하였고 그때 제일 많이 의지했던 이가 이안이었기에 옛 추억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애당초 셀로니아는 이안을 단 한 순간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저 원작에 충실하게 임했을 뿐.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에겐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명확하게 존재했다.
그래서 자신의 본명을 그 누구에게도 알려 주고 싶지 않았다.
맥라이언은 엿듣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오직 탄만이 그 이름을 알고 불러 주길 바랐으니까.
“셀로니아, 난 그대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지난날 내가 했던 말들 때문이라면 그건 내 진심이 아니…….”
“우리 파혼했잖아요.”
“그거야 다시……!”
“전 공작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찍 흑마법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 풀려날 수 있는지도요. 그런데도 당신에게 가지 않은 거예요.”
“…….”
다급하게 그녀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던 이안의 팔이 허공에 멈추었다.
그 말이 내포하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건 그대가 서운해서 그런 거다. 서운한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내게 벌을 주려고 했던 거야.”
이안은 부정했다. 멈칫했던 손도 다시 움직여 셀로니아의 손을 붙잡았다.
“다시 생각해 봐. 그때 버드나무 아래에서 우리가 평생 함께하자고 했던 맹세를.”
그 말에 셀로니아는 그때 일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토벌 도중 처음으로 마주한 푸릇한 나무였다. 그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하고 밤이 찾아오자 이안이 저를 버드나무 아래로 불렀다.
그러고는 제대로 고백하며 처음으로 입을 맞췄었다.
그때 일이 이안도 떠오른 건지 얼굴에 그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저와는 다르게.
셀로니아는 결국 질척거리는 이안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며 잡힌 손을 떼어 냈다.
“그만 좀 해요. 자꾸 옛날얘기 꺼내 봤자 저한테 아무런 감정도 주지 못하니까.”
“마음이 변한 건가?”
허전해진 손을 내려다보던 이안이 셀로니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푸른 눈동자가 마치 셀로니아를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 질책하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상처받은 아이 같은 이안의 표정은 교묘히 모든 걸 상대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흑마법에 걸렸다고 할지라도 저를 위협하고 협박하던 그때가 모두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용서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그녀는 착각하는 것 같은 이안을 제대로 일깨워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변한 적 없어요.”
“역시. 그대도 여전히……!”
“처음부터 당신을 사랑한 적 없으니까요.”
“뭐?”
화색이 돌았던 이안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 갔다.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고요.”
“……그럴 리가 없지 않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 이안이 충격에 휩싸였다.
“됐고. 이제 그만 가요. 탄이 기다려요.”
탄을 두고 이안에게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지 않았기에 셀로니아는 단호하게 뒤로 돌았다.
그러나 이안이 셀로니아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붙잡아 돌렸다.
“당신은 더는 공녀가 아니야. 공작가는 멸문당할 테니까. 그대는 앞으로 어떻게 살 작정이지?”
그러고는 제 미래까지 걱정해 준다. 아니, 겁을 주려는 건가?
이러면 제가 겁을 먹을 줄 아는 건가?
“수도에서 계속 지낼 거라면 나를 선택하는 것이 그대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난 그대를 향한 어떤 비난도 막아 줄 수 있어.”
확실히 체르빌 공작가는 권세 높은 가문이었다. 베스인 공작가가 부(富)를 담당했다면 체르빌 공작가는 늘 정계를 주름잡았으니까.
따지고 보면 수도에서만큼은 북부에서만 활동하는 허시브룩 대공가보다 체르빌 공작가가 더 위세가 높다 볼 수 있었다.
흑마법의 부작용으로 이안이 연회 홀을 박살 낸 사건 또한 흑마법 때문이라는 것을 참작하여 황제는 보수 비용을 체르빌 가문이 내는 것으로 종결시켰다.
다른 가문이었다면 조금 더 큰 벌이 있었겠지만 체르빌 가문이라는 것도 한몫했던 거다.
그런데 어쩌라는 거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걸로 내가 벌벌 떨 거란 생각 말아요.”
“난 그게 아니라…….”
“필요 없어요. 당신도 당신 가문도.”
공작가든 대공가든 이제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설령 자신이 받은 남작 위까지 사라진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저 그녀가 선택한,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라면 이젠 그걸로 충분했다.
“…….”
흔들리지 않는 셀로니아의 두 눈을 들여다본 이안은 말문이 막혔다. 어떤 비바람에도 심지 곧은 나무처럼 끄덕이 없을 것만 같았다.
어째서지.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거지?
“손 좀 놔줄래요? 탄이 오해하진 않겠지만, 이걸 보면 진짜 당신 죽여 버릴 거거든.”
귀찮다는 표정으로 셀로니아가 이안을 흘겨보았다.
더는 붙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이안은 멍한 표정으로 셀로니아의 손목을 스르르 놓아주었다.
“셀로니아.”
때마침 멀지 않은 곳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그들에게 날아들었다.
“탄.”
그러자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찬바람이 쌩쌩 불던 목소리는 어디 가고, 애정이 듬뿍 담긴 화사한 목소리가 지저귄다.
이안은 한 톨의 미련도 없이 제게서 돌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한달음에 달려간 그녀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신의 자리라는 듯 커다란 남자의 품에 안기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걸까.
소중히 서로를 품에 안고 시선을 마주한 남녀의 표정은 한없이 애틋했다.
마주 본 푸른 눈동자와 붉은 눈동자에 담긴 빛이 선연했다.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만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었으니까.
이안은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낯선 셀로니아의 표정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그녀에게 맹세를 하던 그날에도 볼 수 없던 표정. 그 표정이 저 남자만을 향해 있었다.
그제야 이안은 깨달았다.
셀로니아가 지금껏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버틸 수 있던 이유. 그는 마음 한 자락조차 얻을 수 없던 이유.
그게 저 남자라는 것을. 틈 없이 들어차 있는 저 존재 때문에.
* * *
이틀 뒤.
몬테라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늘 처형식이 있었으니까.
“이번 흑마법 사건에 가담한 인물은 누구라도 가릴 것 없이 모두 사형에 처한다! 특히 이번 음모를 꾀한 베스인 공작가는 작위를 박탈하고 대역죄인인 갤로웨이 베스인과 셀로니아 베스인은 각각 교수형과 화형에 처한다!”
“더는 이 신성한 제국에서 흑마법이라는 금기를 범하는 자가 나오지 않도록 죄인 갤로웨이 베스인의 목을 황궁 앞에 한 달간 효수하여 그 본보기를 보이도록 하라!”
어제 황제는 모든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판결을 내렸다. 역시나 예상했던 결과였다.
베스인 공작가는 하루아침에 몰락했고 갤로웨이는 교수형, 진짜 셀로니아는 화형이 확정되었다.
“몰수한 공작가의 재산 중 3분의 1은 베넷 가문에 피해 보상금으로 지급하며, 남은 3분의 2는 이번 희생자들의 가족과 빈민들의 거주 마련을 위한 사업 기금으로 사용할 것을 명한다.”
결국 다시 영혼을 바꿀 수 없어 평생 자신의 몸이 아닌 타인의 몸으로 살아가게 된 그레이스 베넷은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받게 되었다.
한순간에 가족도 잃고 몸도 잃은 진짜 그레이스와 억울하게 죽어 버린 빈민들에겐 어떤 보상도 소용없겠지만, 황제는 황실이 이번 사건의 비극을 크게 통감하고 조의를 표하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공작가의 모든 재산을 내놓기로 결정하였다.
“현 셀로니아 베스인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고 토벌에 참여하여 큰 공을 세운 점과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을 인정한다. 하여 하사했던 영지와 남작 위를 유지토록 하고, 베스인이라는 성 대신 영지의 이름을 따 레이스라는 성을 내린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셀로니아 베스인 공녀가 아닌 셀로니아 레이스 남작이 되었다.
새 이름을 짓는 것보단 셀로니아라는 이름을 계속 쓰겠다는 그녀의 의견을 반영한 명령이었다.
“꼭 봐야겠냐?”
맥라이언이 불편한 표정으로 셀로니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었다.
“봐야지 그럼.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거야.”
셀로니아는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에는 셀로니아와 탄 맥라이언과 레예프도 함께였다.
곧 제일 먼저 화형을 당할 그레이스가 기사들에게 이끌려 등장하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돌을 던져 댔다.
“악마의 자식! 꺼져라!”
“죽어 버려! 당장 죽어 버려!”
얼마나 분통에 젖은 이가 많은지 성난 사람들의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마지막까지 재갈을 물고 있는 그레이스는 돌에 맞아도 비명조차 마음대로 지르지 못했다.
이틀 만에 본 그레이스는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그 짧은 시간 감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굴과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그러나 본인들의 이기심으로 다른 이의 목숨을 마음대로 빼앗은 일을 생각하면 더 당해야 마땅했다.
나무가 켜켜이 쌓인 화형대에 오른 그레이스는 나무 기둥에 꼼짝없이 묶였다.
“불을 붙여라!”
기름 냄새와 함께 불길이 이는 횃불이 등장하였다.
그 순간 맥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던 그레이스가 시선을 들었다. 그러고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셀로니아를 발견했다.
“으. 으……!”
그레이스는 마지막까지도 뭐가 그렇게 분한 건지 어깨를 흔들며 발악했으나 켜켜이 쌓인 나무에 불이 붙어 이윽고 걷잡을 수 없이 화르륵 타올랐다.
화형대가 순식간에 화마여 휩싸여 더는 그레이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
네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그렇게까지 악독하게 굴던 그레이스의 마지막은 정말이지 더없이 초라하고 볼품없었으니까.
고작 한 줌의 재가 되려고 이 짓을 한 건가.
“우습다.”
셀로니아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타는 냄새와 검고 매캐한 연기가 굉장 안에 피어올랐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 검은 인영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보일 때쯤 화형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놓은 단두대를 향해 이번엔 갤로웨이가 끌려 들어왔다.
“교수형이라니!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한다!”
“저놈의 눈알은 파서 까마귀의 식사로 던져야 하고 두 다리는 무릎을 꿇려 희생자들 앞에 놓아야 한다!”
사람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레이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자선 사업이라는 명목하에 빈민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겠다 민심을 얻었던 갤로웨이니 그에 대한 원성은 몇백 배일 수밖에 없었다.
갤로웨이에게는 돌팔매질이 끝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오물을, 누군가는 들고 있던 흉기를 내던지기도 하였다.
기사들은 흉기는 제압했지만 날아오는 오물이나 돌들은 갤로웨이가 맞도록 두었다.
코를 찌르는 썩은 내를 풍기는 오물을 뒤집어쓴 갤로웨이가 담담히 단두대 앞에 섰다.
셀로니아는 코를 막은 채 갤로웨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레이스와 달리 그는 행동이나 표정이 초연하기 짝이 없었다.
“하. 그렇게 아끼던 딸이 불타는 앞에서 죽다니. 꼴 좋네요.”
셀로니아는 갤로웨이의 처지를 비웃었다.
한때나마 저런 남자를 진짜 아버지라 생각했던 자신이 미련스러울 정도였다.
그녀는 입술을 다물며 옆에 서 있는 탄의 손을 꼭 맞잡았다.
그들은 게일을 붙잡는 대로 미련 없이 수도를 떠나기로 하였다. 수도를 떠나 북부로 향하기로.
둘이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기로 말이다.
철컥.
곧이어 갤로웨이의 목과 두 손이 단두대에 묶였다.
탄은 그런 갤로웨이의 모습을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갤로웨이의 시선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단두대에 걸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으나 실상은 무언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불길함을 느낀 탄의 눈동자가 갤로웨이의 시선이 닿는 곳에 향했다.
그러자 보이는 한 사람.
저 멀리 멀쩡한 사람들 속에 몸과 머리카락이 말라붙은 흙이 잔뜩 묻어 있는 남자가 연신 무언가 눈치를 보더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을 집행하라!”
사형 선언과 함께 남자의 손 위에 검붉은 수식이 떠올랐다. 남자가 누구인지 눈치챈 순간.
“셀로니아!”
탄이 놀라 셀로니아를 품에 안은 채 손을 뻗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붉고 강렬한 힘이 남자를 향해 쏘아졌다.
“이런 씨……!”
놀란 맥라이언은 덩달아 자신도 모르게 힘을 방출해 냈다.
탄의 힘 위에 자신의 힘을 덮어씌운 것이다. 그의 힘이 다른 이에게 들키게 하지 않기 위해.
마왕의 붉은 힘과 드래곤의 푸른 힘이 한데 뒤엉켜 게일에게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날아든 힘에 도망치지도 못한 게일의 신체가 산산조각이 났다.
쿵!
동시에 단두대에서 떨어진 칼날이 갤로웨이의 목을 내리쳤다.
“꺄아아악!”
갑작스러운 일에 광장 안에 소란이 일었다. 게일의 죽음을 본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아비규환 속에.
“……탄.”
셀로니아의 목소리만이 탄의 귓가에 선명하게 내리꽂혔다.
탄이 얼른 품에 안고 있던 셀로니아를 내려다보았다.
쿵. 그의 심장이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은영…….”
그는 크게 떨리는 손으로 셀로니아의 뺨을 매만졌다.
뭐지? 왜…….
품에 안긴 셀로니아의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두 눈빛 또한 희미하였고.
그녀의 눈꺼풀은 천천히 감겼다 뜨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하얗게 질려 가는 얼굴로 셀로니아가 아주 힘겹게 중얼거렸다.
“아, 안 돼…… 안 돼…….”
어째서. 왜, 왜. 왜.
누구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황한 것을 넘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탄이 셀로니아의 뺨을 더듬거렸다.
왜 이런 거지? 왜 몸이 점점 차가워지지?
그는 재빨리 손을 내려 그녀의 가슴에 얹었다. 흘러나온 그의 붉은 힘이 셀로니아의 몸속에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힘을 넣고 넣어도 그녀의 몸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었다.
“셀리!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맥라이언이 놀라 두 사람을 자신의 몸으로 가리기 위해 애썼다. 레예프도 두 사람의 모습이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몸을 낮췄다.
“괜찮…….”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도대체 무슨 말이…….
점점 풀려 가는 그녀의 눈이 탄만을 담아 내다 결국 감겼고 더는 뜨이지 않았다.
* * *
“그래. 그렇게 원한다면 들려주지. 훗날 셀로니아가 없어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 몰살시켜 버릴 거다. 이 제국도, 네놈들도.”
“……그럴 줄 알았다! 이런대도 우리가 네놈을……!”
“하지만 그건 셀로니아가 원치 않을 테지.”
뒤이은 탄의 말에 버럭 화를 내던 맥라이언의 입이 급히 다물렸다.
맥라이언은 놀라 얼어붙었다. 심지어 탄의 입가에 봄을 머금은 듯한 은은한 미소가 피어났기 때문에.
“아마 기다리겠지. 다시 날 찾아올 날을.”
탄은 자신이 스스로 정답을 찾아내었다.
그는 알았다. 셀로니아가 제게 바라는 것을.
그러니 그녀가 다시 제게 왔을 때, 늘 보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는 풍경의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리라.
“……그 말을 지금 우리보고 믿으라는 거냐?”
맥라이언은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대단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그 마왕이? 제국을 멸망시키려고 했던 그놈이?
“왜. 저 성기사 놈이 뱉었던 서약과 네놈이 심장을 준 일은 진심이고 나는 아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마음에 담는 일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꼭 어떤 이유가 있어야만 생기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너라서. 너였기 때문에.
“……그럼 만약 오지 않는다면. 그땐 어쩔 거지?”
너무도 진지한 탄의 눈빛에 더는 말을 보탤 수가 없어, 맥라이언은 근본적인 다음 질문을 하였다.
“그땐.”
탄은 시선을 돌려 저 멀리 이안과 함께 서 있는 셀로니아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부는 바람에 머리를 정돈하는 그녀의 모습에 손끝이 저릴 정도로 뛰는 심장을 안은 채 그가 웃었다.
“따라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