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3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30)화(30/162)
<30화>
아침 식사 때는 신경 쓰지 못했는데, 탄은 셀로니아가 치료해 주느라 잘라 버린 그 옷 그대로 입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부티크의 문을 열고 나갔다.
“너.”
“오늘 그러고 돌아다녔어요?”
옷이 없는 건지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 구멍 난 팔소매 안으로 상처가 훤히 보이고 있었다.
“뭐?”
“옷이요. 찢어진 거 그대로 입었잖아요.”
그가 무슨 소리냐는 듯 한쪽 눈썹을 삐딱하게 올리자 셀로니아가 손가락으로 구멍 난 소매를 가리켰다.
표정을 보아하니 옷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공녀님, 잠시 샘플 좀 입어 봐 주시겠…… 호오. 일행이신가요?”
문을 연 베론디가 셀로니아를 부르다, 옆에 있는 탄을 발견하곤 눈을 번뜩였다.
“이런. 아무래도 신사분께서 옷이 필요한 것 같은데, 마침 사이즈 미스로 크게 제작된 셔츠가 있어서요.”
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르게 훑은 베론디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셀로니아는 베론디의 그 모습이 아까 열의를 불태우며 스케치를 하던 모습과 묘하게 겹쳐 보였다.
“…….”
그녀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의 옷을 자른 건 자신이 맞는데, 그건 치료를 위해 어쩔 수가 없었다.
어제 일이 미안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여러 번 사과도 했고 그 의미로 이름까지 지어 줬다.
“하아……. 주세요, 그 옷.”
그러나 결국 셀로니아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말하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실화야? 이젠 마왕의 옷까지 사 주네…….
그래도 작게나마 남아 있던 마음의 짐을 완벽히 덜어 낼 수 있을 테니.
“호호호. 어서 들어오세요.”
베론디가 웃으며 활짝 문을 열었다.
셀로니아는 이 집 장사 잘한다고 생각하며 점원의 안내에 따라 드레스를 입어 보기 위해 안쪽으로 향했다.
“신사분도 어서 들어오세요.”
“…….”
탄은 과도하게 화려한 가게 안엔 절대 들어갈 생각이 없었으나, 셀로니아가 들어갔으니 우선 따라 들어갔다.
“잠시만 여기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안쪽에 보관하고 있어 점원이 가지러 갔답니다.”
방긋방긋 웃으며 자꾸만 저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베론디를 보며 탄은 인상을 찌푸렸다.
길거리를 지나치다 이런 가게들을 몇 번 보긴 했으나 들어와 본 건 처음이었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 때문에 눈이 부실 정도였다. 가게 안에 풍기는 향기는 어찌나 지독한지 코가 찌릿할 정도였다.
대체 뭐 하는 곳인지. 영 불편하고 마뜩잖았다.
“야수님, 여기 앉아 계셔요.”
엘라가 그를 반기며 소파를 가리켰다.
익숙한 얼굴에 탄은 소파에 털썩 앉아 긴 다리를 꼬았다.
“탄.”
“아, 맞다! 탄 님! 헤헤헤.”
아침에도 정정해 주셨는데도 깜빡했다는 듯 엘라가 멋쩍게 웃음 지었다.
“네 아가씨는.”
그는 시야에서 사라진 셀로니아를 찾고 있었다.
이러려고 온 게 아니었으니까.
멕스웰에게 들은 그 얘기에 묻고 확인할 것이 있어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다.
“드레스를 입어 보러 들어가셨어요.”
엘라가 곧 나오실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그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커튼이 촤악 경쾌한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열렸다.
그 소리에 탄은 별 감흥 없는 심드렁한 붉은 눈동자를 들었다.
“공녀님, 거울은 여기 있답니다.”
베론디가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온 셀로니아를 전신 거울 앞으로 안내했다.
“우선 이런 디자인으로 라인을 강조해서…….”
“…….”
베론디가 거울 앞에 선 셀로니아에게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지고 온 여러 개의 천을 어깨나 허리에 덧대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탄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멕스웰이 했던 말만 반복 재생되고 있을 뿐.
“베스인 공녀님은 정말 예쁘시던가요?”
예쁘다? 그게 뭔데. 대체 그 말이 무슨 의미인데.
기억이 없고 세상을 모르는 그에겐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생각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건 뭐지?
방금까지만 해도 감흥 없이 고요하기만 하던 그의 붉은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순간, 목이 탔다. 지독한 갈증이 몰아닥쳤다.
이상하게 가슴 쪽이 뻐근했다. 상처가 난 곳이 아니었다. 매번 느리게 뛰는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팍이 지끈거렸다.
게다가 어쩐지 바다와도 같은 푸른색 눈동자와 같은 푸른 드레스를 입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매일 그녀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떠올렸던 이름 모를 꽃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그의 붉은 눈에 비친 건 셀로니아. 그녀라는 한 사람뿐이었다.
뭘까? 대체 왜.
“어깨가 더 드러나면 좋을 것 같아요.”
셀로니아가 베론디에게 의견을 말하며 거추장스러운 긴 곱슬머리를 한데 모아 왼쪽 어깨에 올려 두었다.
오프 숄더 드레스를 입고 있던 터라 긴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오른쪽 둥근 어깨와 하얀 목덜미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그 순간, 탄의 온몸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고개를 돌리고 싶어도 자꾸만 시선이 그녀의 하얀 목에 머물고 있었다.
손끝이 저며 온다.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자꾸만 한곳으로 모이는 느낌이었다.
그 묵직하고 불쾌한 느낌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시게요?”
옆에서 엘라가 놀란 듯 목소리를 내었지만, 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발을 움직여 상점 밖으로 나왔다.
이상하다. 이상해.
그는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으며 어쩐지 달아오른 열을 식혔다.
“……뭐야, 이거.”
성마른 손길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뜨거웠다. 손도, 얼굴도.
그의 붉은 눈동자는 한꺼번에 몰아닥친 감정과 감각에 혼란스러워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망할. 왜 몸이 멋대로…….”
탄이 아래에 두었던 시선을 올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벗어났음에도 각인된 것처럼 셀로니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일까.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하아.”
탄은 깊고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기분이 울렁인다.
살을 스치는 바람이 이리도 찬데 열은 식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목뒤는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무너진 평정은 좀처럼 돌아오고 있질 않았다.
그는 밖으로 나와서도 또다시 쇼윈도 너머로 비치는 셀로니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한 제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인지, 아님 아쉬워서인진 모르겠으나 자꾸만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저 얼굴에 자석이라도 달린 걸까.
한번 시선이 닿기만 하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거울 앞에서 요리조리 움직이며 옷을 확인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의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씰룩였다.
“!”
한참이나 그녀에게 정신을 빼앗겼던 그는 순간 셀로니아가 이쪽을 돌아보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을 때 들킨 사람처럼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 댔다.
“하. 미쳤나.”
그는 방금 자신의 행동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으며 자조하듯 뇌까렸다.
찾지 못한 기억으로 인해 마침내 돌아 버린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작 시선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뛸 리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좀처럼 들끓는 피가 식질 않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탄 님.”
그때, 엘라가 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옷 준비되었다고 들어오시라는데요? 그나저나 탄 님도 아가씨의 드레스가 마음에 드셨나 봐요! 계속 눈을 못 떼시고. 역시 탄 님도 우리 아가씨가 무척 예쁘다고 생각하신 거죠?”
엘라는 아까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에게서 눈을 돌리지 못하던 탄의 모습을 기억해 내며 뿌듯한 마음으로 얘기했다.
그 말에 탄은 의아해졌다.
왜 하나같이 셀로니아를 보며 예쁘다고 하는 걸까?
그럼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이 예쁘다는 말의 정의인 걸까.
“셀로니아가 예쁜가.”
“당연하죠! 우리 아가씨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신걸요!”
엘라가 그건 만고의 진리라는 듯 버럭 소리를 높였다.
“그럼 다들 셀로니아를 보면 심장이 간질거리나?”
“……예?”
예상을 빗나가다 못해 하늘을 뚫어 버린 그의 질문에 엘라는 순간 벙쪘다.
“신사분! 어서 들어오세요!”
들어오지 않는 탄을 기다리던 베론디가 활짝 문을 열며 말했다.
하는 수 없이 탄은 다시 부티크 안으로 들어갔다.
“어라?”
엘라는 그런 탄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멋쩍게 목뒤를 매만지는 그의 귓불 끝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