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5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51)화(51/162)
<51화>
“하인들의 방을 다 수색하기엔 시간이 걸리니 가장 유력한 범인인 귀공의 방부터 수색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하하.”
지나칠 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루베우스의 말에 탄은 결국 비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
탄의 웃음을 본 루베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깟 게 감히 계속 웃을 수 있는지 보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죠. 여기 모인 그 누구도 범인을 찾을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갤로웨이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셀로니아가 먼저 답을 했다.
그녀는 하녀장에게 하인들을 감시하라 지시를 내리고 아버지와 함께 탄의 방으로 향하였다.
루베우스가 아주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앞장서 탄의 방문을 열었다.
“찾아보거라.”
그러곤 함께 온 기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공작저 기사 두 명은 아주 빠르게 탄의 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셀로니아와 갤로웨이 그리고 탄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차, 찾은 것 같습니다.”
침대 옆 서랍장을 열어 본 기사가 손안에 무언가를 쥔 채 허리를 폈다.
“하! 이보십시오! 이럴 줄 알았습니다! 공작님, 어서 이 비렁뱅이를 내쫓아야 합니다!”
루베우스가 의기양양한 채 큰소리를 쳤다. 그의 입가엔 승리의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 같은데, 혹 공녀님의 물건이 맞는지요.”
기사가 찾은 물건은 셀로니아에게 내밀었다.
손에는 붉은 루비가 박힌 브로치가 들려 있었다.
“이게 다인가요?”
“네. 찾은 것은 이것 하나입니다.”
셀로니아는 기사에게 브로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루베우스를 똑바로 보며 입술을 열었다.
이 반응을 보기 위해 브로치 하나를 일부러 남겨 둔 것이었다.
“이건 제가 귀공께 선물로 드린 브로치입니다.”
“뭐?”
순간 루베우스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고작 이거 하나라니?
“그럴 리가 없다! 더 찾아봐라!”
지금 누구 앞인지도 잊고 루베우스가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기사들은 단장의 말에 한 번 더 방을 수색했으나, 결국 빈손으로 그들의 앞에 섰다.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당혹스러워 언성을 높이던 루베우스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입꼬리가 파르르 경련하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그런 루베우스를 흘겨보다 갤로웨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도 들은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무엇이냐.”
“그때 일로 감봉당한 누군가가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를요.”
셀로니아와 탄의 싸늘한 시선이 루베우스를 향했다.
“전 아닙니다!”
그러자 루베우스가 빨개진 얼굴로 펄쩍 뛰어 댔다.
“루베우스 경, 이건 그냥 절차입니다. 귀공의 방을 확인한 것처럼요.”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처음 루베우스가 뱉은 의혹대로 탄의 방을 먼저 수색했으니까.
“단장실로 간다.”
갤로웨이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루베우스를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가는 내내 루베우스는 자신은 아니라고 결백하다고 소리쳤으나 들어 주는 이 하나 없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수색해 주세요.”
단장실에 도착하자마자 셀로니아는 루베우스가 했던 것처럼 기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기사들은 루베우스의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단장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헙…….”
책상 서랍을 열었던 기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무엇이죠?”
“그것이…….”
“보여 봐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기사에게 셀로니아가 명확하게 요구했다.
하는 수 없이 기사는 서랍을 빼 들어 책상 위에 엎었다.
촤르륵.
서랍 안에 들어 있던 귀중품들이 책상 위로 쏟아졌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까지.
모두 셀로니아의 것이었다.
심지어 그중에는 갤로웨이가 셀로니아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던 목걸이까지 들어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루베우스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핏기가 가신 얼굴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루베우스는 보고야 말았다. 셀로니아의 옆에 딱 붙어 그를 기만하듯 비웃고 있는 탄을.
그건 모두 탄이 순간 이동을 하여 몰래 다 옮겨 둔 것들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이……!”
루베우스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며 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그는 너무도 손쉽게 제압당했다. 탄은 단숨에 루베우스의 목덜미를 누르며 바닥에 깔아 눕혔다.
모든 광경을 지켜본 갤로웨이가 서늘한 눈을 빛내며 혀를 끌끌 찼다.
뭔 놈의 기사단장이라는 놈이 일반인 하나 잡지를 못해서.
“놓아라! 감히 네놈이 누구 몸에……!”
“아버지, 저는 도저히 이런 자에게 저희 가문의 기사단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나대는 루베우스를 무시하며 셀로니아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 순간을 위해서 지금까지 맞장구쳐 줬던 것이다.
“공녀님!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아닙니다! 이건 음모입니다! 이놈이 저를 내쫓으려고 꾸민 짓입니다!”
“그동안 쌓아 올린 저희 가문의 위명을 고작 이자 하나 때문에 더럽힐 순 없습니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결단을 내리셔야 해요, 아버지.”
갤로웨이를 바라보고 있는 셀로니아의 눈동자가 단단하고 비장했다.
탄은 발악하며 꿈틀거리는 루베우스를 잡고 있으면서도 셀로니아의 그런 푸른 눈을 들여다봤다.
맑고 푸른 눈동자가 평소보다 더 깊게 그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가 루베우스가 아닌 자신을 두둔해 주는 것이 어찌나 기쁜지.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려고 했다.
“루베우스 시드.”
“공작님! 저는 정말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이놈이 저를 모욕한 것입니다!”
아직도 사태 파악을 못 한 우둔한 루베우스가 바닥에 엎드린 채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소리를 질러 댔다.
갤로웨이는 이미 결정을 내렸는지 벌레 보듯 바닥에 깔린 루베우스를 향해 시선을 내리며 차디찬 목소리를 내었다.
“이 시간부로 기사단장직에서 파면한다.”
“공작님!”
“이견은 없다. 다들 물러가라.”
갤로웨이가 몸을 돌려 단장실을 나갔다.
그 뒤를 레이몬드가 뒤따랐다.
“뭣들 하지? 당장 이 죄인을 쫓아내라.”
셀로니아는 머뭇거리고 있는 기사들에게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공녀님! 제게 이러실 순 없습니다! 저는 정말 아닙니다! 이건 저를 해하기 위한 음모입니다!”
뻔뻔하게도 루베우스는 아직도 억울하다며 소리를 치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정나미가 뚝 떨어진 얼굴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공녀님…….”
“뻔뻔하긴. 당신이 저지른 일 되돌려 받은 거잖아.”
“……그게 무슨.”
루베우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렇다는 건 설마, 자신이 시킨 일이라는 걸 알고 이 모든 걸 기획했다는 건가?
고작 이깟 놈을 두둔하고 자신을 내치기 위해서?
“대체 왜 이렇게 이놈을 감싸시는 겁니까!”
시기 질투에 휩싸여 회까닥 돈 눈으로 루베우스가 꽥 소리를 질렀다.
“적어도 당신처럼 비열하진 않으니까.”
혼자만 모르는 것 같은 정답을 냉정하게 내뱉은 셀로니아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눈길로 루베우스를 노려보다 몸을 돌렸다.
“탄, 가요.”
그녀의 말에 탄은 단숨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아악! 감히!”
루베우스가 이때다 싶어 탄에게 달려들려고 했으나, 옆에 있던 기사들이 루베우스의 두 팔을 포박하였다.
“이거 놓아라!”
씨근덕거리며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루베우스를 두고 탄과 셀로니아는 단장실을 나와 저택으로 향하였다.
“고생했어요. 잘 참았고요.”
셀로니아는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탄에게 말했다.
그래도 큰일 없이 제 계획이 잘 마무리되도록 따라 줘서 고마웠다.
탄이었다면 그냥 루베우스를 힘으로 날려 버리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오는 아무도 없는 회랑.
두 사람은 달빛과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를 함께 걷고 있었다.
기분 좋게 풀어진 표정으로 걷던 탄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의 커다란 손이 셀로니아의 부드러운 손을 감싸 쥐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잡고 싶었다.
“왜 그래요?”
그로 인해 멈춰 선 셀로니아가 고개를 돌려 탄을 보았다.
탄은 셀로니아의 푸른 두 눈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마음속으로 묻고 싶었던 질문을 하려고.
“저놈은 이제 네 사람이 아닌가?”
“당연히 아니죠. 전 저런 사람 몰라요.”
셀로니아는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 냉큼 답했다.
그러자 탄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더는 저놈이 그녀의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그나저나 손 좀 놓을래요?”
“자정이 가까워진다.”
“아직 멀었거든요.”
“혹시 몰라. 통증이 올지도 모르잖아.”
탄이 능청스럽게 답하며 멈췄던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셀로니아의 손을 잡아끌며.
“허, 참……. 회랑까지만이에요.”
셀로니아는 그에게 손을 붙잡힌 채 걸어가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억지였으나, 그의 고집을 말려 봤자 입만 아프다는 걸 알기에 타협한 것이었다.
보는 눈이 있었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나마 다행히 회랑엔 아무도 없었으니까.
두 사람은 그렇게 손은 잡고 부서지는 성휘 아래를 거닐었다.
저택에 도착하기까지 아주 짧은 시간이었으나, 탄은 그마저도 좋았다.
일전에 오해한 채 루베우스의 편을 들던 그녀는 어느새 제 편에 서 있었다. 그것이 어찌나 생경하고 설레는 경험인지.
오늘 일이 두고두고 그의 가슴에 남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