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3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31)화(31/162)
<31화>
옷이 날개라는 말을 셀로니아는 눈앞의 탄을 보고 실감했다.
“멋져요! 브라보! 역시 제 안목이 맞았어요!”
베론디가 환호하며 부드럽게 박수 쳤다. 너무도 흡족한지 그녀의 얼굴엔 커다란 미소가 지워지질 않고 있었다.
“우와! 정말요! 딴사람 같아요!”
엘라도 환한 얼굴로 베론디의 말에 맞장구쳤다.
함께 있던 점원들도 공감한다며 불그레해진 얼굴로 탄을 바라보고 있었다.
탄은 그들의 반응과 칭찬에도 무덤덤했다. 딱히 거울을 보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 말이 없는 셀로니아만 응시하고 있을 뿐. 무언가 바라는 눈치로 말이다.
“어……. 잘 어울려요.”
셀로니아는 부담스럽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그를 향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해 줬다.
그러자 탄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밝아져?’
셀로니아는 스스로의 느낌에 의아해졌다.
분명 그의 표정은 아까와 달라진 것 없이 심드렁하기만 한데 왜 확 밝아진 것만 같은 느낌이지?
그러나 그녀는 곧 답을 찾아냈다.
그가 밝아졌다는 느낌이 드는 건 옷 때문이리라.
탄은 베론디가 가져온 하얀 셔츠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맨날 그림자처럼 검은색 옷만 입던 사람이 그저 흰옷으로만 바꿔 입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베론디가 가져온 셔츠는 웬만한 남자들보다 훨씬 체격이 큰 탄에게 딱 맞았다.
맞춤 제작한 것처럼 딱 들어맞는 셔츠는 흰색이라 그런지 그의 탄탄한 몸의 윤곽을 훨씬 더 도드라져 보이게 했다.
터질 것처럼 팽팽한 근육들이 얇은 셔츠 너머로 얼핏얼핏 비쳤기에 곁에 있던 점원들이 손부채질을 하며 얼굴을 붉힐 정도였다.
“으음……. 이대론 조금 아쉬운데. 제가 조금 더 손봐도 괜찮을까요?”
고민에 빠진 얼굴로 턱을 짚고서 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베론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부족한 2퍼센트를 채울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
열정으로 불타고 있는 베론디의 눈동자에 보고 있던 셀로니아가 흠칫 놀랄 정도였다.
“머리카락만 조금 다듬으면 아주 완벽할 것 같아요! 제가 제 남편 머리도 손질해 준답니다. 꽤 솜씨가 좋으니 믿어 보세요. 호호호.”
“…….”
“이왕 저희 부티크에 찾아 주셨는데 제대로 모셔야죠.”
베론디는 어느새 직원에게 커트용 가위를 건네받아 들고 있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헤어 살롱이었다.
옷은 그녀가 한 일이 있어 새 옷을 사 준 것이었다.
머리카락을 다듬는 것까진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었기에, 셀로니아는 의사 표현 없이 저만을 보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어쩔래요?”
“해, 말아?”
“그건 당신 마음이죠.”
“넌 어떤데.”
그의 말에 셀로니아는 그의 머리카락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그의 머리카락은 지저분하게 머리를 덮고 있었다. 특히나 긴 앞머리는 눈을 다 덮고 있어 볼 때마다 앞이 보이긴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해요.”
셀로니아는 바로 답을 내려 주었다.
거슬리면 자르는 거고, 상관없으면 그냥 두는 거고. 그건 본인 마음이었다.
“자르는 게 어떨까요? 깔끔한 게 보기 더 좋을 거예요! 아가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엘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불쑥 말을 얹었다.
그 말에 탄의 눈이 셀로니아의 입술로 향했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
“그건 그렇지.”
어찌 됐든 깔끔한 게 보기가 더 좋은 건 맞기에 셀로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탄이 바로 결정을 내렸다.
“잘라.”
“호호호. 제가 말끔히 정돈해 드릴게요.”
떨어진 승낙에 베론디가 냅다 탄의 머리카락을 잡고 잘라 나가기 시작했다.
괜찮은 건가?
아무리 그래도 여긴 전문 헤어 살롱도 아닌데 저러다가 머리에 땜빵이 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셀로니아는 볼을 긁적이며 소파에 앉았다.
축하연에서 입을 드레스는 무사히 결정되었다.
그녀가 원하는 바를 바로바로 알아챈 베론디가 최대한 의견을 반영해서 디자인해 주기로 했다.
아마 만족스러운 드레스가 나올 것이다.
탄을 기다리며 가게 전면의 통창 너머 날이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는 것을 구경하던 셀로니아는 따끔거리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베론디가 머리카락을 다듬는 상황에서도 이쪽을 보고 있는 탄이 보였다.
저 인간은 왜 아까부터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봐?
“엘라, 아까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이요?”
“저 인간 갑자기 나갔다 들어오더니 조금 이상하지 않아?”
“흐음. 그런가요?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엘라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다 되었습니다!”
그때, 베론디가 시대의 걸작을 만들어 낸 사람처럼 뿌듯한 표정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우와……! 근사해요! 너무 멋있는데요? 진짜 신사 같아요!”
엘라가 감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란 건 셀로니아도 마찬가지였다.
탄은 옷을 갈아입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머리를 다듬고 왁스까지 바른 것인지 깔끔히 정리된 그의 앞머리 밑으로 훤하고 매끈한 이마가 드러나 있었다.
그의 본판 자체가 잘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작정하고 꾸며 놓으니 굉장한 외모였다.
반듯한 이마, 매혹적인 눈매, 뚜렷하고 날렵한 콧대, 그리고 그 아래에 자리 잡은 오만해 보이는 입술까지.
여전히 인상은 날카로웠으나 그에게서 풍기던 거친 분위기가 한층 정돈되어 있었다.
절로 시선이 갔다.
균형 잡힌 탄탄한 몸으로 흐트러짐 없이 당당하게 앉아 있는 그는 더 이상 밤의 야수가 아니었다.
세련된 상류층 귀족을 넘어 세상을 군림한 지배자처럼 보였으니까.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화된 느낌을 줄 수 있나?
신기할 정도였다.
그 생각은 자신만 하는 게 아닌지 무서워서 가까이는 가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진 점원들이 하나같이 탄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연예인을 본 것처럼 다들 두 뺨이 발그레 붉어져 있기까지 했다.
“호호호. 역시나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에 딱 부합하네요.”
베론디는 뿌듯한 얼굴로 탄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는 숨기지 못했다.
아마 그의 머리를 만져 주는 내내 좀 무서웠던 모양이었다. 그저 디자이너로서의 욕망이 두려움을 이긴 것뿐.
다른 남자들에 비해 키나 몸집이 훨씬 큰 탄은 인상이 매서운 편이라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이 흠칫 놀라 피해 가곤 했으니까.
“괜찮나.”
“완전요! 최고! 제가 봤던 사람들 중에 제일 잘생긴 것 같은데요?”
엘라가 조금은 어색해하고 있는 탄을 치켜세워 주었다.
단순히 기분 좋으라고 하는 과장된 칭찬은 아니었다.
아가씨 곁에서 이안과 레예프 그리고 맥라이언까지 모두 만나 본 엘라는 그들보다 탄이 훨씬 더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셀로니아도 공감했다.
그리고 최종 악당은 남주들을 능가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넌, 넌 어떤데.”
탄이 또다시 셀로니아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셀로니아는 귀찮아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올려 주었다.
“저게 무슨 뜻이지?”
그 뜻을 알 리 없는 탄의 눈썹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최고라는 뜻이에요!”
그러나 곧 들려온 엘라의 뜻풀이에 그의 표정은 금세 풀어졌다.
셀로니아는 베론디에게 주문서를 한 번 더 확인하고 탄이 입은 옷을 결제하기 위해 계산서를 요청하였다.
“무슨 그런 섭한 소리를 하셔요. 선물이랍니다. 폐기될 뻔했던 옷이 주인을 만났으니까요.”
베론디가 상냥하게 웃으며 점원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점원이 여러 개의 쇼핑백을 탄에게 내밀었다.
“저것 또한 선물이랍니다. 이 사이즈는 맞는 사람이 없어서요. 부디 잘 입어 주시길 바라요.”
“……대체 원래 옷 주인이 누군데요?”
셀로니아는 순간 그게 궁금해졌다.
대부분 황후의 드레스를 제작하는 베론디 부티크에서 이 많은 남자 셔츠라니.
“황후 폐하께서 황태자 전하의 셔츠를 맡기셨답니다. 사이즈 전달을 받고 바로 작업에 착수했는데, 알고 보니 사이즈를 잘못 전달받았지 뭐예요.”
“네? 괜찮나요? 황태자 전하의 옷이 될 뻔한 옷들을 줘도?”
본래 이 옷의 주인을 알게 된 셀로니아가 놀란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러다 베론디에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걱정됐다.
“호호호. 물론이죠. 옷은 무릇 사이즈에 따라 어울리는 디자인이 있답니다. 황태자 전하의 옷은 본래 사이즈에 맡게 다시 디자인하여 전해 드렸으니 걱정 마셔요.”
“…….”
셀로니아는 벙찐 얼굴로 탄이 입고 있는 옷을 다시 바라보았다.
어째 고급스럽다 했더니. 황태자가 입을 옷이었으니 소재가 최고급인 건 두말하면 입 아팠다.
당연히 무척이나 비싼 옷들일 테고.
이것을 다 선물로 받을 수가 없었기에 셀로니아는 계산을 하겠다고 나섰다.
베론디는 그냥 선물이니 돈을 받지 않겠다 완고히 굴었고, 하는 수 없이 셀로니아는 한발 물러서야만 했다.
속으로 축하연에 입을 드레스 가격을 더 높게 지불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제 부티크를 나서려는데,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열린 문 너머로 들려왔다.
“여기서 공녀님을 다 뵙네요. 공녀님도 드레스 맞추러 오셨나 봐요.”
셀로니아가 시선을 돌리자 어여쁘게 미소 지은 그레이스가 맥라이언과 함께 부티크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