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54)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54)화(54/162)
<54화>
“뭘.”
“공녀님 말입니다. 좋아하시는 거죠? 맞죠?”
멕스웰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탄을 올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자연스러운 스킨십, 한시도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는 눈동자, 멀어지자 아쉬워하는 기색까지.
심지어 그렇게 머리카락 좀 다듬으라던 자신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외모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그가, 요즘따라 부쩍 본인을 가꾸지 않았는가.
이건 너무도 확실했다.
“시답지 않은 소리 할 거면 가라.”
“그래서 계속 공작저에서 지내고 계신 겁니까? 대체 언제부터였습니까? 네? 네?”
탄이 아무리 내쳐도, 아무리 무섭게 노려보아도 이에 굴할 멕스웰이 아니었다. 이런 태도에 면역이 된 지 오래였으니까.
몇 달 동안 멕스웰이 보았던 탄은 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타인에게 무정할 정도로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뭘 하는지, 이름이 뭔지, 이곳이 어디인지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멕스웰은 탄에게 도움을 받았으나, 정작 탄의 의도는 그저 거슬리던 놈을 치워 냈을 뿐이었다. 그 점을 사실 멕스웰도 알았다.
탄은 도움이나 배려에 대한 개념을 아예 모르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머리카락에 붙은 낙엽을 손수 떼어 줘?
놀랄 만한 일이었다.
지독하리만큼 아무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던 그가 공작저에서 지내는 것도 모자라 저번에는 구원자들에 대해 먼저 묻는 것도 놀라웠는데, 더 놀라운 일이 생기다니!
멕스웰은 꼭 대답을 듣겠다는 일념으로 탄의 다물린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다들 그녀를 좋아한다.”
하지만 탄은 무슨 그런 당연한 얘길 하냐는 듯 심드렁하게 답했다. 쉽게 대답해 주지 않겠다는 듯.
“에이. 그거랑 이거는 다르죠! 전 그냥 공녀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고 동경하는 거지만, 형님은 이성으로서 좋아하시는 거잖아요. 사랑이요!”
“무슨.”
탄이 헛웃음을 쳤다.
그도 사랑에 대해선 책으로 읽어서 알고 있었다.
상대를 대신해서 칼에 찔리고, 상대 때문에 물에 빠지고, 일주일 내내 식음을 전폐하는 거 아닌가.
자신은 그런 적 없었다.
그녀가 특별해졌고, 자꾸 괴상한 욕구나 욕망을 계속 느끼긴 하지만.
물론 독점하고 싶은 마음도 변함없었다.
“하, 형님 답답하시네!”
멕스웰이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 제 가슴을 치며 다시 말을 이었다.
“떨어져 있으면 걱정되고, 같이 있으면 좋고, 헤어지면 아쉽고, 곁에 있으면 닿고 싶어 하시잖아요!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뭡니까.”
“…….”
“방금 제가 말씀드린 것을 다른 사람에겐 느낀 적 없는데, 오직 공녀님께만 느꼈다면 제 말이 맞다니까요.”
멕스웰이 이보다 더 확실한 건 없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탄은 순간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녀를?
“헛소리.”
탄은 멕스웰을 시큰둥한 표정으로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옅게 흔들리며 동요하고 있었다.
* * *
“어서 오십시오. 다니엘 잭슨이라고 합니다.”
셀로니아가 인사를 건네오는 남자를 보았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폐가 같은 외관과 달리 건물 내부는 깔끔했으니까.
너덜너덜한 창문이 바람에 휘청이길래 정보를 의뢰하는 내내 바람이 술술 들어오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밖에선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입구가 존재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곧이어 환한 복도가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복도 벽 곳곳에 마력 등을 설치했는지 어둠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통로였다.
게다가 허름한 외관과 달리 복도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부호의 옛날 별장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짙은 고동색 나무로 지어진 복도는 산속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별장을 떠올리게 했으니까.
복도 끝에 다다라 또 하나의 문을 여니 비로소 길드의 모습이 드러났다.
잘 꾸며진 펍 같은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바로 그녀를 안내했다.
안내를 받은 셀로니아만 안쪽 방으로 들어가고 엘라는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리고 셀로니아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이 길드장의 사무실이었다.
예술 작품을 좋아하는 건지, 세련되게 꾸며진 사무실 안엔 온갖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명화처럼 보이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길드 특성상 눈에 띄지 말아야 하지만, 내부까지 허름하면 손님들이 좋아하지 않아서요.”
다니엘은 여러 번 겪어 봤다는 듯 셀로니아가 품은 의문에 대해 답을 내려 주었다.
외부에서 봤을 때 이런 공간이 있으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 점을 노린 것이다.
소개받아 오면서도 반신반의했는데, 그럴싸한 속임수라 꽤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공녀님을 뵙습니다. 저희 길드를 찾아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책상을 빠져나온 다니엘이 방 한가운데 있는 소파에 앉기를 권유했다.
셀로니아는 다니엘을 따라 가죽 소파에 앉았다.
다니엘은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얄팍하게 생긴 남자였다.
한 길드의 수장다운 권위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쭉 찢어진 눈매가 기민해 보이는 게 통찰력이 있어 보였다.
“공녀님께서 저희를 찾아 주셨다는 건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일을 진행하고 싶으시다는 뜻이겠군요. 가문에도요.”
정말로 그러했다.
다니엘은 그녀의 속내를 바로 파악했다. 그녀가 베스인 가문이 운영 중인 피네스트 길드를 두고 암흑가 길드를 찾은 이유를 말이다.
“맞아요. 말이 통하는 것 같으니 바로 본론을 말할게요. 그레이스 베넷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요. 그녀의 주변 인물까지 모두 다요.”
* * *
한편, 길고 긴 신성 의례를 마친 레예프는 본래 복장으로 환복한 뒤 신전을 나왔다.
레예프는 조금 힘이 없는 상태였다.
의례 때는 필요한 물 외에는 마지막 날까지 단식을 하며 몸과 정신을 비웠다.
그리고 비로소 모든 게 비워졌다고 생각되는 15일이 지나면 신전을 나서기 전에 정화가 완료됐다는 의미를 담아 성수를 마신다.
보통 사람들이 15일 동안 물만 마신다면 쓰러지겠으나, 성기사들은 성력 때문에 견딜 수가 있었다.
그도 이제 막 성수를 마시고 나온 참이었다.
품 안에는 그레이스가 챙겨 준 케이크 박스가 들려 있었다.
디저트를 좋아하진 않지만 제 걱정에 하나라도 꼭 챙겨 먹으라던 그레이스의 신신당부가 떠올랐다.
그는 품에 든 박스를 곧장 열어 보았다.
노릇하게 익은 파운드케이크 세 개가 열을 맞춰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받은 지 시일이 꽤 지났지만 날이 선선해서 그런지 상태는 말짱했다.
“어, 어? 비키세요!”
그때였다. 누군가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레예프가 고개를 번쩍 들자 마차에서 빠진 바퀴가 제 쪽으로 굴러오고 있었다.
레예프는 순간 뒤돌아보았다. 저 멀리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빠른 속도로 굴러오는 바퀴를 잽싸게 막아섰다. 이대로 피하기만 하면 아이들이 다칠 테니까.
하지만 크고 빠른 바퀴를 한 손으로 막아 내긴 역부족이었기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박스는 바닥에 떨어지고야 말았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성기사님.”
마부가 헐레벌떡 달려와 레예프에게 허리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조치 잘하십시오.”
마차의 바퀴가 빠지는 일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 주의해야 했다.
레예프는 골반까지 오는 바퀴를 마부에게 넘겼다.
“정말 죄송합니다.”
마부는 몇 번이나 감사와 사과를 반복하곤 바퀴를 굴려 마차 쪽으로 향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레예프는 얼른 땅에 떨어진 박스를 주웠다.
다행히 하나의 케이크만 삐져나와 흙이 조금 묻었을 뿐 나머지는 멀쩡했다.
그는 손수 케이크에 묻은 흙을 털어 냈다. 그레이스가 준 것이니 하나도 남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우와…….”
가까이에 언제 온 것인지 아주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손가락을 쪽쪽 빨며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꾀죄죄한 몰골과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들어 보니 누가 봐도 며칠 굶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신전 근처에 판자촌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곳에서 온 아이 같았다.
“마싯게따…….”
아이는 금방이라도 침을 뚝 떨어뜨릴 기세로 레예프의 손에 들린 케이크를 맹렬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