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46)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46)화(46/162)
<46화>
“영애, 이곳엔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셀로니아를 발견한 황실 기사 한 명이 그녀를 막아섰다.
“화재 원인은 나왔나요?”
“하아, 그건 저희가 알아서…….”
“야, 그분이시잖아. 베스인 공녀님.”
기사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한숨 섞인 말을 내뱉자, 곁에 있던 다른 기사가 그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아……. 공녀님.”
놀란 기사가 얼른 표정을 지우며 군기가 바짝 든 몸짓으로 경례를 했다.
상관도 아니기에 굳이 할 필욘 없었으나, 그들의 직속 상관인 이안의 전 약혼녀이기도 하면서 베스인 공녀라 어쩔 수가 없었다.
“원인 나왔나요?”
“단순한 화재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수상한 점은 하나도 없었나요?”
“예, 그렇습니다. 아, 저…… 아무리 공녀님이셔도 아직 공식적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기에 질문에 답해 드릴 순 없습니다…….”
마치 상관처럼 물어 오는 셀로니아에게 잔뜩 긴장한 기사가 따박따박 대답을 하다 뒤늦게 깨닫고선 곤란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시신은요? 가족들에게 인계되었나요?”
“저, 공녀님…….”
“이것만요. 이것까지만 물어볼게요.”
“그, 이곳 주인장은 가족이 없었다고 합니다.”
“고마워요.”
셀로니아는 흔적도 없이 모든 게 다 타 버린 위클란더 상점에 시선을 두다 이내 눈길과 발걸음을 돌렸다.
“아가씨…….”
엘라가 울먹이며 셀로니아를 따랐다.
누가 봐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제 아가씨의 표정에 마음이 좋지 못했다.
“단순한 사고라고 했잖아요. 이건 그냥 사고인 거예요…….”
“…….”
엘라가 셀로니아의 죄책감을 덜어 주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였다.
갑자기 불이 나서 주인이 사망했다고? 거기다 상점에 있는 것은 모조리 불타 뼈대만 남아 있었다.
‘이건 경고인가?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말고 나서지 말라는 경고?’
대체 뭘?
혹시 이건 길리안이 벌인 짓인 걸까? 내가 그의 양피지를 봤다는 걸 눈치채고?
전서구가 가지고 온 전서를 훔쳐본 것일까? 하지만 봉투는 뜯긴 흔적이 없었는데…….
똬리에 똬리를 틀고 늘어지는 의문만 계속 셀로니아의 머릿속에 쌓여 갔다.
무겁다. 마음도 머릿속도.
화재 사고로 인해 몰려든 인파를 헤치며 셀로니아는 엘라와 함께 마차로 가기 위해 한적한 골목을 걸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멀어지고 그저 불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그녀의 귓가에 울린다.
단순 화재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거지?
그때였다.
우연히 시선을 들었던 셀로니아는 상점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가로수 뒤에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안절부절못하듯 발을 동동 구르며 이쪽을 살펴보다 셀로니아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러자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화들짝 놀래더니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수상한 상황에 셀로니아는 후드가 뛰어간 방향으로 내달렸다.
“아가씨!”
엘라가 깜짝 놀라며 그 뒤를 따랐다.
“으, 으아악! 왜, 왜 이러세요!”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은 힐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가 셀로니아가 뒤쫓아 오는 것을 발견하곤 소리쳤다.
“거기 안 서?”
셀로니아는 있는 힘을 다해 검은 후드를 뒤쫓았다.
누가 봐도 수상하게 구는 이 사람이 혹시 오늘 사건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검은 후드, 셀로니아, 엘라.
이렇게 세 사람은 마치 추격전을 하듯 상점가를 내달렸다.
“으, 으……”
검은 후드는 당황한 얼굴로 아직까지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셀로니아를 확인하곤, 주위를 둘러보다 후미진 골목을 발견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놓칠 리 없는 셀로니아가 검은 후드를 따라 골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를 입었음에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있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놓치면 안 돼.
잽싼 검은 후드를 뒤쫓느라 심장은 이미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심지어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그만 쫓아오시라고요오!”
게다가 이놈은 악 소리를 내면서도 더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셀로니아는 내달리며 손을 뻗었다. 치유의 빛이라도 쏴서 담벼락을 무너뜨려 저놈의 통행을 방해해 볼 생각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으어억!”
쉼 없이 달리던 검은 후드가 한순간에 멈췄다.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를 탄에 의해.
탄은 검은 후드의 뒷덜미를 붙잡은 채 담벼락에 머리를 처박게 만들더니 두 손을 뒤로 포박시켰다.
“이, 이거 놔주세요!”
꼼짝없이 붙잡힌 검은 후드가 버둥거렸으나, 고압적인 탄의 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너 뭐야.”
탄이 검은 망토를 향해 살벌한 살기 어린 목소리를 내었다.
어느새 검은 후드와 탄이 있는 곳까지 달려온 셀로니아는 상체를 숙인 채 숨을 몰아쉬었다.
“흐억, 헉, 허억…….”
“셀로니아, 괜찮나?”
탄은 숨넘어갈 듯한 셀로니아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그녀의 얼굴이 새빨간 사과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셀로니아?”
탄에게 붙잡혀 버둥거리고 있던 검은 후드는 셀로니아의 이름에 행동을 멈추곤 아주 조용히 이름을 되뇌었다.
“예헤에에……. 괜, 허억 찮아요.”
숨소리인지 말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할 말이 그녀의 입에서 뭉개져서 나왔다.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이 쌀쌀한 날씨에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 때문에 그녀의 앞머리가 젖어 있을 정도였다.
아, 운동 좀 해야지. 고작 이거 뛰었다고 심장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숨넘어간다.”
탄은 한 손으로 거뜬히 후드를 포박한 채 남은 한 손을 뻗었다.
그대로 소매를 끌어와 셀로니아의 이마에 맺혀 있는 땀을 닦아 주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셀로니아가 움찔 몸을 떨었다.
“아, 괜찮아요 하아…… 고마워요.”
어색한 상황에 셀로니아가 탄의 손을 슬쩍 밀치며 말했다.
순간, 방금까지 진정되고 있던 심장이 다시금 빠르게 뛰는 이상한 착각이 들었으니까.
그때 검은 후드의 사람이 큰 소리로 항의했다.
“아파요! 놔주세요!”
“허튼짓하지 마. 그랬다간 네 머리를 날려 줄 거니까.”
아프다는 말에도 탄이 자비 없는 입술을 열었다.
아주 비정하고도 잔인한 말이었으나, 셀로니아는 고마웠다.
역시나 또, 그는 저를 도와줬으니까.
심지어 함께 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건지.
“그나저나 어떻게 알고 온 거예요?”
“쫓았다.”
탄은 어김없이 판자촌에 들른 뒤, 셀로니아에게 돌아가기 위해 단숨에 저택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그러다 그녀가 허겁지겁 뛰쳐나온 것을 보고 그대로 뒤쫓아 온 것이었다.
멀리서 지켜보다 도움이 필요한 것 같기에 대신 이놈을 잡아 주었다.
“저, 저한테 왜 이러세요!”
담벼락에 얼굴이 찌부러진 검은 후드가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보니 목소리가 상당히 앳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빨리 도망쳤구나. 나는 지를 뒤쫓다가 죽을 뻔했는데.
셀로니아는 검은 후드를 한껏 노려보며 이제는 진정된 목소리를 내었다.
“너 왜 도망갔지?”
“쪼, 쫓아오니까 도망갔죠!”
“네가 먼저 날 보고 도망갔잖아.”
“그, 그건…….”
그가 우물쭈물 말을 않자 탄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검은 망토의 후드를 거칠게 벗겨 내었다.
후드가 벗겨지고 얼굴이 드러났다.
소년이었다. 키는 셀로니아와 비슷했으나, 이제 막 17살쯤 되어 보이는.
“말해.”
“아아악! 저, 저는 할아버지의 제자예요!”
탄이 포박하고 있는 두 손을 강하게 누르자 소년이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할아버지?”
소년의 입에서 나온 할아버지라는 소리에 셀로니아의 머릿속에 자동으로 위클란더가 떠올랐다.
위클란더는 수염도 머리카락도 하얗게 샌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였으니까.
“위클란더를 말하는 거니?”
셀로니아의 물음에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어어엉!”
이윽고 소년의 눈이 그렁그렁해지더니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