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38)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38)화(38/162)
<38화>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응접실에서 갤로웨이가 탄을 환하게 맞이하며 소파로 안내했다.
“하하. 귀공, 어서 오게.”
탄은 평소보다 더 차려입은 느낌이 드는 갤로웨이를 힐끔 보며 소파에 앉았다.
그는 기분이 이상했다.
새벽의 여파가 남아 있는 건지 아직까지도 마음이 뒤숭숭해 아침 식사를 할 때 셀로니아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했다.
마주치면 자꾸만 제 품으로 파고들던 그 간지러운 숨이 생각났으니까.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방으로 돌아온 그는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폭주하며 뛰어 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동안 가만히 있어야 했다.
태풍처럼 몰아치던 그 음험한 충동은 뭐였을까.
그건 책에서 본 그 미친놈들이나 느끼는 욕구가 아니던가. 그걸 왜 내가…….
“루베우스 일은 들었소. 한발 늦었지만 내가 대신 사과하고 싶어 이렇게 불렀다네.”
갤로웨이가 점잖은 얼굴로 사과를 전해 왔다.
순간 탄은 루베우스가 누구인지 알아듣지 못하였다. 관심 밖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한 입 가지고 두말을 하던 놈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결투에서 지면 알아서 꺼지겠다더니 아직도 이곳에 붙어 있다는 얘길 듣긴 했다.
셀로니아가 이름을 지어 주어서 다 잊고 있었지만.
“딱히…… 괜, 찮습니다.”
무심코 반말로 대답을 하려던 그는 번뜩 셀로니아가 했던, 상대의 나이가 많으면 말을 높인다는 말이 떠올라 떠듬떠듬 말을 높였다.
익숙지 않기도 하고 어색해서 팔 위에 닭살이 돋았다.
기억이 없는 과거에도 말을 높인 적이 없었는지 존대가 영 입에 붙지 않았다.
“하하하. 이해해 주어서 고맙군. 그래도 공작가의 체면이 있으니 이번 일을 어디 가서 얘기하고 다니지 않을 거라 믿소.”
갤로웨이의 눈이 곡선을 그리며 인자하게 휘었다. 그러나 그 속의 파란 안광은 꽤 강경했다.
말투도 표정도 허허실실 웃고 있었으나, 남을 짓누르는 힘이 있었다.
물론 협박 같은 그 말이 탄에게 통할 리 없었지만.
탄은 심드렁하게 갤로웨이를 응시했다. 이 지루한 대화가 언제 끝날지만 생각하면서.
셀로니아 외에 다른 누구와 대화를 나누는 건 그에게 있어 따분하고 관심 없는 일이었다.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보시오.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주겠소.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도 좋소.”
“흐음.”
그 말에 탄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원래 무언가를 바란 적이 없었는데, 그 작위라는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겐 없으나, 그 구원자라는 놈팡이들에게는 있는 것.
그렇담 작위나 사 달라고 할까? 돈 많아 보이는데?
똑똑.
“공작님, 아가씨께서 준비를 다 마치셨다고 합니다.”
그때 문밖에서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을 들은 순간 탄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어딜 가려는 건지 셀로니아가 아침부터 준비하느라 바빠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밤에 따라가겠다고 했더니 단칼에 거절당하기까지 했다.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오지 못한다는 말이 몹시도 거슬렸다. 마치 그녀와 자신은 다른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아서.
“하나 있습니다.”
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선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당당히 따라가면 그만이었다.
* * *
“베, 베스인 공녀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어요…….”
또래보다 작은 키를 가진 어린 영애가 수줍게 볼을 붉히며 드레스를 살짝 올린 채 인사를 건네 왔다.
“네니아 영애, 열 번째 생일을 축하해요.”
셀로니아는 그런 어린 영애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이곳은 덴로하 후작저의 연회 홀이다.
파티는 성대했다. 덴로하 후작이 딸아이의 열 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공을 들인 것이었다.
연회 홀은 베스인 공작저 못지않은 크기라 찾아온 손님들이 모두 크게 감탄할 정도의 규모였다.
원래 같으면 늦은 오후에 파티를 시작했겠지만, 어린 영애의 생일이라 그런지 파티는 대낮부터 시작되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제가 소식을 너무 늦게 접해서요, 선물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요.”
“아, 아니에요! 와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진심이라는 듯 네니아가 짧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힐끔힐끔 셀로니아를 바라보았다.
반쯤 곱슬한 남색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묶으니 오동통한 뺨이 도드라져 보여 참으로 귀여웠다.
햄스터가 해바라기를 숨겨 놓은 듯 콕콕 찔러 보고 싶은 볼이었다.
거기다 커다란 눈망울 속 검은 눈동자는 어찌나 크고 또렷한지 어린 나이임에도 무척이나 총명해 보였다.
“약소하지만 준비해 봤답니다.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오늘 아침에 급히 생각해 낸 것을 내밀었다. 네니아가 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요, 공녀님?”
셀로니아가 건네준 물건을 든 네니아가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이 깨물어 주고 싶게 귀여워 셀로니아는 절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치유의 빛을 담았어요. 효능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네니아가 들고 있는 것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투명 크리스털 펜던트였다.
향수병처럼 생긴 작은 크리스털 펜던트는 목에 걸 수 있게 목걸이가 달려 있었다.
투명한 펜던트는 마치 별이 담긴 듯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빛의 파장이 크진 않았으나 은은하게 빛나고 있어 정말로 별을 잡아다가 넣어 놓은 듯 반짝였다.
셀로니아도 처음 해 본 것이었다.
네니아가 치유술사인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에 치유의 힘을 흘려 펜던트에 담았다.
실패할 줄 알았으나 힘은 펜던트에 쏙 들어간 뒤에도 빛을 잃지 않았다. 아마도 작은 크기라 가능한 듯싶었다.
“너무, 너무 좋아요!”
셀로니아의 설명을 들은 네니아의 얼굴이 만개한 꽃처럼 활짝 펴지더니 소중한 인형처럼 펜던트를 꼬옥 끌어안았다.
선물을 준 사람으로서 너무도 흡족한 반응이 아닐 수 없었다.
“감사해요, 공녀님. 소중하게 항시 하고 다닐게요.”
날듯이 기뻐하던 네니아는 아차 싶었는지 금방 예의를 차리곤 풍성한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드레스를 살짝 올리며 무릎을 굽혔다.
“그, 그런데요, 공녀님. 아까부터 저분이 계속 공녀님을 바라보고 계신 것 같은데…….”
네니아가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작은 체구를 움찔 떨며 아주 조용히 속삭였다.
셀로니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네니아가 말하는 ‘저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웃음이 싸악 가신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제 호위 기사랍니다.”
* * *
몇 분 전.
탄은 오만하게 팔짱을 낀 채 기둥에 기대어 있었다. 딱히 재미도 없는 얘기를 나누며 억지로 웃음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이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판자촌에서 불을 쐬기 위해 사람들이 빙 둘러서 있는 걸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넓은 공간에, 그것도 천장이 매우 높고 조명이 무척이나 화려하며, 그가 기대고 있는 기둥조차 조각처럼 공들여 깎인 이런 공간에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 인간들은 대체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 스쳐 지나갈 때마다 역할 정도로 지독한 향기를 뿜어 댔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냄새가 여기까지 풍겨 올 지경이었다.
이 지독한 냄새는 뭘까.
셀로니아에게선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단내만 나던데. 그래서 계속 맡고 싶을 정도로.
“모두 덴로하 후작님의 손님들이에요. 대부분 다 귀족들이죠.”
곁에 있던 엘라가 언질을 해 주었다.
엘라는 아가씨에게 탄이 사고 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감시를 부탁받아 곁에 머물고 있었다.
탄은 갤로웨이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부탁을 이곳에 오는 것으로 썼다.
몰래 쫓아오면 그만이었으나,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오지 못한다는 말이 거슬려 당당하게 쫓아올 방법을 찾은 것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쫓아오고 싶었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답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셀로니아 옆에 있고 싶다는 것.
“너, 내가 몇 살처럼 보이지?”
“……네? 갑자기요?”
뜬금없는 질문에 엘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몇 살처럼 보이냐고.”
“스물다섯? 여섯? 그쯤으로 보이시는 것 같은데…….”
탄이 낮은 저음으로 독촉하자, 엘라가 그의 얼굴을 힐끗 보곤 답했다.
“스물다섯.”
탄은 엘라가 말해 준 나이를 중얼거리며 밤에 들었던 셀로니아의 나이를 생각해 보았다.
스물한 살이라고 했으니 자신이 스물다섯이라면 네 살 차이였다.
그의 입가가 묘하게 흡족하다는 듯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