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53)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53)화(53/162)
<53화>
이틀 뒤.
축하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며칠 뒤면 황궁에서 축하연이 열리는 날이었다.
셀로니아는 축하연 전, 차근차근 일을 처리하기 위해 외출을 나온 상태였다.
“우와! 정말로 공녀님을 실제로 뵙다니!”
환한 태양 아래 멕스웰이 앞에 서 있는 셀로니아를 보고 펄쩍펄쩍 뛰어 댔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셀로니아는 주근깨가 인상적인 소년, 멕스웰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금 이곳은 판자촌이었다.
오늘은 멕스웰 덕에 이곳에 온 목적을 쉽게 달성할 예정이었다.
빈민가에 오는 길, 혹시나 눈에 띌까 셀로니아는 엘라의 옷을 빌려 입은 채였다. 풍성하고 긴 머리카락은 하나로 질끈 올려 묶고 로브까지 뒤집어쓴 상태였다.
“오시느라 힘들진 않으셨습니까?”
“목숨이 아까우면 떨어져라.”
멕스웰이 셀로니아에게 붙어 헤실헤실 웃자, 곧바로 탄이 으르렁거렸다.
심지에 붙은 불처럼 타오르는 붉은 눈동자가 멕스웰을 노려보고 있었다.
“형님!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한두 번 듣는 게 아니었는지, 멕스웰은 탄의 경고를 웃으면서 받아쳤다.
‘오, 대단한데?’
셀로니아는 멕스웰의 능글능글함에 감탄했다.
탄을 앞에 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겁을 먹고 하얗게 얼굴이 질리던데, 멕스웰은 달랐다.
하기야 애초에 탄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부터 남다른 담력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암흑 길드인 스톰을 찾아 판자촌에 왔다.
판자촌 끝,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외진 곳에 길드의 아지트가 있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길리안이 그동안 가져다준 그레이스에 대한 정보는 더는 믿을 수가 없었기에 처음부터 다른 길드에 정보를 의뢰하기 위하여.
최대한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길 원했기에 암흑가 길드를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탄이 그쪽을 빠삭하게 아는 이가 있다며 멕스웰을 소개시켜 준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피네스트 길드만큼은 아니지만 암흑가에선 알아준다는 스톰의 길드장을 만나러 왔다.
“여기는 형님이 지내셨던 곳입니다.”
길드 건물로 가기 전, 멕스웰이 손가락으로 어디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안내를 받아 판자촌 안쪽으로 들어가던 셀로니아의 고개가 자연스레 돌아갔다.
그녀의 시선 끝에 가건물 하나가 보였다.
조각 난 판자들을 엮어 만들어 나름의 집 형태를 갖추고 있었으나, 몇 번 망치질한다면 부서질 것처럼 유약해 보였다.
“판자촌에서 가장 좋은 로얄룸이죠.”
셀로니아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자 멕스웰이 넉살 좋게 웃으며 문으로 추정되는 천을 거두었다.
가려져 있던 내부가 나타났다.
“여기서 지냈다고요?”
그녀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래.”
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지가 않아 셀로니아는 떨리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멕스웰은 이곳이 판자촌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고 했다.
빛이 거의 들지 않는 방 안에 있는 거라곤 쌓여 있는 모포 몇 개가 다였다. 그게 침대인 모양이었다.
바닥은 따로 깐 것 없이 공터의 흙이 다였다. 습하고 축축했다.
천장을 이룬 판자와 판자 사이의 간격이 넓어 군데군데 메꿔지지 않아 텅 빈 곳이 있었다.
비가 온다면 그대로 물이 새 바닥이 질퍽하게 젖을 테다.
기억을 잃고 떠돌다 판자촌에서 지냈다고 듣긴 했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기억도 없이 떠돌았다고 했으니 당연히 호화로운 방에서 지냈을 리가 없었다.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그걸 눈으로 마주하니 마음이 어찌나 불편한지.
“딱히 잠을 안 자니까. 지낼 만했다.”
탄이 셀로니아를 보며 피식 웃더니 말했다. 딱 봐도 그녀는 수심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누가 뭐라고 했어요?”
제 생각을 읽은 듯한 그의 대답에 셀로니아는 괜스레 민망해 시선을 돌렸다.
왜 또 웃는 건지.
이젠 눈만 마주쳐도 그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웃으시다니…….”
두 사람 사이에 껴서 웃는 탄의 얼굴을 본 멕스웰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윽고 그는 마치 헛것을 본 사람처럼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럼 그렇지. 잘못 본 거겠지.
형님이 그런 허물없는 웃음을 지었을 리가.
“길드는 더 안쪽입니다.”
멕스웰은 정신을 차리곤 안내를 이어 갔다.
그를 선두로 셀로니아와 탄 그리고 엘라는 판자촌을 지나 더욱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곳입니다. 어서 들어가 보십시오.”
멕스웰이 도착했다는 듯 한 건물을 가리키며 깍듯이 허리를 숙였다.
셀로니아는 그 과할 정도의 행동이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귀여워 살포시 미소 지으며 눈앞에 놓인 건물 외관을 살폈다.
암흑가에 기반을 둔 길드라 눈에 띄지 않아야 해서 그런 걸까?
건물 외관이 참으로 너절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처럼 보일 만큼.
회색 벽돌만 남은 건물은 창문도 다 떨어져 나가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 건물을 보더라도 호기심을 갖지도 못할 만큼 으스스한 분위기가 풍겨 댔다.
“같이 가.”
탄이 아직 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셀로니아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엘라랑 둘이 갔다 올게요.”
“고집부리지 마.”
탄은 미간을 좁혔다. 딱 봐도 그녀는 조금 겁먹은 듯한 얼굴이었다.
“둘이서도 충분해요. 따라 들어오지 마요.”
어느새 평소대로 돌아온 셀로니아가 진지한 얼굴로 탄을 향해 말했다.
겁을 먹었다기보단 낯설어서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탄을 데리고 가면 든든하긴 하겠지만, 의뢰 내용을 그에게 알리고 싶진 않았다.
“셀로니아.”
탄은 그녀 특유의 이채가 어린 눈빛을 확인하자 한발 물러나는 대신 손을 뻗었다.
“낙엽.”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에 붙은 낙엽을 자연스럽게 떼어 주었다.
“아, 고마워요.”
셀로니아는 순간적으로 들려온 다정한 제 이름과 그의 행동에 움찔 놀랐으나 이내 덤덤히 인사를 건네었다.
음?
그런데 이상했다.
볼일이 끝났음에도 탄이 계속 제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꿀을 발라 놓은 게 아닌데도 시선이 머리카락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원래 다 이런가?”
탄은 투박하고 거친 손으로 그녀의 연보라색 머리카락 끝을 계속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실크처럼 보들보들한 감촉이 기분이 좋았으니까.
신기하게도 그녀의 모든 건 다 부드러웠다. 손도, 몸도, 심지어 머리카락조차.
닿을 때마다 흠칫흠칫 놀랄 정도였다.
“뭐가요?”
“넌 다 이렇게 부드럽냐고.”
“예? 뭐, 아무래도 남자들보단 근육량이 적으니 그렇겠죠. 머리카락은 대부분 그렇고요.”
그가 이것저것 질문하는 건 늘 있던 일이었기에 셀로니아는 이번엔 놀라지 않고 답했다.
더불어 그가 제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음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밤마다 손을 잡아 주는 것도 모자라 어깨에 맨날 그가 기대고 있는데 머리카락쯤이야.
그래서일까. 탄과 셀로니아는 서로가 닿은 일에 스스럼이 없었다. 보는 사람들이 오해할 만큼.
“저 그럼 갔다 올게요.”
“필요하면 바로 불러.”
셀로니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거침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라도 바로 셀로니아를 따랐다.
탄은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만졌던 손을 꽉 말아 쥐었다. 아쉬움이 역력한 표정으로.
“혀, 형님……?”
옆에 멕스웰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선 말이다.
멕스웰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떡 벌린 채 다물질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형님이…… 그러니까 탄의 행동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판자촌에 베스인 공녀가 들어서자마자 흡사 그녀의 수호견이 된 것처럼 사위를 경계하며 졸졸 쫓아다녔다.
심지어 아까 잘못 본 거라 일축했던 그 웃음도 진짜였다니. 정말로 형님이 공녀를 보고 완연한 미소를 지은 것이었다.
3개월을 알았으나, 그렇게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게다가 지금은 고작 몇 분이면 다시 돌아올 텐데 아쉬워하는 얼굴이라니!
“형님! 언제부터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