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37)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37)화(37/162)
<37화>
자정이 지나 암흑 같던 하늘이 점점 푸르게 물드는 새벽.
탄은 잠든 셀로니아를 보고 있었다.
소파에서 잠이 든 그녀가 품을 파고들자, 탄은 몇 시간째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제 가슴팍에 점점 더 깊게 얼굴을 파묻어 부드럽고 여린 살갗이 그의 피부에 뭉그러지는데, 도저히 떼어 낼 수가 없었다.
아니, 실은 그건 거짓말이다.
떼어 내지 못한 게 아니라 도저히 떼어 내고 싶지가 않았다.
자신에게 먼저 안겨 온 이 몸을 놓아주기가 싫었다. 그녀가 닿고 나서부터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있기까지 했다.
탄은 여전히 달아오른 얼굴로 팔자 좋게 잠든 셀로니아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힘없이 편안하게 기댄 그녀의 얼굴은 비단실처럼 가늘고 긴 머리카락이 그 위로 흘러내려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게도 보고픈 마음에 그는 허락도 없이 커다란 손을 뻗었다.
사라락.
그의 긴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가는 머리카락이 서서히 걷히며 그녀의 귀 뒤로 넘어갔다.
그러자 달빛을 받은 그녀의 뽀얀 뺨이 드러났다.
순간, 그의 목울대가 크게 울렁였다.
또다시 욕구가 치솟는다. 정염이 깃든 붉은 눈이 평소보다 더 빨갛게 타오른다.
결국 그의 손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녀의 하얀 뺨을 조심스레 손등으로 쓸어 보았다.
보드랍다. 닿은 제 손등이 간지러울 정도로.
어떻게 모든 게 다 부드러울 수가 있는 거지?
손이야 매일 잡으니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뺨도,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가녀린 상체도, 뭐 하나 보드랍고 말랑하지 않은 게 없었다. 심지어 머리카락조차도.
온몸이 단단하고 팽팽한 그의 몸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일까.
보이지 않는 곳까지 모두 다 만져 보고 싶다.
저에게는 느낄 수 없는 감촉이라 그런 건지, 그녀의 모든 곳이 이렇게 다 부드러운 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왜?
통증을 치유하는 손 외의 다른 곳에 닿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왜…….
“으음.”
그때 자세가 불편한지 셀로니아가 뒤척였다.
탄은 그대로 또다시 얼어붙었다.
편한 자세를 찾고자 몇 번이나 꿈틀꿈틀 움직이던 셀로니아는 그대로 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색색거리는 미약하고도 따뜻한 숨이 그의 셔츠 안으로 파고들어 가슴에 스며든다.
“하.”
그가 흡 하고 참았던 뜨거운 숨을 터뜨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어질하다. 심장이 전보다 더 빨리 폭주하듯 쿵쾅쿵쾅 뛰어 댔다.
고요한 사위에 자신의 심장 소리만이 방 안에 울리고 있는 것 같았다.
소리가 너무 커 그녀가 깨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탄은 어두운 주위를 바라보며 모든 것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너무 감명 깊게 본 것인지, 자꾸만 주인공들이 나누던 행위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으니까.
아까까지만 해도 대체 그 짓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글자로 봐서 그런지 뭐가 뭔지도 잘 몰랐다.
분명 그랬는데, 왜 그것들을 그녀에게 하고 싶은 충동이 이는 건지.
입안이 바짝 마른다. 매서운 갈망이 몰아친다.
불길보다 뜨거운 열망이 깃든 눈동자는 식을 줄 모른다.
결국 탄은 그대로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이대로 계속 닿아 있었다간 정말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았으니까.
가벼운 몸을 안은 채 재빠르게 침대에 걸어간 그는 그대로 그녀를 눕혔다.
깊게 잠들었는지 눈꺼풀이 몇 번 파르르 움직이는 것 외엔 그녀는 깨지 않았다.
이윽고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잠든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보고 가야지, 조금만 더.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 동틀 무렵이 되었다.
결국 탄은 해가 다 떠오를 때에야 겨우 그녀의 방을 떠났다.
* * *
“아가씨, 준비 도와드릴게요.”
시중인들에게 머리를 맡긴 채 셀로니아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어제 침대에서 잤나?’
셀로니아는 의아했다.
분명 밤에 탄에게 이제 그만 가라고 말하면서 소파에서 잠들었던 것 같은데, 눈을 떠 보니 침대였다.
궁금해서 오늘 아침에 식사를 하다 탄에게 물어보았다.
“저 소파에서 잠들지 않았어요?”
“무슨. 내가 간다니까 네가 바로 침대로 갔다.”
그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한 번도 자신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애꿎은 찻잔만 만지작거렸을 뿐.
하여튼 기억상 소파에서 잠든 것 같은데 눈을 뜨니 침대인 걸 보니 탄의 말대로 스스로 누운 모양이었다.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기억이 가물가물한 듯싶었다.
요즘 진짜 체력이 많이 약해졌네.
보양식이라도 해 먹어야 하나 싶다고 생각할 때 엘라가 물어왔다.
“덴로하 후작 영애님은 10살이 되셨다죠?”
“맞아.”
셀로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그녀가 참석하는 덴로하 후작가에선 후작 영애의 10번째 생일을 맞이한 연회가 열렸다.
“그나저나 선물을 준비해야 할 텐데.”
어젯밤에 참석을 전달받은 터라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였다.
가지고 있는 걸 줄 순 없으니 이를 어쩐담…….
그때 셀로니아는 어제 아버지께 덴로하 후작 영애가 구원자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중에서도 특히 치유술사인 자신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떠올려 냈다.
그렇담 이걸 좋아하지 않을까?
그녀는 생각해 낸 것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북부에 위치한 대공성.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
테라스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던 켈빈이 많이 참았다는 듯 불만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았다.
켈빈 파이네거.
대공가의 기사단장인 그는 30대 중반으로 금갈색의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를 가진, 딱 봐도 우람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켈빈은 매일 아침이건 밤이건 이곳에 서서 자신이 살던 곳을 바라보았다.
마물의 숲 근처에 성벽을 걸치고 있는 데다 높게 치솟은 이곳 대공성에선 마왕성이 보였다.
오늘처럼 날씨가 쾌청한 날엔 아주 또렷하게 보였다. 이제는 무너져 버린, 더는 아무도 살지 않는 마왕성이.
“마물들의 기운이 혼용되어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다.”
“그렇기엔 날이 갈수록 점점 각하의 기운이 짙어지고 있잖아!”
또 무심하게 대꾸하는 이우스를 향해 켈빈이 눈을 번뜩이자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가시처럼 뾰족뾰족한 검은 기운은 얼마 가지 못하고 금방 수그러들었다.
“힘도 없으면서. 멍청한 게 스스로의 명을 단축시키는구나.”
이우스는 그런 켈빈을 향해 혀를 끌끌 찼다.
그는 이 성의 주인인 이우스 허시브룩 대공이었다.
50살인 이우스는 머리카락은 하얗게 다 샜으나, 얼굴만 봐서는 나이가 가늠이 되질 않을 정도로 주름이 별로 없었다.
더불어 언제나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아서인지 다부진 체격은 웬만한 젊은이들 못지않게 건장했다.
그래서일까. 아직 미혼인 그는 여전히 젊은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주군께서 살아 계셨다면 우리를 안 찾으셨을 리 없다.”
이오스는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대공인 자신에게 반말을 찍찍 내뱉는 기사단장 켈빈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그는 마치 켈빈을 동료 대하듯 대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그들은 진짜 대공과 기사단장이 아니었으니까.
이우스와 켈빈의 진짜 이름은 톰과 잭.
그들은 몇 존재하지 않는 마족이었는데, 특징이 인간형을 띤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다른 생명체의 신체에 들어가 그 몸을 제 것처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유희를 좋아하는 그들은 마왕이 봉인당했을 시절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서 살았다.
그러다 마왕이 부활하고 그들은 당연하게도 마왕을 모셨다.
톰과 잭은 마왕의 신하이자 최측근으로 언제나 주군의 눈과 귀가 되어 충성을 다해 수발을 들었다.
그런데 3개월하고도 몇 주 전, 주군은 인간들이 성으로 침략하기 직전, 혼자서도 충분하니 그들에게 성을 빠져나가라 명령했다.
이우스와 켈빈은 당연히 함께 남으려 했으나, 강제로 쫓겨나 버렸다.
그날 자신들의 주군이 죽었다. 봉인이 아닌 완전한 소멸이었다.
마족들은 마물과는 다르게 마왕의 힘을 나누어 쓸 수 있었다.
다만, 마왕을 숙주로 두었기에 마왕이 죽으면 당연하게도 마족도 같이 소멸하고 말았다.
그래서 톰과 잭은 주군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본능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인간들의 몸에 들어갔다.
안 그랬다면 완전히 소멸하고 말았을 테니까.
인간의 몸을 빼앗아 어떻게든 생명을 연장하여 복수라도 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들이 들어간 몸이 마물을 소탕하기 위해 나왔던 대공과 그의 기사단장의 몸이었다.
게다가 숙주가 사라졌으니 더 이상 힘도 쓸 수가 없었다.
결국 그들은 대공성에 들어와 대공과 기사단장으로 둔갑하여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하나, 이마저도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그들의 힘의 원천이자 주군은 세상에 없었으니까.
소멸하지 않고 이만큼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던 주군의 기운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도 알아는 봐야 할 거 아니야.”
켈빈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주군이 이렇게 쉽게 사라졌을 리 없다고 굳건히 믿고 있었으니까.
“성을 비우자고?”
“하, 미친놈아. 네가 진짜 인간이라도 된 줄 알아? 정신 차려. 되지도 않는 인간 놀이는 집어치우라고.”
이우스의 답에 켈빈이 헛웃음을 치며 혐오가 어린 표정을 찌푸렸다.
누구 때문에 주군이 죽은 건데, 대공성을 비우든 말든 이게 지금 고민할 문제인가? 자신들의 주군이 살아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애초에 힘만 있었어도 인간들이란 인간들은 모조리 다 죽여 버렸을 것이다.
“…….”
켈빈의 말에 이우스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몇 달 인간으로 지냈다고 성의 주인으로서 성을 비우는 것을 걱정하는 자신이 우스워졌으니까.
그의 말대로 아무리 전부터 인간 세상에서 살았다 한들 그들은 진짜 인간이 아니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가자.”
그들은 지체 없이 떠났다. 주군의 기운이 느껴지는 제국의 중심부. 제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