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32)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32)화(32/162)
<32화>
“셀리, ……잘 지냈어?”
아는 척을 하는 그레이스도 모자라 옆에 있던 맥라이언까지 머뭇거리며 그녀의 안부를 물어 왔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 두 사람의 태도에 셀로니아는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드레스는 잘 고르셨나요? 공녀님은 워낙 아름다우시니 뭘 입으셔도 빛나시겠지만요.”
그레이스가 계속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풍성한 금발을 늘어뜨린 태도는 여유로웠고, 싱긋 휘어지는 눈꼬리는 아주 해맑았다.
무시할까 했으나, 무슨 할 말이 있길래 이렇게 말을 걸어오나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평소에 어떤 정신머리면 남의 약혼자를 빼앗고도 빼앗긴 상대에게 말을 걸어올 수 있는지도.
“영애도 드레스를 맞추러 오셨나 봐요?”
“네에. 저도 곧 드레스를 입을 일이 있을 것 같아서요.”
셀로니아가 웃으며 질문을 던지자 그레이스가 수줍게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마치 지금 이 순간 새 신부가 된 것처럼 수줍고도 설렌다는 얼굴이었다.
하. 셀로니아는 터져 나오려는 실소를 참아 냈다.
구태여 저를 붙잡은 그레이스는 이 말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곧 이안과 있을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가 필요하다고. 아주 웃기지도 않았다.
“아아, 그렇군요. 잘됐네요. 마담이 솜씨도 좋고 무척이나 친절해서요. 분명 영애에게도 잘해 줄 거예요.”
셀로니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방긋 미소 지은 채 베론디가 그레이스를 볼 수 있게 한 발 물러나 주었다.
“…….”
그레이스는 그런 셀로니아의 반응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혹 자신의 말에 언짢은 기색은 없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어머나, 공녀님이 절 그렇게 봐 주셨다니 감사해요. 호호호. 그렇지만 영애, 영애가 공녀님과 아는 사이라고 해도 여긴 누구나 멋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요. 죄송하지만 영애는 이만 나가 주시길 바라요.”
셀로니아에게는 친절히 웃던 베론디가 돌연 표정을 싸늘히 굳히며 그레이스에게 말했다.
“이런…….”
예상했던 말에 셀로니아가 일부러 과장되게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레이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모욕감을 느낀 사람처럼.
“제가 누구인지 모르시나요?”
이윽고 그레이스의 태연한 얼굴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말투에는 상당한 자만심이 들어 있었다.
대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베넷 남작가의 영애인 걸 모르냐고?
아님 구원자들의 하나뿐인 여자가 된 걸 모르냐고? 그것도 아님, 약혼녀가 있는 이안 공작과 바람을 피워 현재 공작의 약혼녀가 된 걸 모르냐고?
그 무엇이 됐든 간에 그중 하나가 그레이스의 자만심의 원천이 된다는 게 무척이나 우스웠다.
“흐음. 글쎄요. 그보다 영애께서 저희 부티크를 잘 모르시나 보네요. 저희는 아무나 손님으로 받지 않아요. 저희 부티크의 격에 맞추어 가려 받는답니다.”
“이봐. 말 가려서 해.”
듣고 있던 맥라이언이 베론디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쏘아붙였다.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 하는 저 다혈질 성격은 그대로였다.
“맥라이언, 전 괜찮아요. 그저 아쉽네요.”
“차 정도는 내어드릴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말씀 주세요.”
그레이스가 가련한 얼굴로 말하자 베론디가 접대용 미소로 응대했다.
베론디도 꽤 강적이었다.
맥라이언이 그레이스를 감싸며 언짢은 기색을 보이고 있는데도 굴하지 않고 할 말을 다 하고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으니까.
“안 되겠어요. 맥라이언, 다른 곳을 둘러봐요.”
그레이스는 아쉬움이 역력한 눈꺼풀을 안쓰럽게 내리깔며 맥라이언의 소맷자락을 잡아 이끌었다.
“잠시만. 셀리, 그레이스가 이곳에서 드레스를 맞추고 싶어 했어. 네가 저 여자에게 말해 줄 순 없나?”
“…….”
그레이스의 손등을 다독이며 맥라이언이 돌연 저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것도 정말 되지도 않는 말을.
“말이라도 해 봐 줄 순 없겠나? 나와의 옛정을 생각해서.”
그러면서 옛 추억을 들먹이기까지 했다.
뭐 이런 개새끼가 다 있어?
자신이 좋다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한 웨딩드레스를 맞추려 하는데 그걸 냅다 옆에서 쫓아다니고 있는 것도 모자라 드레스를 구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까지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절교 선언하고 줬던 심장까지 도로 빼앗아 간 자신에게.
“하, 등신인가.”
셀로니아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뭐?”
“포드 백작님, 그건 제가 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서요. 영애와 다른 곳을 찾아보세요.”
맥라이언이 들은 것처럼 대꾸했으나, 셀로니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딱 잘라 거절했다.
그의 애칭도 이름도 아닌 그가 하사받은 성을 부르면서.
어디 그 더러운 입에서 정을 운운하는지. 봐줄 수가 없었다.
“셀로니아, 내가 어려운 부탁하는 거 아니잖아.”
“자꾸 제 이름 막 부르지 마시고요. 백작님이 친근하게 부를 이름이 아니랍니다.”
“셀로니아, 너……!”
“야.”
그때였다.
별안간 뒤에서 날아든 사나운 목소리에 맥라이언의 말이 끊겼다.
모두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웬 거대한 남자가 불쑥 다가와 셀로니아 옆에 섰다.
맹수가 두 앞발을 높게 쳐올려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듯 거대하고도 위용 넘치는 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맥라이언의 몸에 드리웠다.
“싫다잖아.”
“당신 누굽니까. 저는 셀로니아와 대화를 하고 있는 거니 그쪽은 끼어들지 말죠. 셀로니아, 그냥 말 한번 해 주면 되는 걸 왜 그렇게…… 커헉!”
맥라이언은 말을 다 이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멱살이 잡혀 숨통이 졸리는 것은 물론이고 두 다리가 공중에 붕 떠 버렸으니까.
“탄!”
화등잔만 해진 눈으로 셀로니아가 놀라 소리쳤다.
손 뻗는 것도 못 봤는데 그가 단숨에 맥라이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으니까.
“꺼지라는 말 안 들려?”
“으윽, 당신 뭐야……!”
공중에서 버둥거리던 맥라이언은 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두 손에 힘을 모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탄을 향해 응축된 힘을 날렸다.
파스슥.
하나, 이게 무슨 일인지 맥라이언이 날린 힘을 탄이 한 손으로 툭 쳐 내자 재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맥라이언이 사태 파악을 못 하고 있을 때.
“탄! 그만해요. 하지 마요.”
셀로니아가 황급히 탄의 팔을 붙잡았다.
“…….”
절대 굽히지 않을 것 같던, 금방이라도 맥라이언을 죽일 기세로 노려보던 탄은 그대로 멱살을 쥐고 있던 손을 풀었다.
“쿨럭……. 당신, 지금 해보자는 거야?”
맥라이언의 빨개진 목을 매만지며 금안을 번뜩였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드래곤의 푸른 기운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였다.
“백작님도 그만하시죠. 민간인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힘을 쓰다니요.”
셀로니아가 앞으로 나아가 탄을 등 뒤에 둔 채 두 팔을 벌렸다.
맥라이언도 이안과 마찬가지로 탄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지금 이 상황을 넘겨야 했다. 혹시라도 탄이 힘을 쓰면 큰일이었으니까.
“…….”
탄은 멍하니 셀로니아의 등만 보고 있었다.
이 장면은 바로 어제 보았던 그 장면이었다.
루베우스를 지키려는 듯 루베우스를 몸으로 가린 채 자신을 막아서던 모습.
그런데 이제는 그녀가 제 앞에 서서 자신을 두둔하고 있었다.
그것이 왜인지 모르게 심장이 찌르르 울리고 있었다. 마치 감동을 받은 것처럼.
물론, 셀로니아의 뜻은 그게 아니었지만 말이다.
“셀리, 지금 저자를 감싸는 건가? 저자가 먼저……!”
“포드 백작님, 그건 제 호위가 절 지키기 위해서 한 행동이에요. 그리고 민간인에게 힘을 사용하면 안 되는 거 모르세요?”
“하……!”
맥라이언이 큰 소리로 콧방귀를 꼈다.
민간인?
신성의 상징, 드래곤인 그가 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흘려 내고 있는 기운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예사 기운이 아니었다.
칠흑처럼 어둡고 강렬한 그 기운은 살갗에 닿는 것만으로도 베일 것처럼 날카롭기까지 했다.
심지어 자신이 날린 힘을 그렇게 손쉽게 부수기까지. 절대 민간인일 수 없는 실력이었다.
게다가 호위 기사?
눈앞에 남자는 단정하게 올린 머리 아래로 짙은 눈매 속 빨간 눈동자가 인상적인, 누가 봐도 한자리할 것만 같은 외모와 차림새였다.
“공녀님의 호위시라고요? 저는 그레이스 베넷이라고 해요. 경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순간, 가만히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그레이스가 무슨 생각인지 아주 화사한 얼굴로 탄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그레이스의 녹안이 탄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었다.
흡사 가지고 싶은 보석을 발견했다는 듯 이상한 욕망 같은 게 어려 있기까지 했다.
그러나 탄은 그레이스의 인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개무시하며 오롯이 셀로니아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