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5)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5)화(15/162)
<15화>
“아무리 공작님이어도 이건……!”
“괜찮아. 다들 나가 봐.”
셀로니아는 이안을 저지하기 위해 쫓아 들어오려는 기사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기사들과 엘라는 우물쭈물 눈치를 보다 결국 몸을 뒤로 물렸다.
“하. 나에게 그런 편지를 보내 놓고 영애는 한가하게 차나 마시고 있던 건가?”
이안이 매우 화가 난 얼굴로 빈정거렸다.
아침 댓바람부터 남의 집에 찾아와서는 예의는 한 톨이라도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었다.
드디어 미친 건가?
셀로니아는 혀를 끌끌 차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턱짓했다.
“앉아요.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하!”
이안은 셀로니아를 힘껏 노려보다 서재 가운데에 놓인 소파에 앉아 거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체르빌가의 예의범절은 정말 대단하네요.”
“뭐?”
“방문을 했으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지 온 저택이 떠나가라 그렇게 진상을 부리니.”
셀로니아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픽 웃었다.
그 여유작작한 모습에 이안이 입술을 비틀었다.
“당신이야말로 차 한 잔 내어주지 않는 굉장한 예의군.”
“아, 모르셨어요? 무식한 손님한텐 내어줄 차가 없어서요.”
“지금 뭐라고……!”
“됐고. 위자료 때문에 온 거 아니에요?”
버럭 소리치며 일어난 이안에게 시선도 두지 않고 셀로니아가 단호히 말했다.
셀로니아는 그의 방문 목적을 알았다.
주말이 껴 있었으니 지난주에 보낸 서신이 월요일인 오늘에야 도착했을 테고, 분명 받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온 거겠지.
어쩜 이렇게 단순 무식할 수가 있지?
그가 한때 이 세계의 남자 주인공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 지금 내게 복수하는 건가? 당신을 두고 다른 여자를 선택했다고?”
무슨 개소리야?
셀로니아의 눈썹이 빗금을 그리며 올라갔다. 이 무슨 자의식 과잉이란 말인가.
“진심이에요?”
“하.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그게 아니면 뭐겠나?”
이안이 오만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더니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구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
가녀린 꽃처럼 순수하고 다정했던 셀로니아가 한순간에 독기를 품은 이유야 뻔했다.
질투.
이안은 자신이 그레이스를 선택해 자존심이 상한 셀로니아가 지금 시기와 질투를 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자신의 관심을 받고 싶은 거라고.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위자료를 청구하며 이렇게 얼굴 볼 기회를 한 번 더 만들지 않았는가.
“…….”
한편, 이안이 망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셀로니아의 얼굴에는 싸늘함이 감돌았다.
이 남자는 정말 어디까지 밑바닥을 내보일 셈일까.
한때 연인이었던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추악하고도 저열한 모습을 드러내야 속이 시원한 걸까?
게다가 저 되지도 않는 말에는 대꾸해 줄 가치도 없었다.
“아주 당당한 걸 보니 제가 요구한 위자료를 가져왔단 뜻이겠죠.”
셀로니아는 눈앞에 이 남자를 빨리 치워 버리고 싶어 바로 본론을 꺼냈다.
“하! 그래. 그 위자료. 차라리 광산이나 사업권을 달라 해라.”
위자료라는 단어에 번뜩 망상에서 벗어난 이안이 짜증 섞인 어조로 당당히 말했다.
“네에? 공작님, 제가 정말로 체르빌 가문의 광산이나 사업권을 갖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
셀로니아가 과장되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이안의 입술이 꾹 다물렸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게 분명했다.
그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
“에이. 설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손을 휘저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상당히 열 받았는지 이안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무릎 위에 올려진 두 손은 주먹을 쥐었다.
그의 자존심이 깨지는 소리가 귓속에 들리는 듯했다.
반박할 수 없겠지.
황금 가문 베스인의 공녀인 제가 체르빌 가문에 탐낼 만한 건 그 무엇도 없을 테니까.
“어머. 정말로요?”
정말 그런 멍청한 생각을 했냐고 놀라는 표정으로 묻자 그가 이를 갈며 한 자 한 자 씹어뱉듯 말했다.
“대체 그걸 왜 달라고 하는 거지? 쓸 줄도 모르는 공녀가 그게 왜 필요하냔 말이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제가 체르빌 가문에서 가져갈 만한 건 그나마 그 검뿐인걸요.”
셀로니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에게 위자료로 요구한 것은 검이었다. 그가 마왕을 베었던 그 검.
마왕의 마지막 피가 묻었다고 알려진 그 검이 가지는 상징성은 대단했다.
무한한 영광과 명예 그리고 긍지가 깃들어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 검은 나중에 성검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제 문득 성검으로 변모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주기 싫어하는 것을 보니 이안은 이미 그 검의 비범함을 느낀 듯했다.
하기야 그렇지 않고서 검 하나를 내어주면 그만인데 이렇게 길길이 날뛸 이유가 없겠지.
기사단장인 그는 검을 옆에 끼고 살 테니 검을 쥘 때마다 전과는 다른 힘을 느꼈을 거다.
하지만 그저 막연히 기운만 느꼈을 뿐, 어떤 힘인지는 자세히 알지 못할 테다.
원래 성검으로 변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꽤 남았으니까. 그 성검으로 인해 그의 위상은 더 드높아진다고 원작에 쓰여 있었다.
검의 힘을 느낀 그라면 더더욱 검을 놓치기 싫을 것이다.
굉장한 힘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거라 생각하겠지.
게다가 기사에겐 검은 가보나 목숨과도 같은 것이라 했다.
그것도 찬란한 광영을 가져다준 검이라면 더더욱.
다시 생각해도 이보다 완벽한 위자료는 없었다.
“내일까지 보내요.”
“당신, 혹시 뭘 알고 이러는 건가.”
“네? 무엇을요?”
떠보려는 그의 눈빛을 읽으며 셀로니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됐다. 다른 것을 요구해. 그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하지만 그의 의심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까지 그 검을 만진 사람은 오직 본인뿐이었으니, 그 비범함을 아는 사람 또한 본인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지금 말했잖아요. 공작님이야말로 이상하네요? 그 검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설마…… 검에 다른 힘이라도…….”
“무슨! 허튼소리 하지 마라.”
발끈한 이안이 언성을 높였다. 절대 그럴 일 없다는 듯.
혼자서만 간직해 온 비밀을 들킬까 봐.
“내일까지예요. 추잡하게 다른 꿍꿍이는 꾸미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황실에 공증을 요청할 테니까.”
수작질까지 사전에 차단당한 이안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는 노골적으로 성난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이마에 바짝 올라선 핏대가 꿈틀거릴 정도로.
이안은 속으로 여자의 삐뚤어진 질투는 상당히 성가시고 짜증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전처럼 다정한 말투로 그녀를 회유해 볼까 싶었으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참. 그 소식은 들으셨죠? 몇 주 뒤 황궁에서 열릴 제 축하연 말이에요.”
“웃기는군. 내가 거길 참석할 거라는 꿈은……!”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세요? 절대 오지 말라는 뜻이에요. 제 축하연에서 불청객은 보고 싶지 않답니다.”
교만하게 코웃음 치던 이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에 반해 셀로니아는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할 말을 찾지 못한 이안이 입을 다물자 응접실에 순식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차갑다 못해 시리기까지 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살벌히 주고받는 시선에선 불꽃이 튈 정도였다.
과거에 두 사람이 연인이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셀로니아는 오늘 그를 마주하면서 완전히 실감했다. 정말 그에게 하나의 감정조차 남지 않았다는 걸.
오히려 비루하고 지저분하게 구는 그를 보니 반년 동안의 추억까지 잊고 싶을 지경이었다.
“공녀.”
그때, 이안이 먼저 정적을 깼다.
“말하세요.”
“이쯤 하는 게 좋을 거다. 더는 내 화를 사고 싶지 않다면. 봐주는 건 여기까지야.”
“뱨쥬는 건 예기깨지얘~”
“공녀!”
이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씩씩거렸다.
한껏 폼을 잡으며 으름장을 놓는 그의 표정과 말투를 얄밉게 따라 하던 셀로니아는 표정을 싸악 굳혔다.
고상하게 나갈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원래 개소리엔 개소리로 응수해 주는 게 답이었다.
본인 처지를 생각 못 하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긴커녕 협박이라니.
이런 사람에겐 예의를 차릴 필요도 가치도 없었다.
가뜩이나 골머리 아파 죽겠는데 엥엥거리기나 하고 말이야.
마왕에 ‘마’ 자도 꺼내 볼 필요도 없었다. 죽어도 이딴 인간이랑은 상의하고 싶지 않았다.
대화도 같은 사람끼리나 통하는 거다. 사람도 아닌 금수만도 못한 자와 무슨 의논을 한단 말인가.
“할 말 끝났으면 좀 가 줄래요?”
“그대는 다신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바라던 바예요. 제발 우연이라도 마주치지 말아요. 그럼 잘 가요. 위자료는 꼭 보내시고.”
악에 받친 얼굴로 셀로니아를 씹어 먹을 것처럼 응시하던 이안은 이내 거칠게 문으로 향하였다.
웃기지도 않은 행동에 셀로니아가 혀를 끌끌 찼다.
미련까지 모두 다 털어 낸 그녀의 얼굴에 비치는 건 후련함뿐이었다.
“어? 지금 아가씨께서는 손님을……!”
이안이 확 문을 열자 엘라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를 본 셀로니아는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아니, 언제 돌아온 거야!
“얘기 끝났나?”
남자는 앞에 서 있는 이안에게는 시선도 두지 않고 저 멀리 소파에 앉은 셀로니아에게 말했다.
“비켜라.”
이안은 눈앞을 가로막은 커다란 덩치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음? 아.”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시선을 내리더니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있었군. 아래에 있어서 미처 못 봤다.”
그러더니 티가 나도 너무 티가 나는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뱉으며 웃는 게 아닌가.
한쪽 입꼬리만 비죽이며 올라간 웃음. 누가 봐도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게다가 거만하다 못해 싸늘한 붉은 눈동자는 이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하등한 동물을 바라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