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42)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42)화(42/162)
<42화>
“꺄아아악!”
“으어억! 이, 이게 뭐야!”
천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 드러난 거대한 철창에 파동이 일 듯 모두가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하하하! 다들 걱정하지 마시오. 절대 탈출할 수 없으니. 이건 북부에서 직접 포획해 온 마물이오.”
덴로하가 호언장담하며 자신 있게 말했다.
“뭐?”
그 소리에 놀란 셀로니아와 이안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대하고 네모난 우리 안, 빗살처럼 박힌 철창 사이로 무시무시한 송곳니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고 있는 마물이 보였다.
탄은 금방이라도 사람들의 목을 뜯을 것처럼 그르렁거리는 마물을 묘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안에 갇힌 마물은 검고 번들거리는 긴 털로 뒤덮인 늑대의 형상을 한 가룸이었다.
가룸은 실제 늑대보다 다섯 배나 큰 크기를 가진 마물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칠흑처럼 새카만 털 때문에 죽음의 개라고 불리곤 했다.
마물 토벌 당시 거대한 몸집과는 상반되는 잽싼 몸놀림 때문에 처치하기 꽤 곤란했던 마물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저게 왜 이곳에…….
그때, 셀로니아의 머릿속에 마법 상점에서 만났던 위클란더와 했던 대화가 스치고 지나갔다.
“껄껄껄. 희귀한 수집품을 모으는 사람들은 꽤 많지요. 가끔은 마물을 잡아 가둬 전시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마물을 잡아 전시한다고요?”
“힘과 재력을 과시하려는 게지요.”
그러니까 마물 숲에 들어가질 않으면 평생 만날 일도 볼 수도 없는 마물을 일부러 포획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진짜였을 줄이야…….
마물을 생포하기 위해선 엄청난 인력이 들 테고, 그 생포한 마물을 제도까지 가지고 오기 위해 또 어마어마한 인력과 돈이 들 것이다.
스스로의 부와 힘을 이런 식으로 과시하려 들다니.
‘미쳤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셀로니아는 경악했다.
직접 마물들을 몸소 겪은 그녀는 이게 지금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잘 알았다.
“하하하! 다들 염려치 마십시오. 특수 제작된 이 철창을 나올 수도 부술 수도 없으니.”
엄청난 자신감에 휩싸인 덴로하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지진 해일이 난 것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철창에서 멀리 달아났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겁이 났으나 철창이 단단히 마물을 둘러싸고 있었고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볼 수 없는 마물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진귀한 기회였으니까.
“이, 이게 정말 마물입니까?”
“그렇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덴로하 가문의 기사들이 대기 중이니 다들 마음 편히 구경하시오.”
그 말에 모두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말로 언제 온 건지 덴로하가의 기사들이 우리 주변을 빙 둘러 경비를 서고 있었다.
“네니아, 네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것이란다.”
덴로하 후작은 겁도 없이 오늘의 주인공인 자신의 딸을 철창 앞으로 데리고 왔다.
“우와아아…….”
무서움보다 호기심이 앞선 초롱초롱한 눈이 우리 안에 갇힌 가룸을 올려다보았다.
“크르르릉.”
가룸은 그런 네니아를 연신 째려보며 우리 안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털이 바짝 일어선 게 상당히 흥분한 듯 보였다. 가룸의 검은 입매 끝에 하얀 게거품을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사람을 공격하는 마물은 죽여야 하는 존재라지만, 고작 사치 놀음 한번 하겠다고 마물을 생포해 사람들 앞에 전시하는 이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셀로니아는 이 자리가 역해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
“가요.”
멈춰 있는 탄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러나 탄은 망부석이 된 듯 꼼짝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탄, 가자고요.”
“하! 잔뜩 쫄았군. 그럼 그렇지. 허우대만 믿고 허세를 부리다 고작 마물 하나에 굳은 네놈의 꼴을 봐라.”
이안이 우뚝 서 있는 탄을 대놓고 비웃었다. 겁을 먹어 얼어붙은 게 분명했다.
그는 아까 전 영애들이 했던, 탄이 신화 속 신처럼 웅장해 보인다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몸집만 크면 뭘 하겠나. 결국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것을.
실력도 깡도 없으면서 무슨 배포로 자신에게 대들었던 건지 꼴 같지가 않았다.
그러니 보여 줘야겠지. 네놈이 누구를 상대하려고 들었던 것인지.
“영애, 이자가 몹시도 겁을 먹은 것 같으니 잘 달래서 데려가게. 가는 길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
이안은 탄을 흘겨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은 채 아주 당당하게 덴로하 후작에게 향하였다.
“셀로니아.”
정작 탄은 이안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가룸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평소 때와 달리 유독 진중한 어투에 셀로니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도무지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탄은 가룸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
“이 소리. 안 들리나.”
“네?”
아까부터 이상한 말을 해 대는 탄을 이해할 수 없던 셀로니아는 잠시 잊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마물들의 군주는 다름 아닌 마왕이었다.
마물이 날뛴 것도 마왕이 부활했기 때문이었고, 다시 잠잠해진 것도 그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혹시라도 그가 무언가를 느꼈을까, 작은 기억의 조각이라도 찾은 걸까 두려워진 셀로니아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
“가요. 당장!”
“…….”
셀로니아가 언성을 높였으나 탄은 꿈쩍도 하지 않고 여전히 가룸을 보고 있었다.
정말 이 소리는 자신에게만 들리는 것인가?
사나운 눈으로 제 앞에 몰린 사람들을 살피는 가룸의 눈빛이 절로 읽혀 들었다.
머릿속은 따끔거렸다.
순간, 물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한 기억 하나가 그의 머릿속을 번쩍 스치고 지나갔다.
“형편없군. 제법 기대했는데 말이야.”
“그렇게 굼벵이처럼 느려서 오늘 안에 내 머리카락이나 베어 내겠나?”
누군가를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탄, 자신의 목소리였다.
누굴 비웃은 거지?
뿌옇게 흐려 보이는 기억이라 어떤 상황인지는 명확하게 보이질 않았다.
그저 그 말을 내뱉던 제 목소리만 선명히 기억날 뿐.
이건 과거 자신의 기억 중 일부인 건가?
3개월 넘게 단 한 번도 떠오른 적 없던 기억이 갑자기 찾아오자 탄은 몹시도 혼란스러웠다.
“오오! 체르빌 공작, 어떤가. 토벌 때 보았을 마물인데, 다시 보니 찬란했던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가?”
한편, 정원 정중앙에 선 덴로하 후작이 철창으로 다가온 이안을 보며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가룸이군요. 혹시 만일을 대비하여 제가 지키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든든하네! 구원자다워!”
덴로하 후작이 쩌렁쩌렁 소리치자 사람들의 시선이 이안에게 향했다.
선망 어린 눈망울들이 믿음직스럽게 이안을 바라보았다.
탄을 힐끔힐끔 바라보던 영애들조차 다시 이안을 바라봤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이게 맞는 거지.
저 멀리 셀로니아와 겁쟁이는 아직도 제자리에 서 있었다.
흡족함에 이안의 어깨가 절로 올라갔다.
“모두 가까이에서 보시게! 만일의 위험도 없을 걸세. 우리 체르빌 공작께서 우리를 모두 지켜 줄 테니!”
덴로하 후작은 한술 더 떠 사람들을 더 가까이 불러 모았다. 어차피 위험한 일은 없을 거라 확신한 것이었다.
마물 포획을 위해 수많은 돈을 투자해 만든 철창이었다.
덕분에 생포한 마물을 많은 사람들 앞에 선보일 수 있었다.
이 정도 크기의 마물을 본 귀족들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다.
전에 어떤 백작이 생포해 온 마물은 사람만 한 크기에 비실비실하기 짝이 없는 마물이었다.
고작 그 정도의 크기로 한동안 제국을 시끄럽게 했다.
덴로하 후작은 딸아이가 워낙 구원자들을 좋아하는 나머지 마물에게도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왕 그 백작이 가져온 마물과는 견줄 수 없는 크기의 마물을 생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성공했다.
이젠 모두가 입을 모아 덴로하 가문에 무시무시한 마물이 있다고 떠들어 댈 것이다.
황제 폐하도 해내지 못한 일을 그가 해낸 것이었다.
덴로하가 어그러진 과시욕에 심취해 있을 찰나.
콰앙!
가룸이 갑자기 철창을 향해 몸통 박치기를 하자 커다란 굉음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으아악!”
“무, 뭐예요?!”
구경을 위해 철창 앞에 몰렸던 사람들이 질겁하며 물러났다.
“잠시 흥분했을 뿐이니 괜찮소.”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덴로하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내었던 목소리는 연달아 몸을 부딪치는 가룸으로 인해 집어삼켜졌다.
“……무, 무슨.”
“…….”
쉼 없이 제 몸을 철창에 박아 대는 가룸을 보며 모든 이가 얼어붙었다.
“크르릉……!”
가룸은 부딪칠 때마다 몸이 튕겨 나가도 뒷발로 금세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계속해서 철창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가룸이 한 번 더 들이받자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견고할 것만 같던 철창에 금이 갔다.
“피, 피해야 해요!”
콰아앙!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