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43)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43)화(43/162)
<43화>
대피하라는 말과 동시에 가룸이 전보다 더 세게 몸을 들이박자 결국에 철창이 떨어져 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꺄아아악!”
파리하게 질린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와아아!”
우리를 벗어난 가룸이 거대한 포효를 내었다. 잔뜩 흥분하여 씩, 씩 내뱉는 숨이 매우 거칠었다.
“무, 뭣들 하냐! 어서 빨리 마물을 잡아라! 공작! 어떻게 좀 해 보시게!”
예상 못 한 상황에 덴로하 후작이 주위에 있던 기사들과 이안에게 소리치며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내뺐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살기 위해 도망가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부딪혀 넘어졌다.
일부는 더 빨리 도망가기 위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밀치기까지 했다.
대다수의 기사들은 단숨에 검을 빼 들어 마물을 향해 다가갔으나, 몇몇은 겁을 먹고 사람들과 함께 도망치기까지 했다.
“아, 아가씨! 어서 도망치세요!”
갤로웨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있던 엘라가 황급히 이쪽으로 뛰어왔다.
셀로니아도 당연히 이안과 기사들이 해결할 거라 생각하고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 몸을 돌리려고 했다.
그 장면을 보지만 않았어도.
“흐아아앙! 아, 아버지!”
혼자 살겠다고 도망간 덴로하 후작이 미처 챙기지 못한 네니아가 엉덩방아를 찧은 채 넘어져 울부짖고 있었다.
“크으으으…….”
목을 긁듯 거친 울음소리를 내며 가룸이 네니아를 향해 다가갔다.
“으아악!”
기사들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으나, 하나같이 가룸이 휘두르는 묵직한 앞발에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네, 네니아!”
이제야 딸아이가 도망치지 못한 걸 발견했는지 이미 멀리까지 달아난 덴로하 후작이 아연실색하며 소리쳤다.
이미 네니아의 작은 몸 위로 거대하고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가씨! 어서요!”
어느새 다가온 엘라가 셀로니아의 손을 붙들고 잡아끌었다.
셀로니아는 엘라를 따라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으나, 아까 들었던 네니아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너무, 너무 좋아요! 감사해요, 공녀님. 소중하게 항시 하고 다닐게요.”
“엘라! 탄을 데리고 먼저 나가!”
결국 셀로니아는 기사가 버리고 간 검을 주워 들곤 네니아가 있는 쪽으로 튀어 나갔다.
탄은 아직까지 암막이 처진 듯 혼탁한 눈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X 같은 후작!’
셀로니아는 뛰면서도 이 사달을 낸 덴로하 후작을 속으로 욕했다.
구원자의 사명감을 버린 지 오래지만, 차마 어린아이가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기사들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대피하라!”
이미 이안은 사람들에게 소리치며 한발 앞서 검을 빼 들곤 가룸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셀로니아도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우선 금방이라도 네니아를 집어삼킬 듯한 가룸의 관심을 돌리게 만들어야 했다.
당연히 이안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가룸의 앞발을 피하며 튀어 올랐다.
햇빛에 번쩍이는 검날이 가룸의 어깨를 길게 베고 지나갔다.
“크와아!”
검은 가죽이 벌어지자 가룸이 크게 울부짖었다.
하지만 워낙 몸집이 커 한 번의 공격으로 가룸을 쓰러뜨리긴 무리였다.
이안이 아마도 몇 번 더 공격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때였다.
달려오던 셀로니아가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를 뜯어 버리고 싶은 욕구를 삼키며 손을 뻗었다.
손에서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 치유의 빛이 정확히 가룸의 주둥이로 향했다.
이안에게 베이고도 또다시 네니아를 향해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아가리를 쩍 벌렸던 가룸은 순간적으로 날아온 공격에 고개가 돌아갔다.
“……크으.”
부르르 고개를 턴 가룸이 형형한 빛을 띤 눈으로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셀로니아를 발견한 가룸이 눈을 좁혔다.
그러더니 네발로 아주 빠르게 그녀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헥헥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사위를 울렸다.
“젠장, 셀로니아!”
갑작스러운 행동 변경에 가룸을 놓친 이안이, 표적이 된 사람이 셀로니아인 것을 발견하곤 소리치며 달려왔다.
그러나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짐승의 속도를 따라잡기엔 무리가 있었다.
‘어라?’
그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셀로니아는 피할 생각도 못 하고 달려오는 가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에게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는 가룸이 마치 공격할 태세가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때였다.
강한 힘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끼에엑!”
마물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메아리처럼 곳곳에 퍼져 나갔다.
쿠우우웅!
몇 초 뒤, 땅이 진동할 정도로 웅대한 소리와 함께 사위에 흙먼지가 피어났다.
“…….”
“…….”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정적이 정원을 휘감았다.
뿌옇게 일어난 먼지가 차츰 가라앉고, 흐릿했던 주위가 점점 또렷해지자 사람들은 놀란 입을 틀어막았다.
거대한 가룸의 몸이 정확히 두 동강이 난 채로 양쪽으로 쓰러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앞에는 셀로니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탄이 서 있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동상처럼 얼어붙어 있던 기사들이 믿기지 않는 광경에 눈을 비비다가 현실을 직시하곤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괜찮나.”
어느새 평소의 탄으로 돌아온 그는 속절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셀로니아를 살피고 있었다.
“다친 덴 없나? 멀쩡해?”
혹시 어디라도 다치진 않았는지 재차 물으며 그는 놀란 것 같은 셀로니아의 허리를 자신도 모르게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아, 멀쩡해요. 그러니까 이 팔 좀…….”
셀로니아가 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리자, 그제야 탄이 제 팔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움찔 놀라 얼른 그녀의 허리를 놓아주었다.
몸이 기억하듯, 새벽에 제 품을 파고들던 그녀가 또 떠올라 버렸으니까.
하지만 떨어졌음에도 뭉근한 부드러움이 팔 전체에 남아 있어 기분이 이상해 뒷덜미를 매만졌다.
그는 오늘 기이한 것을 경험했다.
마물의 눈을 보면 생각이 읽힌다는 것이었다.
가룸을 보니 의미를 알 수 없는 과거 자신의 목소리까지 떠올라 잠시 정신을 놓았다.
그런데 순간, 누군가가 소리친 셀로니아의 이름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또렷해진 시야 너머로 마물이 셀로니아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보자, 마물의 생각을 읽어 볼 겨를도 없이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튀어 나갔다.
단번에 그녀를 품 안에 낚아챈 그는 그녀가 쥐고 있던 검으로 마물을 베어 내 버렸다.
그녀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동강을 내 버린 것이었다.
“…….”
셀로니아는 옆에 서 있는 탄과 눈앞에 쓰러져 있는 마물을 번갈아 쳐다봤다.
순식간에 다가온 탄이 팔을 뻗어 제 허리를 낚아채듯 감싸 안았을 때, 그건 정말로 자신을 구해 주려는 듯 간절했다.
왜 이 남자는 자꾸 날 구하려 드는 거지?
셀로니아는 의문스러웠다.
자신이 아는 마왕은 그런 성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무언가가 바뀐 걸까? 그런 의심이 들었지만 확실하진 않기에 금세 생각을 접곤 말했다.
“고마워요.”
“그래.”
탄은 셀로니아의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감사에 피식,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엇을 바라고 구해 준 건 아니었으나, 그 한 마디에 모든 게 충족된 기분이었다.
“네니아!”
“흐어어엉! 아버지!”
저 멀리서 오늘 일의 원흉인 덴로하 후작이 울면서 달려오는 네니아를 와락 껴안았다.
부녀의 통곡 소리가 퍼져 나갔다.
“가, 감사합니다…….”
“우리들의 생명의 은인이세요!”
미처 도망가지 못했던,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본 사람들이 마물이 죽은 것을 확인하곤 탄과 셀로니아에게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파리하게 질려 있던 그들의 혈색이 살았다는 안도감에 차츰 돌아오고 있었다.
“고맙네! 고마워! 자네 덕에 살았네!”
네니아를 꼭 끌어안고 있던 덴로하 후작도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원하는 것을 말해 보게! 덴로하 가문의 이름으로 다 들어주겠네!”
덴로하 후작이 탄의 손을 덥석 잡았다.
탄이 떨떠름한 얼굴로 당장이라도 덴로하 후작의 손을 쳐 내려고 했으나, 옆에서 눈치를 주며 고개를 젓는 셀로니아를 보곤 참았다.
어느새 두 사람은 모두의 중심에 서 있었다.
굉장한 실력자가 나타났다며 나가떨어졌던 기사들까지 경이로워하며 탄에게 다가갔다.
“…….”
어느새 이안은 홀로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