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45)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45)화(45/162)
<45화>
이튿날 아침.
역시나 덴로하 후작의 마물 전시 사건은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탄의 이야기도 1면에 가득 실려 있었다.
[사람들을 구한 영웅. 밤의 야수는 누구?]꽤나 골치가 아파질 걸 생각하며 셀로니아는 들고 있던 신문을 덮어 버렸다.
우선 지금은 기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어제저녁, 위클란더의 전서구가 서신을 전해 주었다.
그때 이야기했던 책을 찾았으니 상점을 방문해 달라고.
날이 밝고 셀로니아는 몬테라 마법 지구로 향하기 위해 지금 막 나갈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아, 아가씨이!”
그런데 별안간 엘라의 목소리가 복도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이렇게 호들갑인 걸 보니 신문을 본 모양이었다.
“아가씨! 큰일 났어요!”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엘라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허억, 허억……. 신문, 오늘 신문 보셨어요?”
역시나 예상한 대로 엘라는 쥐고 있는 신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아. 아주 유명해졌더라고.”
“아, 아니요! 탄 님 말고요! 이거요!”
엘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신문 1면이 아닌 가장 뒷면에 난 조그마한 기사를 가리켰다.
“후우, 여기요! 저희가 갔던 그 상점이잖아요!”
셀로니아가 엘라에게서 받아 든 기사를 읽어 나갔다.
별로 조명되지 않는 기사인지 하단부에 아주 조그맣게 실린 기사였다.
[마법 지구 상점서 큰 화재로 주인 사망.19일 어젯밤 몬테라 서쪽 마법 지구 위클란더 상점에 큰 화재가 발생하였다. 불길은 두 시간 만에 잡혔으나, 화마에 휩쓸려 상점 안에서 나오지 못한 주인인 위클란더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 * *
“덴로하 후작.”
“……예, 폐하.”
제국에서 가장 드높은 황좌에 앉아 있는 황제를 향해 덴로하 후작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결국 어제 마물 대소동으로 덴로하 후작은 황제에게 호출을 당해 알현실에 불려 온 상태였다.
“짐에게 말도 없이 마물을 생포해 제도로 끌어 왔다라. 어떻게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한 것이지.”
태양과도 같은 금안이 독수리의 눈처럼 가늘고 날카로워졌다.
태산처럼 진중한 목소리는 질문도, 변명할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폐하. 제가 잠시 눈이 멀어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덴로하 후작이 얼른 바닥에 엎드려 빌었다.
마물을 생포해서 전시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었으나 어쨌거나 어제 일로 크나큰 피해가 생길 뻔하였다.
게다가 황제가 마왕과 마물이라면 누구보다 진저리 치는 것을 알기에 지금은 비는 수밖에 없었다.
“그 마물의 크기가 집채만 했다지. 그런 놈을 고작 철창 하나에 가둬 놨다?”
“그, 그것이…… 제작할 때 분명 여러 번의 검사와 실험을 거쳐 튼튼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했기에…….”
“부서졌지. 그리고 마물은 탈출했고.”
“……죄송합니다.”
황제의 말이 다 맞는 말이었기에 덴로하는 더 이상의 변명은 집어치우고 그저 몸을 더욱 조아렸다.
“인명 피해가 없으니 이번 일은 배상금을 내는 것으로 징계를 끝내겠다.”
황제는 혀를 끌끌 차며 발치에 납작 엎드린 덴로하에게 처분을 내렸다.
황제 아르헥시오는 올해로 50살이 훌쩍 넘었으나 웃음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진중하고도 엄중한 얼굴은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백금발의 머리카락은 늘 깔끔하게 뒤로 넘어가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단 한 올도 흐트러짐 없는 머리카락은 평소 칼 같은 그의 성격을 잘 보여 주었다.
황제는 귀족들 사이에서 마물을 생포해 와 전시하는 유행이 있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관심을 가질 게 없어 마물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모자라 그걸 전시하며 제 부를 과시하려 들다니.
아둔하고 우둔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것들이 제 신하라니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었다.
“감사합니다, 폐하.”
“배상금은 금화 500개로 하지.”
“……예?”
“불만인가, 덴로하 후작. 제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지도 모를 위험을 저질러 놓고?”
당황하여 고개를 든 덴로하를 향해 황제 아르헥시오가 눈을 번뜩였다.
즉위한 지 20년이 넘은 황제에겐 처분에 대한 반발쯤이야 눈빛 한 번으로 묵살시킬 힘이 있었다.
“아, 아닙니다. 지당하신 판결입니다.”
덴로하는 결국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금화 500개면 제도에서 아주 좋은 대저택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물론 덴로하 후작가에게 금화 500개는 큰 타격은 아니었다.
다만, 저지른 일에 비해 측정된 배상금이 너무 높기는 했다. 불법도 아니고 어찌 됐든 인명 피해도 없으니까.
하지만 황제의 말대로 수습이 안 됐다면 그 뒤론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일이 펼쳐졌을 테니, 빨리 일을 무마하기 위해 받아들였다.
“그나저나 집채만 한 그 마물을 쓰러뜨린 자가 누구라고?”
“바, 밤의 야수라고 불리는 자입니다.”
“그 자리에 체르빌 공작도 있었다지.”
“예. 그렇습니다.”
“흐음.”
어제의 얘기를 자세히 전해 들은 황제는 황좌에 기대어 턱을 매만졌다.
황실의 기사단장이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밤의 야수라는 그자가 집채만 한 마물을 단숨에 베어 내었다 했다.
들어 보니 지금은 베스인 공작가에서 잠시 머물고 있지만, 원래는 집도 없이 떠도는 자인데 자신이 어려운 와중에도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다닌다 하여 꽤나 유명했다.
아르헥시오는 능력 있는 젊은이들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이안 체르빌 공작이 나이가 어렸어도 황실 기사단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황제의 금안에 흥미가 돌았다. 기회가 된다면 얼굴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폐하.”
“들라.”
밖에서 들려온 보좌관의 목소리에 황제가 명을 내렸다.
크고 웅장한 문이 열리고 들어온 보좌관은 바삐 걸음을 움직여 황제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여 은밀히 속삭였다.
얘기를 들은 황제의 한쪽 눈썹이 산을 그리며 올라갔다.
“허시브룩 대공이 수도에 올라왔다?”
“예. 그렇습니다.”
“흐음. 북부에서 잘 나오지 않던 대공이 무슨 일로.”
황제는 대공의 갑작스러운 수도 방문에 생각에 잠기려다 아직까지 눈앞에 있는 덴로하 후작에게 말했다.
“후작은 이만 나가 보게.”
“예.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덴로하 후작이 후다닥 알현실을 나갔다.
“우선 대공에게 황궁에 먼저 들르라 전해라.”
“예. 알겠습니다.”
명을 받은 보좌관이 알현실을 나가기 위해 문을 열자, 때마침 폐하를 뵙기 위해 서 있던 여자가 방 안으로 쏘옥 들어왔다.
“아버지!”
그러고는 아름다운 백금발을 휘날리며 한달음에 황제에게 달려갔다.
“오. 티타니아. 내 딸 어서 와라.”
근엄하기만 하던 황제가 표정을 한껏 풀며 어여쁜 황녀를 맞이하였다.
* * *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엘라가 눈앞의 새까맣게 타 버린 상점을 보며 황망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셀로니아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를 보자마자 바로 위클란더 상점으로 향하였다.
며칠 전만 해도 은행나무가 그려진 문이 독특했던 위클란더 상점은 숯처럼 까맣게 불타 그 뼈대만 남아 있었다.
화재가 무척이나 크게 났던 건지 불이 꺼진 지금도 건물이 들어섰던 터 위에 쌓인 잿더미들 사이로 옅은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까맣게 탄 상점 주변으로 상인들과 손님들이 몰려 있었고, 화재 현장엔 마법 지구 순찰대와 황실에서 나온 기사 몇 명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책을 구했다고 그래서 오늘 오라고…….”
셀로니아는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위클란더가 바로 어젯밤 그녀에게 책을 찾았다며 서신을 보냈다.
그래서 바로 오늘 상점에 들를 예정이었다.
“어쩌면 좋누…….”
“그러게나 말이에요. 불은 왜 난 거죠?”
“황실에서 파견 나온 기사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단순 화재인 것 같다더라고요. 날이 추워 불을 붙였던 벽난로에서 튄 불씨가 카펫에 옮겨붙어서 불이 났다던데.”
“그런데 왜 주인장까지 타 죽은 거죠?”
“잠이 들었던 건지 불이 난 걸 뒤늦게 알았나 봐요. 그래서 탈출하지 못했다더라고요.”
“아니, 왜 그 시간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으셔서…… 참변을 당하셨네…….”
안타까워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셀로니아의 귀에 들려왔다.
‘단순 화재?’
정말로?
셀로니아는 허망한 눈으로 사건 현장을 뒤지고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께름칙할까.
상인들이 모두 다 퇴근한 시간에 홀로 상점에 남아 있던 위클란더.
그 바람에 불이 났음에도 발견이 늦어져 불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니.
진짜 단순한 사고인 걸까?
자신이 위클란더에게 책을 받기로 약속받고서 이런 사고가 난 것은 그저 우연이었던 걸까?
“아, 아가씨?”
침울한 얼굴로 사건 현장을 보고 있던 엘라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셀로니아를 급히 불렀다.
셀로니아는 매캐한 냄새가 나고 있는 타 버린 위클란더 상점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