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4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40)화(40/162)
<40화>
“저 인간이 왜 여기……. 괜찮아요? 무슨 얘기 했어요?”
셀로니아는 탄에게 다가갔다.
잠깐 인사를 걸어온 영식 때문에 한눈을 판 사이, 파티장에 들어온 이안과 그레이스가 탄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어찌나 놀랐던지.
영식에게 실례하겠다 말을 던지곤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놈은 어딨지.”
탄은 사나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 전 셀로니아의 손등에 입을 대었던 놈이 보이질 않았다.
“누구요?”
“네 손등에 입을 댄 놈.”
탄은 정확히 기억했다.
입을 맞추고 있는 두 남녀를 본 셀로니아가 서로 좋아서 하는 거라고 했던 것을.
물론 그놈은 그냥 손등에 입술을 댄 것이나, 어찌 됐건 간에 입을 댄 건 맞았다.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찢어 죽이고 싶은 이안을 만났음에도 일단 아까 그놈을 당장이라도 짓이겨야 들끓는 속이 풀릴 것만 같았다.
“그건 그냥 인사예요.”
셀로니아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답했다.
전에 뽀뽀에 대해 설명했던 것을 오해한 것이었다.
“인사라고.”
“네. 가끔 가다 귀족들이 예의를 차릴 때 하곤 하는 거예요.”
“하…….”
그 말에 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귀족들이 예의를 차릴 때 하는 인사가 손등에 입을 맞추는 거라니.
그녀는 단 한 번도 생각지도, 바라지도 않던 그 작위라는 것을 자꾸만 열망하게 만들었다.
그게 있어서 셀로니아의 손등에 무수히 입을 맞출 수 있는 거라면.
“아까 저 인간들이랑 무슨 얘기 한 거예요?”
“탄 님은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그냥 체르빌 공작님이 와서 시비를 거셨어요.”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엘라가 대신 답을 해 주었다.
“잘했어요. 말을 걸어도 그냥 아까처럼 무시해요.”
셀로니아는 한시름 덜은 얼굴로 탄에게 말했다.
하지만 조마조마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래서 쫓아오지 말라고 한 거였는데, 경험이 중요하다며 아버지가 탄을 호위 기사 신분으로 함께 데려왔다.
하필이면 이 생일 파티에 이안과 그레이스가 참석하다니.
덴로하 후작이 아버지랑 친우라고 해서 이안이 참석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최대한 마주치지 않고 돌아가야 했다.
이안의 시비는 우습지도 않았다.
다만 탄이 가뜩이나 구원자들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이안에게 힘을 쓸까 걱정이 될 뿐.
“안녕하세요, 공녀님. 여기서 또 뵙네요. 저희는 정말 인연인가 봐요.”
그때, 언제 온 것인지 그레이스가 웃으며 셀로니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레이스는 셀로니아에게 말을 걸면서 그 옆에 있는 탄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화려하게 꾸며진 연회홀 안에 서 있는 그는 정말로 귀족이라도 된 것처럼 우아하고 늠름했다.
게다가 이안과는 다른 느낌으로 잘생긴 얼굴은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까지 있었다.
저 검은 머리카락 때문인가?
아님 모든 것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저 붉은 눈동자 때문인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을 넘어 환심을 사는 외모인 것은 충분했다.
그러니 연회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이안이 아닌 이 남자에게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에게 모여드는 벌처럼.
그리고 그 꽃을 쥐어 벌들의 중심의 서야 하는 것은 바로 그레이스, 자신이어야 했다. 언제나 그렇듯.
“마주친다고 인사할 정도로 우리가 친밀한 사이였던가요.”
셀로니아는 지치지도 않고 찾아온 그레이스를 보며 표정 없이 대꾸했다.
그녀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다는 걸 새삼 체감하고 있었다.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이안과 함께 연회에 참석해 놓고 이안의 전 약혼녀였던 저에게 말을 건다?
넉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염치를 모른다고 봐야 할지.
“절 너무 싫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저는 공녀님을 좋아해요. 진심이랍니다.”
그레이스가 상처받은 듯한 가녀린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얘 봐라?
“싫어하다니요. 그럴 리가요. 그저 그레이스 영애에게 관심이 없을 뿐이랍니다. 다들 그렇지 않나요? 체르빌 공작의 약혼녀라는 타이틀 말고는 그레이스 영애 자체에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
“아, 그 관심도 체르빌 공작님이 저와 파혼하고 누굴 만난 건지에 대한 관심이었죠?”
셀로니아가 미처 깜빡했다는 말투로 큰 눈을 끔뻑였다.
저번에도 말해 줬는데 잊은 것 같길래 다시 한번 알려 주었다.
그 말에 그레이스는 입술을 꾹 깨물다가도 금세 표정을 폈다.
지금 주변의 모두가 티는 내지 않고 있으나, 셀로니아와 그레이스를 보고 있었다. 불난 집을 구경하는 것처럼 이 재밌는 광경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심지어 이 연회홀 안에 두 사람을 모두 만났던 체르빌 공작까지 있었으니까. 덴로하 후작과 대화를 나누느라 이쪽은 보지도 않고 있었지만.
“아차차. 이 말을 빼먹을 뻔했네요.”
“무엇을요?”
“영애, 이제 저에게 아는 척 마세요. 제가 먼저 말을 걸 때까지. 감히 남작가의 영애가 공녀인 제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오는 예의는 어디서 배워 온 거죠?”
“…….”
이번만큼은 표정 관리가 되질 않는지 그레이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셀로니아는 아주 상냥하게 빙그레 웃으며 덧붙여 말했다.
“오늘까지만 봐드릴게요. 제 넓은 아량으로.”
“하하하.”
그때, 옆에서 다 듣고 있던 탄이 웃음을 터뜨렸다.
여차하면 그냥 그레이스를 눈앞에서 치워 버리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셀로니아라면 충분히 알아서 하고도 남으니까. 그녀의 이런 여유로움도 역시나 마음에 든다.
“…….”
탄이 셀로니아만을 바라본 채 자신을 비웃자, 그레이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게, 왜 말을 걸어서는…….”
“저 같으면 조용히 있다가 가겠어요.”
주위에서 수군거리며 한마디씩 얹어 오자 그레이스의 얼굴이 더더욱 붉어졌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공녀님.”
다른 사람에게 생일을 축하를 받고 있던 네니아 영애가 이쪽을 향해 쪼르르 달려왔다.
그러고는 아직 작은 두 손을 야무지게 허리에 얹더니 아주 엄한 표정으로 그레이스를 노려보았다.
“네니아 영애를 뵙습니다. 영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그레이스가 네니아에게 드레스를 올리며 인사를 건네었다.
“흥! 베스인 공녀님, 혹시 이 영애가 공녀님을 불편하게 한 건가요?”
그레이스를 향해 콧방귀를 낀 네니아는 셀로니아를 올려다보며 친절히 물어 왔다.
어느새 네니아의 목엔 셀로니아가 선물로 준 펜던트가 걸려 있었다.
“어머. 아니에요. 대화는 끝났답니다.”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워 셀로니아는 웃으며 답했다.
“이거 제 선물이에요. 영애와 무척이나 잘 어울릴 것 같아 고심하여 골랐는데 마음에 드시면 좋겠어요.”
그레이스가 품에 가지고 있던 고급스럽게 포장된 선물을 내밀었다.
상자의 크기로 봐서 장신구인 듯했다.
네니아는 선물에 눈길로 주지 않고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 했으나, 셀로니아와 눈이 마주쳤다.
“선물이잖아요.”
셀로니아는 네니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말라는 뜻이었다.
사람은 죄가 있어도 선물은 죄가 없으니 선물을 받아야지. 그녀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고마워요. 저기 올려 두세요. 언젠간 볼 테니.”
네니아는 떨떠름했지만 셀로니아를 생각해서 선물을 받았다.
대신, 직접 받지 않고 단풍잎 같은 손가락으로 연회홀 한가운데 있는 원형 무대를 가리켰다.
그곳엔 이미 오늘 참석한 귀족들이 네니아를 축하하기 위해 들고 온 선물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참석한 인원이 많아 모두가 직접 네니아에게 선물을 줄 수 없었다.
게다가 사교계에서 입지가 작거나 한미한 가문이라면 덴로하 후작이나 네니아 영애에게 말을 걸 수 없으니 가져온 선물을 두고 가는 장소였다.
그곳에 선물을 놓으라는 뜻은, ‘네가 어딜 감히 직접 선물을 주느냐.’는 말을 돌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공녀님, 제가 방금 받은 진귀한 선물이 있는데 정말 신기해요! 공녀님께 꼭 보여 드리고 싶어요!”
네니아가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셀로니아를 올려다보았다.
“네. 함께 가요. 대화 즐거웠어요, 그레이스 영애. 다음에도 아량을 베풀 마음은 없으니 오늘 제 말 명심해요.”
셀로니아가 차가운 눈으로 그레이스를 스쳐 지나갔다.
당연하게도 곁에 있던 탄도 셀로니아를 따라나섰다. 단 한 번도 그레이스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홀로 덩그러니 남은 그레이스에게 더 이상 귀족들의 시선은 닿지 않았다.
마치 그레이스라는 사람 자체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셀로니아의 말대로.
“가만 안 둬…….”
그레이스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네니아에게 내밀었던 선물의 포장이 그녀의 손에 의해 구겨지고 있었다.
“그레이스 베넷 영애, 별채에서 뵙자고 하십니다.”
그때, 홀로 있는 그레이스를 향해 한 남성이 다가왔다.
그레이스는 그대로 남자를 따라 발길을 돌렸다.
셀로니아는 네니아가 보여 주는 마법 용품을 구경하다, 녹색 머리를 한 남자를 따라가는 그레이스를 발견했다.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