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48)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48)화(48/162)
<48화>
“확실해. 북부에서랑은 차원이 달라.”
켈빈이 사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
이우스는 대답은 하지 않았으나, 켈빈의 말에 동감했다.
톰과 잭. 그러니까 북부의 이우스 대공과 기사단장 켈빈은 방금 제도에 도착하자마자 황제를 알현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왜 수도에 올라왔냐는 황제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그들은 그저 오랜만에 북부를 나와 바람을 쐬고 싶었다 둘러대었다.
유희를 즐기기 위해 인간들 틈에 섞여 인간으로 지내 왔던 시간이 길었기에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들은 무사히 황성을 나와 마차를 타고 수도에 있는 대공저로 향하던 도중, 사람이 많이 모인 상점 지구에 들렸다.
북적북적 모인 사람들 틈새로 주군의 기운이 느껴졌으니까.
북부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던 기운은 제도에서 더욱 뚜렷해져 있었다.
이 정도 기운이라면 주군께서 살아 계신 게 명백했다.
어딜까? 대체 주군께서는 어디에 계신 걸까.
역시! 우리를 두고 그렇게 허망하게 가셨을 리가 없지.
켈빈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저택으로 가자. 내일부터 구역을 나눠서 샅샅이 살펴보는 거야.”
이우스의 이성적인 판단에 켈빈이 따랐다.
흥분과 별개로 주군이 죽기 전보다 힘도 없고, 인간의 몸인지라 장시간 이동으로 지칠 대로 지쳐 있었기에.
그들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그렇지만 곧 주군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정신은 말짱했다.
곧이어 크고 웅장한 대공가의 마차가 상점가를 나섰다.
* * *
셀로니아는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위클란더의 장례를 치르라 명령부터 내렸다.
그러고는 헨릭이 전해 준 수첩을 혼자 조용히 살펴보았다.
글씨가 깔끔하고 정리가 잘되어 있어 눈에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던 정보는 수첩을 넘겨 보다 보니 뒷장에 설명이 있었다.
아티팩트가 발달하기 전, 양피지를 마법의 매개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중에서도 마법진과 사람의 이름을 적어 사용할 때는 크게 세 가지 경우에서였다.
이동 수단인 스크롤.
전달 수단인 전달 마법.
소통 수단인 통신 마법.
용도에 따라 마법진의 문양이 달라졌으나, 대부분이 이 세 개 중 하나를 쓸 때 양피지에 마법진을 그려 사용했다고.
이 세 가지 경우 모두 목적지나 받는 이가 필요했기에 마법진 밑에 사람의 이름이나 장소를 적어 둔다고 하였다.
그렇다는 건…….
“와…….”
셀로니아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뒤통수가 얼얼했다.
예상은 했으나, 길리안은 정말 그레이스의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레이스의 이름이 적힌 마법진 양피지를 가지고 있던 게 설명이 되질 않는다.
어쩌다 피네스트 부길드장이 그레이스의 사람이 된 거지?
피네스트 길드는 베스인 가문이 운영하는 제국 최대 정보 길드였다.
아버지도 알고 계실까? 아니면 설마 그레이스가 남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길리안의 마음도 뺏어 버린 걸까?
아직 그것까진 알지 못했으나, 하나 확실한 건 더는 길리안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지?”
길리안은 언제부터 그레이스의 사람이었던 걸까?
설마 남주들의 마음이 변했을 때 처음 그레이스에 대해 알아보던 그 순간부터?
“…….”
셀로니아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은 길리안에게 계속 속아 온 것이었다.
더불어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그레이스에게 뭔가 숨겨진 사실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명백해졌으나 물증이 없었다. 그러니 물증을 만들어야겠지.
며칠 뒤면 길리안이 주기적으로 그레이스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는 날이었다.
그 전에 다른 길드를 통해 그레이스에 대한 정보를 다시 요청해야 했다.
더불어 덫도 만들어 놔야겠지.
셀로니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수첩을 건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오랜만에 금고를 열었다.
“아, 맞다. 이게 여기 있었지.”
셀로니아는 커다란 금고에 떡하니 들어 있는 이안의 검을 꺼내 들었다.
파혼 위자료로 받아 놓고 한 번도 꺼내 보질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정말 성검으로 변하긴 하는 걸까?
의구심을 가진 채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깨끗하게 관리된 검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으나, 너무 평범했다. 비범한 능력이 깃들 거라고는 생각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다.
일단은 원작에서도 시간이 소요된 일로 언급되었으니 기다려 보는 수밖에.
빼 들었던 검과 수첩을 금고 안에 잘 보관해 놓고, 셀로니아는 곧장 방을 나와 탄이 묵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길리안이 어디까지 손을 뻗고 있는지 확실치 않았으니, 공작가의 사람들보단 탄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셀로니아는 그의 방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두들겼다.
“탄, 있어요?”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방에 없을 리가 없는데?
아까 마차를 타고 함께 돌아왔고, 조금 있으면 저녁 식사 시간이었기에 그가 바깥에 나갈 리가 없었다.
식사는 꼭 자신과 함께했으니까.
“탄.”
셀로니아는 다시 그를 불렀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하는 수 없이 실례한다는 말과 함께 방문을 열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욕실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그를 발견했을 때.
물론 자정마다 그가 통증을 느끼는 건 알고 있었으나, 혹시 모르니까.
정이라도 들은 걸까. 우습게도 그녀는 걱정이라는 걸 하고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와 열었던 방문을 슬며시 닫고 고개를 돌렸다.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설마 또?’
셀로니아의 시선이 자연스레 닫혀 있는 욕실 문으로 향하였다.
심호흡과 함께 욕실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으억!”
벌컥 문이 열리며 강한 힘에 의해 그녀의 몸이 욕실 안으로 훅 딸려 들어갔다.
이윽고 달칵 소리와 함께 그녀의 등 뒤로 욕실 문이 닫혔다.
그리고 그 안엔, 제 팔을 잡아끈 장본인인 탄이 서 있었다.
“…….”
셀로니아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방금 목욕을 마친 건지 젖은 머리와 젖은 몸이 보였다.
후끈한 열기와 아직 남은 뿌연 증기 속에서 탄은 하반신만 타월로 가린 채 상반신은 헐벗고 있었다.
일전에 보았던 가슴에서 복근까지 길게 난 상처가 흉터로 자리하고 있는 것도 보였다.
무엇보다 흉악할 정도로 잔뜩 성이 난 근육들이 그녀의 시야에 꽉 들어찼다.
그의 근육들은 커다란 몸에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조각으로 표현해도 이렇게까지 완벽한 근육의 형상을 만들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심지어 가까이 있는 그의 살에선 옅은 물 내음과 함께 좋은 향기까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정신이 어질해진 셀로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둥그런 물방울은 떡 벌어진 어깨 밑으로 크고 탄탄하게 부푼 흉부를 지나, 그 아래로 촘촘하고 모양새 좋은 복근을 가르고 치골을 훑더니 타월 속으로 쏙 사라졌다.
“허…….”
셀로니아는 저도 모르게 헛숨을 삼키며 고개를 휙 돌렸다.
어쩐지 두 귀가 화끈거렸다.
작정하고 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떨어진 물방울을 따라 눈을 움직이다 보니 그가 가리고 있는 하반신까지 눈길이 닿은 것이었다.
“뭐예요? 가운이라도 입던가요.”
향기 때문인지 살색 때문인지 화끈거리는 두 뺨에 셀로니아는 괜스레 톡톡대며 쏘아붙였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뭘 그리 놀라.”
두 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셀로니아를 본 탄의 입매가 피식거리며 올라갔다.
“참나…….”
뻔뻔한 그의 대답에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고.
그러고 보니 설마 지금 본인 몸 자랑 하려고 날 끌고 들어온 거야?
“왜 갑자기 사람을 욕실로 끌어 들여요.”
셀로니아는 당장 욕실을 나서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나 그가 한발 더 빨랐다.
탄은 문고리를 쥔 셀로니아의 손을 쥐더니 다른 한 손으로 급히 그녀의 뒤통수를 끌어안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라 저항할 새도 없이 끌려간 셀로니아는 그의 젖은 가슴팍에 얼굴이 닿았다.
“지금 뭐 하는……!”
“쉿.”
셀로니아가 고개를 들며 언성을 높이자 탄이 더욱 그녀의 머리를 세게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셀로니아의 얼굴이 그의 젖은 가슴에 가차 없이 뭉개졌다. 예전의 욕실에서처럼 또.
“으브브브!”
아니, 이 인간아. 당신 맨가슴에 내 입술이 닿았다고!
셀로니아가 그의 맨가슴에서 떨어지기 위해 버둥거리며 소리치려는 순간.
“누가 왔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낮은 탄의 목소리와 함께 정말로 욕실 너머에서 아주 작게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