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15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151)화(151/162)
<4화>
밝아 온 아침에 은영이 눈을 떴다. 욕실에서 기절하듯 그의 품에서 잠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침실이었다.
찌르르 울리는 허리 통증에 몸을 일으킨 그녀는 어기적어기적 침대를 벗어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가운을 주울 힘도 없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었다.
“이리 와.”
“이제 더는 못 해요. 안 해요. 여기 와서 바다도 제대로 한번 못 봤다고요.”
억울한 눈이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있는 탄을 쏘아봤다.
보브니아. 에메랄드색 바다와 고운 백사장이 광활하게 펼쳐진 곳.
북부에서 꽤 떨어진 해안 도시로 돈 많은 귀족들이 휴양지로 많이 찾는 여행지였다.
이곳에 대공가의 별장이 있었기에 두 사람의 신혼여행지로 안성맞춤이었다.
별장의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낮은 절벽 위에 솟은 별장 뒤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놓여 있었다.
별장은 대리석으로 지어진 2층 건물로 하얀 벽과 대조되는 빨간 지붕이 특징이었는데, 그게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하늘과 바다의 모호한 경계선 사이. 그곳에 놓인 별장은 마치 한 폭의 명화를 옮겨놓은 것처럼 아름다웠다.
사방이 탁 트인 이곳에 건물이라곤 오롯이 대공 소유의 별장 하나뿐이었다.
이런 눈부신 풍경을 독점하고 있다니. 처음에는 그게 지상 천국 같았다.
꿈같은 여행지에서 찬란한 풍경을 보며 오붓한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개뿔.
은영은 이곳에 온 3일 동안 밖으로 나가지도 풍경을 제대로 구경하지도 못했다.
그 이유가 저 침대에 누워 킥킥 웃고 있었다.
24시간 내내 밤낮 할 것 없이 사람을 붙잡아 두고 괴롭힌 주범. 자신은 진이 다 빠져 죽어 가는데 저 인간은 얼굴에 광이 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기운이 넘친다.
게다가 지금 도대체 몇 번째 침실인지.
시트가 젖어 침실을 몇 번이나 옮겼는데 3번째 옮기고 나서 그냥 세는 걸 포기했다.
먹지도 자지도 않는 남자와 사는 일은 이랬다.
어제는 도저히 숟가락을 들 힘도 없어 그의 품에 안긴 채 주는 걸 받아먹었다.
씻기도 힘들어 그에게 안겨 씻겨 주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물론 침실에서 욕실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 또다시 버거운 일이 연장되었지만.
그가 크게 움직일 때마다 물방울도 튀어 올랐다.
동시에 눈앞이 새하얗게 번쩍이는 아득한 감각에 두 발끝을 오므린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쉬이. 괜찮다.”
그런 자신을 그가 달래며 뭉근한 혀로 눈물을 핥아 올렸다.
결국 받아 놓은 욕조 물이 차게 식을 동안 집요하게 파고드는 탄 때문에 그녀는 겨우 매달려만 있었다.
“어서.”
어제 그 난리를 피워 놓고 또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가 진저리를 쳤다.
그러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에 얇은 이불만 하반신에 덮은 채 저를 향해 누워 있는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람의 신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흉포할 만큼 두껍고 단단한 가슴 여기저기엔 긴긴밤의 흔적인 손톱자국이 나 있었다.
그걸 보니 그에게 안겨 우는소리를 내질렀던 자신이 절로 떠올라 두 귀가 화끈거렸다.
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아까부터 나른하게 누워 있는 상태에서도 저만을 원한다는 듯 붉은 눈에 스치는 안광이 아찔했다.
몸 곳곳에 시선이 닿은 것뿐인데도 정염을 담은 눈이 너무도 끈질겨 마치 구석구석 그의 손이 닿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착각이 아닐 테다.
그는 이미 머릿속으로 여러 번 제 몸을 어루만졌을 테니.
“……오후엔 진짜 나갈 거예요.”
대치하듯 침대에서 떨어져 있던 그녀는 결국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미친 게 틀림없다. 제정신이 아닌 거다.
그에게 한번 붙잡히면 종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호랑이 소굴에 제 발로 찾아가고 있었다.
결국 자신은 탄을 힐난할 사람이 못 된다. 그가 내비치는 욕망과 자신의 것은 같은 크기니.
“좀 봐줘. 나는 네가 부족해.”
탄이 돌아온 그녀를 냉큼 잡아 침대에 눕히곤 뒤에서 끌어안았다.
많이 참았다는 듯 그가 곧장 넓은 방 안에 쪽쪽 소리가 울리도록 어깨 아래 날개뼈에 입을 맞추었다.
“읏, 이 이상 어떻게 부족해요.”
높은 코와 입술이 동시에 닿는 촉감에 은영이 목덜미가 달아올랐다.
“부족해. 턱없이.”
그는 정말로 그녀를 안고 있어도 더 안고 싶고 닿고 있어도 더 닿고 싶었다.
이건 마치 해갈되지 않는 갈증 같았다. 평생을 그냥 제 품에 가둬 놓고만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그녀가 손 하나 깜짝하지 않고 종일 자신에게 안겨 다니며 자신이 주는 것을 먹고 제 손길에 씻겨지고 제 품에서 잠들고 깨기만을 바랐다.
평생을 모르다 뒤늦게 알게 된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 얼마나 추악한 욕심을 부리게 하는지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물론 인간다워진 점도 있었다.
결혼식에서 이안을 발견했을 때 예전의 그였다면 앞뒤 생각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목을 쳐 버렸을 거다. 저는 그럴 수 있고 이안은 그래도 되는 존재니까.
하지만 그는 은영의 곁에 있기로 결정했기에 이안이 패배감을 누리게끔 놔둔 것이다.
이 모든 건 당연히 그녀 한정이었다.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그녀가 자신을 싫어할 만한 짓은 하지 않는다. 은영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가차 없었고 봐주지 않았다.
“그래도 읏, 오늘은 나갈 거예요. 당신이랑 같이 모래사장을 걷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래.”
제 품에서 고양이처럼 칭얼거리며 꿈틀대고 있는 그녀의 행동이 귀여워 탄이 웃으며 입술을 떼었다.
하얀 등에 붉게 남은 흔적들이 흡족스러워 더욱더 몸을 붙였다.
“진짜예요.”
“알겠다.”
“탄!”
진지하지 못한 대답에 짜증이 난 그녀가 휙 돌아누워 마주 본 그의 어깨를 콱 물어 버렸다.
탄은 조금 놀라 커진 눈으로 씨근덕거리고 있는 은영을 보았다. 그녀의 입이 떨어진 자리에 잇자국이 선연하게 남아 있었다.
그걸 확인한 순간, 그의 붉은 눈을 위험할 정도로 요요하게 빛내며 양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더해 줘.”
그녀가 남긴 흔적이 마치 본인 거라는 표시 같아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진 것이었다.
“…….”
순간 은영의 얼굴에 낭패감이 어렸다.
이런……. 역효과였다.
어떤 짓을 하든 그에겐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극을 더 준 셈이었다.
결국 그에게 붙잡혔던 그녀가 바닷가로 나온 건 아주 늦은 오후가 돼서였다.
* * *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서 마을에 나와 식사를 마친 탄과 은영은 바닷가로 향했다.
두 사람은 신발을 벗은 채 부들거리는 모래사장을 밟으며 손을 꼭 맞고서 걸었다.
머리를 못살게 흔드는 바람과 밀려오는 바닷소리가 시원했다.
평화로웠다. 근심도 걱정도 작은 고민거리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다.
둘은 바닷가를 거닐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별로 재밌지 않은 얘기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냥 서로만 바라보고 있어도 웃음이 났다.
같은 머리 색, 같은 마음, 같이 나눈 온기. 모두 좋았다.
“어? 아이스크림 가게네요? 탄. 아이스크림 먹어 봤어요?”
모래사장 끝에 다다랐을 때 활짝 문을 연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한 은영이 탄을 보며 물었다.
“먹고 싶나? 사 올까?”
“아뇨. 제가 사 올게요. 당신은 여기 있어요.”
은영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탄을 무서워했다. 워낙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아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흠칫흠칫 놀라는 건 일상이었다.
보브니아에 와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개차반으로 구니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함께 가지.”
“혼자 갔다 올게요. 코앞이잖아요.”
그녀는 자신을 번쩍 안아 든 그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두 손을 올렸다.
탄은 그녀의 발이 닿지 않게 안아 들고선 성큼성큼 모래사장과 인도가 연결되어 있는 계단으로 걸어갔다.
계단 위에 그녀를 내려 둔 그는 하얗고 작은 발에 묻은 모래를 꼼꼼하게 털어 주고는 손에 들고 있던 신발을 신겨 주었다.
“고마워요. 기다려요. 금방 사서 올게요.”
눈꼬리를 휘며 웃은 그녀가 그의 뺨에 짧게 입을 맞추곤 후다닥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탄은 픽 웃으며 검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은영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길들여진 짐승처럼 잠자코 그녀를 기다리던 탄이 돌연 험악한 얼굴로 다리를 움직인 건 순식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