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4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41)화(41/162)
<41화>
셀로니아는 순간 따라가 볼까 했는데 덴로하 후작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하하. 모두 주목해 주십시오.”
후작이 하인이 쿠션을 받쳐 들고 온 은종을 울렸다.
시끌시끌하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지며 모두의 눈이 연회 홀 중앙에 존재하는 원형 무대로 향했다.
“참석해 준 귀빈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올리며, 네니아의 생일을 맞이하여 진귀한 볼거리를 준비했습니다.”
진귀한 볼거리라는 소리에 사람들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그러나 셀로니아는 딱히 관심이 없는지라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이안과 탄이 또 마주치는 걸 원치 않았으니까.
아버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도통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덴로하 후작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 보았는데.
“그럼 지금 모두 정원으로 모여 주시길 바랍니다.”
덴로하 후작이 말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사람들이 활짝 열린 연회장 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모두 진귀한 볼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정원으로 나서는 행렬이 이어졌다.
“아가씨, 저희도 갈까요? 진귀한 볼거리래요!”
“미안. 이제 그만 돌아가자.”
“앗. 네네! 어서 돌아가요.”
셀로니아의 답에 엘라는 전혀 실망한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봤니?”
“혹시 정원에 먼저 가 계신 건 아닐까요?”
“그럼 나 먼저 마차에 가 있겠다고 아버지께 말 좀 전해 줄래?”
“네. 그럴게요.”
셀로니아는 우선 탄을 데리고 마차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마차가 정차되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정원을 지나야 했지만, 모두 볼거리를 구경하느라 관심도 없을 테다.
순순히 따라오는 탄과 함께 셀로니아는 연회장을 나와 정원에 도착하였다.
이미 오늘 참석한 손님들이 덴로하 후작과 함께 넓고 푸른 잔디 위에 모여 있었다.
그들이 에워싸고 있는 중앙엔 엄청나게 거대한 검은 천이 무언가를 뒤덮고 있었다.
철저하게 가려져 있는 탓에 무엇인지 유추해 낼 수가 없어 귀족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그녀는 당연히 중앙으로 가지 않고, 텅 비어 있는 외곽 쪽으로 나아갔다.
그때였다.
잘만 걷던 탄이 아직 정원을 벗어나려면 멀었는데 갑자기 제자리에 우뚝 멈췄다.
“왜 그래요? 더 가야 해요.”
셀로니아는 의아해하며 그를 재촉했다.
“무슨 소리 안 들리나?”
“어떤 소리요?”
진지하게 굳은 표정으로 탄이 주변을 살피자 셀로니아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들리는 거라곤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웅성거림뿐이었다.
“울음소리.”
탄이 매서운 눈초리로 이곳저곳을 살피며 읊조렸다.
정원으로 나오니 탄의 귀에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짐승의 포효 같기도, 말소리 같기도 한 기이한 음성.
웅웅거리면서 퍼져 드는 소리가 거슬려 속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저택 외부와 정원을 살피던 그는 붉은 눈이 순간 번뜩이더니 무언가를 뒤덮고 있는 검은 천을 주시했다.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 아닌, 안에 감춰진 무언가 때문에 검은 천이 일렁이며 진동하고 있었다.
“글쎄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셀로니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탄을 보았다.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걸까.
“꽁지 빠지게 도망이라도 가 보시겠다?”
순간,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셀로니아는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안 체르빌이었다.
* * *
이안은 연회에서 사라진 그레이스를 찾아 정원으로 나왔다.
수많은 인파가 볼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 있었으나, 그 어디에도 그레이스는 없었다.
“내가 너무 무심했군.”
이안은 덴로하 후작과 대화를 나누느라 그레이스를 신경 쓰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덴로하 후작이 그레이스의 인사도 받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럴까 봐 혼자 오려고 했던 거였다. 덴로하 후작은 베스인 공작과 사이가 돈독하니까.
그런데 구태여 그레이스가 오늘 연회에 꼭 같이 가고 싶다고 쫓아 나선 것이었다.
더불어 그레이스가 아까 전 셀로니아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아마도 셀로니아에게 무슨 얘기를 듣고 상처받아 몸을 숨긴 게 분명했다.
“망할 여자.”
이안은 표정을 구긴 채 뇌까렸다.
그 모난 입이 그레이스를 향해 어떤 말을 했을지 생각만 해도 열이 받았다.
우선, 한시라도 빨리 그레이스를 찾아야 했다. 혼자 울고 있는 건 아닐지 무척이나 걱정이 되었다.
“대체 공녀님 곁에 계신 저분은 누구시죠?”
그때, 이안의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안은 곧장 뒤를 돌았다.
뒤에 모여 있는 영애들이 눈앞에 놓인 정체불명의 볼거리를 놔두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교만하게 눈도 안 마주치고 이름조차 알려 주지 않는다더라고요.”
“정말 무례하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렇게 잘난 얼굴은 처음 봐요.”
이안이 영애들이 보고 있는 곳으로 획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정원과 멀리 떨어진 외곽 길에 서 있는 셀로니아와 그놈이 보였다.
“그런데 베스인 공녀님이 저분 곁에 서 계시니 어쩜 저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죠?”
부러움과 황홀함이 담긴 목소리가 이안의 귓등을 때렸다.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
어이없는 반응에 반박하듯 씨근덕거리던 이안의 얼굴이 순간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라벤더를 똑 닮은 연보라색의 긴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햇살 아래 투명하고도 아름다운 얼굴로 서 있는 셀로니아.
그 옆에 밤보다 더 어두운 머리카락과 형형한 붉은 눈의 남자.
함께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람들을 절로 매료시킬 정도였다.
“체구가 큰 저 남자가 가녀린 공녀님 곁에 있으니 꼭 신화 속 신처럼 웅장한 느낌이라니까요?”
“정말요. 지금껏 봤던 사람들 중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 세기의 미남미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겠어요.”
뭐?
또 다른 영애의 찬사에 이안의 턱 주변이 씰룩거렸다.
그럴 리가 없었다.
저 찬사는 저와 셀로니아가 듣던 얘기였다.
두 사람이 토벌에 나가기 전, 데이트를 위해 몬테라 거리를 거닐 때나 연회에 참석할 때면 언제나 들려오던 말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아닌 딴 놈이 셀로니아와 더 어울린다고?
그녀와 저는 세기의 커플이었다. 모두가 선망하고 우러러보는.
헤어졌어도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저깟 놈이 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말이 되나. 감히?
“두 분을 보니 체르빌 공작님은 생각도 안 나는걸요?”
“여, 영애…….”
“헉! 고, 공작님…….”
이안이 있는지도 모르고 떠들던 영애는 옆에 있는 사람이 눈치를 주자 놀라 얼른 고개를 숙였다.
“…….”
이안은 싸늘하게 얼어붙은 얼굴로 두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이상하게도 속이 뒤틀렸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그레이스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당장이라도 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아야만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았다.
이안은 망설임 없이 한달음에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그레이스를 향한 애정보다 질투와 시기가 지금 그를 뒤덮고 있었다.
* * *
아, 오늘 진짜 세트로 왜 이래.
“서로 아는 척 않기로 하지 않았나요?”
셀로니아는 이안을 향해 눈을 홉뜨며 쏘아붙였다.
이래서 그레이스와 연인인 걸까? 본인이 했던 말도 잊었는지 뻔뻔하게 말을 거는 것 좀 보아라.
“그럴 수가 있나. 나에게 시건방을 떨던 영애의 손님이 이런 천것인 걸 알았는데.”
반듯하고 단정한 이안의 입에서 저급한 언어가 흘러나왔다.
언제나 이목을 신경 쓰느라 누구에게나 예를 갖추던 그였으나, 왜인진 모르겠으나 지금은 감정이 스스로 제어가 되질 않고 있었다.
“허…….”
셀로니아는 어이가 없었다.
천것이라니. 아무리 신분제 사회라 할지라도 한때 남자 주인공이었던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수가 있나.
소름이 끼친다. 그를 알고 지냈던 시간이 모두 역겨울 만큼.
“어쩔까. 귀족 능멸죄로 당장이라도 잡아다가 매질이라도 할까.”
“웃기는 소리 하지 말아요. 그는 여기 아버지의 호위 기사로 참석한 것이니.”
셀로니아는 차분하게 받아쳤다.
탄이 무례하게 굴었던 것을 이안이 트집을 잡는다면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오늘 탄은 베스인 가문의 임시 기사이자 아버지의 호위 기사로 이 파티에 함께 참석한 것이었다.
당장은 함부로 할 수가 없을 테다.
“뭐? 빠져나가려고 거짓말을 잘도 하는군.”
“확인해 봐요. 괜히 건드렸다가 낭패 보지 말고.”
“…….”
이안이 표정을 굳혔다. 셀로니아가 이놈을 자꾸 감싸고 도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이 여자는 왜 사사건건 제 속을 긁어 대는 걸까. 이 질투 작전이 정말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너.”
자꾸만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서 벗어난 탄이 눈앞에 있는 이안을 향해 서늘한 시선을 돌렸다.
“입 닥치고 꺼……!”
그는 당장이라도 이안에게 달려들려다 팔을 감싸는 따뜻함에 행동을 멈추었다.
어느새 그의 손을 잡은 셀로니아가 시선을 맞춰 왔다. 하지 말라고 그녀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럼 공개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격앙된 덴로하 후작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무언가를 덮고 있던 검은 천이 화악 걷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