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56)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56)화(56/162)
<56화>
네 사람은 판자촌에 들어서자마자 에밀리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판자촌 터에 한 소녀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기절한 듯 몸을 축 늘어뜨린 아주 작은 여자아이를 품에 껴안고 있었으니까.
상태를 확인해 봐야 했으나, 만약 치유술을 써야 할 상황이라면 이목이 집중될 게 뻔했다.
그러면 애써 가린 의미가 없어지니 셀로니아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멕스웰, 저 아이들을 탄이 지냈다던 방으로 데려와요. 당장!”
“예!”
바로 알아들은 멕스웰이 아이들을 향해 달려갔다.
나머지 세 사람은 아까 멕스웰이 보여 주었던 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말해. 도와줄 테니.”
“그럼 저 모포 좀 바닥에 깔아 줘요.”
탄은 셀로니아의 말에 구석에 있는 모포를 끌어와 흙바닥에 도톰하게 깔았다.
“데리고 왔습니다!”
“흐어어엉! 에밀리 좀 살려 주세요!”
때마침 멕스웰과 아이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눕혀 봐. 어서.”
셀로니아의 말에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던 소녀가 안고 있는 작은 아이를 허겁지겁 모포 위에 눕혔다.
“커억……!”
아까 얼핏 봤을 때만 해도 축 늘어져 있던 에밀리라는 아이는 지금은 마치 경기를 일으키듯 전신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심지어 아이는 입에서 게거품을 토하고 있기까지 했다. 눈은 흰자만 보일 정도로 뒤집혀 있었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왜 그런 거니? 그냥 이유 없이 갑자기 이런 거니?”
“아, 아뇨. 빵을 받아 왔다면서 이걸 먹고 나서 갑자기 에밀리가 쓰러졌어요. 흐흡…….”
소녀가 손에 들고 있던 분홍색 박스를 내밀었다.
“윽…….”
그 순간, 셀로니아와 탄은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기분 나쁜 냄새가 풍겼으니까.
아이들에게서 나는 게 아니었다. 열려 있는 박스 안에서 나는 것이었다.
셀로니아는 곧장 박스를 건네받아 안을 확인하였다.
안에는 총 3개의 마들렌처럼 작은 파운드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황금색 노릇노릇한 빛을 띠고 있는 케이크 중 하나는 에밀리가 먹어 조금 떼어진 모서리에 치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냄새가 이렇게 나는데도 외관상 상한 것 같지 않으니 그냥 먹은 듯싶었다.
“지독하군.”
탄도 셀로니아가 손에 쥔 박스 안 케이크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오물처럼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러 왔다.
“네? 어떤 게요……?”
그때, 옆에서 초조한 얼굴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엘라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셀로니아는 상자 속 케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냄새 말이야. 이렇게 심각한 악취가 나는 걸 보니 케이크가 상했어.”
“냄새요? 이 파운드케이크에서요? 달콤한 냄새만 나는걸요.”
“뭐?”
엘라의 말에 셀로니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버터 향과 달콤한 냄새뿐이에요.”
엘라가 정말이라는 듯 눈을 마주치며 한 번 더 말했다.
“무슨 소리야. 냄새가 이렇게 지독한데.”
“저도 달콤한 냄새밖에 안 나는데요?”
벽 앞에 서 있던 멕스웰도 엘라와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거북한 냄새가 이렇게도 선명한데 달콤한 냄새라니.
“너도 그러니?”
“네에……. 그래서 에밀리가 먹은 거였어요. 보기에도 말짱해 보이고 향도 좋아서요.”
언니로 보이는 소녀가 훌쩍훌쩍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이렇게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 못 맡는다고?
이들이 자신을 작정하고 속일 리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게 대체…….
셀로니아는 얼른 고개를 돌려 탄을 올려다보았다.
“탄, 냄새가 나요?”
“그래. 악취가 난다.”
탄이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답했다.
그 대답에 셀로니아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이 방 안에서 탄과 저를 뺀 나머지는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왜…….
“흐억……!”
그 순간이었다.
모포 위에서 팔다리를 떨던 에밀리가 커다란 숨을 터뜨리며 번쩍 눈을 떴다.
“에밀리!”
소녀가 얼른 눈물을 닦으며 에밀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셀로니아는 아차 싶어 얼른 박스를 바닥에 내려 두었다.
파운드케이크 때문에 정작 환자를 놓치고 있던 것을 반성하며 에밀리의 안색과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게 어떻게…….”
이윽고 그녀의 눈이 커다래졌다.
에밀리의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어 있었으니까.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데, 눈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던 에밀리는 그런 적 없다는 듯 큰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초점이 돌아온 검은 눈동자는 별을 박은 듯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했으며, 경기를 일으키던 몸도 조용했다.
몇 분 전만 해도 숨이 넘어갈 뻔했던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멀쩡했다.
“에밀리, 내 목소리 들리니? 몸은 좀 어때?”
셀로니아가 다정한 어투로 에밀리에게 물었다.
작은 에밀리는 눈을 깜빡거리며 셀로니아를 빤히 쳐다보더니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나 가야 대.”
“에밀리? 어딜 간다는 거야?”
뜬금없는 에밀리의 말에 소녀가 걱정하는 얼굴로 물어 왔다.
“그레이스 님! 그레이스 님 보러 가야 대!”
“그게 누군데? 이 빵을 준 사람이야?”
“아냐! 내가 쩰루 조아하는 사람이야!”
소녀가 묻자 에밀리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
순간 방 안이 정적에 휩싸였다.
셀로니아와 엘라는 놀라 얼어붙었다. 지금 저 입에서 누구의 이름이 나온 거지?
괴이한 상황에 셀로니아는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 매고 주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에밀리만 빼고 잠깐 다들 나가 줄래요?”
“네?”
엘라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이면 돼요. 제대로 상태를 봐야 할 것 같으니 잠깐 다들 나가 줘요. 엘라 너도. 부탁할게.”
혼자서 확인해 볼 게 있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타인의 일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꺼려진 것이다.
소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멕스웰과 함께 방을 나갔다.
엘라도 걱정은 되었지만 아가씨의 명령이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탐탁지 않아 하는 탄을 억지로 끌고 방을 나갔다.
“나두 가야 대! 그레이스 님 보러 가야 대!”
모두가 나가자 에밀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셀로니아는 그런 에밀리의 두 어깨를 부드럽고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에밀리, 이 빵 어디서 났어?”
“이거 아까 신전 앞에서 만난 멋찐 아저씨가 주셔써요!”
에밀리의 답에 셀로니아의 표정이 굳었다.
신전 앞이라면 에밀리가 만난 사람은 사제 아니면 성기사일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추론하자 바로 레예프가 생각났다.
생각해 보니 지금껏 맥라이언과 이안은 꽤 마주쳤지만 레예프는 로블랑 카페에서 그레이스와 함께 있는 걸 본 이후에 보질 못했다.
‘그러고 보니 이맘때쯤이었지?’
셀로니아는 레예프가 말해 주었던 의식이 떠올랐다.
성기사는 1년에 한 번 15일 동안 신전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얼추 날짜를 따져 보니 이때쯤이 끝날 때였다.
그간 마주치지 못한 게 의식을 치르느라 신전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면 말이 된다.
설마 싶은 마음에 입술을 떼었다.
“혹시 그분의 머리 색깔이 파랗니? 하얀색 옷을 입었고?”
“마자요! 엄청 잘생기셔써요!”
에밀리가 어떻게 알았냐는 듯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셀로니아의 눈동자가 열게 일렁였다.
지금 들은 대답을 추정해 보건대 에밀리가 만난 사람은 레예프가 맞는 듯싶었다.
레예프가 케이크를?
이상했다. 셀로니아는 레예프는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평소에 디저트를 즐겨 먹지도 않았다.
그런데 케이크가 담긴 분홍색 박스를 들고 있었다?
분명 의식 기간엔 단식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제 가두 대여? 제가 쩰루 조아하는 그레이스 님 보러 가고 시퍼요!”
그녀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에밀리가 소리쳤다.
이대로 보낼 순 없었다. 이건 누가 봐도 이상했으니까.
레예프가 준 케이크를 먹고 숨이 넘어갈 듯 이상 증세를 보이더니 갑자기 말끔히 낫자마자 하는 말이 그레이스를 보러 가야 한다고?
‘이거 설마.’