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3)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3)화(3/162)
<3화>
“너 설마 내 뒷조사한 거야?”
그녀의 기이한 웃음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던 맥라이언이 돌연 언성을 높였다.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는 그레이스를 셀로니아가 알고 있다는 게 무척이나 수상쩍었으니까.
“그럴 리가. 나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거 잊었어?”
“아, 그렇지……. 모, 몸은 좀 괜찮아?”
어느새 웃음을 뚝 그친 셀로니아가 맞는 말을 하자 맥라이언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물었다.
얼마 전까지 쓰러져 있던 사람을 나무랐던 게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걱정 고마워.”
뒤늦은 그의 걱정에 영혼 없이 대답하는 셀로니아의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이성이 차갑게 식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상황을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
“심장 돌려달라고 했지?”
“어? 어, 어…….”
방금까지 실성한 사람처럼 웃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셀로니아의 표정은 평온했다.
오히려 당황한 건 맥라이언이었다.
머릿속으로 그려 왔던 예상 시나리오는 이게 아니었는지 그의 눈동자는 혼란스러움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엘라, 내 방 금고에서 검은 주머니 좀 꺼내 와 줄래?”
셀로니아는 품에 가지고 있던 열쇠를 엘라에게 넘겨주었다.
열쇠를 받아 든 엘라가 빠른 움직임으로 응접실을 나가자 공간 안엔 두 사람만이 존재했다.
“앉아서 기다려.”
셀로니아는 맥라이언에게 맞은편 자리를 권유하며 태연하게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돌려달라는데 어쩌겠는가. 돌려줘야지.
맥라이언은 이 제국에 마지막으로 남은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의 심장은 드래곤이 소멸하는 순간 함께 사라진다.
즉, 그가 선물로 준 심장은 이제 더는 구할 수도 없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드래곤의 심장이었다.
예로부터 드래곤이 정인에게만 선물한다던 심장은 어떤 위협이라 해도 소유주를 지켜 주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심장은 드래곤이 가진 힘의 근원이었으니까.
드래곤은 심장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영물이었다.
하지만 심장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천지 차이였다.
심장이 없으면 본래 힘에 10분의 1도 사용하지 못했으므로. 그 힘조차 일반인의 몇 배가 되는 수준이었지만.
덕분에 셀로니아는 심장을 받은 이후론 다친 적이 없었다.
더 일찍 받았으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그러나 드래곤의 심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녀가 쓰려져 3개월 동안 깨어나지 못했던 건, 아마 물리적인 공격이나 외부의 요인이 아닌 자신의 내부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심장을 지니고 있을 때 마물의 공격은 피할 수 있었으나, 배탈이나 자잘한 병치레는 치렀으니까.
그녀는 다 식은 차를 마시며 그에게 심장을 선물받았던 날을 떠올렸다.
* * *
“셀리!”
벼랑 끝에서 떨어진 그녀를 구하기 위해 드래곤으로 본체화한 맥라이언이 다급히 날아올랐다.
타락한 자들의 둥지라 불리는 마물의 숲에서 본체화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계산 따윈 없었다. 그의 눈에는 오직 떨어지는 셀로니아만 보였을 뿐이었다.
거대한 용으로 변한 맥라이언은 떨어지는 셀로니아를 받아 내기 위해 빠르게 아래로 활강했다.
‘아아……. 이대로 죽는구나.’
추락하던 셀로니아가 체념한 순간, 하늘 위로 태양보다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그 순간,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죽을힘을 다해 자신을 살리기 위해 날아오던 맥라이언을. 그 어떤 때보다 절박하게 요동치던 드래곤의 노란 눈동자를.
셀로니아를 무사히 붙잡아 등에 태운 맥라이언은 안전하게 땅에 착지했다.
그의 빠른 판단력으로 그녀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
“너 미쳤어? 죽고 싶어 환장했어?”
그는 곧장 인간화하여 셀로니아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곤 윽박질렀다.
그녀는 그가 화를 내는 것을 이해했다.
벼랑에 피어난 실키아 꽃을 발견했다.
그 꽃은 상처를 치료하는 데 특효였기 때문에 모험하는 그들에게 꼭 필요한 꽃이었다.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 혼자서 그 꽃을 따려고 다가갔다.
갑자기 발을 딛고 있던 지반이 무너질 줄은, 그래서 자신이 벼랑 끝에 떨어질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원작에선 아무 탈 없이 그 꽃을 구하는 데 성공했었으니까.
“미안해…….”
“너 진짜! 하아…….”
침울하게 사과하는 셀로니아를 향해 맥라이언은 차마 화를 내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화가 나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인간은 너무 나약해.”
“…….”
“그 연약한 목숨은 별별 이유로 아스러지지.”
“맥, 미안해. 난 그냥…….”
“그래서 더 걱정돼, 네가.”
셀로니아는 그의 고백에 놀란 얼굴로 시선을 들었다.
그러자 어느새 진한 빛을 띠고 있는 노란 눈이 저를 응시하고 있었다.
“언제, 무슨 이유로 날 떠날지 모르니까.”
맥라이언은 무언가 깨달은 듯 보였다.
그의 표정은 아까와 달리 초연했고, 그래서 더없이 슬퍼 보였다.
초월적 존재인 자신과 달리 셀로니아는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숨은 덧없이 짧고 연약했으므로.
“내가 곁에 없어도 이것이 평생 너를 지켜 줄 거야.”
맥라이언은 푸른 빛이 감도는 손을 제 가슴께로 가져갔다.
커다란 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살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람에 나부끼는 그의 은빛 머리카락 아래 고통에 일그러진 눈이 보였다.
심한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통을 삼키던 그가 천천히 손을 빼냈다.
어느새 그의 손 위엔 크게 뛰고 있는 심장이 들려 있었다.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듯 아주 세차게 뛰고 있는 심장.
그 심장은 그의 손아귀에서 쿵쿵 뛰어 대다 점점 움직임이 잦아들더니 한순간에 빨갛고 딱딱한 원석으로 변했다.
셀로니아는 섬뜩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에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맥라이언은 그런 그녀 앞에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곧장 그녀의 손을 그러쥐곤 그 위에 제 심장을 올렸다.
“부디 네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나와 함께 살아 주기를.”
부디 너의 시간이 멈추질 않기를.
그렇게 바라며 맥라이언은 셀로니아의 손가락을 접어 심장을 쥐여 주었다.
* * *
“이유, 안 물어봐?”
“사람 마음이 변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겠어.”
회상을 끝낸 셀로니아는 맥라이언을 본체만체하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부디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자며 심장을 도려내어 쥐여 줬던 남자는 이제 와 다른 여자가 좋다고 돌려달라 하고 있었다.
눈앞의 이 남자가 제게 보여 줬던 그 마음은 그저 원작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위한 영혼 없는 껍데기였던 걸까.
그녀는 반년 동안 직접 겪은 그 모든 일이 정말로 존재하긴 했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계속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거야……?”
불편한 정도로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안절부절못하는 건 맥라이언이었다.
그는 셀로니아의 덤덤함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잃어버릴까 봐. 소중한 거잖아.”
“소중한 거…….”
‘소중한’이라는 그 말에 맥라이언의 가슴이 찡하고 울렸다.
그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셀로니아를 힐긋힐긋 쳐다봤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망설이는 사람처럼.
“나는, 그러니까 나는…….”
똑똑.
꽤 긴 시간 망설이던 맥라이언이 힘겹게 입을 열었으나, 들려온 노크 소리에 화들짝 놀라더니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마치 하면 안 될 말을 하려고 했던 사람처럼.
“맥, 늘 지켜 줘서 고마웠어.”
셀로니아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 그를 향해 엘라에게 받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그래.”
그녀의 손 위에 놓인 검은 주머니를 물끄러미 보던 맥라이언은 힘없는 손을 뻗었다.
심장이 그에게 다시 돌아왔다.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었다.
“조심히 가. 배웅은 하지 않을게.”
셀로니아는 먼저 작별을 고하며 그에게서 시선을 뗐다.
몇 번째 계속된 이별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마음은 그렇지가 못했다. 서운하고, 아쉽고, 화가 났다.
그러니 그에게 이런 마음을 내비치기 전에 보내야 했다.
“……너도. 가 볼게.”
맥라이언은 자신을 외면한 셀로니아를 응시하다 풀이 죽은 모습으로 몸을 돌렸다.
터덜터덜 맥 빠진 걸음으로 그가 응접실을 나갔다.
셀로니아는 그가 응접실 문을 닫을 때까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입술을 꾹 깨물고만 있었다.
“아가씨…….”
마치 울음을 참는 것 같은 셀로니아의 표정에 엘라가 걱정 어린 표정을 했다.
“어떻게 모두 다 이럴 수가 있어요? 우리 아가씨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너무해요!”
충격이 너무 커 화내는 법을 잊은 것 같은 그녀를 보며 엘라가 대신 역정을 내며 씨근덕거렸다.
“…….”
셀로니아는 창 너머 말에 오르는 맥라이언의 뒷모습을 말없이 보고 있었다.
이안도, 레예프도, 심지어 맥라이언까지 모두 자신에게서 떠나갔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면서.
“엘라.”
“네네! 뭐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만 하세요! 저는 절대 아가씨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엘라가 냉큼 대답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네가 산을 오르고 벼랑 끝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힘들게 구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었는데, 그걸 누가 홀랑 먹어 버리면 어떨 것 같아?”
어느새 창에서 시선을 뗀 셀로니아의 눈동자는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네? 어, 음……. 너무너무 화가 나겠죠? 억울하고 짜증 나고. 아마 뺏어 간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
“맞아.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그녀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렇다.
셀로니아는 지금 속상해서 울고 싶은 게 아니라 열이 받아 부글부글 끓고 있던 것이었다.
자신이 이 몸에 빙의한 지 9개월.
모두가 집에서 편히 마왕이 죽길 기다릴 때, 그녀는 숲을 헤치고 성을 올라 직접 칼을 들고 피를 보며 제국의 평화에 이바지했다.
공작 영애로서 고상하게 하하호호 티 파티를 즐기는 게 아니라 지옥에서 생존물 한 편을 찍고 돌아와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 보나 했는데, 뭐가 어쩌고 저째?
그레이스 베넷을 사랑해?
이 줏대도 없는 X새끼들.
“아, 아가씨……?”
엘라는 셀로니아에게 느껴지는 살벌한 살기에 흠칫 어깨를 떨었다.
셀로니아의 전신에 보이지 않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아 가까이 다가서기 힘들 정도였다.
“엘라.”
“네, 네! 아가씨!”
“피네스트 길드에 그레이스 베넷에 대한 정보를 요청해.”
셀로니아가 날카로운 눈을 번뜩였다.
도대체 자신이 쓰러진 3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 명의 남자가 모두 같은 여자를 사랑한다고 하는 걸까?
이걸 단순한 변심, 그저 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마왕이 죽고 평화가 도래하자마자 기다렸단 듯이 남주들을 사로잡는 게?
이런 우연이 존재할 수 있나?
“그레이스 영애를요?”
“그래. 최근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죽다 살아난 적이 있는지, 갑자기 행동이나 말투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아주 자세히.”
그러니 알아봐야 했다.
이게 단순한 우연인지 아님 다른 그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