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5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50)화(50/162)
<50화>
“누가 이런 짓을…….”
셀로니아는 눈앞에 수북이 쌓인 보석들을 보며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탄과 욕실에 있을 때 하인들이 몰래 방에 들어온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훔쳐 온 보석을 탄의 침실 서랍에 몰래 넣어 두었다.
심지어 그들이 훔쳐다가 가져다 둔 귀중품들은 대부분이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탄을 도둑으로 몰려고 했던 정황이었다.
“뻔하지.”
옷을 갈아입은 탄은 팔짱을 낀 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범인이 누구인지야 뻔했다.
“아…….”
셀로니아는 탄에게 물어보려다 스스로 답을 찾아내었다.
100퍼센트 확실한 건 아니었으나, 이런 짓을 벌일 사람은 지금으로선 한 명뿐이었다.
옹졸하다 못해 저급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공작저에서 이딴 짓을 저지르려고 하다니.
“제게 계획이 있어요.”
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말없이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왜.”
“네?”
“왜 도우려고 하지?”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예요? 그럼 누명 쓰는 걸 그냥 보라고요?”
“그러면 네가 원하는 대로 이 저택에서 쫓겨날 텐데?”
“그건…….”
맞는 말에 셀로니아가 순간 말끝을 흐렸다.
탄은 셀로니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생각했다.
참으로 이상한 여자다. 아니, 특별한 여자다.
그녀는 제가 이 저택을 나가길 바라면서 왜 스스럼없이 도우려 드는 걸까.
그날 욕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피를 흘리는 저를 모른 척 지나쳤으면 되는 걸, 그랬다면 손을 잡을 일도 없었을 테고 저는 그녀가 제 통증을 치유한다는 사실도 몰랐을 거다.
그러나 그녀는 지나치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탄은 호락호락하게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이깟 시시한 일을 엎어 버리는 것쯤이야 쉬웠으니까.
“그냥 그런 식으로 나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에요.”
셀로니아는 혀끝에서 말을 고르다 대답을 내뱉었다.
그의 말대로 이렇게 나서서 도울 것까진 없었다.
그렇지만 그간 그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일까? 사실을 안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누명을 뒤집어쓴다 한들 그가 순순히 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았으니까.
그래서 돕는 것뿐이었다. 아마도.
“그게 다야?”
“그럼 더 뭐가 있겠어요.”
“아쉽네.”
탄이 자조하듯 뇌까렸다.
말을 뱉고 나니 선명해졌다. 그녀의 대답이 무척이나 아쉽다는 걸.
그는 확실하게 듣고 싶었던 대답이 있었으니까.
* * *
그날 저녁.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이닝룸에서 나오던 셀로니아와 탄은 대화 소리를 들었다.
“정말로 사라진 거 맞아? 확실히 해야 해. 이런 일로 괜히 소란 일으켰는데 아니라면 그땐 돌이킬 수 없어.”
“저, 정말이야……. 우리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귀한 보물인데…….”
“정말로 저택에 도! 둑! 이! 있는 거야?!”
듣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하인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셀로니아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하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아, 아가씨…….”
그녀의 등장에 하인들이 꽤 과장된 몸짓으로 화들짝 놀랐다.
“그, 그것이…….”
“이 아이가 가장 아끼는 보물이 사라졌다고 해서요.”
겁을 먹은 듯 하녀가 우물쭈물하자 곁에 있던 다른 하녀가 대신 대답을 하였다.
순간, 셀로니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아까 문 너머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두 명이었는데, 아마 이 둘인 듯싶었다.
“그래? 너희 이름이 뭐지?”
“저는 제인, 이 아이는 로라라고 합니다.”
물건을 잃어버린 하녀는 로라고 옆에서 바람을 잡는 아이는 제인이었다.
“이런. 아끼는 보물인데 속상하겠구나.”
셀로니아는 공감하는 척 로라를 위로해 주다 마침 지나가던 하녀장을 불렀다.
“하녀장.”
“예. 공녀님.”
하녀장이 부름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 아이의 귀중한 물건이 없어졌다고 하네. 아무래도 저택을 샅샅이 살펴보아야겠어. 저택에 있는 모두를 불러 모아.”
“네에?”
셀로니아의 말에 놀란 로라가 말끝을 심히 올렸다. 그렇게까지 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아, 아가씨, 저 때문에 그렇게까지…….”
“로라, 아버지가 물려주신 거라며? 소중한 물건일 테니 내가 꼭 찾아 주고 싶어서 그래.”
“그, 그렇지만…….”
“하녀장, 뭐 하는가! 어서 불러 모으래도!”
저택을 쩌렁쩌렁 울릴 만큼 엄한 목소리에 하녀장이 냉큼 하인들을 불러 모았다.
셀로니아 앞에 서 있던 로라와 제인의 안색이 점점 잿빛으로 물들어 갔다.
“공녀님.”
그때였다.
아버지의 부름이 아니면 본 저택으로 올 일이 없는 루베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아이의 귀중한 물건이 없어졌다고 해서요.”
“이런. 그런 일이 있었군요. 좀도둑이 있는 모양입니다.”
셀로니아의 말에 루베우스의 시선이 탄을 향했다.
루베우스의 입가가 비릿하게 올라가다 갈무리되었다.
“공녀님, 혹시 모르니 공녀님의 귀중품도 사라지지 않으셨는지 확인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래야겠군요. 엘라, 가서 확인 좀 부탁해.”
루베우스의 제안에 셀로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예예!”
함께 있던 엘라가 후다닥 2층 계단을 올라 그녀의 방으로 향하였다.
재빠른 하녀장의 행동에 호출을 받은 하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저택의 모든 사용인이 참석해 중앙홀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한 명이 보이질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하녀장, 레이몬드도 불러오게.”
“예? 하지만 레이몬드 님은…….”
“내가 이 집 안에 있는 모든 이라고 말했을 텐데.”
“아, 알겠습니다……”
하녀장은 핼쑥해진 얼굴로 급히 베스인 공작의 집무실로 향하였다.
레이몬드는 공작의 보좌관이었다.
시녀장이 레이몬드까지 호출하러 갔으니 공작도 이 사태에 대해 전해 듣고 발걸음을 할 게 분명했다.
셀로니아는 공녀의 지위를 이용하여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었다.
그래서 범인이 공작저에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어, 어떡…….”
“쉬잇.”
수습할 수도 없이 커진 일에 로라가 파들파들 어깨를 떨며 중얼거리자, 제인이 눈치를 주었다.
이 모든 상황을 만족스럽다는 듯 지켜보고 있던 루베우스는 제인과 로라에게 살벌한 눈짓을 보냈다.
“셀로니아, 이게 무슨 소란이냐.”
결국 베스인 공작까지 중앙홀로 행차했다.
베스인 공작은 호출된 레이몬드와 함께 불만스러운 얼굴로 셀로니아에게 다가왔다.
“아, 아가씨!”
그때 때마침 2층으로 올라갔던 엘라가 기겁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엘라는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와 베스인 공작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입을 열었다.
“아가씨의 귀중품들도 몇 개 보이질 않아요!”
“뭐?”
갤로웨이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엘라의 말은 누군가 감히 공녀의 물건을 훔쳤다는 뜻이었으니까.
중앙홀을 가득 메운 하인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란이 일었다.
누가 감히 아가씨의 물건에 손을 댔냐면서 너도나도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하인들의 방부터 샅샅이 수색하라!”
“공작님, 공녀님. 제가 기이한 얘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갤로웨이가 명을 내리자, 루베우스가 이때다 싶어 말을 얹었다.
셀로니아는 탐탁지 않아 하는 아버지를 뒤로한 채 루베우스에게 발언권을 쥐여 주었다.
“말해 보세요.”
“최근에 누군가 하녀들에게 돈을 요구했다더군요. 돈이 궁핍한 모양인데, 혹 그자의 짓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누구죠?”
셀로니아의 물음에 루베우스가 숨길 수 없는 간악한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의 옆에 떡하니 서 있는 탄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이곳에서 머물고 있는 귀공입니다.”
루베우스가 던진 말에 순간 찬물을 끼얹듯 주위가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