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23)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23)화(23/162)
<23화>
“……아뇨.”
그것이 몹시도 께름칙해 셀로니아는 거절했다.
꼬리 내릴 수밖에 없는 게 분했으나, 아마 검을 휘두르다 뜻대로 안 되면 그의 성질로 봐선 저 훈련장을 통째로 날려 버릴지도 몰랐다.
그때처럼.
* * *
그들의 공격을 다 쳐 내며 여유를 부리던 마왕은 순간 틈을 파고든 이안의 공격을 막지 못해 팔을 베이고 말았다.
“하.”
드디어 처음으로 마왕을 베어 낸 이안의 입에서 해냈다는 짧은 숨이 터져 나오자 마왕의 눈이 섬광처럼 번쩍이며 맹렬히 타올랐다. 마치 이성을 잃은 듯, 눈이 뒤집힌 것만 같았다.
소름이 끼칠 만큼의 섬뜩함을 느낀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피했다.
마왕이 바로 손을 휘두르자 대지가 크게 진동했다. 이윽고 검은 마기가 바닥 여기저기를 뚫고 솟아올랐다.
용솟음처럼 솟아난 마기들은 하나의 거대한 형체를 만들더니 그대로 그들을 쫓았다.
마기 덩어리는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모두 부수며 끈질기게 그들을 뒤쫓았다.
“젠장, 레예프!”
이대로 도망만 가다간 언젠간 따라잡힐 것을 느낀 맥라이언이 레예프를 불렀다. 맥라이언의 뜻을 단번에 알아들은 레예프가 자리에서 멈췄다.
두 사람은 파도처럼 돌진해 오는 마기를 향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힘을 날렸다.
레예프의 신성력이 담긴 검기와 드래곤의 힘이 그대로 마기를 들이받았다.
콰앙!
굉음과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자 희뿌연 연기가 사방을 휘감았다.
연기가 흩어지자 폭발이 일었던 바닥에 싱크홀처럼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것이 보였다.
* * *
그 기억에 치가 떨린 셀로니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갑자기 눈이 회까닥 돈 마왕이 마기를 꺼내 들어서 얼마나 고전을 했는지, 다신 겪고 싶지 않았다.
“저건 내가 손가락만 휘둘러도 정리 가능하다.”
“네에. 그렇군요.”
셀로니아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반칙이라는 것도 모르고 의기양양하게 낄낄거리는 그를 보며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아 그냥 포기했다.
마왕은 할 일도 없는지 일주일째 제 곁을 맴돌고 있었다.
그저 따라다니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보는 족족 질문을 해 댄다는 게 문제였다.
기억이 없는 그는 물음표 살인마였다.
3개월 동안 떠돌았다던 그 시절에 정말 아무것도 하질 않았는지 세상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오늘은 카페 안 가요?”
셀로니아는 목이 뻐근할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퉁명스레 물었다.
카페는 그나마 그를 떼어 낼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때 본 것처럼 카페에서 음식을 받아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었으니까.
“갔다 왔다.”
“언제요! 못 봤는데.”
“네가 대낮까지 잘 동안.”
“……대낮은 무슨.”
희망이 와르르 무너졌다. 카페까지 다녀왔으니 오늘은 종일 따라다닐 테지……. 절망스러웠다.
“저건 뭐지?”
“…….”
“이건? 저건?”
“…….”
“쟤들은 뭔데 저기서 입을 맞대고 쪽쪽거리는 거지?”
“그만 좀……! 예? 쪽쪽 뭐요?”
이어진 질문 폭격에 한 소리 하려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녀는 지금까지와 다른 질문에 그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러자 귀퉁이 나무 그늘 아래 기사와 여자 하인이 키스하고 있는 게 보였다.
“거기서 뽀뽀하지 마! 안 보이는 데서 해. 안 보이는 데서!”
결국 참지 못한 셀로니아가 그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숨어서 몰래 할 것이지. 아무리 그늘 아래라고 하나 사람들이 지나는 길목이었다. 그 바람에 그걸 발견한 그가 또 질문을 던지지 않았는가.
“그래서 저게 뭔데.”
“그냥 좋아서 하는 거예요.”
“좋아서?”
“예.”
셀로니아는 자포자기하며 대충 답했다.
이제 더는 그의 질문에 대해 대답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새빨개진 얼굴로 놀라 도망가는 두 남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하던 행위가 그의 뇌리에 박혀 있었다.
* * *
구세주처럼 등장한 길리안 덕분에 셀로니아는 마왕에게서 벗어나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뭐라도 알아낸 게 있나요?”
“밤의 야수에 대해 알아보았으나, 그의 진짜 이름도 원래 사는 곳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가 죄송할 일이 아니었다. 그 누가 와도 알아낼 수 없는 문제였으니까. 본인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
“괜찮아요. 다른 건 알아낸 거 없나요?”
“그가 처음 제도에 등장한 건 3개월 전이며, 집 없이 떠돌다 임시로 판자촌에서 지내고 있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길리안은 짧은 설명과 함께 그동안 알아 온 정보가 담긴 서류를 건네주었다.
셀로니아는 받아 든 종이를 읽어 내려갔다.
워낙 정보가 별로 없어 고작 종이 한 페이지가 그에 대한 전부였다.
그래도 그 안에는 그가 어떤 연유로 카페에서 음식을 받아다 사람들에게 나눠 줬는지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시비를 걸어온 범죄자를 손봐 줬을 뿐이었는데, 때마침 그가 처리해 준 놈들에게 피해를 입었던 사람이 바로 카페 사장이었다.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사장은 그에게 매일 무상으로 음식을 나눠 줄 것을 약속했고, 그는 음식을 먹지 않기에 눈앞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그것을 줬을 뿐이었다.
“라슈드앙 카페와는 그때 연이 이어져 매일 판자촌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고 있다 합니다.”
“그렇군요.”
“꽤 여러 명의 범죄자들도 처리하였는데, 공통점은 그들이 먼저 싸움을 걸어왔다는 것입니다.”
밤의 야수는 그저 시비를 걸어온 놈들을 처리해 준 것뿐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다 범죄자였다.
이게 그가 의인으로 알려진 속사정이었다.
하기야 웬만한 사람들은 그에게 시비를 걸 엄두도 못 낼 거다.
보여 주기식으로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불량배들이라면 모를까.
‘그럼 그렇지.’
예상은 했다. 그가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 한들 진심으로 다른 이들을 위해 선행을 할 리는 없었으니까.
정보는 그게 끝이었다. 이건 밤의 야수의 실체를 아는 데 도움은 됐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어차피 더 파 봤자 나오는 게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레이스 영애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상한 사건 또한 아직 발견된 건 없었습니다.”
길리안이 넘겨준 다른 서류도 볼 만한 정보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작은 실마리조차 잡히는 게 없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망망대해에서 지표를 잃은 느낌이었다.
일련의 일들이 그냥 일어난 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놓친 게 무엇일까. 막막했다.
“공녀님, 혹 더 하문하실 게 있으십니까.”
“아뇨. 오늘 고마웠어요. 밤의 야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니 당분간은 그레이스에 대해서 계속 수고 좀 부탁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상념에서 벗어난 셀로니아는 길리안을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가요.”
길리안이 꾸벅 인사를 하고 소파에서 벗어났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조금 더 응접실에 머무를 생각이었던 셀로니아가 그대로 다시 자리에 앉으려는 찰나.
‘음?’
맞은편 소파에 한 번 접혀 있는 양피지가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길리안이 내내 앉아 있던 자리였다. 아마 그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이리라.
셀로니아는 푹신한 소파 위에 놓인 양피지를 주워 들었다.
그러고는 곧 응접실 문을 열 길리안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길리안, 이거 떨어뜨렸어요.”
길리안이 자연스럽게 뒤돌았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을 본 길리안의 동공이 커다래지더니 이윽고 한달음에 달려와 양피지를 낚아채듯 가져갔다.
“아, 아. 감사합니다.”
본인도 본인의 행동에 놀랐는지 말을 더듬으며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건 뭐예요? 꽤 오래된 종이 같아 보이는데. 혹시, 옛 애인의 편지?”
셀로니아는 순식간의 그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진 양피지에서 시선을 떼며 싱긋 웃었다.
“아, 예……. 뭐, 비슷합니다…….”
길리안이 우물쭈물하며 셀로니아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으로 답했다.
셀로니아는 그를 마주 보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요. 어서 가 보세요.”
“아, 예…….”
진득하게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길리안은 서늘한 눈을 번뜩이며 응접실을 나섰다.
달칵.
방문이 닫히고 셀로니아는 응접실에 홀로 남았다.
“…….”
그녀는 천천히 자세를 낮춰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대었다.
‘분명 쓰여 있었어.’
한 번 접힌 양피지는 꾹꾹 눌러 접진 않았는지 틈이 벌어져 있었다.
그것을 줍는 순간 셀로니아는 똑똑히 보았다.
양피지 하단부에 적혀 있는 그레이스의 이름을.
게다가 양피지 한가운데 마법진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마법진?’
이상한 느낌에 일부러 못 본 척, 모른 척하며 애인의 편지냐며 물어보았다.
그러자 길리안은 제 눈치를 보며 반응을 살폈다. 혹시나 자신이 양피지에 적힌 무언가를 봤는지 알아내려는 것처럼.
단순히 그레이스를 조사하다 생긴 종이는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종이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을 리가 없으니까.
게다가 길리안의 그 태도.
그는 몇 번을 마주했어도 늘 똑같은 표정이었다.
표정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무슨 생각인지 읽히지 않을 만큼 늘 무표정했으니까.
그런 그가 말을 더듬으면서 당황을 했다. 무척이나 수상쩍었다.
‘뭔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