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49)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49)화(49/162)
<49화>
“저, 정말 안 계신 거 맞아?”
“아까 방을 나서시는 걸 봤다니까.”
셀로니아와 탄이 숨을 죽이자 문 너머에서 희미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탄과 함께 바짝 문에 붙은 채로 모든 행동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지금 탄의 맨가슴에 얼굴을 대고 있다는 것도 단숨에 잊어버리고.
“…….”
이로 인해 곤란해진 건 오히려 탄이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수상한 기척에 셀로니아를 욕실로 끌어 들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문 앞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일단 생각 없이 셀로니아를 끌어안았는데, 깨닫고 보니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그의 맨살에 그녀의 얼굴이 닿아 있었으니까. 이번엔 옷도 없이 완전히 맨살에.
심지어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한 손을 그의 가슴의 얹은 채로 문 너머의 대화에 집중한 상태였다.
탄은 전혀 바깥의 대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날뛰고 있는 자신의 심장 소리 때문에.
게다가 그녀의 규칙적인 숨이 그의 가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굉장한 자극에 그의 어깨가 움찔움찔 떨렸다.
탄은 달뜬 숨을 내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하반신만이라도 최대한 뒤로 뺐다. 아주 빠르게 아래가 뻐근해져 오는 느낌이었기에.
급하게 머릿속으로 양도 세었다. 기억이 없다 한들 그건 본능이었다.
“빠, 빨리 놓고 가자. 걸릴까 봐 무서워.”
염소처럼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 열리는 소리 뒤로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잽싼 발걸음이 후다닥 움직이는 소리를 끝으로 더는 아무 대화도 들리지 않았다.
“간 것 같아요.”
숨까지 죽여 가며 문 너머의 대화에 집중하던 셀로니아가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의 키가 워낙 커서 눈을 맞추려 고개를 들 때마다 목이 뻐근할 지경이었다.
“탄?”
묻는 말에 답도 없이 딴청을 부리듯 시선을 회피하고 있는 그를 보며 셀로니아는 의아해졌다.
왜 이래? 왜……!
순간 아래에 느껴지는 이상하고 단단한 느낌에 셀로니아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이윽고 그녀는 지금 자신이 탄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를 깨달았다.
심지어 이 손은 언제 그의 가슴 위에 올라간 거지?
화들짝 놀란 셀로니아가 급히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
미묘해진 타월엔 다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녀는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으나, 이런 상황에서 도무지 할 말이 생각나질 않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탄은 셀로니아가 떨어졌음에도 이상한 열기가 가시질 않아 애꿎은 젖은 머리만 거칠게 털어 냈다.
그의 붉은 눈은 평소보다 더 뜨거워져 있었다.
“…….”
“…….”
두 사람 다 귓불을 붉힌 채 딴청을 피우며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어색하고도 이상야릇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났을까. 먼저 침묵을 깬 건 탄이었다.
“아무리 내 몸이 좋아도 그렇지. 너무 막 만지는 거 아닌가? 그때부터 알아봤지만.”
“무슨 소리예요. 그때라……!”
그의 가슴팍을 만졌던 셀로니아가 뜨끔하여 언성을 높이다 일순 스르르 입을 닫았다.
“깨달은 눈치군.”
요동치는 셀로니아의 눈동자를 본 탄이 비식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얘기는 처음 다이닝룸에서 함께 식사를 한 날.
음식을 먹지 않고 이런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게 신기하여 그녀가 저도 모르게 그의 몸을 훑어봤던 그날을 말하고 있는 거였다.
“언제 적 얘기를 지금……. 먼저 끌어당긴 건 당신이잖아요.”
셀로니아는 조금 억울했다.
그의 가슴에 손을 올린 건 자신이었지만, 먼저 끌어당긴 건 탄이었다.
그 바람에 얼굴과 몸이 닿은 거고.
그리고 왜 자꾸 피식피식 웃어? 요즘 그는 부쩍 저를 보며 자주 웃는다.
“아무튼 일단 옷 입고 나와요. 방금 일에 대해 알아봐야 하니까.”
이 이상 더 얘기하면 손해일 것 같아 셀로니아는 먼저 욕실을 휙 나가 버렸다.
남겨진 탄은 미소 띤 얼굴로 사라진 셀로니아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며 그녀의 숨이 닿았던 가슴께를 매만졌다.
매일 맞잡는 그녀의 손처럼 따뜻함이 그의 가슴에도 머물러 있었다.
* * *
“공작님, 이거 어떤가요? 어울리나요?”
그레이스가 보석상에서 마음에 드는 핀을 집어 들더니 머리에 꽂아 보며 수줍게 물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이안은 그레이스가 아닌 진열대 위에 있는 푸른 사파이어로 장식된 목걸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셀로니아의 눈과 똑 닮은 푸른 목걸이가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그 목걸이를 셀로니아가 목에 건다면 무척이나 잘 어울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지?
이안은 이상했다.
그레이스를 만나고서 한 번도 셀로니아에 대해 떠올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덴로하 후작저에서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셀로니아가 그놈과 함께 있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심지어 오늘 예상한 대로 그놈이 신문에 대서특필까지 되었다.
마물을 한 번에 해치운 강자가 나타났다며 오늘 기사단에서도 그 얘기로 시끄러웠다.
감히, 내 앞에서…….
“공작님?”
“…….”
“공작님!”
앙칼진 목소리가 귓등을 때리자 그제야 이안의 시선이 그레이스에게 향하였다.
그러나 그레이스의 감정은 이미 상한 지 오래였다.
“정말 오늘 왜 그러세요? 영 제게 집중을 못 하시고…….”
그레이스가 잔뜩 토라진 얼굴로 이안을 책망했다.
오늘만 몇 번째인지. 데이트를 하자고 부른 건 본인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안은 하루 종일 멍했다.
원래는 그녀의 얼굴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눈 한 번 마주치지를 않았다.
“잘 어울리는군.”
이안이 그레이스에 머리에 꽂힌 핀을 보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는 그레이스를 보면 자꾸만 생각나는 셀로니아와 그놈이 잊힐까 하여 만나자고 했으나, 아니었다.
오히려 더 셀로니아가 떠오를 뿐.
그리고 다짐은 더 확고해졌다. 되찾아 와야겠다는 다짐이.
“하…….”
그레이스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본래였다면 집중 못 해서 미안하다, 너는 무엇이든 다 잘 어울린다 하며 토라진 제 기분을 맞춰 주느라 쩔쩔맸어야 했다.
그런데, 뭐?
사과 한마디도 없이 감정 없는 말투로 잘 어울리는군?
그레이스는 다시금 시선을 돌린 이안을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 남자가 갑자기 왜 이러지?
설마, 결혼 날짜를 잡자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회피해서 이러는 건가?
“공작님. 제가 내일 공작저로 갈까요?”
그레이스는 능숙하게 제 감정을 갈무리하며 이안의 팔에 팔짱을 꼈다.
“왜지?”
“제가 말재주는 없지만 공작님의 부모님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고 싶어서요. 앞으로 자주 뵙게 될 테니까요.”
그레이스가 부끄럽다는 듯 홍조를 띤 얼굴로 말하였다.
그 말엔 곧 가족이 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글쎄. 생각해 보지.”
하지만 그레이스의 그 말에도 이안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먼저 그레이스에게 제 부모님을 찾아뵈라 제안한 게 불과 얼마 전이었으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었다.
그레이스는 충격을 숨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까득까득 손톱을 깨물며 그레이스는 악독한 눈을 번뜩였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그저 쥐고 있기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이미 점찍어 둔 새 인물을 제 옆에 두기 위해선 계획을 앞당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