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2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20)화(20/162)
<20화>
“하하. 어서 오게, 귀공.”
셀로니아를 뒤따라 들어온 남자를 본 갤로웨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긴 테이블의 끝, 상석에 앉은 갤로웨이의 오른쪽 대각선 방향에는 또 다른 손님이 앉아 있었다.
그녀가 아는 얼굴이었다. 베스인 공작가의 기사단을 이끄는 기사단장 루베우스 경이었다.
시드 백작가의 차남이랬던가.
실력이 출중해서 여기저기 스카우트 제의가 왔으나, 아버지와의 충의를 지켰다고 알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예상 못 한 손님에 당황했다. 이 수상쩍은 남자를 누군가 보는 걸 원치 않았기에.
그러나 이미 늦어 버렸다.
“오랜만입니다, 공녀님.”
루베우스가 셀로니아의 등장에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오랜만이네요, 시드 경.”
“몸은 좀 어떠십니까?”
“아주 좋아졌어요.”
“다행입니다. 걱정했습니다.”
루베우스가 쑥스럽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귀 끝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셀리, 갑자기 일이 잡혀서 말이다. 루베우스와 금방 나가 봐야 할 것 같아 함께 식사하려 하는데 괜찮겠지?”
“그럼요.”
셀로니아는 마지못한 마음을 숨기며 루베우스의 맞은편이자 아버지의 왼쪽 대각선 자리에 앉았다.
마왕도 그녀를 따라 들어와 옆에 앉았다.
“귀공도 괜찮겠소?”
“상관없다.”
그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툭 말을 뱉자 순간 다이닝룸에 적막이 찾아왔다.
반토막 난 대답에 셀로니아의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심지어 루베우스는 표정을 굳히며 허리춤에 찬 검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많이 아파서요!”
그녀는 황급히 입을 열며 식탁 아래 발로 그의 발을 툭툭 쳤다.
불만인지 그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저를 바라보자, 셀로니아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조용히 입 다물고 있으라고 눈치를 주었다.
“하하하. 루베우스, 괜찮다. 귀공은 우리 딸을 구해 준 귀인이다.”
“그렇군요. 무례를 범할 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루베우스 시드라고 합니다.”
엉덩이를 떼었던 루베우스가 한결 누그러진 표정으로 그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셀로니아는 입술을 앙다문 채 옆에 앉은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믈흐즈 므.”
그것을 알아들은 그는 어이가 없어 픽 웃으며 그냥 고개를 한 번 까딱였다.
이것 또한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칼을 들고 설칠 정도는 아니었다.
너그러운 갤로웨이의 아량에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주방장이 따끈한 닭고기를 통으로 내와 잘 갈린 칼로 큼지막하게 썰어 나갔다.
“그나저나 귀공, 몸은 좀 어떠하오? 상처는 괜찮소?”
주방장이 자른 닭고기를 옮겨 담고 있던 셀로니아는 경악했다.
답할 기회를 주면 안 되는데, 아버지가 자꾸만 눈치 없이 그에게 질문을 하는 게 아닌가. 환장할 노릇이었다.
“괜찮다.”
또다시 반토막 난 대답에 셀로니아가 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아버지가 먼저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 괜찮으니 다행이오. 의원 말로는 덧난 거라 하던데, 여기 있는 동안 최대한 나을 수 있게 신경 쓰라 일러두겠소.”
“그래.”
“그나저나 지금까지 식사를 모두 물렸다지? 잘 먹어야 상처가 빨리 나을 텐데.”
“뭘 먹어야만 하나?”
음식을 담지도 않고 멀뚱멀뚱 앉아서 기계처럼 답하던 그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반문했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배가 고프기도 고프지만 상처도 잘 아물지 못한다오. 지속적으로 굶는다면 죽을 수도 있다오.”
마치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뜬 어린아이를 교육하는 것처럼 친절한 답변이 아닐 수 없었다.
“배고프다는 게 뭐지?”
“머리를 다쳐서 감각을 잘 못 느낀다더라고요.”
그가 대답하자마자 셀로니아가 냉큼 끼어들어 변명했다.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지 현타게 세게 왔다.
“그렇군요. 남들보다 허기를 잘 못 느끼시는군요.”
루베우스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빤히 보며 중얼거렸다. 변명도 어려운 순간에 셀로니아는 식은땀이 삐질 났다.
“공작님.”
이제 막 식사가 시작되었는데, 아버지의 보좌관 레이몬드가 급히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은밀한 이야기인지 레이몬드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아버지의 귀에 속삭였다.
“이런. 셀로니아, 이만 나가 봐야겠다. 귀공, 미안하오. 식사는 조만간 다시 정식으로 하지.”
“그럼 공녀님, 나중에 뵙겠습니다.”
꽤 급한 일인지 셀로니아가 대꾸할 새도 없이 아버지와 루베우스가 다이닝룸을 떠났다.
“하아…….”
두 사람이 사라지자 십년감수한 셀로니아가 맥 빠진 몸을 등받이에 기대었다.
이 짧은 몇 분 동안 10년은 늙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봐요.”
“말해.”
“기억이 없는 건 알겠는데 상대에게 반말 좀 하지 말아요.”
“왜지?”
진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가 반문했다.
아, 됐다. 말해도 이해 못 할 게 분명했다.
살면서 누구한테 굽혀 본 적도, 말을 높여 본 적도 없을 인간이니.
셀로니아는 그냥 빨리 식사를 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접시로 가져온 닭고기를 썰어 입에 가져갔다.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 있는데 아직도 비어 있는 그의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그는 제가 먹는 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설마 먹을 줄 모르는 건가? 그래서 지금껏 식사를 하지 않은 건가?
의심은 곧 확신이 되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배고프다는 게 무엇이냐고 되물었으니까.
“먹어요.”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그의 접시 위로 잘린 닭고기를 툭 올려 주었다.
그가 굶든 말든 상관없긴 했으나, 사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저 붉은 눈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돌리고 싶었다.
“…….”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하얀 빈 접시가 채워진 것을 보다 말없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약간의 혼란스러움과 의문이 깃든 채로.
“잘라 주는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죠? 먹어요.”
셀로니아는 퉁명스럽게 말하곤 다시 앞에 놓인 고기를 잘랐다.
멀거니 그녀의 행동을 보던 그는 다시 접시 위에 올려진 음식을 보았다.
그녀가 올려 준 고기는 누가 봐도 먹음직스러웠다.
순간, 그의 몸속에 이상한 갈망 같은 게 휘몰아쳤다.
눈을 뜨고 나서부터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갈증 같은.
이 목마름은 뭐지?
뭐라도 좋으니 당장이라도 속을 채워야 할 것만 같았다.
게다가 이 기분은 또 뭘까.
그녀의 손을 잡지도 않았는데 온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은 이유는…….
울렁, 울렁.
이상한 느낌에 그는 한참을 음식만 응시하다 천천히 손을 뻗어 셀로니아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은 나이프와 포크를 들어 두툼한 닭고기를 썰었다.
어색했지만 과거에도 해 본 적 있던 일인지 고기는 부드럽게 잘려 나갔다.
그는 지금 하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가 썩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기억이 없으니 3개월 전 눈을 뜨고 지금까지의 기억이 그의 인생의 전부였다.
그 안에 이런 식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생경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한쪽 입꼬리가 아무도 모르게 위로 올라갔다.
‘음식을 먹긴 했나 보네.’
셀로니아가 닭고기를 썰고 있는 마왕을 보며 생각했다.
아예 음식을 먹어 본 적 없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보다. 나이프를 움직이는 그의 손이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예법을 익혔는지 그의 행동에는 기품이 묻어나오기까지 했다.
“깨어나고 지금까지 굶었어요?”
그의 행동을 관찰하다 셀로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한 질문을 툭 던졌다.
“그래.”
“왜요?”
“굳이 필요 없으니까.”
셀로니아는 동그랗게 뜬 눈을 끔뻑거렸다.
마왕은 사람과 달리 음식을 안 먹어도 살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다고 하기엔 그의 몸은 말이 되질 않는다.
그의 몸은 세 달 동안 굶은 사람의 몸이 아닌, 누가 봐도 닭 가슴살이며 프로틴이며 챙겨 먹고 엄청 운동한 그런 몸이다.
직접 맨몸을 본 입장에서 말하건대, 눈에 띄게 두툼한 그의 근육은 십몇 년 동안 검을 쥐고 훈련을 받은 기사들의 몸보다 과장을 보태어 두 배는 더 되어 보였다.
“타고난 거다.”
몸을 훑어 대는 그녀의 눈길을 알아챈 그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누, 누가 뭐랬어요?”
들켰다는 생각에 셀로니아가 새빨개진 얼굴을 허둥지둥 돌렸다.
그는 피식 웃으며 조각 낸 닭고기를 입에 가져갔다.
입안에 퍼지는 고소함과 담백함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봐요.”
창피함에 접시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기를 씹던 셀로니아는 문득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겨 입을 열었다.
그의 정체를 알고 나서부터 제일 궁금했던 것.
“말해라.”
“왜 사람들한테 음식을 나눠 준 거예요?”
밤의 야수라고 불리는 그가 왜 카페에서 남은 음식을 받아다가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선의를 베풀고 있는지.
아무리 기억이 없다지만 전과는 너무 다른 행보였다.
“필요로 하니까.”
그는 별로 어려운 질문이 아니라는 듯 바로 답했다.
생각보다 뻔한 대답이었다.
셀로니아는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 그냥 맞장구쳐 주기로 했다.
“그렇죠. 사람들은 음식이 필요하죠.”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말은 뜻밖이었다.
“아니. 그 순간 음식을 나눠 주는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