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55)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55)화(55/162)
<55화>
“이게 먹고 싶으니?”
“응!”
레예프의 물음에 아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꼬마야. 네 이름을 알려 줄래?”
“에밀리!”
아이가 당당하게 제 이름을 외쳤다.
레예프는 그 모습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흙이 묻은 케이크 대신 두 개의 케이크가 담긴 박스를 아이에게 내밀었다.
“자. 가져가서 먹으렴.”
“우와! 그렇지만 우리 언니랑 동생도 배고파…….”
한껏 기뻐하던 아이는 박스 속에 있는 케이크의 개수를 확인하곤 시무룩해졌다.
아이의 의중을 알아차린 레예프가 진실을 말했다.
“이건 땅에 떨어진 거란다.”
“갠차나! 그건 내가 먹을게! 이건 우리 언니랑 동생 주 꺼야!”
그 말에 레예프는 고민했다. 아예 새로운 빵을 사 주고 싶었으나 신전 근처엔 상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차를 타고 20분을 넘게 나가야 했으니까.
결국 레예프는 큰 고민 없이 파운드케이크에 묻은 흙을 한 번 더 꼼꼼히 털어 내곤 아이가 품에 안고 있는 박스 속에 들고 있던 케이크를 쏘옥 넣어 주었다.
“얹히지 않게 천천히 먹거라.”
“헤헤. 고맙읍니다!”
아이는 그제야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뛰어갔다.
아쉽게 그레이스의 정성을 맛보진 못하였지만 제 배보다 굶주린 어린아이들의 배를 채워 주었다 하면 그녀도 틀림없이 좋아하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서 그레이스에게로 향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어느 순간부터 셀로니아가 아닌 그레이스에게 향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졌다.
셀로니아의 곁에 머무르는 게 늘 제일 두근거리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언제부터 마음이 바뀐 것일까.
레예프는 그날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눈을 뜨니 모든 게 변해 있었다.
셀로니아를 목숨 걸고 지키겠다던 그 마음이. 그레이스를 향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마음에 진중하고도 고귀한 기사의 서약은 변질되었다.
그는 신성 의례 기간 동안 간사하게 변한 제 마음에 대해 속죄하고 또 속죄했다.
그 순간이었다.
“윽.”
순간적으로 눈앞이 핑 돌아 레예프가 걸음을 멈춰 섰다.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 갑자기 셀로니아의 얼굴이 번뜩 떠올랐다.
“왜, 왜 갑자기…….”
며칠 굶어서 이러는 건가? 하지만 의례 동안 굶는 건 늘 있던 일이었는데…….
이윽고 속이 울렁거리고 토기가 몰려오자 레예프가 확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납덩이가 내려앉은 것 같은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허리를 숙였다.
“하아, 하아…….”
레예프는 제 가슴을 부여잡은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삐이이- 어디가 안 좋은 건지 숨쉬기가 힘들고 귓가엔 이명이 들려왔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리는 소음 가운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어 있었다.
‘레예프, 이거 봐요. 부들꽃이에요! 다행이에요. 레예프의 피를 멎게 할 수 있겠어요.’
점점 더 선명해지는 목소리와 함께 너무도 보고 싶은 얼굴과 함께 어느 날의 익숙한 장면이 순식간에 그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그때였다.
“레예프 님!”
아주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울렸다.
레예프는 식은땀이 맺히고 하얗게 질린 얼굴을 돌렸다.
그러자 저쪽에서 아주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그레이스의 모습이 보였다.
“빨리, 빨리 이것 좀 드세요! 너무 굶어서 그래서 어지러운 거예요!”
힘겨워 보이는 레예프를 본 그레이스가 품 안에 들고 있던 음식을 꺼내 들었다.
잘 구워진 마들렌이 레예프가 입을 열기도 전, 입가에 뭉개졌다.
“빨리요!”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뭉개지는 마들렌을 보며 그레이스가 초조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레이스의 말대로 단식을 너무 오래 해서 그런가 싶어 레예프는 천천히 입을 벌렸다.
바로 입안에 쏙 들어온 마들렌을 꼭꼭 씹어 삼켰다.
“괜찮아요? 안 어지러워요?”
레예프가 먹는 것을 확인한 그레이스가 옅은 안도와 함께 아직 남은 작은 불안함에 조심스레 물어 왔다.
“…….”
레예프는 크게 숨을 내쉬며 눈을 끔뻑거렸다.
정말로 굶어서 그랬던 건지, 기이할 만큼 이상 현상들이 점점 사라졌다.
“네에……. 괜찮습니다.”
레예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는 목소리를 내었다.
“별다른 이상 증상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죠?”
그레이스는 레예프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며 확인했다. 혹시나 뭔가 변했을까 봐.
“이제 괜찮습니다.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제가 그때 줬던 케이크요. 생각해 보니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상했을까 봐서요.”
그레이스는 정말로 완전히 안도하며 해사한 미소를 피워 냈다.
“고맙습니다.”
또다시 살뜰히 챙겨 주는 그레이스를 향해 레예프도 은은히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제가 준 케이크는요? 드신 거예요?”
보이질 않는 케이크 박스에 그레이스가 의아하다는 듯 물어 왔다.
“아, 그것은 아까 만난 굶주린 아이에게 양보하였습니다. 부디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보다 더 필요해 보였기에…….”
레예프는 그레이스가 상처받았을까 눈치 보며 입을 열었다.
순간적으로 그레이스의 눈매가 좁혀졌으나, 아주 찰나였다.
“그랬군요. 그 아이 어디로 갔나요?”
“저쪽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포착한 레예프는 자신도 모르게 판자촌이라 말하지 않고 그저 방향만을 말했다. 그것도 아이가 사라진 반대 방향으로.
그레이스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을 만큼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우선 일단 돌아가요. 쉬셔야죠. 고생 많으셨어요, 레예프 님.”
그레이스는 레예프가 가리킨 방향을 눈에 담고선, 이윽고 그와 함께 마차로 향하였다.
* * *
최대한 빨리 알아봐 주겠다는 다니엘의 말을 듣고 셀로니아는 길드를 나왔다.
“아가씨, 바로 저택으로 가시는 거죠?”
“응. 그래야지.”
어제 공식적으로 위클란더 상점의 화재 원인에 대한 발표가 신문에 실렸다.
판명 결과, 벽난로로 인한 단순 화재였다.
셀로니아는 당연히 그것을 믿지 않았다. 화재를 낸 유력한 범인이 길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저 실수 안 할게요! 아주 잘할 자신 있어요!”
맡은 임무가 막중하다는 듯 엘라가 비장하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일 엘라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래. 고마워.”
셀로니아는 엘라를 향해 웃으며 인사를 전하다 자연스레 시선을 돌렸다. 제가 길드에서 나오고부터 계속 말이 없는 탄에게로.
무슨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그는 정면을 보고 걸으면서 아무 말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경호원인 양 따라 들어올 것처럼 굴더니?
“잠깐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요?”
“…….”
갑작스러운 셀로니아의 물음에 탄이 어깨를 움찔 떨었다. 제 발 저린 도둑처럼.
그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그녀는 탄의 대답을 기다렸으나, 그는 단 한 번도 제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입도 열지 않았다.
왜 저러지?
“아, 그게 말입니다. 형님께서~!”
“입 닥쳐.”
곁에서 지켜보던 멕스웰이 음흉하게 웃으며 근질근질한 입을 열자마자 탄이 순식간에 살벌한 눈을 번뜩이며 저지했다.
“헤헤. 그럼요, 당연하죠. 저도 눈치는 있답니다. 원래 그런 건 본인이 말해야 하니까.”
탄이 섬찟할 만큼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데도 멕스웰은 겁먹지도 않고 오히려 아주 재밌다는 듯 키득키득 웃기까지 했다.
예사롭지 않은 담력이라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훨씬 더 대단한걸?
셀로니아는 멕스웰의 캐릭터가 약간 엘라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엘라도 탄을 대할 때 스스럼이 없으니까.
그러니 그 이상한 염문 소설을 빌려주고 그랬지.
그녀는 자신이 길드장을 만나는 사이 멕스웰과 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만 생각하곤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 줄 생각인 것 같지도 않아 그저 공작저로 돌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로브를 뒤집어쓴 덕에 딱히 시선을 끌지 않고 판자촌을 무사히 빠져나왔을 때쯤.
“에, 에밀리! 에밀리, 정신 차려!”
어디선가 아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판자촌 안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요?”
엘라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휙 고개를 돌렸다.
“에밀리!”
앳된 목소리가 울부짖고 있는 게 상당히 위급한 상황인 것 같았다.
“가 보자.”
외면할 수 없어 셀로니아는 바로 판자촌으로 달려갔다.
그 뒤를 탄과 엘라 그리고 멕스웰이 뒤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